"대리님, 어제 무슨 일 있으셨어요?" 

 

근무 시간인 오전 10시에 손에 커피를 들고 잠깐 숨을 돌리고 있었는데, 뒤에서 부하 직원이 불렀다.  

 

"어? 아니. 별일 아냐." 

 

대리는 당연히 돌아보며 별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손이 떨리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결국 손을 뒤로 돌렸다. 

 

몇 시간 전에 스파이크는 무면허 의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안젤리카를 치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때 손에 묻었던 안젤리카의 피와 식어가는 체온, 생각보다 훨씬 가벼웠던 동료의 체중이 아직 손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야, 스파이크. 내가 너 싫어서 그런 게 아니고...' 

 

의사가 긴급 수술을 준비하는 중에 안젤리카는 스파이크만 계속 찾아서... 

어쩔 수 없이 안정시키려고 손을 잡아줬더니 저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거 티 내기 싫어서 그랬어.' 

 

갑자기 사랑 고백을 하는 안젤리카에게 대꾸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이미 손은 안젤리카의 피로 새빨갛게 젖었는데, 머릿속은 하얗게 탈색되어서 별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았으니까. 

 

'이거 내 집 주소다. 나 잘못되면 대신 동생 좀 챙겨줘. 

나랑 많이 닮았으니까, 내 생각도 조금만 해라.' 

 

안젤리카는 전뇌 통신을 하며 자기 주소를 남겼다.  

 

'아니 갑자기 왜...' 

 

'좋아한다고, 새끼야.' 

 

'뭐? 나를? 왜?' 

 

'좋아하는 사람을 내가 정할 수 있겠냐. 

교통사고처럼 마음이 가고 움직이는 거지.' 

 

'그게 무슨...' 

 

'그동안 틱틱대서 미안했다고, 인마. 

하지만 너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한테 관심도 없는걸?' 

 

'뭐?' 

 

머리로는 이해했는데,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멍한 표정으로 되묻기만 했다. 

 

'너의 그 형편없는 명중률을 보정해주려고, 전용 화기 관제 깔고 다른 총도 못 쓰게 됐어. 

다른 총도 쓰고 싶었는데, 그럼 DNI까지 바꿔야 해서 가격이 너무 비싸지더라.'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니까.' 

 

'아니, 그러니까 왜?' 

 

'이유는 적당히 가져다 붙여봐. 나도 모르겠으니까.' 

 

'그러니까, 이유도 모르는데 나 때문에...' 

 

'그게 사랑인가 보지. 너는 아직 안 해봐서 모르는 것 같고.' 

 

그 말을 끝낸 안젤리카는 의사가 씌워주는 마스크를 쓰고, 어쩔 줄 모르는 스파이크를 그대로 둔 채 심호흡을 했다. 

 

'......' 

 

스파이크는 피가 묻고 힘이 빠져나가는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뭔가를 말해야 했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면서 안젤리카는 희미하게 웃으며 마취에 빠졌다. 

 

"어우. 저는 죽겠습니다. 세금이 이번 달에 또 올랐잖아요. 

하루에 한 끼라도 먹으려면 저도 슬슬 불법적인 일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요." 

 

후배는 앓는 소리를 내며 대리 옆에 앉았다. 

미리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던 대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배. 혹시 괜찮은 일자리 없습니까?" 

 

"... 일이나 똑바로 해, 인마. 

너 이번 달 실적 안 좋아서 위쪽에서 골치인 것 같더라." 

 

"네?! 제가요?!" 

 

"불법적인 일은 최대한 시간 들이지 말고 해라. 

슬슬 네가 2년 차였나 그렇지?" 

 

"그쵸..." 

 

"그때 정도에 가족 지원 끊기고, 막막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야. 

잘 생각해. 어떤 부분에서는 회사 취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어." 

 

대리는 셔츠 주머니에서 능숙하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근데 저는 정직원으로 주 6일 근무하는데, 왜 저는 최소한의 생활이라도 하려고 이런 일을 알아봐야 하는 거죠? 

사회가 잘못된 거 아니에요?" 

 

불평하는 후배를 바라보는 대리는 아련한 눈을 했다. 

직장생활이 이제 6년 차이고, 숱한 고비를 거쳐오며 결국 불법적인 일에도 손을 대게 되었다. 

그리고 이건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고, 사회인이면 누구나 한 발은 담그게 되는 통과 절차에 가깝게 변했다. 

 

그러니까, 대리도 똑같은 질문을 선배에게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들었던 대답이 가관이었다. 

 

"잘못을 따질만한 문제인가? 

우리가 태어난 건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누가 보장해 주는데?" 

 

그리고 그 말을 똑같이 후배에게 던져주는 대리는... 

이제 이 말에 숨겨진 뜻을 알 것 같았다. 

 

'잘못과 상관없이, 우리는 살아남아야 해.' 

 

말도 안 되는 윤리와 도덕은 밥을 먹여주지 않으니까. 

 

"우리는 아스포델(Asphodel)에서 살고 있다고. 

미국 동부에서 제일 가는 범죄율을 가진 도시에." 

 

누가 만든 도시인지 모르지만 정신 나간 작명 센스지. 

도시의 이름을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저승에 피는 꽃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지옥에 피는 꽃이 있는 동네라면 지옥밖에 없지 않은가. 

 

"여긴 지옥이야. 여기서 살아남아야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살아있는 사람들의 윤리와 도덕을 저승에서 찾는 것만큼 부질없는 짓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여기가 지옥이라고 해도, 살아가는 것이 잘못된 건 아닐 거야.' 

 

선배는 다 마신 커피를 쓰레기통에 던져넣고 일어났다. 

 

"어? 어디 가요? 

그쪽은 건물 외부 엘리베이터..." 

 

"조퇴." 

 

엘리베이터에 탄 선배는 후련하다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네?" 

 

"병문안 갈 거야." 

 

"아니, 지금 일이 산더미..." 

 

"꼬우면 자르라 그래. 

니 말대로 최소한의 생활도 안되는 직장 따위..." 

 

"선배!" 

 

쓴웃음을 지으며 엘리베이터의 닫힘 버튼을 열었다.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사랑을 찾았다.



이런 감정선인데 별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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