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애 1의 #2 : https://arca.live/b/lovelove/11408271


  #1

  좋아하는 선배가 있습니다.


  선배와의 첫 만남은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습니다. 중학교 2학년의 가을― 친구와 무심코 해버린 말다툼에 서러워져, 흔들리는 단풍나무 아래서 혼자 펑펑 울던 날. 선배는 저에게 다가와 말없이 주위를 알짱거리셨죠. 알짱거렸다고 했지만 지근거리에서가 아니고, 저 멀리 전봇대 뒤에서 저를 보기만 했을 뿐이지만요.


  선배는 울고 있는 저보다도 안절부절못했습니다. 저를 이리 보고, 저리 보고, 손목시계를 보고 우물쭈물하더라고요.


  주위는 아무도 없었고 고요했습니다. 잔잔히 불던 가을바람이 선배의 뺨을 스치고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뭐야!”


  저는 전봇대 뒤에 숨어 있는 선배를 향해 소리를 질렀습니다. 가만히 있던 선배가 답답했던 건지, 그저 분풀이할 대상이 필요했던 건지 모르겠습니다. 당황한 표정을 짓던 선배는 곧 표정을 굳히더니 어딘가로 뛰어갔습니다.


  그런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저는 자리에 풀썩 주저앉아 바닥을 뚫어지라 쳐다봤습니다. 생판 남에게 뭐라도 바랐던 걸까요. 이제 더 나올 눈물도 없는 것 같았습니다. 


  문득 시야에 그늘이 졌습니다. 그림자가 사람의 모양을 하기에, 깜짝 놀라 고개를 벌떡 들었습니다. 선배였습니다. 한 손에는 휴지, 다른 손에는 물을 들고 있었습니다.


  “자.”


  선배가 은근히 시선을 피하며, 두 가지를 모두 저에게 건넸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선배를 보았습니다. 저물던 태양이 선배의 뒤에서 반짝였고, 무슨 심보였는지 저는 더 크게 울어버렸습니다.


  “어……”


  이게 아닌데 싶었는지, 선배는 아까의 그 우유부단한 모습을 다시 보였습니다. 그러다 주위를 슥 훑던 선배는 차분히 제 옆에 다가와 앉았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저는 펑펑 울기만 했습니다.


  그렇게 몇 분 지났을까요? 정신을 차려보니 선배는 아직도 제 옆에 있었습니다. 제게 줄 것들을 작은 양손에 꼭 쥐고, 꾸벅꾸벅 졸고 있더군요. 매고 있던 넥타이의 색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3학년을 나타내는 붉은색이었어요.


  저는 괜스레 심술이 나 선배의 머리를 툭툭 건드렸습니다.


  “……뭐해요?”


  아직은 비몽사몽 한 선배에게 저는 물었습니다. 곧 저를 마주한 선배는 저의 반응에 적잖이 당황한 것 같았습니다.


  “아…… 여기.”


  선배는 피곤해 보였지만 저에게 휴지를 주었습니다. 희미하게 떨리는 선배의 다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보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굳이 생판 처음 보는 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요? 당시의 저에게는 호의라는 것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중2니까 어딘가 꼬였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뭐― 그래도 주니까, 코를 흥 풀고 선배에게 물을 받아 마셨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선배는 저에게 왜 우냐고도 물어보지 않았고, 그렇기에 저도 선배에게 왜 여기 있냐고 더는 묻지 않았습니다. 잠잠히 흐드러진 낙엽을 벗 삼아 우리는 시간을 함께 보냈습니다. 은근히 상기되었을 저의 뺨을 노을에 숨겼습니다. 선배에게 제 얼굴이 들키지 않기를 바라며.




---- #4까지 예정

순애 챈에 하나쯤은 글 쓰고 싶었는데 이제야 쓴다. 재밌게 봐주면 좋겠디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