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잠에서 깬 자
"흠,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아,거기부터가 좋겠다."
눈앞의 희끄무레한 형체가 말한다.

'저거 누구야.' 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여기가 어디고 난 누구인거지?그리고 잠깐만,어째서 난 왜 저 형체를 '누구'라는 사람으로서 생각한거지?'

머리가 깨어질듯 아파온다.그럼에도,한 이름만이 머릿속에 남아 맴돈다.

"진유찬..."
그 머릿속에 맴도는 이름을 말한다.

"오,기억해주는 건가?좋아,이럼 얘기가 더 빨라지겠어."
순식간에 유찬이가 모습을 되찾아 가면서 말한다.

그 모습은 정말로 눈이 시릴정도로 푸른 머리칼,그리고 빛을 온전히 빨아들여 조그만 빛도 없다고 느껴지는 눈동자를 지닌,소녀였다.

"내 이름은...○○○(각자의 이름을 넣어서 생각해 주세요)이고,애초에 여긴 어디지?"
궁금했던 것을 말한다.

"여기는 네 꿈속이야.넌 여기에 갇혔고."
유찬이가 말한다.

"꿈속...이라고?이렇게나 감각이 생생하고 고통까지 느껴지는데?"
꿈속이란 이야기를 듣고 허벅지를 꼬집어본 내가 말한다.

'그럼 여기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그리고 나가면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한 나는 물어보려고 했다.그리고 그때,저 멀리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이 소리는...설마,아닐거야...아닐거라고!

신장 5미터에 달하는,대전차포 수준이라도 되지 않는한 그 몸에 유의미한 흠결도 남기지 못하는 괴물,트롤이 나타났다.

'잠깐,내가 저건 또 왜 알고있는거야.'라며 혼란해하던 와중에,

"하,결국 이렇게 되네...쯥,저건 나도 상대하기 힘들듯 한데.이 꿈의 주인이며 이 꿈 내에서 가장 강한 네 힘이 필요해.저건 네 무의식에서 흘러나온 괴물이니까...넌 쉽게 잡을수 있을거야.아마도..."
유찬이가 당황한듯이 말하다가 끝끝내 말꼬리를 흐리며 말을 끝낸다.

"자 ○○○,이곳은 너의 꿈이야.그러니 네 꿈에서 파생된 모든 존재를 온전히 없앨수 있어.그러니까,얼른 저거좀 없애봐.'꿈의 왕으로서 명한다.사라져라.'라고 하면 사라질거야."
유찬이가 기대하며 말한다.

"꿈의 왕으로서 명한다.사라져라."
내가 그 오글거리는 말을 했다.무슨 근거인지는 몰라도,난 이 말 한마디면 저 무시무시한 괴물이 사라질 것이라는걸 느꼈다.

점점 트롤의 모습이 희미해지더니,이윽고 사라졌다.

"잘했어!○○○,그럼 이제 네 꿈의 통제권을 다시 되찾고 깨어나 보자!이제 점점 기억도 돌아오지?"
유찬이가 말했다.

방금 트롤을 보고...아니 유찬이의 본모습을 봤을때부터 였던가,그 때부터 기억의 격류가 몰아쳐왔다.

이윽고,모든 기억을 되찾았을때 나는 비로소 내가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되었다.

꿈 밖은 종말해가는 세계,나는 그곳의 희망이자 빛이였으며 인류를 가장 크게 패퇴시킨 군주들을 단신으로 격파했던 사람이었다.정신적인 공격에 대해서 내성이 약했기에,지금 꿈의 군주를 죽이고서 군주의 마지막 발악에 의해 잠들어있단 사실,그리고 내 유찬이가 내 연인이란 사실까지도 기억이 났다.

"이제서야 전부 기억났어.얼른 일어나야 해."

"아냐,네가 꿈의 군주에 의해서 잠에 들었을때 균열들이 크게 요동치면서 소위 귀환자라고 불리는 존재들을 쏟아냈어.그들은 무척이나 강력하고 또 특이해서 군주들을 전부 처리했어.물론 너처럼 단신으로 상대하진 못했지만 말이야."
"그러면,난 왜 아직도 깨어나지 못한거지?꿈의 군주가 정신계열 공격력이 강하더라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텐데?"
유찬이가 말하고 내가 질문했다.

"그게...능력 폭주라나 봐.꿈의 군주가 마지막 순간에 너의 정신을 흔들어놓고 능력을 부여했대."
"그럼 내가 꿈을 제대로 다루어 낼수만 있다면..."
"잠에서 깨어나겠지."
"근데 너는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거야?여긴 분명히 내 꿈인데."

"에...그게...사실은...나는 억지로 내 꿈을 다루는 능력으로 꿈을 비집고 들어왔어.근데 이 꿈은 너무 방대해서 내 힘으론 널 깨울수가 없어."
망설이다가 유찬이가 내게 말한다.

"하아...넌 언제나 충동적이라니깐.뭐 어찌됐든,미지의 공간에 나를 깨우러 들어와 줘서 고마워."
내가 진정으로 고마워하며 답했다.


그러자 유찬이의 푸른 머리칼이 흰색이 됐다가 핑크색이 됐다가 끝내 불타듯이 붉어지고 순간 직감했다.이걸 정면으로 맞으면 나도 위험하단 느낌이 들었다.근데 이미 피하긴 늦었다.
'아,이게 주마등인가...'

"멋대로 주마등 보지 말라고!"
유찬이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미안 터지는 줄 알았어."
내가 말했다.

"○○○ 넌 늘 장난이 심해!안 터진단것 정도는 알고 있으면서!"
정말로 얼굴을 붉히고 그 눈이 찬연한 분홍색으로 변한 유찬이가 말했다.

"자,그럼 어떻게 여기서 탈출해야 할까?마땅한 방법을 모르겠는데."
"그...을쎄?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야 너 꿈 다룰수 있대매.알려줘."
"나도 이렇게 방대한 꿈은 처음이란 말이야!대체 뭘 하면 이렇게 큰거야?그래서 내 방식대로 꿈을 다루면 힘들거야."
"솔직히 말해봐,너 정확한 방법 다 까먹었지?"
"들켰넹."
장난스럽게 끝나는 이야기.하지만 일단 꿈에서 나가야 뭘 하건 말건 할수 있을듯 하다.

"그럼 일단 네가 꿈을 다루는 방법을 알려줘.내가 어떻게든 해볼게."
"알겠어.내가 꿈을 다루는 방법은..."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유찬이는 아무래도 꿈을 유형화된 물질로 생각하고 쓰는듯 하다.하긴 꿈이란건 사람에 따라 생각하기 다를수도 있으니까.그리고 생각해보니,어차피 유찬이의 문제는 그닥 강하지 못한 신체능력이니 미사일에 맞고도 경미한 피해만 있고 주먹을 장난으로 내질러도 손쉽게 미사일보다 우월한 물리력을 낼수 있으니까 크게 상관없을거란 결론이 내려졌다.

"야,어차피 내 신체능력이면 가벼울걸?"
"생각해보니까 그러네?그럼 얼른 하자!"

그렇게,나는 깨어났다.꿈의 군주의 힘마저 가지고서...




제 1장:지금의 세상은,그리고 지금의 나는(1)

내가 잠에서 깬지도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간다.그래도 나쁘지 않게 살고 있다.애초에 공장이나 식량을 생산할 농지가 죄다 갈려나가서 통조림도 썩은걸 먹어야 했던 그때에 비하면 확연히 낫다.

지금의 세상은,몬스터가 돈이 된다.그래서 헌터라는 직업도 생긴듯하다.나도 해볼까 싶지만서도 이 안온한 일상을 버리기 싫어서,그래서 딱히 하고 싶지는 않다.

"에휴,뭐 하고 먹고 살아야 하나?어릴때부터 전장에서 뛰어다녔고 애초에 그때 학력이 다시 중요해진 세상이 올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
내가 중얼거리면서 생각했다.

'늙지 않고 영원히 산다니...그저 꿈에서나 나올 내용인데 말이야.'
놀랍게도 나는 군주의 힘을 손에 넣고서 불로영생을 손에 넣게 되었다.그리고 나의 연인인 유찬이도 내게 힘을 나눠받으며 함께 늙지도 않고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그럼 헌터일을 하면 되잖아?헌터 자격증도 있는 사람이 왜 그래?"
유찬이가 물었고,

"너도 알고는 있을거 아냐?나는 지금 실적이 없어서 등급이 없다고.솔직히 지금와서 실적을 쌓기도 영 껄끄러우니까 말이야.내가 지금 나이가 주민등록상으론 70살이야."
내가 답했다.

확실히 불로와 영원은 인간을 나태하게 만드는듯 하다.어차피 시간은 썩어나니까 어려울 일이라도 그저 시간으로 때울수 있으니까.

"한마디만 해줄까?우리 지금 돈 없어."
내 상념을 깨면서,유찬이가 말했다.

그러게,일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실적을 쌓기 위해 균열로 향했다.
***
균열의 앞에 서서,균열을 바라보자 어째서인지 균열이 순식간에 메꿔졌다.뭐지?왜 이러지?

"아...혹시 귀환자시거나 그에 준하는 능력을 지니고 계신가요?"
균열의 출입을 통제하는듯한 직원이 말했다.

아마도 공무원이겠지.일단 국가가 관리한다곤 했으니까.

"아마도 그럴겁니다.뭔가 문제가 되나요?"
내가 물었다.

"아...균열을 연 존재가 귀환자를 두려워 해서요.그 비스무리한 힘을 지닌 존재 하나만 접근해도 균열이 닫히게 설계가 된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고요.몇몇은 자신이 있는지 함의 파동을 느껴도 닫지 않는다고도 해요."
공무원으로 보이는 직원이 답했다.

아,이거 너무 귀찮게 됐는데.안그래도 이거 집 대출도 갚아야 되고 곧 있으년 할 결혼식 준비도 해야 하는데...

"어디보자...위험도 최상의 균열이니까 균열 공략금은 인당 4억원이고,실적포인트는 인당 1,000포인트고..."
직원이 말했다.

"아 그거 헌터증좀 줘보십쇼.여기 기계로 이렇게 잘 하면..."
직원이 헌터증을 가져가서 기계에 올려두자,그 수치가 새겨진다.

"이게 뭡니까?"
"그게 통장하고 카드 역할도 겸할 겁니다.재발급 비용은 한 5만원쯤 하니까 알아서 잘 보호하세요."

자,이제 난 부자다.그리고 단숨에 A등급이 되었다.
(실적포인트 0:무등급->실적포인트 1:F등급->실적포인트 10:E등급->실적포인트 50:D등급->실적포인트 100:C등급->실적포인트 500:B등급->실적포인트 1000:A등급->실적포인트 10000+위험도 최상 균열 공략 15회:S등급)

자,그럼 집에 가는 길에 대출을 청산하고...식장을 잡고...좋아하는 음식도 좀 사가야겠다.
***
집에 왔다.유찬이는 자고 있다.

좋아하는것도 사왔는데...식으면 맛없는데...다시 뎁혀도 얘는 한번 식으면 맛이 없어질텐데...그럼 뭐 간단하게 음식의 시간을 멈춰놓으면 된다.군주들의 힘을 제대로 다뤄보기 시작하면서,나는 시간을 멈추거나 공간을 넘어 이동하거나 혹은 생명체의 창조까지도 가능했다.물론 수준높은 창조는 블가능 했지만 말이다.그렇게 생각해보니까,군주새끼들 진짜 무능했던듯 싶다.뭔 시간을 멈출수 있는 능력갖고 나한테 지곤 능력까지 빼앗긴걸까?난 이제 잘 모르겠다.

어찌 됐든,이제 유찬이를 깨울까 말까?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정말로 기분이 좋은듯 기분이 좋을때만 보이는 샛노랗게 발광하는 머리카락이 보인다.저거 머리카락은 진짜 볼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다.부끄러울땐 터질듯한 붉은색에다가 기분좋을땐 샛노란 빛을 내뿜고,평상시엔 보는것만으로도 시린 푸른색에,심지어 기준이 나쁘면 나빠질수록 색이 어두워져 검게 변해저리는 저 머리카락은 정말로 너무 신기하다.물론,감촉도 부드럽고 아주 끝내주니까 너무 좋다.

이런,머리를 쓰다듬었더니 깬듯하다.그래도 귀여운 모습은 볼만큼 봤으니까 크게는 상관이 없겠지.

"아?왔엉?"
"그래,네가 좋아하는 소프트콘으로 사왔어."

"돈이 어딨다고 그런걸 사온건데?"
"그냥 균열한번 슥 보니까 균열이 알아서 닫혀서 균열 공략금만 받고 왔어.균열 닫는 보수가 4억이었어서 말이야."
"아~그래?"
"그래~일단 시간 멈춰놨으니까 빨리 먹어."

유찬이의 얼굴에 ?가 보인다.뭐,왜 그러는데?

"아니 뭔 시간 멈추는걸 이런거에 쓰냐!?"
"아니 대체 뭐때문에 그러는데?겨우 저거 하나의 시간을 멈춘거잖아?"
"그걸 다른데에다가 좀 써보라고!차라리 어디 운송업체에 쓰던가!"
"부피커서 안돼.가볍게 원격으로 무한유지하고 해제할수 있는건 군주 하나 크기(약 30층 건물 크기)야."

어째서인지 얼굴에 물음표 하나로 끝나지 않고 2~3개는 생긴것 같다.아니 대체 왜 그러는거지.

"아니 그 큰걸 묶어놓을수 있는데 운송업은 안된다고?말이 돼?"
"놀랍게도 말이 되지.일단 운송업은 결국 내게서 꽤나 멀어지게 되지만...군주들은 시간에 묶이면 패죽여야지 멀리보낼 필요가 없으니까.원격도 한계거리가 있는법이야."
"아..."

"안 먹으면 내가 다 먹는다?"
"야 안돼!"
이렇게 오늘하루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