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그마한 마을에 전학을 오고, 정신없이 주변을 구경하던 그 날.

 

나는 활짝 핀 벚꽃 아래에서 그녀를 만났고, 내 운명은 변하기 시작했다.

 

 

 

 

날마다 언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그녀.

 

그녀는 언제나 활기차게 웃으며 언덕 위에서 감미로운 바이올린 연주를 하곤 했다.

 

비가 와도, 천둥이 쳐도, 눈이 내려도,

 

열이 와도, 감기에 걸려도, 몸살이 있어도.

 

억지로 아픈 몸을 이끌며 언덕 위로 올라가 힘겹게 활을 켜며 연주를 마쳤다.

 

그녀는 하루도 언덕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걸 빼먹은 날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그녀를 이끄는 걸까.

 

연주가 끝나고 그 누구보다도 보람찬 듯한 그녀의 미소를 보면

 

학교에서 겪는 외로움에 지친 내 삶이 치료되는듯했다.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서 불쑥 올라온 용기에 네게 처음으로 말을 걸어봤다.

 

네 연주가 너무 좋았다고, 매일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너는 잠깐 놀라더니, 눈부신 미소로 보답해줬다.

 

아마, 그때 네게 빠져버린 것 같다.

 

그래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네게 더 다가갔다.

 

초등학교에서도, 그리고 중학교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첫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슴에 품고 너와 같이 앉아 흩날리는 벚꽃 잎 속에서 두런두런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눴다.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너와 함께 있는 시간 속에선 아무런 고민도, 아무런 우울한 감정도 들지 않았고,

 

네 옆모습을 바라보기만 해도 절로 내 미소는 올라갔다.

 

전학을 와 아무런 친구도, 아무런 아는 사이도 없는 쓸쓸한 동네에서,

 

네가 즐겁게 수다를 떠는걸 듣는 게 내 인생의 힐링점이었고, 낙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가장 먼저 네 연주를 들으러 찾아가는 게 일상이 되었고,

 

저녁에 벤치에 앉아 같이 네가 좋아하는 카넬레를 먹으며 같이 얘기하는 게 어느새 없어져서는 안 될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래서일까, 문득 나도 너와 함께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넌 잠시 놀라더니, 무슨 악기로 연주를 해보고 싶은지 물어봤고, 난 바이올린과 어울리는 악기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그리고 넌, “피아노!” 라며 주저 없이 말했다.

 

그때부터, 내 여가시간은 모두 피아노 연습에 투자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며 공부하고, 교재를 사서 연습하며, 네게 어울리는 실력을 기르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노력했다.

 

연습이 고되고 뜻대로 실력이 오르지 않아도, 매번 힘들어 ‘이제 그만 포기할까?’ 라고 생각이 들어도,

 

네 환한 미소를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고 더욱더 정진했다.

 

그렇게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다시 한 번 사계절이 바뀌면서

 

이제는 너와 같이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번 테스트를 해보겠다는 네 앞에서 처음으로 연주를 끝마치고,

 

짧은 침묵 속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들과 떨리는 손을 보며 후회를 곱씹을 때,

 

넌 정말 내가 잘한다며, 진심 어린 칭찬을 건네왔다.

 

아마, 그 순간이 내가 제일 행복했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다.

 

좋아하는 소녀와 함께 연주하며 매일 미소를 짓는 너의 모습을 보고, 같이 간식도 먹으며 마치 풋풋한 청소년 커플처럼 지내는 나날.

 

너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 보낼수록, 내 안에 있던 감정은 더더욱 커졌다.

 

너와 마주칠 때마다 내 마음은 더 간질거렸고,

 

자기 전에도 네 생각, 일어나서도 네 생각,

 

하루의 시작이 네 생각으로 가득 했고, 하루의 끝이 네 생각으로 가득 차는 나날이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밤하늘에 별들이 빛나던 늦은 어느 날 밤, 나는 네게 내 감정을 고백했다.

 

손발이 덜덜 떨려왔었다.

 

만약 네가 고백을 거절하면 어쩌지?

 

너를 다음 날에 무슨 얼굴로 보지?

 

차라리 고백하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사이좋은 관계가 유지됐을 텐데,

 

후회가 밀려왔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1분이 흐르고, 2분이 흘러도 아무 말이 없자,

 

아. 난 거절당했구나.

 

난 네게 괜히 불편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며 자리를 급히 떠나려고 했다.

 

그런데 네가 울기 시작했다.

 

미안하다고, 네 고백을 받아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그 순간, 내 머리가 멍해졌다.

 

내가 고백한 게 네게 정말 큰 상처를 줬구나.

 

내 고백이 얼마나 싫었으면 그리 서럽게 우는 걸까.

 

문득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읽었던 문구가 떠올랐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사실이 그 사람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잖아요.’

 

내가 분수를 알았어야 했는데,

 

이런 흉한 얼굴로 남들에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을 네게 고백했으니

 

너는 얼마나 상처를 입었을까.

 

매일 웃으며 단 한 번도 슬픈 표정을 보인 적이 없던 네가,

 

이렇게 서럽게 울 정도면 내가 어지간히 분수를 몰랐구나.

 

내 흉한 얼굴을 매일 마주 보면서 같이 연주를 해주고, 억지로 웃어주며 억지로 같이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 해도 힘들었을 텐데,

 

내가 정말 나쁜 놈이었구나.

 

속에서 울컥하는 마음과 네게 너무나 미안한 마음이 솟구치면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다.

 

울먹거리며 손을 뻗어 내 이름을 부르는 네가 들렸지만,

 

도저히 네 얼굴을 제대로 마주 보고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뛰쳐나왔다.

 

 

 

집에 돌아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런 흉한 얼굴을 가지고 태어난 세상이 불공평하다고 느껴졌다.

 

네게 상처를 입힌 내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고 후회가 들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런 비참한 결말로 끝나서 끊임없이 눈물이 나왔다.

 

다시 네 얼굴을 볼 용기가 생겨나지 않았다.

 

새벽 내내 눈물을 흘렸다.

 

너를 원망했다.

 

나 자신을 원망했다.

 

이런 외모를 물려주신 부모님을 원망했다.

 

세상을 원망했다.

 

모든 걸 원망했다.

 

그래서, 난 현실에서 도피하기로 했다.

 

늦은 새벽에 짐을 싸고, 학교에 전화로 사정을 설명한 후,

 

여기서 멀리, 저 멀리 떨어진 외국으로 전학을 가기 위해 비행기 표를 끊었다.

 

누군가는 내게 겁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내게 여자를 울리고 도망친 비겁한 놈이라고 욕할지도 모른다.

 

전부 다 맞는 말이다.

 

난 겁쟁이고, 비겁한 놈이다.

 

그런데, 그 사실들을 다 알고 있는데,

 

내겐 도저히 그녀를 다시 마주 볼 용기가 없었다.

 

 

 

그녀를 피해, 난 해외로 도망갔다.

 

.

 

.

 

.

 

네게 거절당하고 외국으로 도피해 생활한 지 어느덧 1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그녀에 대한 마음도 잘 추슬렀고, 한때 철없던 시기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달력을 보니, 오늘은 고향에서 떠난 지 정확히 1년이 지난 뒤였다.

 

 

그래서인지 문득 네 생각이 다시 생각난 것 같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너는 그 언덕 위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을까?

 

아니면 너도 이제는 다른 아이들처럼 대학에 다니고 있을까.

 

혹시 그날로 떠난 날 찾고 있지는 않을까.

 

내가 생각해도 웃기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 삶에서 어쩌면 가장 큰 상처를 입혔을 나를 잊어버리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을망정, 날 찾고 있다니.

 

나 스스로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오늘따라 유독 그녀가 생각났다.

 

 

무엇이 나를 움직인 걸까.

 

나 자신도 이해지 못한 체, 다시는 들르지 않겠다고 한 내 고향을 가기로 했다.

 

비행기에 타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그녀는 무슨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을까.

 

남자친구는 생겼을까? 그녀의 외모라면 없는 게 더 이상할 텐데.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녀에 대한 마음이, 다시금 마음속에서 솟구쳤다.

 

나도 참 한심하지, 고백도 거절당하고 울고 있는 그녀를 내버려둔 체 추하게 도망이나 친 주제 그녀를 다시 만나보고 싶다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드는 사이에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했고, 나는 1년 만에 고향에 다시 왔다.

 


매서운 바람이 부는 12월의 어느 날, 겨울이었다.

 


왠지, 그 차가운 바람이 내 심장을 후벼 파는 듯 했다.

 

 



 

고향에 도착하고 내가 제일 처음으로 한 일은, 그녀와 함께 자주 들렀던 카넬레 가게에 가보는 것이었다.

 

그녀가 유독 좋아했던 간식,

 

가게에 들어서자마자, 그때 그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매일 사던 초콜릿 카넬라와여김 없이 반겨주시던 가게를 운영하는 그녀의 부모님.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며 혹시 나를 기억하는지 물어봤다.

 

1년 만이라며 반갑게 맞아주시는 부부를 보며, 왠지 코가 시큰거렸다.

 

카넬레를 사고, 그분들과 함께 앉아 그동안의 근황에 관해 즐겁게 얘기했다.

 

그러고 보면 그녀도 이 카넬레를 참 좋아했지, 몇 개를 먹어도 질리지도 않는다는 듯이 먹었는데,

 

 어쩌면 즐거운, 혹은 씁쓸한 추억을 되새기고 있는데, 그분들께서 내게 조심히 말할 게 있다며 운을 띄웠다.

 

순붕아, 사실 말할 게 하나 있는데,”

 

“네, 뭔가요?”

 

그…. 오랜만에 보자마자 이런 소식을 전하기는 그렇지만, 내 딸이 한 달 전에 죽었어.”

 

그녀가, 죽었다고.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카넬레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잠시 착잡한 얼굴로 나를 보시던 그분들은, 네게 곱게 접어진 종이를 한 장 건네주고서 돌아가셨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종이를 펼쳐봤다.

 

 

 



 

순붕이에게,

 

 

안녕, 순붕아.

 

이 편지를 읽을 때쯤 이면 난 이미 죽고 없겠지?

 

사실, 난 시한부 인생이었어.

 

그래서인지 난 억지로 웃으면서 살았던 것일지도 몰라.

 

나도 사람이니까 당연히 슬픔을 느끼고 우울한 감정을 겪어봤겠지?

 

그런데, 시한부로 판정받고 나니까.

 

얼마 남지 않은 인생,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웃으면서 사는 게 낫다고 생각했어.

 

가뜩이나 나 때문에 마음고생 하시는 부모님이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걸 보면 어떻게 느끼시겠어?

 

그래서, 난 얼굴 위에 가면을 썼어.

 

사람들이 나를 욕해도, 나를 비웃어도, 나를 깔봐도,

 

마치 나는 아무런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듯이 항상 웃었어.

 

근데, 어느 날 네가 보이더라.

 

근처 벤치에서 멍하니 내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하던 너.

 

뭐, 나도 처음에는 하루나 이틀이면 다른 사람들처럼 질려 하고 떠나갈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넌 매일 그 시간 그 자리에서 내 연주를 듣고 조용히 돌아가더라.

 

어쩌면, 그때부터 네게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던 것 일지도 몰라.

 

나만의, 내 연주 만을 들어주는 단 한 명의 관객.

 

그래서, 네게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일지도 몰라.

 

네가 내 연주를 듣게 된 지 석 달 째 되는 무렵에, 언덕 위로 올라와 직접 나에게 찾아왔어.

 

수줍은 표정으로 내 연주를 항상 잘 듣고 있다고, 고맙다는 소리를 들으니까.

 

어쩐지, 내가 쓰고 있던 가면이 깨지는 거 같더라.

 

너와 함께할 때는, 내 맨 얼굴을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어.

 

그야, 너와 같이 있는 시간에는 시한부를 판정받고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행복이라는 감정.

 

그 감정을 일깨워준 건, 너였으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네 상냥함을 느끼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너와 함께하니까,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 트더라.

 

그래서, 그때 그 밤에 네 고백을 받았을 때는, 사실 머리가 멍해서 가만히 있었어.

 

그야, 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을 받으면 정상적으로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잖아?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아서 너무 기쁘고 행복했는데, 눈물이 나왔어.

 

너와 연인이 돼서 사는 미래를 생각해보니까, 나는 그 자리에 없더라고.

 

곧 몇 달 후면 죽을 거라고 선고받은 나인데,

 

이런 시한부 인생인 여자와 누가 사귀고 싶어 하겠어?

 

시한부 인생인 걸 속이고 나만을 위해 널 기만하는 그런 행위는, 내가 도저히 할 수가 없었거든.

 

너와 연인이 된 지 몇 달 안 가서 내가 죽어버리면, 네가 겪을 고통과 상심은 누가 책임질까.

 

그래서, 누구보다도 너와 이어지고 싶었는데, 네 고백을 거절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 같지?

 

그게 어떤 이유서든 좋아하는 상대를 눈앞에 두고 고백을 거절하다니.

 

뛰쳐나가는 널 보니까, 순간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자각이 들더라.

 

난, 어쩌면 단 한 번뿐인 너와 이어질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구나.

 

다음 날이 오고 여김 없이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데, 네가 안 보이더라.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그 벤치에 앉아도 내 연주를 듣던 내가 없는 걸 느끼니까,

 

내 마음이 공허해지고, 허무해졌어.

 

나는 무엇을 위해서, 누구를 위해서 바이올린 연주를 하는 걸까?

 

네가 없는 삶 같은 건, 너와 만난 이후로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그 이후로, 난 바이올린 연주를 그만뒀어.

 

더는 살아갈 이유를 느끼지 못하겠더라.

 

내 병은 급격하게 악화하고, 매일 입원실에서 누워있는 지경까지 오니까,

 

모든 게 허무하더라.

 

네가 같이 있었으면, 네가 떠난 이후 무채색으로 변한 세상이 환해질 텐데.

 

네가 정말 그리워.

 

혹시, 염치없지만 한가지 소원을 들어줄 수 있어?

 

이 편지를 읽더라도, 네가 피아노를 치는걸 포기하지 않아줬으면 좋겠어.

 

비록 나는 바이올린으로 유명해지지는 못했지만,

 

네 감미로운 피아노 연주를 나만 듣는 건 너무 아깝잖아?

 

세상으로 나가서, 네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연주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면 좋겠어.

 

순붕아,

 

네가 좋아.

 

좋아.

 

좋아.

 

너와 같이 먹었던 카넬레, 다 먹지 못해서 미안해.

 

많이 괴롭혀서 미안해.

 

너한테 어리광만 부려서 미안해.

 

많이, 정말 많이 미안해.

 

나와 함께 있어 줘서 고마워…

 

 

사랑해.

 

 

너만을 사랑했던, 한 소녀가.”

 

 

아…으흑…흑…미안해…내가 정말 미안해….

 

그녀가 시한부 인생인 것도 몰랐다.

 

그녀가 평소 이런 고민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녀의 감정조차 매일 곁에 있었으면서 알아채지 못했다.

 

 

난, 어쩌면 그녀의 연인이 되기에 실격이었을지도 모른다.



 

편지를 읽고 한동안은 폐인처럼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있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은 살아가기 싫었다.


근데, 하늘에서 이런 나를 보며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할지 생각하니,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가 생전에 원했던 단 한 가지 만이라도 이루기로 했다.

 

매일 밤낮을 피아노 연습에 투자했다.

 

이제는 죽은, 사랑했던 그녀의 마지막 소망을 지키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도 노력했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기고, 물집이 터져도, 그녀만을 생각하며 달렸다.



 

그리고 1년 후,

 

난 쇼팽 콩쿠르에서, 생전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곡으로 우승했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하늘에서 그녀도 기뻐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순붕 피아니스트님의 연주는 마디마다 감정이 생생하게 드러나고 관객들에게 여운을 남기는 연주로 유명한데요, 혹시 그 이유가 있을까요?”

 

하하…. 글쎄요. 아마, 제가 매번 연주할 때 사랑했던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연주하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창밖을 바라봤다.

 

왠지, 네가 하늘에서 날 바라보며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곧 봄이 온다.

 

너와 만난 봄이 온다.

 

네가 없는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