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https://arca.live/b/lovelove/34421090?p=1#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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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너 없으면 못 살아.'
넌 언제나 그런 식이었다.
우린 함께 했지만,
넌 늘 혼자 생각하고 결론지었다.
'우리 다시 시작하면 안 될까?'
이번에도 그렇다.
내 감정은 아랑곳 않은 채,
너는 또 다시 스스로 생각하고 결론지었다.
'오빠, 오늘 왜 먼저 갔어요?'
3주간 함께 하던 저녁 식사를,
오늘 처음으로 혼자 먹었다.
'약속 있으면 미리 말해주시.'
'나 혼자 먹는 거 싫어한단 말이에요. 외로워서.'
피식 웃었다. 나도 그랬다.
반 년간 혼자 먹는 게 익숙했던 나는,
3주만에 너처럼 변해버렸다.
하지만 널 볼 자신이 없었다.
전 여자친구의 문자를 본 순간
난 잠깐이나마 흔들렸고,
아직 마음이 다 정리되지 않았음을 그제야 알았다.
혼자 먹는 게 외로워서 싫다.
네가 했던 말의 뜻을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유튜브 영상은 지루했고, 웹툰은 따분했다.
너의 목소리며 표정이 더 재미있었다. 훨씬,
나 스스로에게 찔린 탓에,
너와 저녁을 함께 하지 않은 지 일주일 정도가 되었다.
이제 댈 핑계거리도 사라졌다.
너는 학교에서 나를 직접 찾아왔다.
"오빠."
너는 언제나 그렇다.
첫 만남에서도, 3주째 되는 만남에서도,
"요즘 나 피해요?"
언제나 단번에 거리를 좁혀오고,
나를 놀라게 만든다.
"피하긴 뭘."
"맞잖아요. 피하는거."
"아니야."
너는 내 눈을 똑바로 봤고,
나는 네 눈을 똑바로 보지 못했다.
"왜 그러는데요."
뒤늦게 네 눈을 마주했을 땐,
"뭐, 어장. 그런 거냐고요."
처음으로 네 맑은 눈에 물기가 차오르는 걸 봤다.
할 말이 나오질 않았다.
네 눈이 마주한 순간부터 그랬다.
너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네 속에 담긴 말을 털어놓았다.
"오빠, 확실하게 해요."
확실하게.
"우리 사이요, 확실하게 해달라고요."
확실하게, 어떻게?
"나 썸탄다, 그런 말 제일 싫어하거든요? 애매한 거 질색이라구요. 난 확실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이번엔 오빠 차례에요."
확실하게.
그래.
너는 늘 확실하게 날 대해줬다.
그 동안 내가 만난 여자들 중에 제일.
"혼자 생각하고 결론 짓지 말라구요."
혼자 생각하고 결론 짓지마.
그 말은 내가 옛 여자친구에게 말버릇처럼 하던 소리였다.
헤어지고 나서야,
내가 그녀와 닮아버렸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 이후로 너에게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학교에서 마주쳐도 전처럼 살갑게 굴지 않았다.
형식적인 인사만 나눌 뿐이다.
그녀도 똑같다.
나 없으면 죽는다더니, 답장하지 않으니 연락이 없다.
답장하지 않은 걸 거절의 의미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결론 지은 것이다
죽기는 무슨,
인스타그램 게시물 속에서 그녀는 잘 살아있다.
멋들어지게,
나는 의도치 않게 그녀와의 관계를 완전히 끊어버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후련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싫어졌다. 외로워서.
친구들과 먹어도 어딘가 비어있었다.
채워지지 않는 공간은 아마 너일 것이다.
3주보다 훨씬 짧은 날 동안,
나는 네가 내 안에서 순식간에 커져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년 봄과 여름은 그녀와 함께 했다.
그녀에 의해서 가을이 찾아왔고
함께 한 추억은 낙엽처럼 떨어지고 감정은 메말라 겨울이 찾아왓다.
휴대폰을 꺼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네 마음이 식어버린 건 아닐까.
나와 달리 너는 빛났고,
누구든 그 빛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었다.
이미 다른 사람과 함께 빛나고 있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제 혼자 생각하고 결론 짓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겨울이 끝나고 마음에 새로운 싹이 텄다.
이제 봄을 맞이할 때가 왔다.
'오늘 저녁에 만날래?'
네가 말한대로 확실하게 질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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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편-https://arca.live/b/lovelove/34485192?p=1#comment
오늘은 여기까지
오타 준내 많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