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대답해서 일까,
아니면 추태를 들켜서 부끄러운걸까?

그녀는 오도 가도 못하는 눈을 열심히
굴리고 있었고 새하얀 얼굴조차 약간 붉은 빛을
띄고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고

곧바로 평상시의 냉정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지금 보신거..다른 사람들에겐 비밀로
 해주실수 있을까요?"


"그런걸 굳이 떠벌리고 다니겠어.."


나야 뭐 남에게 소문을 퍼뜨리는 악취미가
있는건 아니다



"고마워요. 사실 저, 머리가 복잡해질때는
 식히고 싶어서 가끔식 이런 의미없는 짓을
 하거든요"




눈빛은 무슨 전교 순위권같더니,
그녀한테도 남들이 어려운건 똑같이 어려웠던
건가. 초등학생처럼 낙서를 그린다는 사실이
솔직히 우스운감이 없잖아 있지만,

그녀에게서 사람다운 모습이 나오는것같아
신기할 따름이다


곱상한 겉모습만 봐선 다른 차원에서 사는 사람인것 같아도 사실은 남들처럼 평범한 면이
있다는 걸까.



-


2교시, 3교시, 4교시
생명이니, 영어니, 화학이니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고개를 들어 집중하기도 싫고, 듣기도 지겹도록
싫으니깐.
 그렇기에 시간이 지나는 채도 모르고
책상에서 무지한 짐승마냥 잠만 청할뿐이다



그저 5교시에 있는 체육시간을 기다려
몸만 풀고 빨리 집으로 칼퇴근하고싶은 마음뿐이니.




바로 옆자리에 있는 짝꿍, 그녀도 이런 내 모습이 신경 쓰였는지 도중에 깨우려 했으나




"저기 ,아침이야 졸릴수있으니 그렇다 쳐도
 슬슬 수업을 들으셔야 하지않을까요?
 수업을 놓치시면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울텐데.. 장래에 이루고싶은 꿈이
 없으신 건가요? 아,  아니면 운동쪽으로
 가실 생각이라서... "



"그런거 아니야"




"...네?"




"그냥 없어"




아침 조회시간 에서는 애들의 질문에
하나같이 무신경하게 건성건성 대답하더니,
어째서 나한텐 이렇게 캐묻는걸까?


남들이였으면 그녀가 이리 관심을 가져다준다는 것에 대해 좋아 죽겠지만,
지금 나한테 있어선 그저 귀찮아 죽을맛이다.



그녀는 대답을 듣곤 이상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지않고 다시 공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부모님도 그런말을 안해주시는데,

너가 뭔데 그런말을 하는거야

뭐 때문에 나한테 뭐라하는거야








정신없이 눈을뜨니 4교시가 끝났다,
즉 점심시간.

학교급식은 맛은...잘 모르겠지만 무료라는
확실한 메리트가 있다, 절대 거르면 안되지


친구가 있으면 여러모로 편한 것중 하나가
이건데, 정신없이 퍼질러 자고있어도
 깨워줄 사람들이 있다는거다


"이새끼 죽었냐? 왜 안 일어나"

"기!상! 이!순!붕!!!"



"아니, 깨우는데 별 지랄을 다해요 시발.."


깨우는 방법은 맘에 안들지만.




"그래서, 걔랑 얘기좀 해봤냐? 아, 안했겠지?
 또 퍼질러 자고있으니깐 ㅋㅋ"

"나였으면 엎드려 절하는 심정이였는데,
 어떻게 그리 사람이 태평할수있지??
 그냥 니 자리 나한테 줘라. 순붕아 시발 좀!!"


"안줄꼬얌"



사실 대화는 하긴 했지, 내용은 좋지 않았지만.





밥좀 쳐먹고나니,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리던 5교시가 왔다.

오늘은 100m달리기네?

즉 오늘은 달리기 측정하느라
자유시간이 없다는거지

씨발.씨발.에이 씨발...



-



"10.7초 !"


"이야.. 저새낀 발은 진짜 빠르네 발은."

"저 속도면 국대를 나가지 그냥 "


항상 들어본 반응이다.
근데 저 국대라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좆같네.



어느샌가 옆에 있던 그녀 차례였다

아무래도 본인은 첫날이라 그런가, 체육복을
못챙기고 교복을 입은채로 뛰게되었다.



"18.8초!"



"헉..으..허억...헉.."

상당히 가쁜숨을 몰아치는 그녀.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더 측정하길
원했다.


"수연아.. 힘들면 저기 계단에 앉아 쉬어도 된단다.."
 
보다못한 체육선생님이 한마디 했다



딱 봐도 잘 뛰지도 못하는데 뭐 저리 고집을 부리는걸까? 어차피 연습이라 수행평가 반영같은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뛰었고


"18.1초!"

상당히 미묘하지만 기록 단축에 성공하기는 했다, 정작 본인은 죽어가는 사람처럼 힘겨워보이지만.


더 이상 말할 기력도 없는지 조용히 비틀거리며
계단에 가서 앉는 그녀였다



...근데 왜 하필 내 옆에 앉아?




"..보셨죠? 저..단축 성공했어요."



"그래, 잘 봤어. 첫판과 별로 크게 다른것같진
 않지만."



그녀는 내 말을 듣고, 조금 화나보이는 표정이었다



"별로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어때요?
 작고 보잘것 없어보일지 몰라도, 결국 앞으로  
 나아갔잖아요. 그 결과가, 결과가 쌓이고 또
 쌓여서 큰 발걸음이 되는거니깐..."


이 애는 명언충인가? 대충 해본 말이였지만
이렇게까지 흥분할줄이야..

그녀는 아까와 달리 상당히 열정적인 모습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