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 다들 알거임.

폭군 하면 조선 중후반에 거의 안 빠지는 인물임.

이 시기에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난교랑 NTR이 판치던 그 궁궐에도 순애가 하나 있었음.


거창군부인(居昌郡夫人), 혹은 폐비 신씨.

역덕들이나 꺼무위키 검색해봤음 알겠지만 이 분이 누구시냐면 무려 연산군 와이프.

심지어 정처임. 즉 중전마마.


흔히 연산군 하면 장녹수를 많이 엮을텐데 그쪽은 엔조이였고.

(둘 사이 자식도 하나뿐이었음)


이 분이 얼마나 대단하시냐면 

연산군이 눈깔 뒤집어져서 자기 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았던 후궁 둘을 때려죽이고 새어머니였던 자순대비 방에 칼 들고 갈 때, 온 몸으로 막아선 인물임.

(갑자사화 빌드업 준비할 때임)

덕분에 자순대비는 중종 반정 뒤까지 살아남아서 천수 누리고 잘먹고 잘살다 가심.


그리고 연산군이 개쓰레기짓 하고 다니는거 항상 말리는 역할이었는데 

실록에 연산군이 중전이 쓰레기짓 말리는데 역정을 냈다느니 손찌검을 했다느니 한 기록이 하나도 없음.

오히려 중전이 말리면 하던거 스탑하고 그냥 말없이 자리를 떴다고 함.

자기 거슬리게 한 대신들은 죽은 시체까지 꺼내서 모가지 따거나 뼛가루 하나 안 남기고 뿌려버리는 묘사까지 나오는데 

지 와이프한테는 싫은 소리 한 번 한 적 없다고 함. 

(연산군일기 쓴 사관들 정떡성향을 감안하면 정말 그런 일이 없었던듯.)


둘이 금슬도 좋았던 모양인지 자식도 한 7명을 낳음.

연산군이 후궁은 말할 것도 없고 여자관계가 거의 해파리 수준인데, 정처에서 본 자식이 훨씬 더 많았음.

참고로 여덟째 아이는 유산했는데, 이 당시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충격으로 유산한 거라는 설이 유력함.

(실제 기록에 임신 당시 상중인 와이프 건강을 우려한 연산군이 곡도 하지 말라고 했음)


여튼 중종반정당해버리고 연산군도 왕 자리 내놓게 되는데,

반정세력이 연산군은 유배보내고 거창군부인은 친정집으로 보내버림.

당연히 거창군부인은 울면서 나도 같이 유배가겠다 했지만 알빠노를 당해버렸고 그렇게 둘은 갈라져서 결국 연산군이 먼저 세상을 떠남.

(사실 연산군은 어릴 때부터 몸이 좋지 않아서 병을 달고 살았기에 유배가면 얼마 못 살 운명이었음)


이 때 연산군이 유배지에서 죽기 직전 남긴 말이 있음.

"중전이 보고 싶구나"

그리고 죽은 연산군의 신주는 거창군부인이 직접 모시고, 강화도에 묻힌 묘를 양주까지 이장해서 죽은 남편을 평생 그리워했다 함.

참고로 연산군이랑 거창군부인 사이에서 낳은 자식들은 전부 일찍 죽었고 거창군부인은 60세까지 살다 갔음.


이런 걸 보면 연산군이 개쌍놈은 맞는데 거창군부인 보면 참 기구한 순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