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에 입대하고 나서부터 계속 눈팅하던 챈인데 처음으로 글 써본다. 여기서 만화나 썰들을 보며 내심 설레면서도 부러웠는데, 나도 여기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네


사실 고등학교 2년동안 짝사랑하던 친구가 있었어, 1학년때 고백했다 까이고, 같은 동아리 하면서 다시 좀 친해지다 고3초에 고백해서 사귀고 나름 잘 지냈던 것 같은데, 대학교 가면서 나는 서울, 그 친구는 인천으로 가면서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헤어지게 되더라. 사실 결정적인 이유는 그 친구가 바람핀 거였지만 사실 뜸해지던 연락과 서로를 대하는 게 처음과는 너무 달라져가던 모습에서 이미 끝을 직감했던 것 같아.(바람으로 끝날지는 몰랐지만...) 그때 헤어지고 나서 주변에는 사실 상처를 많이 받아서 연애할 마음이 없다고 말했는데, 사실 무서웠던 것 같아. 아무래도 첫사랑, 첫연애가 이렇게 끝나니까 다시 연애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무섭더라. 


그렇게 1년 지나고, 2학년때 코로나학기 한 학기 다녀보고 아 이건 학교생활이 아니다 하고 공군으로 가고, 전역하고는 알바하고 학교다니고 문과로 취업하겠답시고 동아리 대외활동 이런 거 하다보니 어느새 1년 훌쩍 지나 3학년 2학기더라. 그런데 얼마전에 동아리에서 친한 친구가 소개팅 할 마음 없냐고 하더라고, 사실 별 기대는 안했어, 게다가 워낙 낯가리는 성격이라 잘 할 자신도 없었고...4년동안 뭐 설레본 적도 없고...그냥 뭐 되겠어 하고 나갔지. 근데 소개팅 나가서 기다리고 있는데 "와...저 사람이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 걸어들어오더라, 뭔가 특출난 외모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내 이상형인 사람이 걸어들어오더라고. 그런데 나한테 말을 거는 거야. 소개팅 상대가 이상형일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그런 일이 벌어진 거지.


낯도 가리고, 갑자기 막 당황스럽기도 하고, 소개팅도 처음이고 해서 열심히 뚝딱거리고 있었는데 웃으면서 긴장 풀라고 하더라고, 그때 4년만에 설레본 것 같아. 대화를 하면서도 너무 재밌어서 계속 말하고, 듣고, 웃고, 정작 알바비를 털어서 산 파스타하고 리조또는 절반이나 넘게 남겼어. 2시간동안 거의 먹지도 않고 대화만 했던 것 같아. 그 후에 카페를 가서도 대화를 하는데, 정작 거기서 제일 유명하다는 메뉴를 시켜놓고 대화하느라 다 식고 나서야 한모금 마시고, 또 2시간동안 쉬지 않고 대화만 하고,서로 광대가 아플정도로 웃고.


결국 카페 마감시간까지 죽치고 앉아있다가 사장님이 이제 정말 나가주셔야한다고 말해주시길래 그제야 나갔지, 지하철 역으로 가서 헤어지는 분위기라 아쉬웠는데, 그 분이 그러더라고. 자기 걸을 때 잘 넘어지는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거라고. '다음번'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니 너무 좋더라. 그 후로도 계속 밤새 연락을 하고, 간질간질한 말들을 하고, 다음에 또 어디 가자, 어디 같이 가자, 약속을 잡고. 이러다보니 애프터도 아직 안했는데 같이 가야할 곳이 벌써 다섯개나 있네. 


글이 되게 두서없이 길어졌는데, 4년만에 이런 느낌을 처음 느껴보니 너무 설레고 좋아서 이래, 사실 한시간 전까지 연락하고 있었거든. 


군대에서 순애챈 만화들이랑 여러 썰들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이 벌어지기나 할까? 내가 다시 연애란 걸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결국 이런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더라고. 이반에도 첫사랑처럼 상처만 가득하게 끝날지고 모르는 거지만, 끝을 생각하고 내 마음을 애써 모른 척 하는 건 약간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어, 사실 이게 다 그냥 예의상 하는 그런 거고 이게 다 내 김칫국 먹방쇼일지도 모르는 거지만 ㅋㅋㅋ 어쨌든, 나 연애할 것 같다. 이 한마디 하려고 쓴 글이야. 어쨌든 혹시라도 다 읽었다면 수고했어! 난 다시 눈팅러로 돌아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