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남자애를 A

여자애를 B라 하겠음


사실 우리 동네에는 공부 좀 한다 싶은 애들은 누구든지 다 다니는 기숙학원이 있었는데(주말에는 집 보내줌)

거기서 아쉽게 떨어지는 애들이 오는 학원이 차선책으로 오는 학원이 우리 학원이었음

B도 그 중 하나였고

그러던중 A도 그 기숙학원을 목표로 우리 학원에 고1 겨울방학에 들어왔음

우리 학원에는 당시에는 내 나이 또래의 남녀가 상당히 많은 편이었는데

그 중에는 앞서 말한 A,B 보다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여자애가 한 명 있었음


이 여자애는 B랑 같은 여중 나와서 고등학교도 같이 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둘이 친하게 어울려 다녔는데

어느 날에서부터 인가 A가 이 여자애를 좋아하게 됨


A는 이 여자애랑 친해질 방도를 구하던 중 

나름 간단한 방법인 여자애 절친인 B에게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음

처음에는 간단한거 물어보더라

무슨 음식 좋아하냐,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 그 애는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등등...

시도때도 없이 학교에서나 학원에서나 B는 A에게 조언을 구했음

심지어 다른 사람한테 유달리 관심없는 나조차 "쟤는 진짜 맨날 저러고 있네" 싶을 정도로

근데 B는 애가 원체 남의 말을 잘 경청해주고 착한 애였어서 그런걸 다 대답해줬음

심지어는 얘네들은 직접 만나서 말하는것도 모자라서 페메로도 밤낮 가리지 않고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음

한 가지 웃긴 일화가 있는데

어느 날 학원에서 A가 수업 중 이동시간에 B에게 이렇게 말함


"네가 저번에 xx(A가 좋아하는 여자애)가 우리 근처 동네 xx거리 돌아다니는거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사실 내가 거기는 가본적이 없거든, 그 애한테 권유하기 전에 이번 주말에 같이 가지않을래? 너라면 믿을 수 있거든"


그리고 B가 답하기를


"...그, 그럴까? 알겠어..."



라고

난 이때부터 이 놈들이 원래 목적이었던 여자애는 딴전이 되었다는걸 인지하기 시작했음


그 후로부턴 쾌속선과 같았음

둘의 사이는 이전과 다르게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학원내에서의 애정행각은 물론, 걔네들 개인 SNS는 온갖 본인들 데이트 할때 찍었던 사진들로 채워졌고, 교장쌤도 알 정도로 전교에서도 유명한 커플이 되었음

그리고 그 이후로도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한 명은 부산쪽으로, 한명은 전북쪽으로 대학을 진학했는데도 서로 꾸준히 연락하며 지낸다더라


연애란 정말 어떻게 시작될지 모르는거 아닐까?

라고 술 마시고 글 써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