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가 하는 게임은 캐나다에서 제작된 서양 게임이라 북미쪽 유저들이 많아.


한국어를 지원하기는 하는데 클라이언트에 따라 지원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채팅은 보통 영어로 해.


제목에서도 상대가 외국인이라고 언급은 했지만, 이걸 유의하지 않으면 후반 내용이 이해가 안 갈 수도 있으니까 참고해줘.




오늘 내가 아이템 거래를 하는데 나한테서 아이템을 구매하는 외국인 유저(이하 E)가 아이템을 얹어서 줄 테니까 판매 가격을 깎아달라고 부탁했어.


지금 가격으로 구매하면 돈이 아주 조금이지만 모자라게 된다면서 말이야.


E가 얹어준다는 아이템이 딱히 무가치한 것도 아니고, 가격을 그렇게 많이 깎은 것도 아니라서 난 그러겠다고 받아들였지.



그런데 E는 거래 슬롯을 아이템으로 꽉 채우지 뭐야. 단순 가격으로만 따진다면 깎은 값보다 훨씬 더 많을 정도로.


난 아이템이 하나 정도 올라올 거라 생각했는데, 그걸 보고 당황해서 이렇게 많이 올릴 필요는 없다고 말했어.


하지만 E는 가격을 깎아준 보답이라면서 그냥 받으라 했고, 결국 거래는 그대로 성사되었어.


거래가 끝난 뒤에도 E는 내게 고맙다고 말했고, 나는 굉장히 궁금해져서 E에게 물어봤지.


무얼 하려는데 가격을 깎아달라 한 거냐고.



E는 자기 피앙세한테 아이템을 사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어.


게임 구조 상 거래를 통해서 아이템을 전해줘야 하는데, E의 일일 거래 횟수가 얼마 안 남았거든.


피앙세라는 표현은 E가 실제로 그렇게 표현을 해서 나도 그대로 옮겨적은 거야. 의미는 충분히 전달되잖아? 




어쨌든 나는 E한테 이쁜 사랑 하세요...라고 채팅을 치고 싶었지만, E는 영어권 사람이라서 그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고민했지.


그래서 사전을 잠깐 뒤적거리다가 "I wish your love goes well(당신의 사랑이 잘 되길 바랍니다)"라고 채팅을 쳤어. 아쉽게도 대답은 안 왔지만.




짧고 소소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같은 게임을 즐긴다는 순애를 보고 마음이 훈훈해져서 한 번 글을 적어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