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시는 표제음악의 유형으로 1악장으로만 이루어진 교향단이 연주하는 악곡임

여기서 표제음악은 음악 외적인 이야기나 기분을 음악으로 표현한 음악으로 (오페라랑은 다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 교향곡 6번 '전원'으로 시골의 묘사랑 이야기로 성공한 뒤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순애랑은 거리가 먼) 혁신적인 교향곡인 '환상교향곡'으로 본격적으로 표제음악의 길을 열었음. 

참고로 환상교향곡의 줄거리는 어느 예술가가 여인을 짝사랑하는데 여인은 사랑을 받아주지 않아서 예술가가 아편으로 자살을 시도함. 그렇지만 치사량에 못 미쳐서 예술가는 여인의 대한 자신의 꿈과 열정의 환각, 무도회에서 여인을 만나는 환각, 시골으로 여행을 가서 목동들이 피리를 부는 환각, 자신이 여인을 살해하고 자신도 참수형에 처해지는 환각, 그리고 마녀들이 자신의 장례식에 와서 무서운 축제를 여는 환각을 차례대로 경험하는 곡임 (명곡이니까 꼭 들어보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교향곡 탑3안에 들어감). 그리고 이 표제음악이 교향시로 발달함 (자세한건 역사책을...)


하지만 오늘의 이야기는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1888년에 작곡한 교향시인 '돈 후안' 임. 여기서 돈 후안은 스페인의 전설적인 인물으로, 굉장히 자유롭고 여자를 홀리고 다니는 바람둥이의 대가같은 인물이였음. 한 100년전 모차르트가 작곡한 오페라인 돈 조반니도 동일인물에 대한 이야기임 (후안과 조반니 둘다 근본이 요한에서 온 이름들임). 하지만 슈트라우스의 묘사는 모차르트의 묘사랑 다름. 모차르트는 돈 조반니를 경악할만한 NTR충으로 묘사했다면 슈트라우스는 니콜라우스 레나우라는 시인의 묘사인 이상적인 여성을 찾으려면 어느 짓이라도 서슴지 않는 인물의 묘사를 썼음. 뭐, 그래도 근본은 여자를 양말마냥 갈아끼우는 인물이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XG4uBRBMdzY

프랑크푸르트 라디오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고 지휘자 안드레스 오로스코 에스트르라다가 지휘한 공연.


시작은 현악기의 상승음계로 하는데, 음악에서 반복되는 중요한 주제임. 이건 돈 후안 그 자체인 주제로 자신의 여자에 대한 열망과 끓어오르는 피를 표현한 것. 그 이후는 빠르고 금관악기와 목관악기의 주도로 가볍게 가는데 돈 후안의 자유로움과 화려한 여성편력을 표현한 선율. 연주하기 어려운 만큼 오케스트라의 오디션에도 인기많은 부분.


그렇지만 이후엔 독주 바이올린의 연주로 돈 후안이 다음에 휘두를 여자를 표현함. 그 이후엔 목관악기와 현악기가 돈 후안과 그 여자의 사랑을 표현하듯 달콤한 선율을 연주함. 거의 영화에서 로맨스씬이나 야스씬에서 나올법한 분위기로. 다음에 나오는 바이올린, 호른, 그리고 첼로가 섞인, 거의 서로를 어루만지는듯한 구간은 몇몇 해석들은 서로가 몸을 섞는걸로 해석함... ㅗㅜㅑ


하지만 그 다음엔 돈 후안의 상승음계가 다시 나오고 돈 후안은 이제 이 여자는 질렸고 새로운 여자에 대한 갈망을 느낌


다음은 플루트와 비올라/첼로가 대화하듯 연주하는데 현악기는 돈 후안, 그리고 주저하는 듯한 플루트는 새로 만난 두 번째 여자를 표현함. 오보에의 솔로는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사랑을 표현하고 (이 여자에 대한 대중적인 해석은 돈 후안의 마음을 유일하게 움직였던 안나라는 여인임)


갑자기 나오는 호른테마는 슈트라우스가 레나우의 시 구절에서 가져온 구간으로, 대충 해석하자면 '난 쾌락의 배부름과 졸림은 기피하고, 아름다운 여인에서 신선함을 느낀다; 난 여자라는 존재는 좋아하지만, 새로운 여자를 만날 때마다 여인 한명 한명은 상처를 입는다'라는 경악할만한 대사임. 대충 이번에 만난 여자에도 질렸다는뜻. 여인을 표현하는 오보에가 다시 애원을 하지만, 호른이 다시 나와서 새로 만난 여자도 완전히 뿌리침.


그 이후에 나오는 돈 후안의 테마의 반복과 새로운 템포가 빠른 구간은 원작에서는 시끄러운 가면무도회임. 다음엔 플루트가 느리고 음산한 구간을 열고 바순이 느린 멜로디를 연주함. 이 구간은 돈 후안이 묘지에 있는 장면으로, 자신이 전에 죽였던 남자의 동상을 목격한 장면임. 다시 나오는 돈 후안의 상승음계는 자신이 전에 꼬셨던 여자들이 생각을 침입하면서 괴롭히는 장면으로, 대담하게 돈 후안은 자신이 죽였던 남자의 아들인 돈 페드로를 초대해서 결투를 신청함. 다음에 나오는 웅장한 구간은 결투를 표현하고.


돈 후안은 돈 페드로를 쉽게 압도지만, 전에 나온 호른 테마가 나와서 돈 후안의 생각을 결투에서 이상적인 여자에 대한 갈망으로 다시 바꿈. 돈 후안의 테마도 다시 나와서 여자에 대한 생각이 다시 돈 후안을 괴롭힘.


갑자기 목관악기의 단조화음으로 음악이 우울하게 바뀜. 이 구간은 돈 후안이 자신의 바람둥이 행적이 자신을 돕기 위해선 아무것도 안했고, 오히려 전에 꼬셨던 여인들의 생각이 자신을 괴롭히고 여자에 대한 갈망에서 절대로 못 벗어나는 생각에서 나온 절망감에 빠진 상태을 표현한 것임. 그래서 돈 후안은 자신의 검을 버리고 자신이 자신의 열망을 쫒다가 자신에게 끼친 해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돈 페드로가 급소를 찌르는 것을 허용함. 치명상을 입은 돈 후안은 쓰러져서 그대로 죽고, 활기찬 마장조로 시작한 음악은 우울한 마단조로 끝남.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랑은 다른 최후로, 돈 조반니가 끝까지 고집불통이였다면 슈트라우스의 돈 후안은 절망감에 빠져서 다른 사람이 잔혹하게 자신을 죽여버리는 것을 허용하게 된 셈임.


이렇게 이상적인 여성을 찾기 위해서 수많은 여자들을 절망하게 만든 돈 후안은 자신의 욕망에 대한 집착 때문에 절망감에 빠진 상태로 허무하게 최후를 맞음. 내가 이걸 처음 듣고 배운 교훈은 그릇된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제멋대로 살면 자신도, 다른 이들도 불행해지는 것임. 순붕이들도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을 잘 새겨듣고 순애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