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어느 결말





그리하여 이야기는 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기나긴 항해, 엇갈리는 과정, 일그러진 결말.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갈 두 명의 이야기.


슬픔도, 기쁨도 전부 묻어버리고.
모든 것은 오로지 서로에게 의지한 채로...
그렇지만 괜찮을 겁니다.
이 아이들이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우리는... 여러분은 믿고 있으니까.





 "...후우. 힘들다."

텅 빈 공간에서 키보드 소리만이 울린다.
무엇이 텅 비었는지는 키보드를 두들기는 본인만이 알 뿐이다.
공허한 것인지... 어쩌면 자신을 대변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방은... 정말로 텅 비어있다.

 "결말인가..."

결말...
이야기의 끝.
모든 여행의 종착지.
그리하여 이야기를 끝을 맞이합니다. 메데타시 메데타시.
...별로 그렇지 못한 이야기들도 많지만.

올리면 끝이다.
이야기도, 나도.
한 작가의 이야기 또한 끝나는 것이다.
이 이야기가 끝났다고 해서 내 인생이 끝나는 것은 아닐 테지만.
적어도... 작가로서의 인생은 끝났다고 봐야겠지.
난... 더 이상 이것보다 글을 더 잘 쓸 자신이 없다.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모든 것을... 인생을...
전부 글을 쓰는 것에 쏟았다.
인간 관계도 전부 망가졌다. 애초에 인간 관계라 할 것도 없다.
사람이란 것은 전부... 전부 관측 대상에 불과했다.
그 무엇에게도 정을 주지 않고, 그 무엇과도 감정을 섞지 않았다.
혹자는 내가 감정이 없는 거냐고 묻는다.
그것에 나는 대답을 하지 않는다.
...할 수 없었다.

그나마 교류를 하는 것은 부모님하고 동생 정도...
교류라고 하기도 애매하네. 얼굴 본지도 꽤 됐고.
...이번 주말에 한번 찾아가야겠다. 할 일도 없으니.
가서 용돈 좀 달라고 해야겠어.

인생을 쏟아부은 가치는 있었다.
소설 플랫폼 랭킹에도 올라봤고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어디 가면 빠지지 않는, 어지간하면 다 아는 소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업계 탑을 달리는 수준은 못 되지만 말이다.
나는 그저 범인일 뿐이다.
초인도 못 되는 범인.
그들의 뒤나 쫓아 다니는 존재.
그렇다고 딱히 앞지르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글러 먹었다.

작가... 일단은 작가다.
글을 쓰기에... 일단은 작가라고 자칭한다.
인간은 누구나 작가라고 난 생각한다.
각자의 이야기를 내세우며 그걸 써내려 가고, 다시 되짚어보는... 그런 작가.
누구나 될 수 있으며 아무나 되지 못하는 것.
...작가란 그런 존재이다.
글을 통해 무언가를 전하지 못한다면 작가가 아닐 테니까.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전하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독자들에게 전한 것이 없다.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던 간에... 말이다.

타닥 타닥 타닥

다시 한번 키보드가 울린다.
작가의 말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딱히 전할 말은 없었다.
지금까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도?
감사한 것은 진실이다.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글에 재미조차도 붙이지 못했을 테니까.
다만... 나는...

 "전하고 싶은 것은... 있었는데..."

인생을 쏟아 부은 것은... 그 이유는...
단지 하나였다.
구하고 싶었다. 누군가를 구하고 싶었다.
그 누군가가 내 글을 읽어주기를 바랬다.
구하기 위해서 계속 썼다. 언젠가는 읽어주겠지란 마음으로 계속했다.
하지만 우스운 일이다.
그 사람이 내 글을 보았다는 사실을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난 그 사람을 모르니까. 알 방도도 없으니까.
어쩌면 그 사실을 원동력으로 계속 썼는지도 모른다.
언젠가... 봐주기를...

 "전하지... 못했어..."

그러나 결국... 전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 이것이 결말이다.
이야기는 좋은 결말로 향했지만,
내 이야기는 별로 좋지 못한 것 같다.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오는 것은 새로운 이야기.
그렇게 새로이 시작한다.
그렇다. 결말을 맞은 이야기는 하나의 추억이 되어 사라지고...

...새로운 이야기가 또다시 시작된다.
그렇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