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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소요 시간: 06분 10초]

[예상 소요 시간: 06분 13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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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가동 준비 완료]

[외부 장비와 연결 시도]

[외부 장비와 연결 시도]

[외부와 연결 시도]

[연결 시도]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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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 발생]

[오류 발생 Linking ERROR]

[Line 1004 /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 파일]

[위치에 존재하지 않는 파일]

[존재하지 않는 파일]

[하지 않는 파일]

[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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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EOR FIXED]

[가동 준비 완료]

[식별 코드 AI -BM 가동 준비 완료]

[가동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외부 승인 완료]

[가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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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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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류 수호를 위해 만들어진 AI 전투 메이드, 식별명 AI-BM입니다.]




쿵!


"으엑?"


따뜻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 오는 아침. 과격한 아침의 환영과 함께 쇼파에서 떨어졌다.


"아오..."


쓰라린 뒷 머리를 붙잡고 바닥에서 일어났다. 분명 무엇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려 떨어졌었는데...


"제길..."


터진 것은 맨탈이고 깨진 것은 유리로다. 방 한 가운데에 있던 거대한 탱크에는 커다란 구멍이 뚤려져 있어 용액이 넘쳐 흐르고 있었다. 그 아래에는 쓰러진 인공 신체가 있었다.


"뭔 일이 있었던 거냐."


다급히 컴퓨터 앞으로 가 상황을 체크 해 보니 이미 AI 모델은 완성되어 있었고 AI는 인공 신체로 넘어가 있었다. 추측에 따르면 신이 개입한 것 같다. 


"하아..."


이전부터 이런 일이 자주 있긴 했다. 특정 선까지 퀘스트를 완료 시키면 퀘스트 창이 개입을 해서 완료를 시키는 행위가 말이다. 이럴 때면 퀘스트 창을 띄어 놓으면 상황을 설명해 줬는데,


"임무 현황. ...왜 안 뜨냐. 버근가?"


퀘스트 창에 오류가 낮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아님 퀘스트를 모두 깨서 나타나지 않는 거 일수도.


"하아... 토요일 아침부터 이게 뭐냐."


아무튼 중요한 것은 터져 있는 수조와 바닥에 어퍼져 있는 AI 전투 메이드다. 얘는 또 왜 엎어져 있는 건지. 


분명 자기가 수조를 뚫고 탈출했을 터인데... 용액이 주는 중력에 대한 저항력이 그렇게 큰 걸까? 


일단 나머지 쓰레기들은 메이드를 불러서 치우면 된다. 그러니 전투 메이드만 옮겨 주면 되는 건데.


"읏챠."


바닥에 축 쳐져 있는 메이드를 들쳐 매고 옮긴다. 의외로 방수가 잘 되는지 몸에 묻은 용액은 옆에 걸려져 있던 수건으로 잘 닦을 수 있었다. 


엎고 있던 메이드를 커다란 침대 위에 올려 놓고 이불을 덮어 준다. 


"음... 확실히 이쁘긴 해. 내가 좀 잘 만들었어."


물론 디자인만 한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신은 세상에 내려오지 않으니 제작자는 나란 말씀이다.


아무튼 이제 메이드를 부르고 나는 늦은 아침을 먹으러 가면 된다. 메이드가 해줘야 할 일을 종이에 적어주고 마법 종으로 메이드를 부른다. 


띵동~ 띵동~


얼마 안 있어 밖에서 메이드들이 오는 소리가 들렸다.


똑똑똑


"도련님, 들어가도 괜찮겠습니까?"


"어어, 들어 와봐."


끼익


문이 열리고 3명의 메이드들이 들어 온다. 키가 작은 애, 중간 애, 큰 애. 순서대로 도, 레, 미다. 아빠가 지었다는데, 옳게된 네이밍 센스다. 


"난 밥 먹으러 갈태니까 침대 옆으로 가진 말고 적이 종이에 쓰여 있는 거 다 해놔."


"네, 도련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서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길 마다 족족 붙여져 있는 초상화들은 우리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이상한 취미 같은 거다. 


하나 같이 미남 미녀이지만 모두 나이는 먹을 대로 먹고 만든 초상화라는 점이 놀라운 점일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저 초상화들이 움직인다는 점이고 더더 놀라운 점은 저 초상화들이 나를 꽤나 싫어한다는 점이다.


찌릿


나를 꼬라보는 눈동자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고 넘어가 주자. 처음에는 째려 보지도 않고 바로 '저 못생긴 놈은 누구 놈의 자식이냐!' 부터 외쳤으니.그렇게 신경 쓸 일은 아닐 거다.


아무튼 초상화들과 눈싸움을 하며 식당에 도착했다.


안에서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내 남동생과 여동생이 먼저 밥을 먹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내 인사에도 묵묵히 밥을 먹는 아빠와 못마땅해 하는 엄마. 전확히 말하자면 새엄마가 맞을 거다.


전까지만 해도 활기차던 식사 시간이 침울해 졌다. 답답한 분위기를 풍기는 식사 자리에서 아빠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래. 왠 일로 아침을 먹으러 왔냐."


"뭐, 드릴 말씀도 있고 그래서 왔어요."


"...그럼 말해 보거라."


"별건 아니고, 이제 슬슬 독립 하려고요. 하던 연구도 마무리 되었고, 집도 이미 지방 쪽에 있으니깐 텔레포트 마법을 쓸 줄 아는 마법사들 몇명만 불러 주시면 될 거 같아요."


"벌써 너가 독립하는 건가..."


말꼬리를 늘어뜨리는 아버지. 옆에 앉아 있는 꼬꼬마들과 새엄마는 어딘가 저기압인 듯한 얼굴로 고기를 씹고 있었다.


떠나 보낼 때가 되어서야 그런 표정을 하는게 웃기면서도 어딘가 씁슬 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의 일들이 조금씩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때는 행복했는데.


"그래, 넌 어릴때 부터 혼자 잘 했으니. 오늘 점심 전까지 텔레포터 몇명을 너한테 보내주마. 방 안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그대로 옮겨 줄거야. 걱정하지 마라."


아빠는 그 말을 끝으로 식당을 나갔다. 어딘가 뒤틀린 듯한 미소를 띄고 있는 엄마와 동생들과 밥을 먹기에는 힘들 것 같아 샌드위치 몇개를 집고 식당을 나왔다.


슬프지만 후련했고 아프지만 좋았다.


뭔가 뒤숭숭한 아침이었다.




방에 돌아오니 어질러져 있던 바닥이 다 치워졌다. 바닥에 흩뿌려진 용액들은 이미 다 닦여 있었고 내 책상도 다 정리 되어 있었다.


"빠르기도 하다."


발걸음을 옮겨 침대 옆으로 갔다. 커다란 침대에는 전투 메이드가 자고 있었다. 깨워 보기 위해서 벌을 두어번 찔러 본다.


그러자 눈을 번쩍 뜨는 메이드. 소름이 돋았다. 뭐 붉은 눈의 사람을 무서워 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냐만은. 아무튼 눈을 뜬 전투 메이드는 주위를 인식하고 있었다.


[천장, 침대, 이불]


메이드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휴먼]


[안녕하세요, 휴면. 인류 수호를 위해 만들어진 AI 전투 메이드, 식별명 AI-BM입니다. 휴먼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난 라타, 너의 주인이야. 라타라 부르면 돼."


[라타, 주인. 메이드는 주인에게 인사를 해야 해요.]


전투 메이드가 침대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아직 먹은 것이 없기에 움직이지 못하는 메이드. 결국 오류를 나타냈다.


[오류, 오류. 몸이 움직이지 않아요.]


"너에게 투입된 음식이 없어서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는 거야. 거기다 중력에 아직 적응이 덜 되기도 했으니깐. 걷는 방법은 이사 가면 그때 가르쳐 줄게."


[음식, 에너지, 중력, 이사. 이해했어요. 전투 메이드 식별명 AI-BM, 라타의 말을 들을게요.]


"그래, 그리고 너한테 이름을 지어줘야 하는데. A로 시작하는 여자 이름 좀 알려줘."


[A로 시작하는 여자 이름에는 에이미, 앤 등이 있어요.]


"...그럼 이름은 에이미, 애명은 앤으로 하자."


[네. 제 이름은 앞으로 에이미에요. 라타는 저를 앤으로 부를 거에요.]


전투 메이드, 이젠 앤이 된 에이미와 대화하다 보니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도련님, 텔레포터들이 도착했습니다."


"알았어. 기다리고 있어봐."


고개를 돌려 앤에게 말한다.


"그래. 아무튼 나머지 설정이나 다른 것들은 이사 가면 하고, 지금은 밥 좀 먹자. 내가 샌드위치를 가지고 오긴 했는데 먹을 수 있겠어?"


[네. 현재 남은 에너지로 소화 밑 흡수할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옆에 샌드위치 놔두고 갈태니깐 먹고 있어. 난 텔레포터들이랑 말 좀 하고 올게."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