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럴이라고 할까봐 일부러 며칠 지나서 씀



때는 바야흐로 몇주 전

여친님한테 연락이 왔음



평소에 뭐 사달라는 성격도 아닌데

이 정도로 원하는걸 보니

반드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평소에 굿즈 같은거 1도 관심이 없던 나는

"흠 당일 아침에 밥 먹으면서 앱으로 주문하면 되겠지?"

라는 잘못된 계획을 짜고 있었음


그리고 온라인 개시 당일날

(어차피 재고도 없고 사진 검색하면 다 나오니까 일부러 이름 안지움)


품절됨.

나중에 알아보니까 역대급 MD라고

이 컵을 노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는걸 알게 됨

12시에 오픈에서 10분만에 털렸다고 함

나는 이런거 관심이 없어서

'이걸 3만 5000원에 살 바에...' 라는 생각을 했지만

내가 보는 눈이 없으니까 겸손하게 돈이나 내야지

하고 재입고 알림을 신청해둠


그러던 어느날, 재입고 알림이 떠서 바로 들어감


같은 사진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분만에 털린거 실화냐



결국 두 번이나 털린 순붕이는

오프라인 매장 판매개시를 기다리기로 한다


솔직히 굿즈 같은거 사려고

오픈런 해본 적이 1도 없기 때문에

무작정 가까운 스벅 오픈시간에 맞춰서 가봄


이번에도 못사면 안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그렇게 좋아했는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데

딸래미 생기면 이런 기분일까 싶을 정도로 각오를 함


어느 정도였냐면 당일 밤에 자는데

이 굿즈를 못사는 꿈을 꾸다가 새벽 3시에 깸

결국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가니까



눈 오더라

그것도 ㅈㄴ 많이

이 눈밭을 걸어서 뚜벅뚜벅 30분을 걸어가니까

목적지에 도착함

다행히 경쟁자는 없더라


(잘생긴 점원 형님)

어서오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저기... 혹시 오늘 나오는 굿즈 컵 있나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저희가 재고가 있는지 찾아볼게요. 그동안 음료 주문하시겠어요?"


아 있나보다! 다행이다.

난 여기서 컵을 사고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면서 공부하다가 가야지 하는 큰 그림을 그렸음

그렇게 미리 커피를 받고 2층에 자리잡고 내려갔는데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매장에는 재고가 아예 안들어오네요."


난 뭘 위해 아침 일찍 일어났는가...

난 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가...

모든 계획이 깨지자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데

멘탈 바로 잡고

"그럼 근처에 혹시 재고가 남아있는 매장 좀 알 수 있을까요...?ㅠㅠ"


"잠시만요, 알아보겠습니다."


"이 주변에는 ㅇㅇ점(여기서 걸어서 30분)에는 있는데, 몇개까지 남아있는지는 저희도 알 수 없네요... 일단 있긴 합니다. 거기도 없으면 ㅁㅁ점(차타고 30분)에도 있긴 할거예요"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자리에서 커피 원샷 때리고 나왔음

점원분이 알려주신 매장은 오픈시간이

여기보다 30분 더 늦어서 서둘러서 가면

오픈시간에 맞춰서 갈 수 있겠다 싶었음


다시 눈밭을 뚫고 걷기 시작함

이때쯤 되니까 추위고 뭐고 더워서 땀이 줄줄 나더라

도착한 두번째 매장에는


있었다.

딱 한 박스 남아있더라.


"저기 혹시 이 컵 한박스 밖에 안남았나요?"


"잠시만요~"

"아, 네 이거랑 진열되어 있는것 밖에 없네요. 진열상품이라 포장은 다른 상자로 해야 하는데, 괜찮으실까요?"


"네 주세요. 그나저나 이 컵 인기 많나봐요"


"그러게요 ㅎㅎ 저희 매장에도 2개 밖에 안들어오고 온라인도 다 품절이더라구요"


이게 무려 아침 1시간 안에 있었던 일임

그렇게 처음으로 굿즈에 이런 거금을 쓰고

여친님에게 보고했음



엄청 기뻐해줬고

너무 좋아서 일하는 중에 힘들 때마다

저 오리컵을 떠올리면서 힘냈다고 함 ㅋㅋㅋ


겨우 굿즈 사는 내용이었지만 참 많은 생각이 들었음

아직도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고

생각보다 다른 사람들은 부지런했으며

한편으론 나 또한 노력했기에 뿌듯한 기분이 들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