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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않은 세계에 들어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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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
" 어서 오십시오 밀레시안, 저 세상에 "
중간 정도의 체격에 어깨까지 늘어지는 모래빛 머리카락, 차분한 잿빛 눈동자를 가진 청년.
오른손에는 나무 지팡이를 쥐고 있고, 다리가 불편한 듯 그쪽으로 체중이 실려 있다.
단정한 턱선, 차분한 눈매와 입술이 수려한 외모를 나타내 주지만, 이쪽을 바라보는 눈빛은 건조하고 메말라있다.
" ....? "
밀레시안은 낙원이라고 기대한 이 곳의 환경에 한 번, 그리고 지금 말을 건 사람에 의해 한 번 놀랐다.
저 세상? 티르 나 노이가 아니라? 이곳은 분명 낙원이라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당장 비가 쏟아질 것 처럼 보이는 짙은 먹구름이 껴 있고 어두운 하늘과 자신이 서있는 커다란 크레이터까지 황폐해보이기 그지 없는 이곳은 낙원과는 상당히 동떨어져 있음을 모를수가 없었다.
결국, 밀레시안은 자신에게 말을 건 낯선 청년에게 물어 볼 수 밖에 없었다.
" 저 세상? "
" 그렇습니다. 저 세상, '우리'는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실제로 당신은 이승과 저승이 이어지는 오늘 넘어오지 않았습니까? "
" 하, 그럼 이 곳은 낙원이 아니라 저승이라는 얘기군 "
밀레시안은 그 짧은 문답에서 기대했던 마음을 완전히 포기해버렸다.
오늘은 삼하인이다.
이 곳에서는 마치 할로윈과 같게 취급되곤 하는데, 실제로 연관이 있었다는 것에 한숨을 한번 쉬었다.
" 그래, 그래서 그 빌어먹을 여신도 나에게 글라스 기브넨을 잡고 오라고 한건가... "
대체 낙원에 괴물이 어디 있다는 건지 말을 들으면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은 사탕을 쥐어주면서 말하더라도 믿지 말아야 한다고 다시금 생각했다.
그렇게 한탄을 하고 있던 차에,
맞은편에 서 있는 이의 표정이 미세하게 놀람을 향해 변했다가 다시금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 글라스 기브넨을 잡으러 오신겁니까? 쉽지 않을텐데요. "
" 당신은 신경 쓸 거 없어, 그런데... 글라스 기브넨을 알고 있나? "
밀레시안은 글라스 기브넨이라는 이름만 알고 있었고, 어쨌든 온 김에 해결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물론 알고 있습니다. 저 안쪽 길을 따라 가시면 있는 던전 안에 봉인되어 있지요. "
" 여기도 던전이 있나... 고맙다. "
그렇게만 대답한 밀레시안은 바로 몸을 돌려 던전을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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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실패하려나 "
멀어져가는 밀레시안을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는 청년이 있다.
이 청년의 이름은 도우갈, '진짜' 글라스 기브넨이'었'다.
글라스 기브넨이란건 하나의 마법 생명체인 ' 그들 ' 을 가리키는 것이다.
밀레시안과 같이 이 세계의 생물이 아닌 그들을 어딘가에서 불러와, 본래의 영혼을 내쫒아 버리고 텅빈 인형을 가지고 지배해 사용하는 소모품.
도우갈은 가장 마지막에 불려와 육체를 빼앗기고 떠돌다가 이 도우갈에 몸에 묶여버렸다.
그 와중에 바인드 마법에 걸려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지도 못하는 상태.
" 하아.. 저런 어린 여자아이도 여신의 선택을 받는건가? "
방금 그가 본 밀레시안은 14살쯔음 되어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사실 그는 밀레시안의 나이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다만, 이세계의 여신은 참으로 고약하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햇빛도 잘 보이지 않아 시간의 흐름조차 명확하게 알 수 없는 ' 저 세상 ' 에서 혼자 우두커니 서서,
이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고 다만 혼자 살아갈 뿐인 도우갈은 가끔씩 묘지에서 들려오는 소리만이 함께 해 주었다.
졸림조차 느껴지지 않는 육신에서 무료함을 달래고 있던 와중
콰-------------앙------------------------!
평소라면 절대 들릴 일 없는 소리가 정적을 찢으며 나타났다.
" 무슨...? "
던전쪽에서 천천히 일어서고 있는 커다란 형체, 도우갈이 아는 것이었다.
각종의 구속구를 찬 거인.
한쌍의 날개와 두쌍의 팔이 달려있으며 두개의 거대한 대검을 마치 쌍검처럼 들고 있다.
몸을 전부 일으키자 포효를 내질렀다.
맹수처럼 흉폭하거나 거칠다기보다는 마치 칠판이나 유리를 긁어대는 듯한 찢어지는 듯 한 소리.
귀를 막은 도우갈이 찡그리며 쳐다봤다.
분명 거리가 있음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비상식적인 크기를 가진 형체의 주인이 '원래'의 주인을 알아보듯 고개를 돌렸고
웃는것인지 그저 되는데로 벌리는것인지 입을 죽 찢었다.
" 아까 그 밀레시안은 죽었겠지... "
중얼거리는 찰나 길을 따라 무언가 후다닥 달려오고 있었다.
" 젠장! 빌어먹을 여신이! 저런 엄청난 괴물이라곤 안했잖아!! "
" 용케 살았군. "
퀴퀴한 던전에 갇혀있다 바깥에 나와서 기쁜건지, 풀려난 이상 저런 밀레시안정도는 가볍게 죽일 수 있는건지.
엄청나게 흉악한 녀석은 별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눈앞까지 달려온 밀레시안을 보고서 고민을 한 차례, 이미 이전부터 수 차례 해왔던 고민을 씹어내듯 입 밖으로 꺼냈다.
" 밀레시안, 저를 죽이십시오. 어차피 고통은 느끼지도 못합니다. "
숨이 차서 헉헉거리던 밀레시안이 짧게 딸꾹질을 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도우갈을 쳐다본다.
" 당신 ... 미친건가? ... "
" 사실 제가 글라스 기브넨입니다. 저건 단지 남아있는 시체일 뿐이지.
제가 죽으면 세계를 속일 수 있을겁니다. 떠돌기만 하며 죽은채로 살아있을 제가 '실제로' '또 한번' 죽는거니까. "
이미 자신의 몸이었던 것에 수많은 밀레시안이 스러지는 것을 수없이도 보았던 도우갈은 자신 또한 피해자임에도 부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죽지 못해 살아가는 삶 또한 질려가던 와중이었고, 마침 글라스 기브넨이 이렇게 던전 바깥으로 나온 지금이 적기일 것이다.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천천히 걸어오던 글라스 기브넨은 그 커다란 몸체에 걸맞게 정말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지만 벌써 코앞까지 와 있었다.
" 당장, 지금 죽이지 않으면 당신이 죽어요. 나에 대한 죄책감은 가지지 않아도 좋습니다. "
" 젠장.. "
바로 앞까지 온 글라스 기브넨을 보고도 밀레시안은 도우갈을 죽이는 것에 대해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없었다.
반면 글라스 기브넨은 자신의 대검 사정거리 안에 들어온 밀레시안을 보며 망설이지 않았고. 커다란 대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곧장 수직으로 내리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