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 보니까 옛날 생각이 나서
그래서 좀 얘기해볼까 해
옛날 옛적엔 스킬 수련하는게 참 힘들었거든
수없이 많은 횟수도 횟순데
등급에 맞는 적으로 처치해야만했어
스킬들을 조금만 랭업해도 내가 너무 쌔져서 죄다 약해보이니
등급을 맞춘다는게 생각보다 까다로웠어
그래서 수련 편의를 위해
몹 등급을 조절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반필수였어
예를 들자면
다크 커맨더 4800마리를 윈드밀로 처치하는 것 보단
너구리 4800마리 윈드밀로 처치하는 게 쉬우니까
그만큼 너도나도 필요했고
그만큼 비쌌고
'심해의'가 발린 장비는
내가 조금 약해보이니까
몹이 더 강해보여서
강한적, 매우강한적, 보스급 등으로 만들어줬거든
암튼 그래서
저 심해의 냄비 같은게 꽤 비쌌어
어느날은 수련한다고 저승가서 좀비를 잔뜩 잡았거든
근데 수련한다고 하니까 친하게 지내던 길원이
대뜸 심냄 포함해서 약셋(내가 약해지는 세팅)을 내어주는거야
이러쿵저러쿵 말 더 안붙이고 쿨하게 그냥 빌려줬어
다 쓰면 우편함에 넣어주래
서로 모니터 마주보고 지낸 사이지만
어디 사는 누구인지 이름도 잘 모르지만
그런데도 조건없이 날 믿어준 게 참 고맙더라구
그만큼 감사했고
그래서 내구 1도 안까이려고 절대로 안맞으면서 수련했다...
그 땐 수리확률이 100%도 아니었으니까 노심초사했거든
암튼 예전엔 다들 어려서일까
지금처럼 세월의 풍파속에 깎여나가기 전의
보석같은 모습들이 그립기도 해
호의를 받으면
그 고맙고 감사한 마음 그대로 고이담아서
호의로 다시 돌려주는게 서로 행복한 것 같아
서글프게도 내가 받은 건, 너에게 준 건
당연한 게 아닌데 호의인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은
이리저리 흔들리는 콩나무시루속에서
또다시 새로운 연이 닿아 만나고 또다시 서로 주고받고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