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다보니 길어졌다. 브금이라도 들으며 느긋하게 감상해보자.


오늘도 느긋하게 마비노기 플레이하다가 자러 가려는데

문득 플레이 타임이 궁금해져서 체크해보니까 벌써 134시간이네


지금까지 겜 하면서 이렇게 빠른 속도로 플탐 늘린 건 이 게임이 처음 같음.

심지어 저 중에 잠수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


난 보통 게임을 평가하기 적절한 플탐대가 20시간 / 40 시간 / 100시간 이라 생각하는데

100시간 찍으면 이 겜에 대한 뉴비의 평가? 같은걸 써보고 싶었음.


1. 이 게임 지금와서 시작하기 / 복귀하기 괜찮은가?


종종 챈보면 이런 질문이 올라오고 댓글은 지금 당장 혹은 조금 생각해봐라 라는 식으로 말함.

134시간 정도로 사실 이 게임의 모든 컨텐츠를 이해하고 해볼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난 이 질문에 대해서 정확한 답변은 게임에게 바라는 것에 따라서 달라진다. 일 것 같음.


난 온라인 RPG 게임에 유저가 바라는 게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생각함


A. 깊이감 있는 전투와 성장 컨텐츠 / B. 세계를 탐험하며 즐길 수 있는 여러 컨텐츠 /

C. 훌륭한 소셜&파티 플레이


일단 난 이 게임을 언제 시작해도 복귀해도 좋을 사람들은 B와 C를 추구하는 사람이라 생각함.


A에 관해서 말해보자면...


마비노기는 좋은 전투 시스템을 가졌지만 그 활용을 잘한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여러 원거리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경직에 딱 맞게 두들기는 경우라고 생각함. 



1대1 전투의 상황에서 마비노기의 전투는 스킬 활용에 따라서 압도적 스펙 차이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좋은 구성을 가졌음. 이 전투를 나는 진여신전생 시리즈 특유의

약점 찌르기 심리전과 비슷하다 생각하고 실시간으로 이걸 정말 잘풀어냈다 생각함.

다만 위의 예시도 그렇고 진여신전생 시리즈도 그렇지만 다 대 일로 번지면 밸런스가 크게 틀어진다.



마비노기는 이런 부분을 펫 소환의 경직 / 경직무시 옵션, 경직 중 시전 가능한 광역기를 통해서 

풀어내려는 듯해 보였음. 문제는 이러한 부분이 너무 강해서 잘 짜여진 1대1 전투에서 조차

위의 요소들을 합쳐 쓰는게 훨씬 유리해진다는 것이고 잘하면 그냥 한대도 안맞고

계속 패는 형태의 전투를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즉, 잘 짜여진 심리전 1대1 게임이 더 강하고 무상성인 스킬 난발하기로 변질 되어 버린다.

물론 PVE게임이니 이러한 부분은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저들이 강해지자 몬스터들도 비슷한 패턴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라고. 위의 예시는 공중에서 빔을 쏘는

몹인데 저 몹이 빔을 쏘기 시작하면 힐도 못하고 그냥 저 패턴의 데미지가 다 들어올 때까지 맞는거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정말로 억까 같은 몬스터다.


물론 이게 또 최근 던전에선 고쳐졌을 수도 있음. 그러나 나는 아직 후반, 최근 컨텐츠를 즐겨본 적 없고

뉴비의 육성 구간 몹들이 이런 패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전투 부근에서 뼈대는 정말 좋은데 

그 활용을 잘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함.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뼈대는 워낙에 출중하기 때문에 나는 마비노기를 아예 안해본 뉴비라면

전투를 어느정도는 기대하고 해도 좋다고 단언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다만 위에서 말한 잘못된

활용 탓에 어느 순간부터는 원툴 스킬이 생기고 전투가 다소 반복적으로 느껴지게 되는 부분이 있기에

성장을 통해서 새로운 스킬을 입수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메커니즘을 들고오는 적에게 새로운 기술로

대처하는 전투를 원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음.


뭐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본인이 A타입의 유저면 시작/복귀를 좀 더 생각해보는 것을 권장함.


B와 C 유저는 일단 시작하고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은데 이건 밑에서 좀 더 서술해볼까 한다.


2. 마비노기의 강점



마비노기라는 게임의 대부분의 인상은 아마 위의 이미지로 요약될 것 같다.

"커뮤니티, 유저 간의 소통 위주의 비주얼과 게임적 요소가 포함된 소셜 플랫폼."


나는 솔직히 위의 이미지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캠프파이어를 안해서? 사람들이 이제는 어디서든

모여서 편안하게 얘기하지 않아서? 같은 이유는 아니고, 개인적으로 위의 이미지는 현재 마비노기 라는

게임의 10% 정도 밖에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임.


예전에야 어떨지 몰라도 지금 마비노기는 장수 온라인 게임으로써 컨텐츠가 쌓일 대로 쌓여있고

심지어 깊이가 없을지는 언정 다양성 측면에서 만큼은 거대한 강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함.

그리고 이 다양성은 온라인 게임을 '탐험'과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유저의 경우 엄청난 강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소리라 말할 것 같지만 나는 이 게임이 젤다 야생의 숨결과 비슷한 결을 지녔다고

생각하는 편임. 와 내가 쓰는데도 개소리 같긴 하네. 근데 난 진짜 그렇게 본다. 위 젤다 스샷에 비유해서

마비노기 플레이에 대해서 말하면 조금은 설득력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해보자면,


위 스샷에서 링크는 몬스터를 제거하는데 정면 돌파 / 특수 능력 활용한 오브젝트를 통한 처치 / 습격

아니면 무시라는 선택지를 지니게 된다. 저 중 가장 효과적인 건 시간적인 측면에선 정면돌파.

자원(무기) 아끼기 측면에선 두 번째, 효율적인 방법은 현 스샷의 습격 정도가 된다.


마지막인 무시에 대해선, 사실 생각해보면 젤다 야생의 숨결의 목표는 가논 처치이다.

그리고 그걸 위해서 플레이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4대 신수 클리어 -> 가논 처치를

바로 하면 되기에 위의 몹을 잡는 뻘짓을 할 필요 따위는 없다. 그런데도 그 짓을 하는데.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효율을 무시한 '자신만의 모험'이 재미있게 다가오기 때문이고

동시에 효율이 강제되지 않기 떄문이다.


그래서, 이게 마비노기와 어떻게 엮이는가 인데, 마비노기의 플레이도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

마비노기에 처음 접속하게 되면 튜토리얼이자 가장 효율적으로 강해지는 방법인 블로니의 저널로

안내를 받게 된다. 여기서 블로니의 저널을 수행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게임이 하라는대로 하거나,

인터넷을 찾아보거나, 고인물에게 도움을 받는 등의 방법이 존재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블로니의 저널, 싹 다 무시해도 된다.



뭔 개소리임? 싶을 텐데, 위의 야숨처럼 딴 짓을 해도 되며 게임이 플레이어에게 강제하는 것이

전혀 없다는 것. 어딜가도 자유고, 뭘해도 자유이다. 플레이하는 기본적인 방식은 진짜 튜토리얼인

로나와 판이 모두 알려주며, 일부로 블로니 말고 딴 짓도 해보라는 것 같이 퀘스트도 여러 개를 쥐어주며


처음 만나는 NPC들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던지면 알바, 주민 돕기 등을 권장하며 딴 짓을 지속적으로

권장한다. 그래서 이게 효율적이냐? 아니. 근데 이 딴 짓과 효율을 버리는 짓이 하나의 '이야기'로는

너무나도 재밌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 게임은 분명 효율을 가장 중요시 해야할

온라인 게임인 주제에 나만의 모험, 나만의 가치를 찾아다니는 것을 가능케하고 또 그 과정이


엄청나게 재미있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이런 썰들을 지니고 다른 유저와 접하고 이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눈다면? 그 순간 이건 단순한 2D 디스플레이에서 이뤄지는

유저-컴퓨터 간의 상호작용을 넘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즉 지금까지 경험해 본 적 없는

경험을 시켜주게 되는데. 이 오래된 게임은 축적된 컨텐츠를 통해서 깊진 않아도 얕고 다양하게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을 시켜주며 여길 탐험하고 저길 탐험하고 이걸 시도하고 저걸 시도하게 만들어 줌.


그래서 나는 이 게임이 '뭔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은 사람.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게임을 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고.

솔직히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하기에 한 번 쯤은 꼭, 가이드고 뭐고 다 무시하고

정말 하고싶은 대로 이 게임을 즐겨봤으면 하는 바임.


그리고 그걸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정말로 자연스럽게 게임친구가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인연의 발생은 게임의 장점이지만 요즘은 이게 크게 약해지거나 역으로 인간을 환멸하게

만드는 경험을 제시하는데, 마비노기는 그 순기능만 남았으니, 정말, 추천할 수 밖에 없다.


3. 너무 좋은 얘기만 하는게 아니냐?


난 기본적으로 뭔가를 평할 때 나쁜 말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편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보자면, 마비노기의 단점은 정말 '눈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다.


물론, 운영진의 삽질이나 이런 안보이는 부분도 있겠지만, 이건 게임을 한달 가까이 해도

전혀 체감이 안오기에 당장에 이 글을 재밌게 읽을 뉴비들에게 해당되지 않을 단점이라 생각하고,


실제로 나도 아직 그 방면에서 느낀게 없기에 평 또한 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게 다라는게 뭔 소리냐,



진짜 보이는 그대로다. 다소 투박한 그래픽, 생각보다 난잡해 보이는 UI, 그리고 다소 올드한 일러스트.


근데. 이게 진짜 전부고 그 알맹이를 보면 좋은 점이 더 많이 느껴지며 '경험'적 측면에서 이 게임은

대단히 독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에 나는 도저히 그 외의 측면에서 혹평하긴 힘들다고 생각한다.


과금 부근에선, 적어도 내가 느끼기로는, 불합리한 것은 없었다.

편해지기 위해서 과금하지 XX가 없으니까 던전을 못 가서 과금한다. 는 없었으니 좋은게 아닐까?


일단 이게 이 게임을 100시간 조금 넘게하면서 어떤 정보도 없이, 선입견도 없이 시작한

아니 어쩌면 올드하고 구린 게임이라는 선입견을 지니고 시작한 뉴비의 평가이다.


꽤 재미있게 읽었다면 긴 글인데 읽어줘서 감사하고, 마비노기를 실행하러 가보는 건 어떨까?


끝.


평소 아카콘을 자주 쓰면서 밈으로 재밌게 글 풀어내려다 나름 진지빠니까 힘들다...


아, 재미없고 3줄 요약 필요하다고?


1. 마비노기 재밌음

2. 언제해도 상관없고 지금 당장 시작/복귀해

3. 읽어줘서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