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가 났다.

 


썩어가는 나무와 질퍽거리는 진흙들끓는 벌레들의 체취와 익사로 퉁퉁 불어터진 살아 움직이는 시체의 병든 악취 속에서 그는 냄새를 맡았다딱딱한 외피길다랗고 늘씬한 다리여러 개의 눈알튼튼하고 많은 알을 품을 수 있는 배...


 


밀레시안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마지막 생각이 왜 들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그의 몸은 더 잘 알고 있었다그 아름ㄷ아니그 괴물의 안을 그는 맛보고 느꼈었다이게 다 그가 너무 뛰어난 변신 그랜드마스터여서 일어난 일이었다.


 


다른 이들이 코에 칼날이 생기거나 다리가 촉수로 변할 때, 밀레시안은 능숙하게 머리에 뿔을 솟아나게 하고 발을 딱딱한 발굽으로 바꿀 수 있었다다른 이들이 변신 마스터리에 실패해 몸이 끔직하게 뒤틀리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의 몸 크기 그대로 거대한 거미로 변하거나 화살로 독사를 소환할 수 있었다나중에는 자신의 몸보다 더 크게 거대한 용이나 히드라로 변하는 것도 문제 없이 할 수 있었다.


 


다른 이들이 단순히 그 겉의 형태만을 흉내 내고자 할 때 밀레시안은 그 안까지 통달하고자 했다그의 겉모습만 변신한 형상을 닮는 건 충분하지 않았다그 의지까지도 어느 정도는 흉내내야 했다완전히 인간성을 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지만, 밀레시안은 항상 그 선을 지킬 줄 알았다변신한 괴물을 조종하는 것은 그 괴물의 본능에 어느 정도 잠식될지언정 인간의 의지였다그리고 그의 의지는 강했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그 빌어먹을 거대 거미가 나타나기 전까진.


 


그냥 거미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다그 이전에도 그는 이미 수류탄처럼 폭발하던 유황 거미도 문제없이 해치웠었다불에는 불로 맞서 싸우면 되는 일이었다그래서 그는 그 자신이 거미로 변해 싸웠다그의 여러 개의 다리는 민첩하게 움직이며 상대 거미의 머리와 온 몸을 할퀴었다. 거미의 힘에 인간의 판단력으로 그는 우위를 가지고 있었다.

 


다른 괴물들이야 전혀 상대가 되지 못했다단단한 비늘을 가진 사하긴들은 거대한 얼음 트롤의 일격에 얼어붙어 산산조각이 났다피를 남김없이 빨아들이는 흡혈 모기들은 그 거대한 침을 꼳기도 전에 날카로운 칼날이 된 그의 팔로 여러 조각으로 해체되며 그 부패한 체액을 뿌려댔다몸에 이상한 문양이 칠해진 야만인 엘프들과 그들이 타고 다니는 거대 자이언트들은 그가 모아둔 화살이 뱀 무리로 변하자 그 무리에 조여져 으스러지거나 독에 중독되어 비참하게 죽어갔다독기를 뿜어대는 와이번과 감응을 마치지 못한 용들은 불을 뿜어대는 레드드래곤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도망가거나 벌벌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타 죽거나 그 발길질에 밟혀 죽었다늪지대에 사는 지렁이 같은 벌레들이나 그의 피를 빨아드려 달려드는 거대한 거머리는 역으로 거대한 거미의 독니에 찔려 모조리 체액을 빨렸다살아 움직이는 돌연변이 꽃이 내뱉는 가시는 돌처럼 단단해진 그의 피부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못했다.


 


밀레시안은 그렇게 던전의 깊숙한 곳까지 나아갔다다른 모험가들이라면 실패했겠지만그라면 마침내 던전 어딘가에 숨겨져 있다는 붕괴된 마력의 정수를 얻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그도 그렇게 생각했다그의 눈 앞에 신전의 일부처럼 보이는 썩어가고 허물어져가는 여신상과그 사이에서 기어나오는 거미 무리를 보자 그는 이 곳이 그가 찾던 곳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손아귀의 드림 캐쳐를 강하게 쥐었다괴물들은 이제 인간이 아니라 같은 괴물을 상대해야 할 참이었다그들은 가지지 못한 이점을 지닌.


 


던전의 문이 우지끈하고 무너지고, 괴물이 된 그의 몸마저 본능적으로 얼어붙게 할 만한 괴성이 들리기 전까지 밀레시안은 몰려드는 괴물들을 물어뜯고 그의 발톱으로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뭔가가 부서지고 화난 것 같이 울리는 괴성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그리고 그는 보았다모든 거미의 어머니스물일곱 개의 눈을 지니고 있다는, 알비 던전에서 반쯤 폐인이 되어 겨우 살아남은 모험가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던 그 이름전쟁의 신의 축복을 받고 번쩍번쩍 빛나는 수정 갑옷을 입은 전사를 단숨에 육편조각으로 만들고, 사안의 신의 하수인인 포워르들을 단숨에 수십 마리나 학살하고 대지를 불태우고 얼리는 마법을 연달아 맞고서도 번개같이 달려와 마법사를 갈기갈기 찢는 괴물, 거대 거미였다.


 


그 무수히 많은 시선이 그를 향했고그 입에서 괴성이 화살처럼 그에게 쏘아졌다. 같은 거미의 몸으로도 그의 다리가 순간 부들부들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아주 찰나의 순간 그는 생각했다여신의 깃털이 남아있었지만 그가 도망갈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쓴 여신의 깃털이 바로 자신을 괴물 옆으로 이동시켜줬다는 이야기는 모험가들 사이에 우스갯소리로도 자주 회자되는 이야기였으니까.


 


게다가… 여기서 물러서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아마 몬스터의 정신에 어느 정도 잠식돼서 그런 걸지도 몰랐다. 밀레시안은 싸우기로 했다인간으로써의 그도 싸우려 하고 있었다전쟁의 신은 강적과 싸우는 그를 흡족하게 여기고 방어구와 무기를 하사해주지 않았던가그는 마음속으로 신에게 자신의 영광스러운 전투를 지켜봐 달라고 빌었다그리고 신은 그의 기도에 응답을 해 주었다그의 몸이 더욱더 빨라졌고 외피는 단단해졌다. 여덟 다리의 발톱이 더 날카로워지고 길어졌다그는 거대한 거미에게 달려들었다.


 


거대 거미는 그에게 맞서지 않았다대신 휙 돌았다냄새가 났다암컷의 냄새… 강한 수컷을 원하고 알을 가득 품고 싶은


 


밀레시안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의 몸은 거미와 맞닿아 있었다생각보다 부드러웠고 포근했다그리고 너무나도 뜨거웠다달콤한 냄새가 났다.


 


인간이든 곤충이든 어느 쪽의 밀레시안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그의 하반신에 뻣뻣이 아플 정도로 솟아오른 수컷의 물건을 그는 암컷의 기다리는 품 안으로 손쉽게 집어넣었다거대 거미의 수많은 눈동자들이 일제히 소리를 질렀지만 그에겐 너무나도 상쾌한 노래처럼 들렸다.


 


거미는 탐욕스럽게 그의 물건을 조이고 받아들였다그녀는 굶주려 있었다그리고 슬픔에 젖어 있었다그러니 그는 책임을 져야 했다그가 죽인 거미의 두 배세 배아니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이 알을 낳게 해줘야 했다그의 손은 거미의 꼬리-거미줄을 내뿜는 방적돌기- 밑의 통통한 살을 꽉 잡았다반사적으로 조임이 강해졌고, 밀레시안과 거미는 서로의 움직임에 맞춰 움직이며 서로 노래했다.



 

거대 거미의 송곳니들이 거미의 송곳니와 비벼졌다길다란 이빨돌기 들이 서로 뒤엉키며 체액을 교환했고, 거미는 최대한 많이 거대거미를  맛보려 애썼다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곧 나올 참이었다그는 더욱더 세게 거미의 방적돌기를 움켜쥐고 더 강하게 거미의 입에 이빨돌기를 가져다 대었다보다 확실히 이 암컷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물론 한번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그의 씨앗으로 꽉 찬 그녀의 안으로 다시 그는 집어넣었다다시또 다시


 


교미는 몇 시간이나 지속되었다아마 하루가 넘었을지도 모른다. 밀레시안이 인간의 몸으로 깨어나니 그 주위에는 던전의 환경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알몸인 그의 몸에는 거미의 끈적한 거미줄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그가 입고 다니던 방어구나 가방은 다 사라져있었다위대한 대마법사의 로켓전설적인 연금술사가 썼다는 모자신은 것만으로도 더 빠르게 걸을 수 있는 신발별빛으로 환하게 빛나는 망토그리고 그가 정성스럽게 모은 물약과 인챈트 스크롤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냄새가 났다.


 


암컷그의 짝의 냄새그의 코가 벌름거렸다그의 몸이 조금씩 커져갔다. 갈비뼈에서 길다란 다리가 자라났다. 원래 있던 팔과 다리는 커져가고 불어나는 그의 몸을 지탱하기 위해 두꺼워졌다그는 주문을 외우지 않았다몸이 반응했을 뿐그의 몸이 어느 형태를 가장 자연스럽게 생각했는지는 이미 정해졌다그는 거미였다. 밀레시안은 그렇게 생각해버렸다.


 


그의 눈동자는 여러 갈래로 갈라졌다이번에는 8개에서 멈추지 않았다자신의 짝을 만족시키려면 그도 자신의 짝과 같아져야 했다더 크고 더 강해져서 암컷을 지켜야 했다그게 수컷의 역할이었으니까그의 겹눈이 나눠지면서 그의 인간성 또한 분열되어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거미는 상관하지 않았다그는 밀레시안이 아니었다그는 수컷 거대 거미였다그는 자신의 암컷의 배를 잔뜩 부르게 해서 이 던전을 새끼 거미로 가득 채워야 했다.


 


그의 하반신의 물건이 수그러들지 못할 만큼 냄새는 강렬했다. 수컷 거미는 그 냄새를 따라갔다그리고 그의 암컷이 보였다. 여덟 발로 엎드린 채로, 방적돌기를 든 채로 어서 들어오라고 권하고 있었다.


 


밀레시안, 아니 거미는 망설이지 않고 자신의 것을 그녀의 안에 집어넣었다그 둘은 서로의 것이었다.


 

 

샤말라는 욕지거리를 내뱉었다온통 거미 천지였다미친 여마법사를 죽이고 뺏은 화염칼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도망칠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설 수 없었다촉망 받던 변신술사 밀레시안이 던전에서 실종된 이후 많은 이들이 통행증을 얻고 그의 행방을 찾으려 던전으로 향했지만 돌아온 이들은 없었다.


 


이렇게 거미가 많으니 이해가 될 법도 했다뭔가 이상했다. 샤말라가 알기로 히드라는 이렇게 많아선 안 되었다특히 8개 눈동자를 넘어 두 자리 눈알수의 거미가 이렇게 바글거려서는 안 되었다그런 거미는 딱 한 놈이었다. 거대 거미.


 


근처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던전의 벽이 우지끈하고 무너졌다. 샤말라는 재빨리 쥐로 변신했다. 방금 막 스파이더 고블린 세 마리와 혈전을 벌인 뒤라 지친 상태였다. 얼마남지 않은 소중한 마나라도 쓰는 게 나았다.



 

그리고 그녀는 믿기지 못할 광경을 보았다. 거대 거미가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나 있었다게다가 한 마리는 엎드려 있었고 다른 한 마리는 그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변신술이 풀렸다는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서 있었다수컷 거미와 눈이 마주쳤다그 무수히 많은 눈동자 중 일부가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수컷 거대 거미는 이 새로운 인간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냄새가 났다아주 미약하게나마 암컷의 냄새가.


 


그리고 그는 그 냄새를 보다 더 강하게 키우고 싶었다그의 짝도 자매가 생기면 좋아할 것이라고 그는 생각했다그리고 자신도 보다 더 많은 짝을 필요로 했다.


 



샤말라의 위로 거대한 하얀색 덩어리가 떨어졌다그녀가 허우적거리는 와중에 그녀의 옷이 바스라지며 엉덩이 부분에서 방적돌기가 자라났다암컷 거미의 냄새가 조금씩 강해지는걸 느끼며 수컷 거미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이대로라면 그의 거미 하렘 계획은 문제가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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