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도움 받았었는데 여기 사는 사람은 아니었던 거 같아서 어떻게 사례를 하고 싶다 래니까

어떻게 사례를 하고 싶다면 언제라도 좋으니까 곤경에 처한 사람을 대가없이 도와달라고만 하고 홀연히 가버렸었음

안타깝게도 이 사람하고 연락도 뭣도 안돼는데 저 말이 내 삶의 모토가 됐다


학창시절엔 그놈의 봉사시간 때문에 복지관을 참 많이도 들락날락 거렸는데

언젠가부터는 봉사시간은 뒷전이고 거기서 거의 눌러살다시피 지냈었다. 제 몸 가누기도 힘들면서

사람 돕는게 그리 좋았다. 사소한 일부터 나도 잘 못 매던 신발끈도 매주다가 지나가던 장애인에게 뒤통수 맞기도 하고 ㅋㅋ

생각해보면 당시엔 봉사시간이란 대가를 받았었으니 무지성 돕기는 안됐었네


거의 6년간 자영업자 밑에서 피시방 일 했을땐 무슨 오지랍이 그리 넓었는지

오는 손님들 집안사, 오늘 있었던 일, 첫만남부터 오지 않을때까지 오로지 영어만 쓰던 외국인 할아버지,

그래서 나도 한국말만 쓰며 대응했는데 무슨 일인지 서로 말이 통하는 웃픈 상황, 젊을땐 복싱을 하고 중년엔 사업을 하다

지금은 가수를 하고 싶다며 정말 이것저것 물어오던 신기한 손님까지


나도 뭐도 모르는데 검색까지 하고 다음에 만나면 알려주고, 자긴 글 솜씨가 없다기에 지금 제가 좀 한가하니 대신 써주겠다며

신문사에 소개글을 넣기도 하고, 방송을 하고 싶다기에 컴 사양을 알아봐주기도 하고, 이윽고 나온 노래를 홍보하고 싶다기에

이런저런 방법찾다 유튜브 광고에 이 아저시 노랠 넣어버렸던 상황까지.

이 사람은 그런것도 뭐가 그리 고마웠는지 자기 성공하면 매니저 해달라 했던가... 어째 지내는지 모르겠네


야로나로 가게 터지고 내 건강은 날로 안 좋아져서 요양만 하다보니 결국 하는 건

약간 운동하면서 마비나 하며 지냈는데 이젠 고질병이 됐는지 겜에서도 유저를 돕고 있었음

지 목구멍도 포도청이면서 그러고 있었던 걸 보면 처음 그 사람을 겪고 난후부터 누군가를 돕는다는게

내가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창구가 된게 아닐까.. 고마운 사람이야


최근에 너무 힘들게 지내서 아, 생목숨 끊으면 남은 가족들이 힘들어할테니 그거는 안돼겠지만

은근 바램으로 다음 날에 눈 못 뜨고 조용히 갔으면 좋겠다, 하며 지내오다가 결국 정신적으로 뭔가 터져버려서

병원문턱을 다니다보니 그제서야 내가 뭔가 많이 망가진 상태구나 를 직감하게 됐다


그런데 왠걸, 이번엔 내 주변 사람들이 아무것도 없는 내게 선뜻 손을 내밀어 주더라

인연이 있던 사람부터 아예 없는 방금 전의 챈럼까지 헛된 삶을 산게 아니었구나, 하게 됐다

착하게 지내면 언젠가 뭔가 돌아온단 말은 믿지도 않았는데 늘상 이용하려는 사람만 만나서 그랬는지도,


사례는 곤경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무지성으로 돕는 걸로 대신할게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