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적 마비노기라는 게임이 나왔다.

우리집 컴퓨터로는 돌아가지 않기에 간식비 아끼거나 용돈 받은 친구에게 굽신거려 PC방에 갔을때나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설사 집에서 돌아간다 할지라도 2시간만 지나면 귀신같이 찾아오는 검은 드레스의 나오 덕분에 오래 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나오는 예뻐서 좋아!

나와 친구들은 그 게임을 좋아했다. 메인 스토리에서 비중이 큰 전설의 3용사를 동경해 내 친구는 마법을 배웠다. 내 친구는 검을 들었다. 나는 활을 들었다.

비록 게임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적었고, 같이할 수 있는 시간은 더 적었지만
그러나 쉬는 시간, 하교 시간 틈틈이 마비 이야기를 한 우리는 오랫동안 게임을 즐겼다.

한겨울 추위로 아플만큼 차가운 계단을 의자삼은 우리는 각자의 마비노기로 쉼없이 놀았다.
계단이 우리의 온기로 따뜻해질 동안에도 우리의 마비노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개조석이 나오고, 세공이 나오고 학을 떼며 떠났던 마비노기.

7000일 이벤트와 프리시즌으로 오랜만에 접속했다. 아니,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계정으로 시작했다.

많은 것이 변하고 또 많은 것이 그대로였다.
위치랙! ㅅㅂ 위치랙! 컴퓨터 사양 이렇게 좋아졌는데 ㅅㅂ 위치랙!
친구와 함께 놀던 던전, 스토리, 스킬...
이제는 혼자서 돌아보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시간들을 추억한다.

달콤한 쓴맛이 입안을 감도는 것 같다.






나는 뭘 하고 있는걸까... 추억의 달달함에 취했던 나는 고민했다.
복귀하기 전이었다면 그쪽 게임. 복귀한 후엔 그쪽이 아니었으면 하는 게임.

뭐라도 반응해주길 바라며 기다리다 쇼케이스 직전에 설문 조사 페이지가 보였다.

마비노기의 좋은 점이 무엇인가요?

나는 답했다. 추억의 게임이라고,

마비노기의 싫은 점이 무엇인가요?

나는 답했다. 추억의... 게임이라고.

나는 그렇게 게임을 지웠다.






마비노기에 때늦은 공지가 올라오고 사람들의 노력이 조금은 빛을 얻었다.

정작 가장 어두웠던 시기에는 지켜만 봤지만 조금의, 아주 조금의 희망을 본 것 만으로도 나도 조금은 보태주고 싶어졌다.

마비노기는 추억의 게임이다.
이제야 겨우 희망이 보이는 추억이다.

게임을 다시 설치하며 나는 희망한다.

누가 물어보거든 마비노기는 추억의 게임이라고 답하지 않게 되기를, 재밌는 게임이라 답하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