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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철도역에 가기까지 동안 있었던 짧은 이야기이다.



조금 돌아가긴 해도, 주변을 좀 더 둘러보고 싶었던 나는 일단 길을 따라서 걸어갔다.

런던에는 조금 있다가 가기로 했다.


이따금 지나가는 마차들은, 마을에서도 가끔 봤던 것들이라서 익숙했지만, 가끔은 나도 마차에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차를 타본 적 있다는 안나는, 마차는 덜컹거리고 답답해서 그냥 뛰어가는 것이 훨씬 좋다고 말했지만, 그것도 그것 나름의 재미가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에 안나와 함께 지나가던 마차의 지붕 위에 올라탄 적이 있었다.


당연히 몸은 투명하게 숨기고 말이다.


음, 개인적으로 느낀 감상이라고 하면, 신기하기는 했는데, 우리의 경우는 직접 뛰는 것이 더 빠르다 보니, 그동안 봤던 높이와는 또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는 거리의 모습이 조금 신기했을 뿐. 얼마 가지 않아 나도 안나와 마찬가지로 질려버렸다. 솔직히 불편했고.


이것도 마법소녀여서 안 좋은 점인가?

음, 솔직히 마차를 너무 늦게 타본 것이 문제였나?

마법소녀가 되기 전에 타봤거나, 아직 빠르게 달리지 못했을 때 타봤으면, 나름 빠른 속도에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는 말의 모습에 엄청나게 신기해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건 마차의 지붕 위에 올라탔을 뿐이지, 진짜 타본 것은 아니니, 나중에 잠깐이라도 타보고 싶긴 했다. 지금도 가끔 지나가는 마차들을 보면 비슷한 생각이고.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제일 신기했던 것은 다름 아닌 자전거였다.

진짜로, 소피 언니에게 좀 여러 번 졸라서 겨우 하나 구했었다. {1}


처음에야 올라타는 것도 힘들어했고, 몇 번 넘어지기도 했다,

마차는 내가 그냥 위에 올라탄 느낌이어서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원하는 속도로 간다는 감각이, 자전거로 가니까 더 신선했다.


아아,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재미있었다. 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

정말로 좀 더 많은 책을 읽으면 이 느낌을 표현할 방법을 알 수 있을까?


그래도 그 자전거는 집에 두고 지금은 내 발로 걸어가는 중이다.

솔직히, 마음먹고 달리면 마차보다 빠르기도 하고, 비싼 자전거를 타고 멀리 가기는 힘들다.


다시 내 옆을 마차가 지나가고 있지만, 아무도 나를 눈치채지 못한다.

투명화 마법으로 내 몸을 숨기고 있어서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아무리 그래도 나 같은 어린아이가 혼자서 길을 걷고 있으면, 위험하겠지. 그 정도는 나도 안다.

뭐, 좋은 사람이면 마차에 태워준다거나, 집으로 데려다준다거나 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잠시 내 발로 직접 돌아다닌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어서, 차라리 이편이 좋다.


중간마다 식사는 내 마법 가방 안에 도시락들이 있고, 잠은 조금 고민했지만, 어린아이 혼자서 돌아다니는 것은 안 좋게 보일까 봐, 밤중에는 텐트를 펼쳐서 잠을 자기로 했다. 나중에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아보긴 해야될텐데... 언니에겐 다 생각이 있다고 하고 나오긴 했는데, 사실은 아직 고민 중이다.


그리프시드들은 예비로 미리 가져온 몇 개를 제외하고는, 지나가는 길에 있는 마녀들을 사냥하는 것으로 했다.


중간에 그 영역의 마법소녀를 만나게 되면 사과해야겠지만, 그 과정에서 만날 수 있으니까.

가능한 많은 마법소녀를 만날수록 좋은 나에게는 그리프시드를 얻거나, 새로운 마법을 배울 수 있거나. 어느 쪽이든 이득이다.


큐베와 계약하고 1년

나름 마법 소녀로서 베테랑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도 나름 성장했다.

다른 마법들을 본 적이 없으니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안나와 소피 언니의 능력이라면 총이나 지팡이를 꺼내지 않아도, 능력을 꺼내다 쓸 수 있었다.


무려 분신을 3개나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양손을 사용해야 하지만, 소피 언니와 팔씨름도 가능하고!

물론 그렇게 해도 팔씨름은 진다. 어떻게 승부라는 것이 성립될 뿐, 이기지는 못하겠다.

언니는 진심도 아닌 거 같고...


응, 어쩔 수 없지. 그도 그럴 게, 나와 경력이 4, 5년 차이인걸.

그날에 교회에서 이긴 것은 우연에 가까운 것이란 것쯤은 나도 알고 있다.


그리고 키가 많이 컸다!

다른 것보다 이게 제일 기뻤다.

솔직히 내가 몇 살인지는 모르겠고, 평소에 내 키를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내 키가 좀 많이 작은 편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으니까. 불편하기는 했다.


내가 안나보다 작았었는데, 1년 사이에 안나의 키를 뛰어넘었다.

이제 손이 안 닿았던 곳도 청소할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서랍의 높은 곳이나 책장의 높은 곳에 손이 안 닿았는데 이제는 잘 닿는다!


다만 나한테 키가 따라잡힌 안나가 좀 많이 우울해했다.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얼마 안 가서 다시 평소처럼 활기찬 안나를 보고 역시나. 라고 생각한 것은 비밀이다.



◆◆◆



한 농가에서 있었던 일이다.


“네놈은 누구냐! 순순히 정체를 밝혀라!”

“네?”


지나가던 길에 있던 마녀의 결계를 발견해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마법소녀.

아니, 마법소녀들이 나를 처음 보고 한 말이었다.


금발의 머리에 녹색의 눈이 인상적인 소녀를 중심으로, 그 주변에 3명의 마법소녀들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4명 다 갑옷을 입고, 검을 차고 있었다는 걸까?

동화 속에서 보던 기사님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와 멋있네요. 기사님들이세요?”

“진짜? 진짜로 기사님들 같아?”

“저기, 아서. 진정해...”

”앗, 이런. 흠흠, 일단 우리의 질문에 답해라!”


기사들의 이야기라면 나도 여러 번 읽어봤다.

위험에 빠진 사람들을 구해주는 영웅적인 모습과 완벽해 보이기도 하는 기사의 모습은 내가 동경하는 모습이었다.


알게 모르게 약간은 동경하게 되는 그 모습에 나도 살짝 그에 어울려주기로 했다.


“기사님들을 못 알아보고 무례를 저지른 점 사과드립니다. 저는 하잘것없는 떠돌이, 그렇기에 여러분께 감히 이름을 대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그렇군. 이라고 넘어가기엔 장소가 좋지 못하군. 이런 위험한 곳은 하잘것없는 떠돌이가 있을 만한 장소가 아니다.”


조금 전에 아서라고 불렸던 중앙 소녀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나름 근엄한 척하는 것 같은데, 표정을 잘 못 숨기는 소녀였다.


“떠돌이에게 뭐 대단한 것이 있겠습니까. 자랑하지도 못할 사소한 재주가 있을 뿐입니다.”

“호오? 좋다. 그 재주 나도 한번 구경하고 싶군. 가웨인경!”

“네.”


아,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 아이들 아서왕의 전설을 따라 하는 아이들이다.

아, 내 복장이 이런 드레스보다는 좀 더 안나 같았으면 좋았을 거 같은데. 아쉽다.


근데 저기 있는 소녀 중 한 명은 진짜로 한쪽 팔이 없었다.

저 아이가 베디비어인가?

무슨 사정이 있는 게 분명했다.


“그럼 이름 없는 떠돌이여. 간단한 대련을 부탁해도 괜찮겠는가?”

“실망하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마침 주변에 아무도 없으니, 잠깐 대련하는 것 정도는 문제 없을 거다.

내 복장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런 대련에서는 역시 서로 검으로 하는 것이 예의다.

그래서, 나는 나를 향해 다가오는 가웨인의 검을 복사해서 내 가방에서 꺼내 들었다.


“음?”

“방금 어디서 꺼낸 거야 그거?”

“어? 잠깐 그거 뭐예요?”

“어떻게 그런 곳에서 나와 같은 검을...”


그것을 보고. 모두 잠시 컨셉을 잊고 놀라길래 나도 당황했다.

아, 그러고 보니 놀라긴 하겠구나. 이거.

내 생각이 짧았다.


“아, 그 잠시. 이게 제 능력이에요. 이따 설명 해드릴 테니, 그냥 자연스럽게 제 검을 꺼냈다고 생각해주세요.”

“아, 그런거군.”

“우와 이따가 설명해줘야 해?”

“그럼 일단 그런 거로 하죠.”

“흠, 실례했군.”


잠깐 분위기가 깨졌지만, 우리는 다시 서로를 마주 보고 검을 잡았다.

나는 조금 익숙하지 않아서 지팡이를 잡던 감각으로 잡고 있지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자, 그럼 중간 과정은 생략! 시작!”


좀 여러모로 태클을 걸고 싶은 말이었지만, 바로 달려오는 가웨인의 공격에 급히 뒤로 물러스며 방어 자세를 취했다.


캉! 하는 소리와 함께 부딫히는 두 개의 검.

하지만, 내 검은 부딫히기 직전에 잡았던 위치에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전혀 힘들어 보이지도 않는 내 모습에 조금은 놀라 하는 모습이다.


그야, 강하긴 했지만, 소피 언니에 비하면 하~안 참 약한걸.


가웨인이라 했으니, 태양의 위치에 따라 힘이 바뀌는 능력일까?

확실히 내가 복사한 가웨인의 검을 통해 힘이 들어오는 듯한 감각이 있기는 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미미하긴 했지만 말이다.


지금 낮이긴 했어도, 정오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났다.

나도 지금 검술이 없는 이상, 계속해서 신체 강화를 하는 중이라서 힘으로 밀릴 일은 없다고 자부할 수 있다.


“흠!”


별다른 기술 없이 가웨인의 검을 밀어냈을 뿐인데도, 가웨인은 쉽게 뒤로 밀려났다.

음, 오랜 시간을 끌 필요는 없겠지?


“바로 끝내드리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좌우로 동시에 달려나갔다.

저들이 보기엔 갑자기 내가 둘로 나뉜 것으로 보일 것이다.


“뭣이?! 갑자기 둘이 된다고!”


둘이 된 나를 상대하기는 버거운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진심으로 싸우는 가웨인

확실히 검술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나도 조금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드는 실력이었지만, 결코 약한 사람은 아니었다.

대충 휘두를 뿐이지만, 2명을 동시에 어떻게든 상대하고 있기도 하고.

마녀도 처리해야 하니, 슬 끝내야겠다.


내 분신 둘이 동시에 뒤로 물러서자, 가웨인도 조금은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둘을 경계하고 있지만, 사실 그게 진짜가 아니지.


“더 하시겠습니까?”

“!!”


갑자기 가웨인의 뒤에서 나타난 나는 그녀의 목 옆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내가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서서히 사라지는 내 분신들.

그제야 그녀는 상황을 파악한 듯했다.


“내가 졌다.”

“좋은 승부였습니다.”


근데 이거 사실 반칙이지.

신성한 검 승부에 이상한 마법과 환술에 의한 승리니까. 기사의 대련이 아니다. 라고 하면 할 말 없었는데, 졌다고 해주는 모습에 조금은 안심했다.





{1}뭐, 그 당시 자전거라고 해봤자, 앞바퀴는 무진장 크고, 뒷바퀴는 작은 페니파딩 자전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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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여~ 오랬만이네요. 기억해주시는 분들 있으려나요?


돌아왔다기 보다는 심심풀이용 외전입니다.

언젠가 돌아오긴 하겠지만요.

언제 다음화를 쓸지는 모릅니다.


참고로 메어리 마기카는 4부까지 예정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