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한 여신악마 마도호무 써봤음 내 머릿속엔 이걸로 이미 엔딩남



사야카가 검을 휘두르며 말한다.

「세상을 어지럽히고 저주의 마음을 품다니, 넌 마녀보다도 더한 악마야!

검은 활대로 막아서며 호무라가 말한다.

「아직도 이분법적 사고에 빠져있구나, 하긴 내 감정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니까」


「질서를 지키고 세상을 원래대로 되돌린다 이게 내가 해야 할 일이었어」


「그런데 네가 지키고자 하는 질서는 뭘까? 미키 사야카, 모두를 행복하게 해? 그 질서는 '한 아이'도 빠짐없이 지켜주고 있어?」

「되돌린다는 것은 결국 부수는 것과도 마찬가지」


「너는 욕망에 미쳐있어, 정의롭지 못한놈이 뭔소리를 하는거야?」

흥분한 사야카는 칼날을 들이밀지만 기습으로 피한 악마 덕에 뒤로 미끄러진다. 악마는 곧바로 활대로 사야카를 내리 찍었고 사야카는 바로 검을 들어 다시 막아내 버틴다.


「내 정의는 마도카야, 왜 마도카가 희생해야 하는거지? 넌 그 아이를 보며 아무것도 못느꼈어? 내가 지키는 정의는 마도카야」

순간 담담하고 뻔뻔한 악마의 고백에 사야카는 손발이 오그라들어 검을 잡을수가 없었다. 충격적이고 한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사야카를 뒤로 한채 악마는 일어서서 하늘로 날아갔다.


여신과 악마의 담판


지구가 마치 협상테이블인 마냥 여신과 악마가 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본다. 태양을 등진 여신님은 무한히 뻗친 분홍색 머리카락 사이로 햇빛이 스며나와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것 같았다. 한편 그림자 안에 숨은 악마는 새하얀 피부가 어두워보였고 보라색 눈은 드디어 기다려왔다는 듯이 황금색 눈동자를 직시한다. 드디어 동등한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었다.

「결국 이 순간이 왔구나」


「호무라쨩, 정말 고맙지만 호무라쨩의 모습은 너무 안쓰러워, 내가 구원해줄테니 어서 가자. 이제 그만 쉬었으면 좋겠어...」


「미안하지만 난 이제 마법소녀도, 마녀도 아니야. 너의 구원을 따라가는 건 불가능해」


「무슨 소리야?! 어떻... 난 호무라쨩이 괴로운 모습을 보고싶지 않아!! 그런데 내 친구조차 구원할 수 없다고?」

여신은 울먹거리며 절망에 빠진다. 우주도 이에 호응하듯 은하수 전체가 울렁거린다.

「걱정마 마도카, 난 그런 얘기를 하러 온게 아니야 너에게 직접 묻고싶어서 왔어」

「인간으로서의 삶은 어때? 행복했어...?」

마도카는 망설였다.

행복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마법소녀들을 절망으로부터 구원하고 편안한 안식을 주는 것, 이게 내가 선택한 일이야

여신님은 언제나 올곧았고 호무라는 자책하는 듯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

「역시... 넌 내가 아는 마도카구나, 정말 강하고 상냥해, 내가 너를 억지로 떠밀어버린 건 아닐까?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해서 너를 이별하게 만든걸까라고 생각했지만 너의 진심이었네

사실...네가 인생에 남은 미련때문에 괴로워 하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랬어, 갑자기 붙잡아서 역겨웠지? 무서웠지? 네 행복을 위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땐 다른 방법이 없었어, 네 선택을 짓밟는다는 것도 알고있었는데...


정말 미안해


「그런데 마도카, 나는 둘중에 하나를 골라 너를 가두겠다는게 아니야. 원환의 이치에 비하면 네 인생은 찰나, 잠깐 즐기고 오는건 어때?」

황금색 눈동자가 커졌지만 이내 담담해졌다.

호무라쨩, 세상엔 좋은 것이 너무나도 많지만 말야, 때로는 하나를 위해 하나를 버리는 각오를 해야해. 친구들과 가족들이 소중했던 만큼 원환의 이치에서의 일이 좋았고 그러나 더 중요했어」

「그런 일은 불가능해, 마치 내가 사야카쨩의 원하는 것을 이뤄주면서 살리는 것은 불가능했듯이 인과가 꼬여버릴지도 몰라」


「아니 가능해, 그것이 너와 내가 함께 이뤄낸 기적, 걱정하지마 대가는 인큐베이터 놈들에... 」

마도카의 표정이 활짝 폈다.

「아! 그런거라면 괜찮으려나?」


「네가 인간의 삶을 살고 생을 마감할 때 악마의 모습으로 찾아가 다시 여신님으로 만들어줄게. 너를 위해서라면 내 모든걸 바쳐서 괴로움도 덜고 행복도 쥐어주고 싶어. 그게 내가 원하는거야.」


「그런데 호무라쨩이 신경쓰여, 이제 호무라쨩은 어떻게 되는거야? 나때문에 혹시, 무리하는거야? 지구가 망가질 수도 있어? 그런거라면 난 거절할래 그냥 원래 세계로 돌아가자. 역시 그게 맞는거야. 나 하나만 인간을 포기하고 원환의 이치에 있으면 될 일인데. 불안해...」

악마가 단호한 말투로 소리친다.

「마도카!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야. 난 오늘까지 쉬지않고 끊임없이 노력했어! 너 하나만을 생각하며. 정말 부담스럽겠지만, 이 마음을 이해하기...」

호무라는 비참하고 창피한 기분에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낀다.

「... 어렵겠지만 그 불타는 마음으로 내 소원을 직접 이뤄냈어. 너에게 언제나 민폐만 끼치고 도움만 받았는데 이제서야 나도 도움이 돼서 정말 기뻐. 이 넘치는 마력으로 내가 성공해보일게!」

「이제 내 질문에 대답하면 앞으로 어디로 갈지 알려줄게」

마도카는 의아한 얼굴로 바라본다.

「원환의 이치에 있을 때 정말 행복하기만 했어? 마법소녀들은 잠들어있고 사실상 마도카만 영원히 혼자인데 죽음보다 더한 일 같았어. 마법소녀들의 절망을 대신 감싸안는 네 팔이 상처투성이 같고. 역시 내 착각이야?


「호무라쨩 무슨, 모든 아이들이 나와 영원히 함께야. 그러니까 호무라쨩도 내가 어떻게든 할테니 영원히 함께하자」


「마도카, 너의 의지만큼 나는 너가 한순간이라도 괴로운 것은 참을 수 없어, 너같이 상냥하고 귀중한 아이가 모든걸 끌어안고 영겁의 시간을 버티는데 내가 편히 잠드는 것은 더 고통스러운 일이야. 솔직해져. 마도카는 항상 나한테만 진심을 보여줬잖아 기억안나?」


「무슨 소리야?」


「마법소녀를 후회한 일도 진심, 마녀가 되어 질서를 어지럽히고 저주를 흩뿌릴 바에는 죽고싶다는 것도 진..」

순간 여신님이 고통에 소리친다.

「호무라쨩! 미안.. 미안해 나도 마미언니를 그렇게.. 사람을 죽인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있었으면서, 그런 잔인한 부탁을 해서 정말 미안해..」

이번엔 여신님이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가린채 울음을 터뜨린다.

「괜찮아 마도카, 네가 올곧은 아이기 때문에 그 부탁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이뤄주지 않으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알아서 할 수 있었어. 너의 후회를 희망으로 바꿔 나는 그때 죽지 않고 더 루프를 돌 수 있었어. 감사해」

호무라가 마도카를 죽이는 일은 보통의 살인에 비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지, 몇번을 반복하고 뇌리에 새겼는지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 아이를 더 울리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이곳에서 만났을 때, 그리고 헤어질 때, 마도카를 기억했으면 한다는 어렴풋한 마음도 진심. 나한테만 그런 진심을 보여줘서 기뻤어. 그러니 지금도 솔직하게 말해줘 아무도 듣지 않을꺼야」

여신님은 망설이다 입을 연다.

「사실... 조금 외로웠어. 영원한 시간이 처음엔 두려웠어.」

「호무라쨩이 내 리본을 메고 살아가는 모습을 봤는데 호무라쨩, 너무 외로워보였어. 나를 혼자서 기억한다는 일이, 하필 마법도 기억조작이라서 그렇게 호무라쨩을 고독으로 몰고갈 줄 몰랐어.」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도 외톨이었어. 호무라쨩에게 언제나 외톨이가 되지 말라고 했는데 나도 똑같았던거야」

「이제 와서 되돌릴 수도 없고, 이런건 여신이 가져선 안될 감정 같아서 계속 외면해 왔었어」

「하지만 호무라쨩, 괴로운거 하나 때문에 후회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호무라쨩을 더이상 힘들게 할 수 없으니까 그때처럼 과거를 바꿔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을게 난 이대로가 행복해!」

마도카의 진심어린 대답에 호무라는 부드러운 미소로 대답한다.

「그럼 마도카, 내가 평생 옆에 있어줄게」

「구원이라는 형식적인 말은 필요 없어, 네가 진정으로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더이상 괴롭지 않을 것 같아」


「호무라쨩?, 나때문에 괜히, 무리하지 않아도 돼, 호무라쨩이 괴로우면 나도 괴로워」


「아니, 내가 하고싶어서 하는 거야. 내 손을 더럽혀서라도 마도카가 순수한 신으로, 모두에게 희망이 된다면 나는 만족해. 원래 악마는 그런거니까」




「약한 부분은 나한테만 보여줘, 아무에게 말하지 않을게. 그래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강한 마도카가 될 수 있는거야. 인간은 완벽할 수 없어.」

「그렇게라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난 평생 마도카를 옆에서 지킬 자신이 있어」


영원히 만나지 않을 것 같던 평행선이 서로를 향해 조금만 각도를 틀자 그동안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완벽한 하나의 빛줄기가 되어 세계를 뚫고 나갔다.


여신님이 울먹였다.

「그래, 생각해보니 남들 앞에서는 강하고 도움이 되는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는데 호무라쨩 앞에서만은 자꾸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졌어. 그런데 여기까지 따라와서도 나의 진심을 유일하게 물어봐줘서 고마워. 호무라쨩은 나의 천생연분인가봐」

그 말에 여신과 악마는 서로 고개를 숙이고 볼을 붉힌다.


「호무라쨩, 이제부터 영원히 함께야!」


「그래,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

여신과 악마는 뜨겁게 포옹한다.




※우로부치가 말한 마마마의 주제의식 : 타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