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천 2호선은 매천 시민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다. 부산 1호선보다 늦게 개통한 매천 1호선과 달리 부산 2호선보다 몇 년이나 일찍 개통해 매천 시민들의 자랑거리였다. 송은의 대학가와 80년대에 조성된 시청 신청사 주변 도심지역, 매천대학교, 정부매천청사(현 매천시의회), 당시 새로 개발하기로 확정된 이수구 중부와 역상구 동부를 거쳐 화천역, 화천시와 여러 대학으로 가는 노선인 만큼 서울 2호선처럼 '젊음의 상징'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모습은 서울 2호선보다는 서울 1호선에 가깝다.


(매천도시공사 제공. 노란색이 광복 후 대한민국 매천의 첫 도심, 연두색이 80년대 시청 이전 계획과 함께 개발된 두 번째 도심, 하늘색이 90년대 초 매천청사가 정부종합청사로 승격되며 발달했던 세 번째 도심, 갈색이 현재 개발중인 이수구 신도심. 이 중 매천청사 인근은 도심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IMF 전까지만 해도 젊고 역동적이었다

개통 후 몇 년동안은 시민의 기대에 부합했다. 수백만 매천시민의 발이 되었고 서울 지하철 부럽지 않은 혼잡도를 자랑했다. 시청역과 맥스코역은 젊은이들의 바쁜 일상을 상징하는 곳이 되기도 했다. ㄱ자 모양의 도심이 드디어 이어지면서 지하철 이용객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히려 1호선이 한적한 시간대에 연선역사공원과 중구의 옛 도심을 오가는 노인들의 것이었던 적도 있었다.


정부청사 공무원 떠나자 불량학생•건달이 자리 채워

얼마 안가 문제가 생겼다. 정부청사가 사리원시(현재 봉산시)로 이전을 확정지으면서 인근 도심이 붕괴된 것이다. 매천광역시의회를 정부청사가 떠난 자리로 옮겼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이수공고 학생들로 대표되는 비행청소년들과 상권에서 이권을 챙기려는 건달들이 나타났다. 유흥업소가 줄줄이 들어오고 거리에서는 패싸움이 벌어졌다. 이들은 2호선을 타고 이수구 북천동과 당산구 서부를 오가며 종종 시민들의 돈을 탈취하는 짓까지 벌였다. 1997년 6월에는 2호선 열차 내에서 두 폭력조직이 패싸움을 벌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매천도시공사 직원들에 일망타진된 적도 있었다.


IMF 후 불량배마저 떠났다... '종점교' 성지로 등극

어찌되었던 수요 자체는 유지되던 2호선은 IMF 직격타를 맞고 지금과 같은 꼴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정부청사 인근에서 버티던 기업과 상인들이 줄도산하며 인근이 유령도시 수준이 되자 더 이상 건달들도 당산구로 향하기 위해 2호선을 타지 않았다. 역상구와 중구의 기업들에서 대거 해고된 화천시와 북구 주민들도 2호선을 타지 않았다.

대학생들과 생존한 직장인들로 2호선 앉을 자리가 가득 차던 출퇴근시간이면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는 대신 바구니를 잡고 지하철 바닥에 앉아 동냥했다. 2호선에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유독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였다. 대다수는 종점역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일어나 본인들의 수익을 확인한다는 얘기가 퍼지며 '종점교 성지'라는 조롱의 대상으로 불리기에 이른다.


'2호선족'의 하루... 당산 등산->매천시장->매천대 학교식당, 시민들은 '불편'

최근에는 2호선만으로 생계를 겨우 해결한다는 '2호선족'이라는 신조어마저 생겼다.

김 모 씨(48, 남)는 IMF 시절 해고된 후 고령의 나이로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2호선족으로 전락했다. 신의구 아파트를 팔아 화천시 외곽 좁은 반지하, 아내와 이혼한 후 자녀들과도 떨어진 그는 화천여대역에서 아침 열차를 타고 송은구까지 가 당산을 오른다. 그는 당산에서 각종 나물과 버섯을 캔 후 다시 2호선을 타고 매천시장과 가장 가까운 역에서 내린다. 매천시장에는 나물을 납품할 수 있도록 시가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천시장에 나물을 넘기고 받은 돈으로 다시 2호선을 타고 매천대역에서 내린다. 동료인 장 아무개(49), 이 아무개(46), 양 아무개(55) 등과 함께 매천대 학식을 먹는다. 이유는 값이 싸고 영양가 있기 때문이다. 배를 채우면 2호선을 타고 1호선으로 환승해 연선역사공원으로 가 노인들과 함께 민속놀이를 즐긴다. 저녁이 되면 인근 편의점에서 소주와 컵라면을 사 조촐한 식사를 한 후 1호선에 탑승, 시청역 환승통로에서 동료들 및 노인들과 긴 인사를 나누고 2호선 열차에 타 구걸을 한다. 종점인 화천여대역에 내려서 집에 가면 그의 하루가 마무리된다. 김 씨는 "이것 말고 방법이 있냐. 일용직을 잡기가 빡세다. 이수구나 북구에서 그렇게 공사를 해대도 경쟁이 매우 심하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이 2호선족들이 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매천대 학생들은 땀냄새나고 씨끄러운 2호선족들 때문에 학생식당을 기피하고 매천대에서는 '학생식당 잠정폐쇄'까지 고려하는 상황이다. 지하철 내에서는 더 심하다. 김 씨와 그 동료들처럼 비교적 평범한 사람들도 있지만 개중에는 학생들 대상으로 화풀이와 훈계는 기본이요,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거나 젊은 여성을 추행하는 이들도 있다. 경찰과 매천도시공사가 이들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호선 연장에 시민들은 반기면서도 내심 불안

최근 공항 접근성을 위해 재령군 문화역까지 2호선 연장이 확정되자 시민들은 반기는 한편 우려도 하고 있다. 기존 2호선족에 재령의 신천온천을 이용하려는 노인들이 더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모 매천대 학생은 "노인과 실직자 출신 단순노동자인 2호선족이 더 늘어난다니 상상하기도 싫다"는 반응을 보였고, 30대 직장인 최씨도 "사람 많은데 이상한 사람은 특히 많은 2호선이 너무 싫다. 2호선 대체노선을 신설하지 않으면 버스 이용도 고려하겠다." 며 울분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