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TV 속에서 엄마의 모습을 봤을 떄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엄마는 내 바로 옆에 있는데 TV 속에는 내가 모르는 엄마가 있다.

카페의 점원이거나, 형사이거나, 의사이거나─ 그 모든 게 반짝이며 빛나고 멋있었다.


그걸 보고 어린 애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언젠가 엄마처럼 멋있어지고 싶다고.


물론 나에게 대단한 재능은 없었다.

뭐, 애당초 엄마도 유명해지지 못하고 사라져간 여배우다. 그런 걸 바랄 수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돌봄교실에서 만난 히로미치 군 덕분에 부모님의 이혼에서 벗아난 뒤, 초등학생, 중학생 때 모두 연극부에 소속됐지만 맡은 역할은 단역일 뿐, 이름이 있을 만한 역할을 맡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고 나서, 모든 게 스스로도 믿을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고생 작가로 유명한 연극부의 부장으로부터 주목받은 것을 시작으로

문화제의 주역으로 발탁되기도 하고, 합숙에서 찍은, 별 것 아닌 사진이 인터넷에서 유명해져 TV에 출연하거나.

영화의 프로듀서가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한 것까지.


좀 평범하지 않다.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신데렐라 스토리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고등학생이 되고 나는 매우 강한 행운이 따라다닌다.

왜냐면 오래전에 인연이 끊어진 줄 알았던 첫 사랑, 그 사람과 연인이 될 수 있었던 데다 생이별했던 쌍둥이 여동생과 만날 수 있었으니까.


운에는 흐름이 있고 모든 것이 잘 되는 그런 시간이 인생에 한 번쯤 찾아온다고 한다.

분명 나는 지금 그 시간 속에 있는거겠지.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할 수 있는 만큼 하지 않으면 이번과 같은 기회는 오지 않을거라고.

어렸을 때 품었던 꿈. 엄마와 같은 세상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지금 최선을 다할 때다.


그래서 나는 있는 그대로의 용기를 가지고 꿈에 손을 뻗었다.

나를 영화에 출연시키고 싶다고 말한 프로듀서님의 손을 잡기 위해. 하지만.


"아이고, 예뻐졌네. 하루카, 나 기억하니?"


나는 잊고 있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꿈을 꾼 사람이 하늘을 날려다가 땅에 떨어진 우화를 말이다.


× × ×


"───"


연극부 부장에게 초대받은 프로듀서님과의 식사 모임.

그 자리에 늦게 나타난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나는 숨 쉬는 법을 잊었다.

해변으로 떨어진 물고기 처럼 입을 뻐끔거리지만 숨을 쉬지 못했다.


"어? 혹시 나 잊은거야?"


남자는 잘 정리된 가르마 펌 머리를 긁으며 수염도 없는 볼을 매만지며 쓴 웃음을 지었다.

아니, 잊고 있던 게 아니다...... 잊고 있을 리 없다. 10년이 지나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까. 저 사람은.


"아, 아뇨. 타카오, 씨... 그렇죠."


엄마랑 바람을 피운, 우리 가족을 망친 사람이니까.


"다행이네. 나 여자애한테 얼굴 잊히는 일은 좀처럼 없으니까 혹시나했어."


내 말에 타카오는 안심한 듯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 온화한 태도에 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어째서 이 사람이 지금 나타난 건지. 내가 미워해도, 미워하지 못하는 이 사람이. 하필 오늘 이 자리에.

그것도... 얼굴에 미소를 띄우면서.


프로듀서는 그가 우리 엄마를 아는 사람이 나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초대했다고 했지만 우리는 화목하게 재회를 기뻐할 사이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그럼 타카오씨도 왔으니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옛날부터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이야기도 했지만 그건 식사를 하면서 하는거니까."


혼란스러운 나를 제쳐두고 부장님께 소개받은 프로듀서, 이토이 씨가 소파에서 일어섰다.


"이토이 씨, 오늘의 메뉴는 뭐야?"

"지비에 요리 메인 풀코스요. 야가미 선생님의 요청대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싸─ 이토이씨한테 말하면 뭐든지 사주니까 좋아─"

"뭐, 제 돈은 아니니가요. 야가미 선생님이랑 잇으면 재밌는 걸 여러가지 먹을 수 있어서 즐거워요."

"그러네~ 역시 호쿠에이의 에이스 프로듀서."


이어 부장도 자리를 뜬다.


"지비에구나, 손님 입장에서 불평하는 것도 그렇지만... 이상한 고기라던가, 사용하지 않았겠지?"

"그런 이상한 고기는 없어요. 사슴이라든가 토끼라든가......"

"음, 그 정도면─"

"아, 메인 디쉬는 야가미 선생님의 요청으로 어린 양의 뇌 요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에에에?! 야가미, 뇌 요리 같은 거 먹나?"

"반대에요, 반대. 먹어본 적이 없어서 이번 기회로 먹고 싶어요~ 작가의 이야기는 경험으로만 늘릴 수 있어서요~ 배우도 그렇겠죠."

"... 내 것만 따로 준비해주면 안될까?"


정신차리니 앉아있는 건 나뿐이었다. 잠시 후 바로 커피숍을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맨 윗층 식당으로 향했다.


어쩌지. 땀으로 샤워한 것 처럼 등이 축축했다. 상상도 못했던 만남에 생각이 복잡해져서 식사는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무튼 시간이 필요했다. 마음을, 이 동요를 진정시킬 시간이. 그래서 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저, 죄송합니다."

"왜, 그래. 하루카."

"잠깐... 그, 먼저 화장실에... 다녀와도 될까요?"


순간적으로 나온 그 변명은 곧 열여섯이 되는 여자아이에게 어떤 걸까.

근데 그 잠깐의 여유도 없었다.


프로듀서 이토이씨도 그런 쪽은 어른이다. 웃지도 않고 선뜻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 아무쪼록 신경쓰지 마세요. 저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빨리 가자. 나 이제 배고프다니까~"


재촉하는 부장님에게 미안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향한다.

잔잔한 호수에 거대한 바위를 던진 것 처럼 파도치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기 위해서.


× × ×


타카오씨에게서 도망치듯 카페 화장실에 들어온 나였지만 아무리 진정하려고 해도 마음의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그래고 그건 당연하다. 나는 타카오씨가 무슨 일로 나를 만나러 왔는지, 그것마저 모르니까.


모르겠다. 계속 불안감이 생겨난다. 이런 상태에서 진정될 리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런 얼굴은 안돼..."


세면대 앞 거울을 향해 외쳤다.


기억해. 오늘 내가 여기서 무얼 하러 왔는지를.

엄청난 행운을 따라 온 이 자리에서 나는 동경하던 세계로의 진출을 위해 온 게 아닌가.


부장님 덕분에 만나서 갑자기 영화 엑스트라 이야기를 듣는 등 출발은 좋았다.


그런데 이건 부장님의 힘이지, 내 힘이 아니다. 부장님이 나에게 기회를 줬다.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어떨지, 드디어 내가 시험받을 시간이 온다.


그러면 프로듀서님 앞에서 이런 얼굴을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이런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잇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없다.

똑바로 해야지. 무엇보다 축제 날의 데이트를 미룬 나를 용서해주고 응원까지 해준 히로미치 군에게 미안하니까.


나는 가볍게 내 양 볼을 두드려주고 다시 기합을 넣는다.

타카옦씨의 일은 신경이 쓰이지만, 지금은 무시하자.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프로듀서나 부장이 있는 앞에서는 그렇게 이상한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은 이 기회를 꼭 잡자, 그것만 생각하자.


그렇게 자신에게 강하게 타이르고, 허세라는 갑옷을 입고 나는 화장실을 나선다.


"아, 안색이 안 좋네, 하루카 쨩."


하지만 그런 이상한 허세는 본인을 앞에 두자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타, 타카오씨. 무슨 일이죠...... 이런 곳에서."

"아니, 나도 화장실 좀 가려고."


거짓말이다. 타카오 씨는 화장실 앞 복도 벽에 기대어 있다. 어쩌다 타이밍이 겹쳤을 뿐일 리가 없다.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실에 나는 조금 무서워졌다.

도망가야 한다. 당장 이 상황에서 도망가야 한다.


"그래요? 그럼 저는 먼저 가 있을게요."

"잠깐, 기다려."

"헉!"


종종 걸음으로 스쳐 지나가려는 순간 어깨를 잡혔다. 그것도 꽤 난폭하게.

이렇게 함부로 남이 몸을 건드린 건 얼마만일까.

나도 모르게 비명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타카오씨는 움켜쥔 손을 풀지 않고 오히려 손가락이 아플정도로 몸을 끌어당기고 귀띔해왔다.


"그 모습이라면 하루카도 알고 있겠지. 내가 옛날에 알게 된 여자의 출세를 축하하러 온 건 아니라는 걸 말이야. 당연하게도."

"헉...!"

"하루카의 그 사진을 봤을 때부터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 야가미라는 강력한 연줄이 있는 이상, 무조건 이 쪽 세계로 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뭐, 딱히 하루카가 어떤 직업을 목표로 하든 그건 상관없어. 멋대로 하면 되지. 하루카의 인생이니까. 하지만 그것때문에 내 인생이 망가져버린다면 역시 지나칠 수 없어. 그렇지? 그래서 오늘 하루카에게 결고를 하러 온거야."

"경, 고...?"


타카오 씨는 힘껏 나를 끌어당기고 정면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아, 연예계라는 세상에서 있고 싶으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마."

"......!"

"그땐 나도 젊었어. 약간의 호기심이라는 거였지. 또래 여자들은 질릴 정도로 하룻 밤 보내고 신경 껐지. 사실 질렸어. 그래서 자극이 필요했지. 그것 때문에 하루카에게 피해를 줬을지 몰라. 반성하고 잇어. 하지만...... 벌써 옛날 이야기야. 나는 이미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어. 이래도 애처가라는 이미지인데 이제 와서 그런 예전 일을 말해버려서 내 이미지를 더럽히면 곤란해. 내가 아니라 내가 먹여 살릴 많은 사람들이 말이야. 내 상품가치는 겨우 인터넷에서 유명해진 아이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올 수 없는거야. 거기서 잘 이해하고 행동하지 않으면 큰일 날거니까. 나는 어른이니까, 모두를 지키기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해. 알지?"


뱀을 마주친 개구리는 이런 느낌인걸까. 몸이 부르르 떨리고 꼼짝할 수 없다.

어른 남자에게 강한 힘으로 잡혀가고, 노려보고, 무서워서 어쩔 줄 모르는데, 그 무서운 시선에 눈을 돌릴수 조차 없다.


그냥 그런대로. 그런 내 모습을 보고 타카오 씨는 만족스럽게 눈을 가늘게 뜬다.

아마 내가 정신적으로 굴복한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이제 위협할 필요도 없다는 듯 표정을 확 바꿨다.

내 기억에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로 바뀌어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니까, 이건 하루카에게도 나쁜 이야기가 아니야. 오히려 좋으니까 내 눈을 바라봐도 돼. 아, 맞다. 이번에 참가하는 프로듀서한테도 말해줄게. 국영방송은 페이도 괜찮고 네임밸류도 붙어. 하루카를 스타덤에 올려줄게. 서로 윈윈으로 하자고."


다정한 얼굴, 부드러운 목소리. 그런 전부가 거짓말이다.

가늘어진 눈동자 속에는 시커먼 감정이 마치 꿈틀거리고 있다.

그건 내 부주의한 한 마디로 곧 기어나와 나에게 덤벼들 것이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서 목이 멘 건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착하네."


그러자 타카오 씨는 그제서야 내 어깨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이 남자 화장실 안으로 사라진 후에야 나는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으아......... 으윽, 으악!"


숨을 조금씩 쉬자 마비된 사고가 돌기 시작한다....... 그가 여기 온 이유는 잘 알 것 같았다.

그는 내 입에서 자신의 과거를 세상에 들춰낼까봐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그걸 막기 위해 온 거다.


옛날 일을 퍼뜨릴 생각은 없었다.

그를 용서할 수도 없고 싫어하지만 복수를 운운하는 것보다 다시는 관계를 맺고 싶지 않다.

그런 마음이 훨씬 강했으니까.


그런데 저 쪽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겠지.

내가 언제 말을 잘못해서 지금의 평화가 위협받을지 모르니까.

그러니까 내가 이 세상에 있으려고 하는 한, 그는 분명 계속 쫓아올 거다. 계속, 언제나, 끝까지.

그 무서운 눈이── 나를 항상 어딘가에서 노려보고 있다.


"헉────!"


그렇게...... 그렇게 강렬한 악의를 어른에게 받은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나를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완력과 권력을 가진 어른이니까.


그걸 생각하면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몸이 덜덜 떨리고 시야가 눈물로 번진다. 숨을 내쉴때마다 눈물이 쏟아져서 멈추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지금부터 레스토랑에 가서 그와 식사를 하다니...... 생각할 수 없었따.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도망쳐버렸다.


오늘이라는 날에 걸었던 결의를 버리고 홀로 호텔을 뛰쳐나와 밤 거리를 달린다.

그 사람에게서 조금이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넘어져서 찰과상이 나도 통증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 속은 공포와 혐오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도망가야지, 도망가야 해.

저 사람한테서, 그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멀어지기 위해서.

그런데, 어디로?


"히로미치군...!"


머리에 떠오르는 건 나를 가장 아껴주는 사람. 나를 지켜주는 장소.

붙잡혔던 어깨와 타카오씨의 손톱의 느낌은 아직도 강한 통증으로 남아있다.

타카오 씨가 만진 볼은 구더기가 지나가는 것 처럼 가렵다.

기분 나빠. 기분 나빠, 기분 나빠.


이 기분 나쁜 걸 지워줄 수 있는 건 히로미치 군 뿐이다.


그에게 안기고 싶다. 평소처럼 부드러운 스킨십이 그립다.

그러지 않으면 마음이 어떻게 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히로미치 군의 집으로 향했다.

오늘은 데이트를 하기로 했던 날. 하지만 내가 미뤄달라고 했으니 히로미치 군은 분명 집에 있을거야.


그렇게 기대했지만 아파트 방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다. 히로미치 군은 어디론가 나가버린 것 같다.

혹시 다른 친구들이랑 불꽃놀이를 보러 간걸까.


지독한 고독감이 내 가슴을 짓누르고,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제발... 도와줘, 도와줘. 히로미치 군...!"


비명을 지르며 나는 LINE으로 그를 부르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서야 스마트폰을 넣은 핸드백을 호텔 카페에 두고 온 것을 알았다.

가지고 있던 건 주머니에 넣고 있던 학생증과 Suica가 들어간 정기권 케이스뿐이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포기하고 내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 사람에게 닿은 감촉을 남긴 채 하룻밤을 지내다니 견딜 수 없었다.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린 걸까.


그래서 나는 히로미치 군의 집 문 앞에 주저앉아 세운 무릎에 이마를 대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제발, 제발 돌아와줘......


그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어머? 왜 그래, 거기 앉아서. 혹시 열쇠를 잃어버렸니?"


같은 아파트 사람인걸까. 중년 여성이 걱정스럽게 말을 걸어왔지만, 지금 히로미치 군 말고는 이야기할 말음이 생기지 않았다.


나는 괜찮다며. 대충 이야기 하고 그저 가만히 히로미치 군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렇게 웅크린지 한참. 손목 시계의 숫자가 22시가 지났을 무렵.

계단을 올라오는 발자국 소리에 고개를 들자 기다리다 애태웠던 사람이 겨우 돌아왔다.


"히로미치군!"

"하루, 카...?"


히로미치 군의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데이트를 미뤘던 내가 집 앞에 있다는 것에 놀랐겠지.

하지만 아까의 사정을 이야기하기보다 우선 그의 품에 뛰어들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튕기듯 일어나 그에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어────"


달려가려던 다리는 돌처럼 굳어졌다.

다리 뿐만이 아니라 머리와 몸까지 모든것이 멈춰버렸다.

너무나 이해가지 않는 광경을 눈 앞에 두고.


히로미치 군의 뒤에서 또 하나의 그림자가 보인다.

조금씩 새어나가는 달빛이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거기에 서서 히로미치 군의 팔을 껴안고 있던 것은.


"어째서, 시구레가 히로미치 군이랑 같이 있는거야...?"


내... 쌍둥이 여동생, 시구레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