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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끼던 독수리와 작별하고.


소중한 동생의 복수도 다하지 못한 채 자신도 침몰한다.


중상을 입은 채 병상에 누워, 동생들의 등을 보면서 부디 다치지 말라는 말 밖에 할 수 없는.


한 여자가 있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창가에 요크타운이 있었다.


햇살이 하반신을 덮은 이불을 가로지르되, 그녀의 얼굴에는 닿지 않았다.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들어오자, 그녀가 옅은 오한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그녀는 창문을 닫지 않고 밖을 본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참새들도....."


요크타운은 쓴 미소를 지었다.


"사랑을 하는구나."


참새를 바라보는 처녀.


그리고 그런 그녀를 살짝 열린 문틈에서 보고 있는 남자.


"바람을 쐬면 몸에 안 좋아. 특히 부상자는."

"아.... 지휘관님."


요크타운이 그를 돌아보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날이 좋아서요. 저도 모르게..."

".....닫아줄게."


지휘관은 창문을 닫았다. 그러나 커튼은 치지 않았다.


"몸은 여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지휘관임이 간호해주시는 덕분에요."

"그래......"


지휘관은 애써 미소 짓는 그녀를 보며 생각한다.


하늘에서 추락한 천사가 울고 있다면.


그 마음을 어떻게 달래야 할까.


'....무슨 말을 하겠어.'


지휘관은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행동뿐.'


과거, 요크타운은 싸우다가 침몰했고, 중상을 입었다.


그 과거는 바꿀 수 없다.


그렇다고 안일하게 그대로 두고 갈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차근차근 현재를 이어가는 것뿐이다.


"오늘도 다녀올게, 요크타운."

".....네. 여기서 기다릴게요."


지휘관은 그녀와 짧게 키스를 하고 방을 나섰다. 요크타운이 그의 옷깃을 향해 손을 뻗었다.


"조, 조금만 더......"


그러나 그 손은 닿지 않고 도중에 회수됐다.


요크타운은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패배자의, 환자의 몸으로는.


모두를 짊어진 당신에게 결코.....


미련을 줄 수 없었다.


요크타운은 손을 거두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랑의 계절이 다가왔되.


사랑은 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요크타운은 병상에서 생활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지냈다.


멀쩡하지 않은 몸뚱이로는 제대로 된 전투를 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무용지물.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긴 나날이 이어졌다.


사랑도.


우정도.


대의도.


어떠한 것도 지켜내지 못하고, 나을 수 없는 상처를 안은 채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뿐.


그런 긴 생활은 그녀의 마음을 서서히 좀먹었으며, 몸이 아닌 정신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괴로워..... 이런 생활이 대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걸까.....'


하루는 그런 생각에 눈물을 흘리며 베개를 적셨다.


별빛이 차가운 공기와 함께 창틀을 넘어오는 새벽.


요크타운은 긴 꿈을 꾸었다.


 

-길고도........

 



-길고도........


 


-길고도.........


 


-길고도..............




-길고도........
 



긴 꿈을.


"아......"


요크타운은 눈을 떴다. 눈물이 주르르 흐르는 짙은 새벽.


하필이면 달밤이 한 점도 없어 잔혹하리만치 어두운 새벽이었다.


"아아....."


그것은 과거이자, 기억이자, 아픔이자, 상실이었다.


또한, 괴로움이었다.


"아흐..... 흐.....흐윽....."


가장 아끼던 독수리와 작별했고.


아끼던 동생의 복수도 다하지 못한 채 자신도 침몰했다.


중상을 입은 채 병상에 누워, 지휘관에게 힘 내라는 말조차 건네기 어려운.


지금의 그녀를 만들어낸 과거.


"으흑..... 흐윽...... 으흐으으윽...."


마음이 무너지고, 몸이 꺾인다.


요크타운은 어둠이 쏟아지는 창가 옆에서 눈물을 쏟으며 오열했다.


"과거를 바꿀 수 있다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있다면 그걸 놓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시 시작할 기회조차 없다면.... 그걸 잡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비참한 채로 살고 싶지도 않았다. 비참한 과거에서 비롯된 현재는, 비참함마저 찬란해질 지경으로 지독했다.


'두 발로 걸어나갈 수라도 있었다면.....'


차근차근 현재를 나아가며 과거를 극복해나가는 것이야말로 그녀가 바라던 일이었다.


그러나 죽지도 살지도 못한 몸뚱이로는....


"다시 한 번만 기회를... 딱 한 번만이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러나 그럴 수 없다는 걸 알기에 현재가 더욱 슬플 뿐이었다.


-무슨 소리 안 들려?

-귀신이 흐느끼는 것 같은....


요크타운은 입을 틀어막고 울었다. 그 울음소리에 누군가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이 싫었다.


돌아오는 것은 따뜻한 위로일 거다. 충분히 애쓰고 있다며. 언젠가는 나아질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기약 없는 위로.


그러나 지금 요크타운에게 필요한 건 아지랑이 같은 희망이 아니었다.


'마음껏 울 수도 없는, 내 현실이 너무 싫어.'


그러한 생각이 그녀의 마음이 후벼 파자, 피눈물이 흐르는 듯 눈이 아파왔다.


그리고 여명이 밝는다.


"읏......!?"


눈이 타들어갈 것처럼 밝은 빛이 지평선을 갈랐다.


세상의 끝에서부터 빛이 밝아오며 요크타운의 수치심을 환히 밝힌다.


눈물로 범벅이 됐지만 사막보다 메마른 눈. 일그러진 입가. 자신감이 없어 꺾인 눈빛.


"아, 아아....."


그런 그녀에게, 지금 모습을 가장 보이기 싫은 한 남자가 창밖에 나타났다.


"....참 곤란하네."


끼이익-


지휘관이 창문을 열면서 창틀에 손을 얹었다.


그의 모습은 전과 달리 헬쑥해져 있었다. 어디서 울고 왔는지 눈이 퀭해졌고, 눈은 메말라 있다.


그러나 육체 자체가 상한 것은 아니었다.


말라 비틀어진 것은 몸이 아닌 정신이었다.


"눈물은 저쪽의 요크타운 만으로 충분한데."

"지휘관님...... 우셨어요.....?"

"...응, 울었어."


지휘관은 눈물을 훔치며 피식 웃었다.


"그런데 저쪽의 요크타운은 무슨...."

"요크타운."

"....네?"

"천사가 울고 있다면, 어떻게 달래줘야 할까."

"네......?"


지휘관이 지평선을 본다. 마치 그곳에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 아련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새로운 의장으로 날아오른 네 모습은, 마치 천사 같았어."

"......?"

"세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어."


지휘관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알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하지만 그 아련한 분위기에 압도당했기에 요크타운은 그저 들었다.


"과거를 바꾸거나."


'어.....?'


"그대로 두거나."


'........?'


"차근차근 현재를 나아가거나."


지휘관의 말에, 요크타운은 기시감을 느꼈다.


'방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아......'


우연일까? 아니면....


오늘의 새벽은 유난히 어둡고 차가웠다.


'그 감각.... 어디서.....'


지금에서야 생각났다. 오늘의 새벽은 침몰했을 당시 느꼈던 죽음에 가장 가까운 감각이었다.


"지휘관님. 그 말씀은....."

"넌 말했어. 중요한 건 지금의 인생에 후회를 만들지 않는 거라고."
".....지휘관님....?"

"많은 일이 있었지만...... 나도 후회하지 않아."


지휘관이 손을 뻗는다. 요크타운은 멍하니 그 손을 바라보다가 살며시 잡았다.


꼬옥-


지휘관이 무언가를 손에 쥐어주었다.


"네 선택이야."

"네....?"

"모르고 싶다면, 그냥 버리면 돼. 알고 싶다면 시술을 진행할 때 데이터를 넣어달라고 부탁해."

"시술....이요...?"

"응."


지휘관이 미소를 짓는다. 밝아오는 여명이 그를 덮쳤다.


죽음처럼 어두운 새벽이 걷힌다. 화사한 빛이 세상을 뒤덮으며...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가 시작된다.


"요크타운. 넌 다시 태어날 거야."

"다시 태어나요...?"


지휘관은 굳이 말해주지 않았다.


이어서 아침이 완전히 밝은 날.


요크타운은 식사 대신 들이닥친 대원들과 시술장으로 향했다.







[안녕히, 나의 사랑하는 지휘관님. 당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언젠가 만나요.]


머릿속에 맴도는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요크타운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녀 자신이지만, 그녀가 아닌. 그러나 이제 그녀가 된 자의 목소리.


"아......."


요크타운은 눈을 떴다.


모든 기억이 들어왔다.


요크타운은 또 하나의 그녀의 삶을 받아들였고, 그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찰나였는지 깨달았다.


".....별바다 속 유사 환경이지만, 바람과 햇빛의 감촉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았구나."


요크타운은 새로워진 몸과, 하나로 융합된 기억을 가지고 세상에 섰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들판에, 부드러운 바람이 불며 그녀의 머리칼을 날렸다.


"새로운 몸.... 그리고 새로운 기억."


유난히 어둡고 차가웠던 그날의 새벽.


그녀는 환상을 꾸었다.


그 환상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진 무수한 차원 중 하나요, 동시에 현실과 겹쳐지는 사상의 환계였다.


그녀가 꿈꿨던 환상은, 단순한 데이터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데이터가 현실의 육신으로 흘러들어와 형태를 갖추었다.


"이게 새로운 나......"


그녀는 의장을 펼친다. 등 뒤에서 좌우로 펼쳐진 의장은 마치 날개와도 같았으며, 휘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은 백색으로 밝게 빛났다.


"....역시 천사 같네."


지휘관이 다가왔다.


"몸은 어때? 시술은 잘 끝났어?"

"네.... 굉장해요. 그 깊었던 상처가 깔끔하게....."


요크타운은 감격하며 말했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요크타운은-"

"지휘관님. 천사가 울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여쭈어보셨었죠."


요크타운은 일부러 그의 말을 끊었다. 그가 무얼 물어볼 지 알기 때문이었다.


".....응."

"생각난 것이 하나 있는데, 해답을 드려도 될까요?"

"물론이지."

"....날개를 달아주시는 거예요."

"날개."

"날개를."


요크타운은 자신의 등 뒤를 보며 말했다.


"천사가 울고 있던 건, 다시는 날아오를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으니까요."

"......그럼 천사가 웃고 있다면?"


지휘관이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크타운이 미소를 지으며 푸른 장미 한 송이를 들어올렸다.


".....!"


그걸 본 지휘관의 눈이 커졌다. 요크타운은 장미에 키스하고, 살짝 상기된 채 말한다.


"사랑해주세요. 당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부드러운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은은하게 울려 퍼진다.


"나의 사랑하는 지휘관님."

"요크타운....."

"전 지금의 이 삶에, 후회를 남기지 않을 선택을 할래요."


그녀가 다가가 지휘관을 안는다.


천사의 날개가 한 인간을 가득 품었고, 그 안에서 천사와 인간이 입을 맞추었다.


유난히 어두웠던 새벽이 걷히고.


따스한 바람과 함께 사랑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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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어렵다




벽람 그림, 단편문학 모음 - 벽람항로 채널 (arca.live)





요크타운 순애단편.

본 사람은 알겠지만 겹쳐지는 사상의 환계에서 좀 많이 따왔음
스토리 업로드된 거는 ㄹㅇ 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