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사항

1. 그럴사해보인것들 엮어서 설정짰음, 그래서 가끔 기존 스토리 캐릭터와 캐붕이 일어나거나 기존 설정과 충돌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음.

2. 초보 작가가 글 연습하는 겸 쓰는 거라서 실수가 있을 수 도 있음. 댓글에 써주면 오타나 맞춤법은 고침.

3. 이 글은 피폐향이 가득함. 자까 본인이 피폐를 좋아함. 근데 엔딩은 해피엔딩이 좋음. 거의 무조건 해피엔딩 낼꺼임. 배드엔딩은 연중 뿐

그림 아래부터는 소설임


제안


타탁…타닥… 일정한 키보드 타건소리만 울려퍼지는 어두운 공간


공간 안에는 밝은 화면과 속에 움직이는 한 명의 나, 그리고 이를 조종하는 한 나만이 앉아 있다.


머리가 산발된 백발에 공허하게 비어서 초점조차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회색 눈, 나는 죽어가고 있다.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열리지만, 한 노란 일회용 인스턴트 죽만이 던져지고는 공간은 다시 닫힌다.


기계적으로 일어나 일회용 숟가락으로 입에 쑤셔넣었다.


숟가락을 입에 넣고, 죽에 넣고, 입에 넣고, 죽에 넣기를 반복한다. 


어느새 남은 내용물은 없었고, 나는 그대로 용기를 탑 위에 올려두었다.



어느새 내 키만큼 차곡차곡 쌓인 인스턴트 용기의 탑은 벌써 세 쌍둥이가 되어버렸다. 


탑 옆에 보이는 사진 속 두 부모님은 내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듯 보이지만, 나는 의식적으로 이미 돌아가신 두분에 대해 생각하기를 멈췄다.


고개를 돌렸다. 이 자그마한 공간 속에 내게 반응해주는 세계 속 사람들에게로


화면 속에 움직이는 것은 나와 주변 몬스터 뿐이며, 가끔 만나는 NPC뿐이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즐거웠다.


화면 속 나는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고, 이는 이 검은 방 속의 나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과 대화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몬스터를 죽이고,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가져다주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게 없으면 요구하는 게 생길때까지 강해졌다. 화면 속 나는 강했다. 나와 달리, 


‘목말라…’


나처럼 목이 타지도 않았다. 가끔 아플때 포션만 마셔주면 되었다.

나 또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방 밖에 그들이 물을 주지 않은지도 벌써 2일째다. 


‘이대로 가다간 죽을지도…’


하지만 그게 무슨 대수일까… 딱히 살아있을 이유도 없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밖에 있는 사람들은 아니겠지만…


입 안이 죽 때문에 끈적거렸다. 

‘화장실에 물이 있긴 하지만…’


화장실은 물이 안내려가며 작동을 멈춘지 오래되었다. 내 생리현상은 멈출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이대로 가다간 몸이 화장실에 있는 물이라도 마시려고 하겠는걸…’


나는 내 몸을 주체할 수도, 제어할 생각도 없었지만, 적어도 그런 짓은… 너무 슬퍼하실 것 같았다.


‘이제와서 말이지…’


나는 몸을 일으켜 문을 두드렸다.


오래된 나무문에서 노크 소리가 공간 밖으로 울려 퍼지고, 누군가의 인기척 소리가 점점 다가왔다.


철컥 철컥 덜컹


여러 번의 자물쇠 소리가 울리고는 한 여인이 얼굴을 드리밀었다.


“왜”


그녀의 한마디에 내 숨은 얼어붙었다.


생각도 움직일 겨를이 보이지 않고는 몸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멀뚱멀뚱 그녀만을 바라봤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뭐! 필요한게 있어서 부른거 아니야!?”


물 이라고 한마디 하는게 이렇게 어려울까….


방 안을 치울 수 있게 해달라거나 화장실을 고쳐달라거나 하는 혹은 밖으로 나가게 해달라는 그런 어려운 요구도 아니고, 물 달라는 조그마한 요구조차 꺼내지 못했다.


“말을 못하면! 몸짓으로라도 표현을 해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나는 겁을 먹은 것일까? 잘 모르겠다.


“왜 아무것도 안해!! 나 놀리려고 부른거야?”


점점 화가 나는지 그녀의 목청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에라이! 아니 엄마는 왜 저런 사촌을 굳이 먹여 살리겠다고 해서!!”


그녀는 목청껏 내게 소리 지르더니 문을 쾅 닫았다.


문 너머에서 철컥거리는 잠금 소리와 함께 그녀의 욕거거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듣기 싫었다.


그들이 나를 굳이 먹여 살리는 이유는 잘은 모르겠다. 아마 유산때문이 아닐까 추측할 뿐이었다.


‘목말라…’


나는 이 방의 유일한 빛 앞으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툭…


지나가다가 휘청거리며 실수로 건들인 탑이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이제 두 쌍둥이가 되었네…’


다시 탑을 쌓아 방을 정리할 체력도 의지도 없었다. 나는 그대로 빛 앞에 앉아 다시 화면 속 나를 조종할 뿐이었다.



그때 내 눈 앞에 한 전구가 생성되었다. 퀘스트였다.


‘…?’


레벨업도 하지 않았고, 퀘스트를 완료한 것도  아니었다. 보통 내 위에 생성되는 저 물음표는 어떤 조건을 만족했을때 생겨나는 퀘스트의 경우 나오는 것이었다.


나는 아무런 의심 없이 전구를 눌렀다. 안에는 한 편지만이 들어있었다.


[도서관장 탈레스]


글자를 인식함과 함께 내 의식은 멈췄다.



*    *    *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평소처럼 어둡고 작은 방이 아니었다.


“으으… 눈부셔…”


오랜만에 눈에 쏟아진 빛을 팔로 가렸다가 치웠다. 이곳은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밝은 조명 아래 느껴지는 종이 냄새와 거대한 책이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주변에 꽃힌 다양한 색의 책이 이곳이 도서관임을 증명했다.


“내 초대에 응해주었군. 고맙네.”


내 눈앞에 보인 것은 한 원숭이 였다. 백발에 하얀 수염까지 달린 노인같이 생긴 원숭이.


원숭이가 말을 하고 있었다.


“꿈이네. 부모님 말고 다른 꿈을 꾸다니…”


이번엔 파란 새가 날아오더니 거대한 책 위에 앉아서는 말했다.


“꿈같은 소리하네.”


거친 말투였지만 조그마한 새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말하자 신기하고 귀여웠다.


“귀엽네.”


무의식적으로 뱉은 내 한마디에 새는 날개를 더욱 거세게 파닥거렸다.


“허허.. 꿈은 아니라네. 이현군.”


내 이름까지 알고 있는 그들이었다.


“꿈이 아니라니… 그럼 내가 지금 공간으로 빨려오기라도 했다는건가요?”


“그야 자네가 초대에 응했으니까. 당연한 것 아닌가?”


의식을 잃기 전 보였던 편지가 아무래도 초대장이었던 모양이다. 다만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았다.


‘내 몸이 내 생각대로 편하게 움직인다니… 게다가 목에서 말이 나온다니… 꿈 맞네.’


말을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게 된지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다. 심지어는 동작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 조차도 내 몸은 어려워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무의식적으로 말이 나올리가 없었다.


“자. 앉게나.”


그가 손가락을 가볍게 팅기자 의자와 탁상이 눈앞에 나타났다.


아직도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는 나에게 그는 한 찻잔을 들이밀었다. 


“블루 머쉬맘 차라네. 목 아플때 먹기 좋지.”


목말랐던 내게 차를 건네자 나는 차를 받았다. 알싸한 향과 약간 새콤한 맛이 미각을 자극하자 몸안에 따뜻함이 퍼져나갔다.


“후우…. 이 차… 맛있네요…”


“후후후… 그렇지 않나?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라네. 요즘은 거의 안나지만 말이야.”


옆에는 언제 날아들었는지 파랑새가 차와 쿠키를 쪼아먹고 있었다. 애완 새를 키운다면 이런 느낌일까. 쿠키를 한번, 차를 한번, 쿠키를 한번, 차를 한번, 번갈아 가며 쪼아먹는 새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 만에 바라보는 조그마한 애완동물의 모습이었다. 어렸을때 부모님께 졸라서 많은 생물을 키웠었는데, 이제는 상상하기 조차 어려웠다.


“귀엽다…”


자연스럽게 입에서 새어나온 한마디에 새는 잠시 나를 돌아보고는 당황한 듯 접시를 물고 멀리 사라졌다. 


“푸흐흐… 부끄럼쟁이라니까… 리타는.”


“저 새 이름이 리타인가요?”


그는 대답없이 조용히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이곳의 도서관장 탈레스라네. 반갑네.”


그는 자연스럽게 악수를 청했고, 나는 오랜만에 그 악수에 응했다.


“.... 반가워요.”


“아까도 이야기 했다만, 이곳에 와주어서 정말 고맙네.”


“... 무언가 부탁하실게 있으신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지?”


“그래야 반가운 것 아닌가요?”


내 말에 그는 살짝 놀란듯 몸을 움찔 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반가운 건 순수한 마음에서 그런 것일뿐 부탁을 들어줄 사람이 온 것에 반가운 것은 아니라네. 물론 부탁할 것이 있다는 말을 부정하지는 않겠네.”


“그게 뭐죠?”


내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그는 잠시 망설이는듯 하더니 내게 제안을 꺼냈다.


“가능하다면 이 도서관의 사서가 되어주게.”


“사서…? 제가 아는 그 사서가 맞나요?”


“책을 관리하고, 책을 수집하여 정리하는 그 직업을 말하는 게 맞네.”



갑작스러운 제안에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저 일을 시킬 사람이 필요했던 것일까? 그런데 무언가 사연이 있어보이는 듯 보여 흔쾌히 그렇다 아니다 대답하기 어려웠다.


“......”



내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있자 그는 잠시 자신의 수염을 잠시 만지작 거리며 기다리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걷는게 어떤가?”


“.....그러죠.”


*    *    *


흰 책장에 형형색색의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다. 내가 주위를 돌아보며 걷고 있으니, 그는 아치형태의 문을 열더니 나를 안으로 초대했다.


이곳에서는 책들이 이곳 저곳 날아다니며 책장에 꽂히는 모습과 공중에 둥둥 떠서 돌아다니는 정육면체의 책장이 이리 저리 돌아다녀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곳은 차원의 도서관, 아카식 레코드라고 하면 알고 있으려나?” 


“아카식 레코드…?”


“온 인류의 모든 기록이 담겨있는 초차원의 정보 집합체. 라고 알려져 있는 물건이네.”


“모든 기록이 전부 담겨있는 건가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미래의 정보까지는 담지 못하고 있네. 계속 미래를 이곳에 저장하고 있으니까 미래의 것도 담는다고도 볼 수 있으려나? 후후후.”


“.....”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종이 조각이 하나의 책이 되고 책이 책장으로 날아 들어간다.


 “저렇게 하나의 책이 되어 이 도서관에 정리가 되는 것이라네.”


 “이렇게 자동으로 정보가 쌓이는 도서관에 제가 사서가 되었으면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내 집요한 질문에 그는 눈빛을 옅게 뜨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바로 본론을 원하는 건가?”


내가 고개를 끄덕였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어느정도 이전에 우리 유일한 사서 한명이 사라졌네. 우선 사서 없이 나와 리타가 관리를 해왔었는데, 이제는 새로운 사서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네.”


 “사서가 필요할만한 일인가요? 자동으로 정리되는 것 같은데요?”


 “저 작업은 분류할 뿐이야. 위험성을 판단하지도 않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는지도 알 수 가 없다네.”


 “그래서 제 도움이 필요하다고요?”


 “그렇다네.”


 “왜 저죠? 이정도 일이라면 길가는 누구를 시켜도 가능하지 않나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는 내 눈치를 보는듯 보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세계에서 메이플 월드를 아는 사람을 탐색하다가 자네를 알게 되었네.”


 “이세계를 아는 사람?”


 “자네가 하던 그 게임. 이 세계를 다루고 있는 게임이라네.”


 “.....탐색하다가 나를 알게 되었다는건 알겠어요. 그런데 왜 저죠?”


 “....자신을 외부에서 볼 수 있는자, 그 세계에서 병으로 분류되는 그것이 이 도서관에서 재능이라네.”


아마 내 얼굴은 꽤나 일그러져 있지 않을까… 아니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제 재능이 필요해 보였다는 건가요…?”

“.....자네의 재능은 평범한 재능은 아니라네.”


“결국 당신의 필요일 뿐이잖아요.”


내 가시돋친 말에 그는 더 이상의 말을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원하는 만큼 이곳에서 쉬고 돌아가고 싶을때 돌아가게. 원한다면 당장에라도 돌려보내 줄 수도 있으니…”


그는 아마 편의를 봐주기 위해 말한 것이겠지만, 내게 거의 협박이나 다름없는 말을 꺼냈다. 


“...잠시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나는 그의 뒤를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