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버스타고 가면서 메이플 노래 듣다가 잠들었는데 꿈에서 시간의 신전이 나옴

 시간의 신전 안의 집무실 같은 곳에서 어떤 관리인이 서고, 서류 같은 걸 정리하고 있었는데 분위기가 후회의 길처럼 파란 색이고 관리인도 그 후회의 사제복을 입고 있었음

 바닥이나 유리창이 하늘색으로 수정같은 느낌을 줬고 바깥에서도 바람 한 점 없지만 일렁이는 햇빛을 보면 눈이 살짝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게 딱 그 느낌임

 그리고 잠깐 눈을 감았다 뜨니까 분위기가 망각의 길처럼 바뀌어 있었음 관리인도 빨간 사제복으로 바뀌고 바깥은 메마른 고원처럼 보이고 집무실 바닥도 아이보리 황토색 계열로 바뀜

 왜인지 모르겠는데 NPC 그 주황머리 신전 관리인한테 저 관리인이 불쌍해요 이런 말을 내가 했음 그리고 신전관리인 대답이


 "당신도 저기서 일하지 않았습니까."


 이 말 듣고 딱 깼는데 나오는 노래가 망각의 길임

 그 순간 너무 놀라서 내가 알고 있던 상식과 기존 지식들이 싹다 뒤흔들림

 아 전생이라는 게 존재하는 거였구나

 아 내가 저기서 일했었구나

 맞아 저 분 옆에서 어릴 적 내가 일을 거들었어

 이런 착각들을 진실이라고 잠시나마 믿고 대혼란에 빠졌음

 나는 왜 그때 일을 기억하지 못 하는 거지?

 나는 왜 저 관리인을 불쌍하다고 느낀 거지?

 몇 분 지나고 나서야 흩어진 상식들이 돌아와서 조합되듯이 아 내가 개쩌는 악몽을 꾼 것 같구나 하면서 돌아왔는데

 지금 글을 쓰는 도중에도 가슴 어딘가 한 켠이 시리게 슬픈 기분이 든다

 그 관리인이 누군지 기억해내고 싶다

 망각의 길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알아내고 싶다

 아 나는 이번 생에서도 망각의 길로 발을 들이고 마는 운명을 지고 태어난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