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님, 날씨가 춥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아.. 미하일. 오셨나요?"


여제님이 나를 돌아보면서 미소 짓는다. 언제나 그렇듯, 아름다운 모습이다.


"슬슬 들어갈 시간이 되긴 했죠.. 그래도, 잠깐 옆에 앉아서 얘기 좀 들어볼래요? 고민이 몇개 있다보니 잠이 오지 않아서."

"여제님을 지켜야 할 기사가 옆에 앉는 것은.."

"아이 참, 딱딱하게 굴지 말고 옆에 앉으세요. 처음 봤을때는 순진한 소년이었는데 이제는 너무 딱딱하잖아요."

"여제님을 안전하게 호위하기 위해서는 옆에 서있는 것이 더 좋습니다. 빠르게 반응하기에도 더 좋고요."

"명령이에요. 옆에 와서 앉으세요. 안 앉으면 이제 항명이랍니다?"

"..알겠습니다."


원래는 몇번 거부하면 더 권유하진 않으셨는데, 오늘은 고민이 많으셔서 그런지 꽤 단호하시다. 항명을 할 수는 없으니 명령엔 따른다만.. 사실 효율적인 호위는 아니다.


"오늘 따라 유독 별들이 아름답네요. 그렇지 않나요?"

"그렇습니까? 평소에 하늘을 잘 보지 않다보니 모르겠군요. 여제님이 그러시다면 그런 거겠지요."

"뭐에요. 그게. 재미없게. 미하일 기사단장은 여태 여자친구도 없었죠?"

"... 호위 업무에 방해되기에 사귀지 않는 겁니다."

"음~ 기사단장이 그렇다면 그런거겠지요?"


..오늘따라 좀 짖궂으시다. 원래는 이러시는 성격이 아닌데.


"그런 여제님은 남자친구를 사귀신 적이 있습니까."

"저요? 당연히 없죠. 아 물론, 좋아하는 사람은 있답니다."

"어떤 쌍.. 아니 죄송합니다. ...어떤 분입니까?"

"음.. 항상 듬직하고 과묵한데 눈치는 좀 없는 바보같은 사람? 다정하기도 하고요. 눈치만 좀 있다면 더 좋았을텐데."

"그렇습니까. 여제님이 좋아하시는 남자는 복받은 것 같습니다. "


정말이지, 이렇게나 아름다운 여제님이 좋아하시는 남자는 복 받은게 틀림없다. 부러울 정도로.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요?"

"물론이죠. 여제님 처럼 아름다우시고 마음씨가 좋은 분에게 사랑받는 남자를 부러워하지 않을 남자는 없습니다."

"그 남자는 제가 좋아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걸요? 여러번 티냈지만 눈치채지도 못하고, 영 쑥맥이에요."

"... 참으로 눈치없는 남자가 아닐수가 없군요. 복받은 줄도 모르고."


진심이다. 여제님이 좋아한다는 걸 여러번 표현했는데도 모르다니. 정말 눈치없는 남자가 아닐 수가 없다. 여제님에게 어울리는 남자라면 그런건 바로 바로 눈치채야 할텐데. 완벽한 남자를 좋아할수 있는 여제님께서 어째서 그런 결점이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되셨는지 애석할 따름이다.


"그러게요. 요즘 고민도 많아 힘든데 그 사람이라도 눈치가 빨라서 고민거리를 하나 덜어내주었으면 하는데."

"그 남자 말고도 다른 고민거리가 있으신 겁니까?"

"많죠. 아니, 고민거리라기 보단 부담감이라고 하는게 맞을까요?"

"부담감이요?"

"그렇죠... 메이플 연합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제가 과연 여제라는 직위에 어울리는 사람일까. 그러기엔 너무 어리고 연약한거 아닐까.. 강경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데 너무 유약한 결정만 반복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루에도 몇번씩 곱씹는답니다?"


최근에 어느 정도 힘들어 하시는 것 같던데, 이런 이유일거라고는 몰랐다. 언제나 덤덤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업무에 임하셔셔 일까. 이런것도 알아채지 못한 점에서 난 호위 실격일지도 모른다.


"여제님은 잘 하고 계십니다."

"제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서 대적자님께서 많이 고생하고 계신데도 말인가요?"


아, 여제님이 좋아하는 남자가 대적자인가. 그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면 역시 마음씨가 착하시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든다. 음.. 대적자와 함께다니는 동료가 그를 좋아하는 것도 잘 모르는 걸 보면 눈치없는 남자인 것도 일치한다. 동료도 여제님보단 못하지만 상당한 미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름다운 여인 두명에게 동시에 사랑받다니, 부러운 사람이다.


"대적자님도 대적자님 나름대로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는거고, 여제님도 여제님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계시잖습니까. 할 수 있는일에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 고마운 말이네요. 기사단장은 제가 여제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사단장처럼 생각하면 되는건데, 이런 거에 고민이나 하고 속만 썩히고, 여제의 직위에 앉기에는 너무 안 어울리는 인물이 아닐까요?"

"여제님을 처음 뵈었을 때부터 전 여제님이 여제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지금도 그렇고요. 그런 고민을 하시는 것도 여제의 자리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거잖습니까. 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단장이 저를 처음봤을때면... 기사단장이 순수한 소년이었을때 아닌가요? 그때 도대체 뭘 보고 제가 여제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한건가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때의 나는 많이 어렸는데."


여제님을 처음 뵈었을때를 회상한다. 그때의 여제님은 나에게 함께 가자고 말했었지. 그리고 그때 미하일이라는 이름도 얻었었다.


"아무도 저에게 기대따위 하지 않았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위층에서 살고 있던 평범한 소년 하나였죠 저는 그때. 그런 저를 신뢰하고 지켜봐주셨다는 것 만으로도 여제의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대게 높은곳에서 살게되면 아래에 있는 사람을 무의식적으로 깔보게 되거나 무시하기 마련인데, 여제님은 그런점이 일절없이 저라는 사람만을 믿어주셨었죠. 그때의 여제님은 도대체 왜 저를 믿어주셨던 겁니까?"

"그게 저를 여제라고 생각한 이유라면 너무 과분한 평가랍니다. 깔보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더 많았을 거에요. 흠.. 미하일 기사단장을 믿었던 이유요?"

"네, 예전부터 여쭙고 싶었습니다. 도대체 아무것도 없던 저를 어떻게 믿으실 수 있던겁니까?"

"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눈빛이요. 힘든 상황임에도 꺾이지 않은채 눈빛이 빛나고 있더라고요. 그걸보고 크게 될 사람이라는걸 확신했답니다?"

"처음 보자마자 눈빛으로 그걸 판단하시는 걸 보면 정말 여제의 자리에 어울리는 분이시라는 생각만 더 드는군요."

"하하.. 그런가요?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이제 그만 들어가야겠네요. 일어나죠 기사단장."


여제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내손을 잡아 일으켰다.


"흠.. 기사단장? 마지막으로 물어볼게 있는데. 앞으로도 평생 제 호위를 할 생각인가요?"

"제 목숨이 다하는 그 순간까지... 앞으로도 평생 여제님만을 따를겁니다."

"... 그래요. 앞으로도 평생. 잘 들었답니다. 그럼, 앞으로도 평생 잘 부탁해요 미하일 기사단장?"

"넵, 앞으로도 평생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제님은 아름다운 미소로 환하게 웃으셨다. 평생 기사단장으로 남겠다는 말이 마음에 드신듯하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다시 한번 저런 여제님의 사랑을 받는 대적자가 부러워 진다.


"... 기사단장이 조금만 더 눈치가 있으면 좋을텐데.."

"네? 잘 못들었습니다. 다시 말씀해주실 수 있습니까?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혼잣말이랍니다? 그럼, 이제 진짜 들어가죠 미하일 기사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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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미하일 스토리가 마음에 안들어서 다시 써달라는 지인의 부탁을 받아 호기롭게 도전해보려고 했지만.. 다른 기사단장과의 연결고리까지 만들어서 글쓰면 위에 나온것처럼 3천자가 아니라 3만자가 훌쩍넘을거같아서 시험기간엔 포기. 시험끝나고 다시생각해보는거로...

공부 끝나서 대충 생각나는대로 의식의 흐름대로 썼다보니 좀 어색한 부분있을수도 있음.. 아침에 일어나서 좀 이상하다 싶으면 수정하는 거로.

다들 즐밤. 그리고 다들 할일없으면 써봐 재밌다니까? 츄라이 츄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