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카... 내가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오르카에게 고백하려는 거야? 마음은 알겠지만, 거절할게. 딱히 널 이성으로 보고 있진 않아서."

"... 알았어 귀찮게 해서 미안해."


나는 신수국제학교 1학년. 방금 우리 1학년 최고 아이돌인 오르카에게 고백하기도 전에 차였다. 인생.. 어떻게 나는 고백에 성공해본적이 없냐. 진짜 인생에 꽃필날이 없네.


"이번에도 차이셨다던데, 맞아요?"

"..응"


또 시그너스 인가. 같은 나잇대인데 꼬박꼬박 존댓말을 쓰다보니 좀 가까워지기 힘들다. 맨날  내가 차일때마다 옆에와서 이렇게 물어보면서 싱글싱글 웃고 있는게 날 놀리려는 거 같기도 하고.


"이따가 학교 끝나고 뒷문에서 잠깐 볼 수 있을까요?"


솔직히 갈만한 이유는 없는데, 그냥 가야만 할 거 같은 말투다. 뭔가 안가면 큰일날거같은? 부르면 가는게 일상이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거일수도 있고.

일상이라 별 뜻 없다는 말인걸 알긴 한다만, 워낙 예쁘다보니 불려가면서도 매일매일 '혹시나..' 하면서도 행복회로를 굴리는 게 나도 어쩔 수 없는 남자인가 보다.


"오늘은 왜 또?"

"그러니까.. 아직 여자친구가 없으신거죠?"

"그래. 솔로다 솔로. 오늘도 속 긁으려고 부른거냐?"

".. 아직도 날카롭네요. 오늘은 별로였으려나."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거라서. 이만 들어가볼게요. 오늘도 잘 들어가세요."

"아니 뭔데..."


불러놓고 지 할말만 띡 던져놓고 가는거보면 꼭 성격이랑 얼굴이랑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걸 다시금 느낀다.

아니 사람을 불렀으면 말을 해야할거아니야. 그냥 무례한 질문 하나만 툭 던져놓고 가는게 어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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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분이 아가씨께서 좋아하시는.."

"네. 잘생겼죠? 어쩜 얼굴 찡그리고 있는 모습도 저렇게 잘생길 수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준수하게 생긴 남자애인건 맞지만, 저렇게 아가씨가 호들갑 떨 정도의 외모는 아닌거같은데... 콩깍지가 이래서 무서운 거다.


"저분은 아가씨가 좋아하시는 걸 아시나요?"

"음... 반응을 보면 모르는 거 같던데요?"

".. 그렇게 티를 내시는데도 모른다는 겁니까?"

"그러니까요. 같은반 여자에들에게 고백했다가 차인걸 듣지 못했으면 동성애자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요. 그렇게 티를 내도 어쩜 안받아주는지."

"... 참 대단한 남자네요. 여러모로."


아가씨의 학교 생활을 다 아는건 아니지만, 아가씨를 태우기 전 잠깐동안 대화하는 것만 엿들어도 상당히 티를 많이 내시는데. 이렇게 해도 모른다는 건 좀 충격적인 눈치이긴 하다.


"아, 오르카에게 전화왔네요. 잠시 통화 좀 할게요?"

"넵, 편히 통화 하십시오."

"네, 오르카. 무슨일이에요? 오늘 그 사람이 오르카에게 고백했었다메요? 그러게요. 그래도 오르카도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참, 언제쯤 알아줄런지 모르겠네요. 아 네, 그럼 끊어요?"

딸깍.


"오르카 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학교 잘 안나오는 자신도 제가 그를 좋아하는 걸 아는데, 도대체 왜 그 사람만 그걸 모르는 건지 알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미 그사람만 빼고 전교생들은 다 알거라고.."

"... 그정도인데도 모르는건 좀 많이 심한데요. 아, 혹시 그 남자분이 지금까지 고백했던 여자분들도 이 사실을 알고 계셨던걸까요?"

"그렇겠죠? 벌써 몇달은 된거같으니까. 제가 대놓고 티를 내기 시작한게."


...아마 그 남자는 본인에게 문제가 있어서 차인 거 같지는 않다. 아마 아가씨의 심기를 거스르기 싫어서 다들 적당히 거절한게 아닐까. 아무리 앨리트 학교라고 할지라도, 한국 제계서열 1위 그룹의 둘째딸인 아가씨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은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흠... 과연 언제쯤 그 사람이 제 마음을 알아챌까요.. 너무 늦으면 좀 슬플거같은데."


... 이름 모를 남자가 조금은 더 눈치가 빨라져서 아가씨가 더 삐뚤어지기전에 눈치채기를 빌어주어야 겠다. 아가씨가 삐지면 풀어드리기 많이 힘든편인데.. 


"너무 늦는다 싶으면 학교 운동회때 마이크 선서할때 공개고백해버리죠 뭐."


... 제발 빨리 알아채길 빌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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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arca.live/b/mapleinven/24682709?p=1

약간 삘받은게 있어서 허락받고 요로코롬 살짝 바꿔서 올리는... 글?

운동회 공개고백씬까지 쓸까했는데 분량을 대충보니 다쓰면 밤을 샐거같은 느낌이 쎄게 오는..지라 여기까지만.

기나긴 장편은 못해도 중간고사는 끝나고 한번 각을 봐보긴할게요.. 마지막으로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