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플 아일랜드의 한 언덕, 리프레의 드래곤들과도 견줄만큼 거대한 단풍나무 아래에서 젊은 모험가 다섯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헤네시스 근처에 갑자기 수상한 유적이 나타났단 말이지? 값비싼 유물이라도 하나 발견하면 크게 한탕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론도? 관심 없어?"

"왜 내가 관심 있을거라 생각하는건데..."

"엥? 그치만 도적 길드라면 값진 보석이나 유물에는 관심이 많을거라 생각했는데."

"봉인석 말하는거면 보석이라 그런게 아니고 중요한 물건이라 보관하고 있던거야. 철 좀 들어라, 올리비아..."

론도는 올리비아가 변신술사 때문에 누명을 썼던 사건을 떠올리며 이내 한숨을 쉬었다. 그럼에도 올리비아는 눈을 빛내며 권유를 멈추지 않았다.

"에이, 좋은 게 좋은거지! 그러지 말고 같이 가자, 론도~"

"싫어...너 붙어다니면서 내 모자 벗길 기회만 호시탐탐 노릴 셈이잖아."

"앗, 들켰네."

가만히 누워서 바람을 쐬고 있던 테스도 입을 열었다.

"어이, 꼬꼬마들. 사랑싸움은 괜찮지만 그 유적에는 얼씬도 안하는 편이 좋을거다."

그러자 올리비아가 벌떡 일어나서 짐짓 화난듯한 얼굴을 하면서도 되물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근데 왜?"

"그 유적, 저주받았다는 소문이 있어. 혹시 또 알아? 유물 잘못 건드렸다 저주받아서 엄청 약해지고 시한부 인생이 될지...뭐, 이건 소문이라 쳐도 위험한건 사실이라더라. 넌 가봐서 알지?"

테스가 눈길을 돌리며 물어보자, 손 끝에 이런 저런 마법진을 띄우며 책을 읽고 있던 마법사가 대답했다.

"아, 파르템 말하는거구나. 확실히 거기는 위험하긴 해. 어린애들이 멋모르고 들어갔다 유적의 괴물을 소환하는 바람에 진짜 큰일날 뻔했지."

"정말이야? 어디 다치진 않았어?"

가만히 단풍나무를 어루만지고 있던 슈가도 '위험'이란 말에 대화에 끼어들었다.

"난 괜찮아. 깊은 곳에는 더 위험한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지만...그러니까 올리비아, 테스 말대로 그곳에는 들어가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그럴까...에잇!"

"앗, 내 두건! 올리비아, 너! 이번엔 진짜 가만 안둬!"

"아하핫! 도적이니까 쫓아와서 훔쳐보시지? 잠깐, 헤이스트까지 쓰는 건 반칙이야! 표창도 던지지 마!"

두건이 벗겨지고 그의 가장 큰 콤플렉스인 복슬복슬하고 쫑긋한 귀가 드러나자 론도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도망치는 올리비아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지켜보고 있던 테스는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올리비아 저 녀석, 보물보단 론도 귀가 목적이었구만. 청춘은 좋겠네~이거 늙은이 서러워서 살겠나."

"얘들아, 싸우지 마~"

"내버려둬, 슈가. 진짜 싸우는거 아니니까. 이 아가씨는 이상한데서 순진해서 탈이라니까."

테스는 질렸다는 듯 한마디 내뱉고는 그대로 다시 드러누워버렸다.

"론도에게 어쩌면 동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려 했는데. 돌아오면 이야기해줘야겠네."

"그게 정말이야? 어디에 다녀온거야?"

마법사가 중얼거리자, 슈가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왔다. 메이플 아일랜드에 한차례 재앙이 닥친 이래로 슈가는 단풍나무 아래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본체는 메이플 아일랜드의 정신이라는 초월적 존재지만, 슈가 본인은 한창 호기심 많은 소녀이기도 했기에 이따금씩 찾아오는 마법사가 해주는 바깥 세상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하곤 했다.

"응, 이번에 그란디스의 미우미우라는 곳에서 여우와 닮은 일족들이 사는 곳을 방문했었거든. 아니마라고 했었나? 체구가 작다는걸 제외하곤 론도랑 되게 비슷한 사람들이었어. 일전에도 판테온의 노바족들에게 아니마족에 관한 실마리를 얻어서 론도와 같이 가보려 했던 적은 있었는데, 스펙터들이 너무 많아서 돌아왔었지. 그때 론도, 되게 실망한 눈치였어."

"그렇구나...나도 도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같이 가자고 하기에는...무리겠지?"

"응. 누군가는 남아서 메이플 아일랜드를 지켜야 하니까."

슈가는 쓸쓸한 목소리로 대답하고는 고개를 떨구었다. 다른 세상을 구경하고픈 호기심과 같이 모험하던 동료를 돕고 싶다는 마음도 컸지만, 그보다는 앞선 재앙으로 인해 검은 마법사가 언제 또다시 메이플 아일랜드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
마법사는 허리를 숙여 슈가와 시선을 맞추고 말을 건넸다.

"그럼 우리 약속 하나 할까?"

"약속?"

"응. 언젠가 검은 마법사를 물리치고 메이플 월드가 평화로워진다면, 우리 같이 여행하자. 테스, 올리비아, 론도도. 그동안 혼자 여행했던 곳들 중에 직접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거든. 사자왕의 성, 아랫마을, 커닝 타워, 그리고 그란디스의 새비지 터미널이랑 여우 골짜기 같은 곳들 말이야. 음, 이런 약속을 떠올린다면 나도 좀 더 힘내서 검은 마법사와 싸울 수 있지 않을까? 후후."

"진짜? 정말 말로만 들었던 그런 곳에 나도 같이 가볼 수 있는거야?"

울먹이는 목소리로 물어보며 고개를 든 슈가의 얼굴에는 이내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래. 그러니까 약속이야. 알았지?"

"응!"

웃는건지 우는건지 모를 얼굴로, 슈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마법사도 새끼손가락을 엮으며 다시한번 결의를 다졌다. 함께 여행했던 동료들과 다시 여행하는 미래를 그리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검은 마법사라는 강한 적을 이겨내보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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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직뿌직

창작탭에 부담가지지 말고 다들 글 올리십쇼! 본인도 이과인데 야리돌림 각오하고 똥글싸는거임. 1편빌런이나 메갤문학 빌런으로 흑화하기 전에 처신 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