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를 바라보고 있을 당신에게.


우선, 사과를 해야 할 것같아.

내 멋대로 당신만 추억하겠다고 약속했었는데, 자꾸만 흔들리네.


오늘도 그 아이... 아니지, 그녀의 배웅을 받고, 또 걱정을 들었어. 마치 그 때의 당신과 닮았더라. 저 험한 전장에서 놈들을 상대하고 돌아올 때도, 나도 모르게 그녀를 떠올려버렸어.


당신은 참 부드러운 사람이었지, 때론 그러다 잘못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하지만 당신은 그렇게까지 약하지는 않았어. 단지 너무 착했고, 그래서 속았을 뿐.


그녀도 당신과 비슷해. 어떻게 되는 거 아닐까 싶게 부드럽고 착한 모습을 가지고 있거든. 하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어. 당신만큼 부드럽진 못하지만, 그래서 가끔은 강인한 모습을 가졌어.


당신이 혼자 그곳에 나와있던 그 밤이 생각나. 나는 말했었지, 당신은 웃는 얼굴이 더 잘 어울린다고. 그녀도 그래. 어쩌면 당신이 돌아온 건지 싶은 착각이 들 때도 있어. 하지만, 그래도 당신만큼은 아니더라.


아리아, 나는 아직도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그리워. 그래서 더 미안해. 그날 당신을 구하지도 못했으면서, 한심하게 이제 와서 당신을 닮은 사람을 보며 흔들리고 있어. 만일 그날 내가 당신을 구했더라면. 아니면 그날 당신을 따라갔더라면, 우린 행복했을까. 아리아. 내게 대답해줄 수는 없겠지. 알아. 하지만 당신에게 묻고 싶어.


우리가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신분으로 만났더라면. 그랬다면 우리는 행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


미안해, 아리아.


정말 사랑해.


매일 그리워.


그래서, 당신이 겹쳐보이는 그녀를 나는 차마 밀어낼 수가 없어.


이런 나라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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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