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렌즈월드로 넘어온지 벌써 반년, 이젠 내게 더스트도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스킬도 사라졌다. 다시 메이플월드로 돌아갈 방법이 막힌 이상, 나는 이대로 평범한 학생이 돼버리겠지. 물론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교내에서 적당히 인지도도 있고, 시그너스가 분위기에 밀려 나에게 얼렁뚱땅 던진 고백을 받아줘버린 것 때문에도 잠잠한 생활은 글렀지만.


여튼 이런 생활을 하던 중, 하필이면 데이트를 하다 문제가 생겼다. 내가 잠시 화장실에 가느라 자리를 비운 사이, 불량배들이 시그너스에게 접근한 것이다. 옛날같으면 스킬 한두번으로 큐브스테이크를 만들어버렸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거의 모든 능력이 없고 신체 또한 딱 일반인 수준일 뿐이었다. 그래도 여자친구니까 구하기는 구해야지. 여기서 도망치면 비겁한 게 문제가 아니라 인성이 안된 거잖아.


"ㅇ, 어이. 너희들 뭐하는 거야!"


"어잉? 애새끼가 왜 시비야? 딱봐도 고삐리같은데, 그냥 가던 길 가라."


"그건 안되겠는데. 니들이 내 여자친구 건드렸잖아. 걔부터 놔줘."


"어쭈, 이 자식이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말이야, 주먹맛 좀 볼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날아오는 주먹에,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그 단어를 외치고 말았다.


"ㅁ, 멈춰!!"


질끈 감은 눈을 뜨자, 불량배는 내 앞에서 가만히 굳어있었다. 이게 웬일이냐 싶은 상태로, 나는 얼른 시그너스의 손을 잡고 도망쳐나왔다.


"저기, 방금 그건..."


"그, 오늘 일은 못 본 걸로 해주지 않을래? 나도 지금 무슨 일인지 잘 모르겠어서..."


"앗, 네... 그럼 내일 학교에서 봐요."


"그래, 조심히 들어가."


대충 얼버무리긴 했지만, 분명히 감이 왔다. 이건... 바인드 스킬이다. 아직 남은 게 있긴 있었구나 싶어 안심이 됐던 나는, 포탈이 닫히기 전 릴리가 다급하게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스킬은 꾸준히 사용해주지 않으면 퇴화해버릴 거에요!!! 절대 잊지 말아요!!'


그럼... 바인드를 아직 쓸 수 있다는 건 계속 사용하기만 하면 스킬이 유지가 된다는 뜻이겠지. 근데 이걸 누구한테 써야 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날 밤을 새도록 고민하던 나는, 나도 몰래 입꼬리가 올라가 내려올 생각도 하지 않게 되는 미친 발상을 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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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스토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