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월, 혹시 내가 널 다시 잊으면 어떡하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여우신이 그랬어. 이건 사실 나의 기억이 아니라고. 나와 널 오랫동안 지켜봐 준 구슬의 정령들이 여우신께 힘을 빌려 자신들의 기억을 나에게 불어넣어준 거라고."


"...그 기억을 앞으로도 쭉 가지고 있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은월, 난 널 다시 잊기 싫어. 내가 잊어버렸던 기억 속에 슬퍼하는 네가 있었어. 모두에게 잊혀지고 좌절한 채 다시 날 찾아온 너를... 난 알아보지 못했어."


"너의 잘못이 아냐."


"알아. 하지만 난 더이상 네가 같은 방식으로 슬픔받지 않았으면 좋겠어."


"...랑"


"응?"


"세계가 융합되고, 나에게 있던 저주는 사라졌어. 내 기억을 봤다면 너도 무슨 뜻인지 알거야. 세계를 넘나들 때마다 잊혀지는 저주는 더 이상 너와 나를 괴롭히지 않을거야.


너를 다시 찾아올게.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들거야. 그리고 너와 다시 친구가 되는 날, 이 여우구슬을 돌려줄게."


"헤헤, 은월은 바보구나? 그거 돌려줄 필요 없어. 난 이미 너를 닮은 정령을 여우신께 선물받았어."


내가 돌려받고 싶은 건 너와 함께 생간을 먹고 벌레를 채집하던, 마을 사람들의 심부름을 하며 목마를 타고 놀던 소중한 기억이야. 하지만... 이젠 다 부질없는 것이겠지.


하지만 추억은 언제든 다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이 꿈결같은 순간이 지나 널 다시 잊더라도, 난 언제든 너를 친구로 맞이할 준비를 할게.


"은월"


"응."


"우리가 이 나무에 새겼다가 사라진 친구의 증표를 다시 새겨넣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