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이거 올릴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아서 다시 올림

컴으로 써서 폰 기준으로는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네

잡생각이 단편으로 발전하길래 고증 조금 하고 키보드 좀 두들겨봄



'나'라는 캐릭은 남캐 디폴트

아티팩트 업적도 들어왔겠다, 프스를 해봤다는 가정 하에 작성한 글이라

자세히 안 적고 생략한 부분이 있거든 이건 양해좀







해금 조건: [챕터 5: 정체불명 교생 선생님과 위기의 학생들] 완료 + '격한 오르카 사랑' 업적 도전 중 또는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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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부탁하겠네. 늦은 시간에 혼쾌히 응해줘서 고맙구만."

  "별 말씀을요, 하인즈님. 최근에 키네시스 측에서 도움을 받은 것도 많은데 이 정도 보답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이계의 학생을 대신해 신수고등학교에 등교한 지도 벌써 몇 주가 지났다. 처음에는 그 이계라는 곳을 나 혼자 조사하는 줄 알았지만 이내 키네시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두 세계를 오가고 있던 그가 마법사협회와 하인즈를 통해 나의 행보를 파악한 후에는 내 조사에 살을 덧붙여줄 정보들을 협회에 주기적으로 가져다주기 시작했다. 그러다 연락이 끊긴 것이 이틀 전, 나는 키네시스를 대신해 신수고등학교 주변의 안전을 점검해달라는 하인즈의 요청을 받은 것이다. 사소한 문제라면 지금 시간이 자정에 가깝다는 거? 조금 피곤할 뿐이다.



  "가기 전에 차라도 한 잔 마시고 가지 그러냥. 최근에 마이스터 빌인가, 거기서 허브티 세트를 엄청 고급지게 판매한다길래 큰맘 먹고 사봤는데 말이다냥. 이게 향긋한 게 차원이 다르다냥."

  "고맙지만 갔다 와서 마실게. 더 늦어지면 더스트들이 아예 길거리에서 활개ㅊ..."



  네로 이 녀석, 자기도 그렇게 좋아하는 걸 나눠줄 생각을 하다니 기특한데 싶어서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다가



  "어린애 취급은 사양이다냥!"



  아차...!



  "그런 취급은 키네시스한테도 질리게 받는데 너까지 그러기냥! ...뭐, 차는 언제든 우려마실 수 있게 저기 테이블에 준비되어 있다냥. 티백 형태니까 원하면 그쪽 집에서 먹게 하나쯤 가져가도 되고 말이다냥."

  "알았어. 나쁜 의도는 아니었지만 미안해."

  "흥. 알았으면 됐다냥."







  "...차원문은 문제없다. 시간이 시간이니 가급적 지금 다녀오는 게 좋겠군."

  "아울, 고마워. 늦어질 것 같으면 연락 넣을게. 차원문 근처까지는 휴대폰 전파가 통한댔나?"

  "그렇다. 직접 오든 이걸로 통신을 하든 기다리고 있겠다. 그리고, 아까 네로가 말한 허브티 하나는 들고 가는 걸 권한다. 이건 취향을 가리지 않는 맛이기도 하고, 늦은 시간에 도움이 될 거다."



  아울이 건네주는 티백에는 '자스민'이라고 적혀 있다. 허브티 중에서도 카페인이 들어 있어 숙면에는 안 좋다곤 하지만, 지금은 나름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입장인데 졸리면 안 되는 게 맞지.

  '다들 고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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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비 산책로 주변, 언덕 주택가-



  키네시스의 말에 따르면 더스트는 최근 들어 특정한 방 안을 넘어 길거리에서도 목격된다고 한다. 아직까지는 그 수가 적기 때문에 대응이 수월하다지만, 그 대응을 하는 사람은 아직 키네시스랑 유나 정도밖에 없는데다 지금처럼 늦은 시간에 나오는 경우라면 언제 어떻게 민간인에게 피해가 갈 지 모른다고 전한 바 있다. 분명 수가 적댔으니 야갼 순찰 느낌으로 가볍게 갔다오면 되겠

  털썩

  '어...? 벌써 피해자가?'



  급하게 달려간 골목길에는 웬 여자아이가 쓰러져 있다. 휴대폰 불빛을 약하게 켜봤더니...



  '오르카??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맞다 나 더스트 보러 왔었지 싶어서 조금 더 살펴봤다. 그런데 더스트에게 당했다기엔 특유의 먼지나 검댕 자국 같은 것이 딱히 보이질 않는 것 같은데. 일단은 어디로라도 데리고 가야겠다 싶어서 업혀봤는데 녀석이 이상할 정도로몸이뻣뻣하다뭐야지금뭔일이일어나고있는거야분명간단한일이라고들었는데나는대체뭔일에휘말리기라도한건가아몰라일단학교부터가고생각하자...







  학교 정문은 잠겨 있었다. 이미 두 손은 오르카를 업고 있어서 부득이 문을 발로 차며 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눈부신 손전등 불빛이 내 눈을 찌르기 시작했다.



  "거기 누구야?"

  "에릭손 아저씨 맞죠? 양호실 문 좀 열어주실 수 있나요?"

  "너 누구냐ㄱ... 학생, 잠깐만 기다려봐."



  에릭손은 나와 오르카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표정이 굳어졌다. 주머니에서 열쇠 뭉치를 꺼내고는, 맞는 열쇠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손에 집히는 대로 자물쇠에 쑤셔넣기 바쁜 것이 방금 전의 나만큼이나 당황한 눈치다. 마침내 자물쇠는 철컥 소리를 냈고, 아저씨는 미처 진정되지 않은 손으로 자물쇠를 내팽개치며 문을 열었다. 내가 오르카를 양호실 침대에 눕히고 나서야 아저씨는 비로소 말을 걸어왔다.



  "꼴사나운 모습이라 미안. 우리 학교 학생이, 그것도 오르카가 이런 식으로 찾아올 거라고는 진짜 예상을 못했거든."

  "저도 지나가다 얘가 쓰러져 있는 걸 봐서,,,"

  "너도 엄청 당황했구나.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병원엘 갔으면 더 좋았겠다."

  "그러...게요?"

  "아무튼 무사히 왔으니 됐다. 둘 다 괜찮은 것 같으니 난 먼저 가볼게. 순찰을 아직 못 돈 데가 있어서... 잘 마무리하고, 푹 자고 아침에 보자. 너는 내일 지각해도 봐줄게."



  아저씨는 마치 세수를 하듯 두 손을 얼굴에 연신 비벼대며 크게 심호흡을 한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서셨다. 나는 양호실 문을 닫고, 난로를 켜고, 오르카 위로 얇은 이불을 덮어주었다. 음... 오르카가 잠에서 깨면 지금 상황을 설명해줘야 하니까... 내가 있어줘야 하려나? 나는 스마트폰을 꺼냈다.



  [아울 다들 나 기다리지 말고 자라고 해줘

   갔다와서 설명할게]













  "으으..."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에는 조금 이른 새벽 끝자락, 오르카가 힘겹게 눈을 떴다.



  '여긴... 분명 나는 그 녀석 집 앞이었...'

  병원이라기에는 어딘가 익숙한 천장부터 눈에 비쳤다.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운 오르카. 이윽고 이불과 침대, 커튼이 눈에 들어오자 조금 파악이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책상에 얼굴을 대고 퍼질러 자는 저 사람은...



  "히야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악!!! 스토커 꺼져!!!!!"

  "...ㅁㅝ? 아 오르카, 일어났냐."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이 변태 자식아!!!"

  "너 길거리에서 쓰러진 건 알고 말하냐."

  "아."



  얘 방금 전까지 흥분한 거 맞냐... 뭔 쓰러져 있던 것마냥 굳어버렸네.



  "그으니까... 스토커 네가 날 여기까지 데려왔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무방비한 날 가지고 뭔 재미를 봤는지는 쏙 빼고?"

  "못 믿겠으면 에릭손 아저씨한테 물어보든가. 여기 양호실 문을 직졉 열어주셨는데. 그리고 애초에 그런 짓 할 거였으면 여기가 아니라 집이나 호텔이나 뭐 그런 데 갔겠지."

  "으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오르카는 머리를 세게 감싸쥐었다. 지금 상황이 혼란스러운 것도 있을 거고, 밤중에 받은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 ...맞다, 나 여기 올 때 티백 들고 갔었지?



  "잠깐 기다려봐봐."







  이윽고 둘이서 한 잔씩 나눠 마실 만한 양이 우러나왔다. 은은하면서도 달콤한 향이 코에 스며드는 게, 차를 잘 모르는 나한테도 그렇지만 입맛이 어떨지 모르는 오르카한테도 괜찮아 보이는 느낌이다. 소심하게 한 모금 머금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향을 음미하더니, 한층 선명해진 초점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스토커라서 그런가? 이런 괜찮은 짓도 할 줄 아네."

  "...이상한 거 안 했다니까."

  "알았어 알았어. 이따가 에릭손 아저씨한테 물어볼테니까 그쯤 해둬. 오르카는 잠깐 교생쌤이랑 통화 좀 하고 올게."

  "잠깐."

  "왜."

  "너 여기저기 방송 나간다고 학교도 잘 안 오면서 왜 담임도 아니고 그때 그 교생선생님이랑 연락하는 건지 싶어서."

  "아..."



  저 녀석 또 굳었다.



  "그게, 설명하자면 좀 길어. 아까 일도 있고 하니 특별히 알려줄게. 이따 교생쌤 오면."

  하아... 그 사람을 또 만나야 되는 거야? 되게 복잡해질 것 같은데.











  "아, 그 스토커라는 게... '전학생' 역할을 맡았던 자로군요."

  "오르카,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데? 왜 너도 이걸 알고 있었냐고."

  "그야... 오르카는 '교생쌤'이랑 각별한 관계거든."

  "경계를 푸시죠. 이번에는 오르카의 동의를 얻어 단순히 얘기만 전해드리는 겁니다."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당신에게 감사 인사를 해두죠. 단순히 오르카를 구해준 것을 넘어, 휴식을 시킬 장소로 이 양호실을 골랐다는 점까지도요. 오르카는 신수국제학교의 학생이기도 하지만 엄연히 블랙윙 엔터테인먼트 소속의 공인. 그런 오르카에게 입원 기록이 남게 된다면 벌써부터 연예계에서 난리가 났을 거고, 소식이 학교에 전해지면 본인에게도 더욱 심각한 마음의 상처가 남게 되었겠죠. 당신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에릭손 경비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마주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등교 시간이 되기 전에 여길 정리하고 나오기만 한다면 이번 일이 알려질 가능성은 없죠.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주셔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에릭손 아저씨는 사적인 얘기를 딱히 안 하신다고 그러니까 걱정할 일은 없지 않을까? 스토커, 오르카가 전에 얘기했었지? 내가 울고 싶어질 때면 이슬비 산책로를 찾는다고, 거기서 스우 오빠가 사고를 당했다고 말야. 그때 말하지 않은 게 있었거든. 오빠는 의식불명인 상태로 아직까지 숨이 붙어 있고, 그런 오빠를 겔리메르라는 의사 나부랭이가 무슨 임상실험을 한다고 멋대로 빼돌려서 인체반응을 체크해왔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거야. 오르카는 엔터테인먼트의 정보력을 총동원해서 그 돌팔이 녀석의 집주소를 알아냈어. 그게 하필이면 그 산책로 주변이라는 걸 들었을 때 얼마나 속이 뒤집어지던지... 그 다음은 스토커 네가 본 대로야. 나를 업고 왔을 때 몸이 뻣뻣했었다고 그랬지? 그게 겔리메르가 전기충격기를 써서 그래."

  "그렇다면 이거랑 교생쌤이라는 이 사람이랑 뭔 상관이길래 여기에 불러낸 거야?"

  "그건 제가 스우와 오르카를 뒤에서 챙겨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홀몸이지만, 스우와 오르카가 아주 어릴 때 입양 신청을 받고 지금껏 돌봐왔죠. 그러다 발견한 오르카의 남다른 기질을 최대한 살려주고자 블랙윙 엔터테인먼트에 아역 배우로 지원을 시켰고, 그게 지금의 이 아이를 만든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더스트와 트러블메이커를 불러내고, 뒤에서 이것저것 문제를 일으킨 것도 그 입양과 관련이 있나?"

  "이 질문에 대해 자세히 답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 입장에서는 애초에 입양의 목적이 불순한 거라고 생각하실 법도 합니다. 다만 그러한 피조물을 만들어내려는 연구에 스우가 흥미를 많이 보였고, 장난감처럼 아주 많이 갖고 놀았다고만 해두죠."



  제일 중요한 질문 치고는 답이 너무 시원찮은데...



  "아무래도 답변이 마음에 인 드시는 모양이군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과학과도 같은 이성만 있는 것은 아니죠. 때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욕망이나 충동, 혹은 의무감 등등. 그러한 감정이 자신을 지배할 때가 있지 않습니까. 제가 스우와 오르카를 거둔 것이 바로 그런 강렬한 감정 때문이었습니다. 이 이상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는 저도 모르겠군요."



  그러고보니 얘기를 들려주겠다는 사람한테 너무 경계 태세를 보였다. 상대가 상대인지라 따지고 들어간 거긴 한데, 이러면 '그 교생'한테는 몰라도 같이 있는 오르카한테는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오르카, 얘기를 듣다보니 생각나는 건데, 이렇게 각별하고 믿음직한 분을 데리고 진작에 스우를 데리고 올 수도 있었지 않을까?"

  "생각 안 해본 게 아냐. 오르카는 스우가 보고 싶은데... 블랙윙 쪽에서는 스우 일에 관여하지 말라더라. (훌쩍) 미친 사람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나나 오빠만 다친다던가, 오빠 일로 연예기사가 잘못 나가면 이미지 타격이 너무 심해서 되돌릴 수 없게 된다던가... 이런 말을 엄청 해대. '쌤'도 똑같이 생각하시는 건지 함부로 행동할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그러더라고... 스토커는 지금도 오르카가 학교 소문이 안 좋다는 거 알잖아. 배우, 연예인 이런 사람은 결국 이미지가 생명이긴 하거든."



  어라, 이거 완전 이볼빙 시스템...



 "한때는 블랙윙 저 쪽이랑 겔리메르랑 한통속이라서 오빠를 못 보게 막는 건가 하는 생각도 했단 말야. 하지만 이번에 그 돌팔이 놈한테 당하고, 여기까지 업혀온 걸 다시 생각해보니까 지금껏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충고가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겠더라. 이런 게 어른들 세계인걸까? TV에 비치지 않는 세계에는 대체 뭐가 있는 걸까?"

  "..."

  "오르카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아무래도 좋아. 그래도 어느 누구한테도 말 못하고 쌓아두던 걸 이렇게 풀어내니까 좀 낫네."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슬슬 등교할 시간이 되어가니, 저희는 이제 여기를 정리하고 나가봐야겠습니다. 이번 일로 사람들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기도 하고, 제가 이 학교에 다시 왔다는 게 알려지는 것도 문제라서요.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야말로 이런 속깊은 사연을 선뜻 들려주어서 감사합니다."

  "당신은 분명 다른 세계에서도 여기에서처럼 이런저런 문제를 해결하고 다니셨겠죠. 만일 그 다른 세계라는 곳이 평행우주라면, 그래서 거기서도 스우와 오르카가 고통받고 있다면..."



  교생은 여기서 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는 알 것 같다. 나는 조용히, 어깨에 손을 올려만 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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