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울리는 소리,

팽창할 듯이 아픈 귀,

숨을 쉬기 힘든 느낌,

이 느낌은 경험해 본 적이 있다.

확실히, 뭔가 익숙한 느낌이 든다.

예전에 분명히 느껴봤었다.

그건......

"ㅇ.... 음......?"

조심스레 눈이 떠졌다.

"여긴.... 어디.....?"

눈을 뜨고 본 것은.....

지구였다.




"음...?"

유리창 밖으로, 지구가 보인다.

"뭐야..... 설마.... 여긴 우주야....?"

이제야 잠들기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세상이 멸망한 것,

내가 10년간 잠들었던 것,

저 로봇을 만났던 것,

달에 가려고 했던 것,

그리고..... 아빠가 죽었다는 것,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내 앞에는 창 밖으로 보이는 지구와 아무런 말 없이 우주선을 조종하는 로봇뿐이었다.

그렇게 멍하니 있기를 약 1분째.....

"저기...."

나는 조심스레 로봇을 불렀다.

그동안 있었던 여러 일들에 대해 알고 싶었다.

"아무 말도 안 하실건가요?"

로봇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보며 가만히 있었다.

"대체 왜 아무말도 안해요. 사람을 기절시켜서 여기까지 오게 해놓고,"

"그리고, 말해줘요......"

"진짜로.... 우리 아빠는 죽은건가요......?"

그러자 5초간 정적이 흘렀다.

"달에, 달에 있어...."

"달에 있다구요..? 정말 우리 아빠가 달에 있는거에요....?"

"맞아, 너희 아빠는 달에 있어,"

"그러면.... 그 시체는.... 다른 누군가의 것이겠네요...."

"그때 일은 죄송해요. 저희 아빠가 죽은줄 알고 잠깐 정신을 잃었네요."

"미안해할 필요 없다."




"저..., 달에 가면, 어떻게 살고 싶으신가요....?"

"난 다른 이들을 위해 살거야, 예전에는 그렇게 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거든"

"아니, 오히려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끼쳤지"

"그 가치가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그래서,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보려고 한다."

"...."

"그렇군요....."

"저도, 사실 가야할 이유가 하나 있어요."

"예전에, 제가 아주 어릴 때 아빠랑 했던 약속이 하나 있었거든요."

"제가 예전에 아빠랑 달에 갔을 때"

"꼭 다시 아빠랑 달에 같이 가자고 했었어요."

"이제 무사히 달에 도착하면, 그 약속이 지켜지겠네요."

"그래,....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너희 아버지는... 나의 박사는 어떤 사람이었나?"

"저희아빠는.... 제가 병에 걸리고,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 길을 찾지 못했을 때,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제게 꿈과 희망을 줬던 사람이에요."

"그리고, 저를 항상 웃게 만들어주고, 제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던,"

"그런, 정말 마음씨 좋고, 더할 나위 없는 착한 사람이에요."

"그래.... 그렇구나....."

"이제 곧 목적지에 도착한다. 우주복을 입거라,"

"알겠어요."

이제 곧 내가 가장 보고 싶어하던 사람을, 아빠를 만나게 된다.

아빠를 만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와장창 울어버릴까?, 기쁨에 젖어 바로 달려가 안아 버리게 될까?

나는 우주복을 입고, 작은 우주선에서 내렸다.

"저기 보이는 건물이 너희 아버지가 있는 시설이다."

"최후의 인간들이 살고 있었지"

"알겠어요, 그리고 이거, 많이 무겁네요."

"시설에 들어가면 괜찮다. 좀만 참아라"

그렇게 달에서의 무거운 한걸음 한걸음을 걸으며 시설로 향했다.

마침내, 우리는 시설의 정문 앞에 도착했다.

"딱 한가지 아쉬운거는.... 아빠랑 같이 달에 왔으면 좋았을텐데...."

이 문을 넘으면 무려 10년만에, 아빠를 만나게된다.

"비밀번호가 있네요..?"

"내가 알고 있다."

"2012"

"문이 열립니다."

마침내, 최후의 인간들이 살고 있는 달의 시설에 도착했다.

그렇게 내가 문을 열고 처음 보게된 것은


















시체,

사람들의 시체다.

여기도, 저기도, 피가 묻지 않은 사람들의 시체로 가득했다.

"저기....."

"삐 삐 삐"

"경고, 경고, 바이러스의 수치가 매우 높습니다. 즉시 코를 막고 눈을 가리고 최대한 멀리 도망치십시오. 경고, 경고,"

"ㅇ.... ㅇ... 아빠는... 어디있어요....?"

그녀가 다리를 벌벌 떠는채로 로봇에게 힘겹게 말을 건넸다."

"제발.... 제발 아니라고 해줘요..!!!!!!!!"

"당신.... 당신 때문에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런데 이게 뭐에요......"

"사람들은 다 죽어있고.... 우리 아빠는......"






"아....."

"그런거였구나....."

"당신.....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처음부터 여기 사람들이 죽었다는걸..... 알고 있었던거지......?"

"이제 나도 곧 죽겠네..... 바이러스 지대에 날 데려왔으니..."

"난... 이제 살아갈 이유가 없어,"

"아빠도 없고.... 다른 이들도 없어"

"소중한 존재가 없다고 살아갈 이유가 없는건 아니야,"

"닥쳐!!!!"




"당신은 쓰레기야......인간의 소중한 생명을 가지고 장난치는건....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나 하는 짓이야......"

.......

"부정하진 않겠다."

그녀가 정신이 나가버린 채로 주저앉았다.

"아빠..... 난 뭘 위해서.... 살아야 되는거야....?"

"여기 주변에는.... 나 외에 아무 사람도 없고, 아빠도 없고.... 아빠가 내게 주던 행복과 웃음도 없어...."

"난.... 이런 세상에서 살 수 없어...."

"이제.... 나도 곧 죽을거야..... 곧 거기로 갈게......"

그녀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더니, 다른 시체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 옆에는 어떠한 종이가 놓여있었다.

"이건... 뭐지...? 사람들이 쓴 종이인가...?"

결국... 이렇게 가버리는구나..... 정말.... 정말 거의 다 왔는데.....

아아.... 이렇게 인류는 끝나는 건가....? 내가 그 최후가 될줄은.....

사람들이 썼던 유서였다.

그녀는 또 한번 몸이 굳어버린 후, 단단히 마음을 다잡고 일어섰다.

"이 세상은, 모든게 끝났어..."

"나는 이런 비극적인 세상에서 살 수 없으니깐....."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으니깐....."

"아니, 오히려 아빠와 다른 사람들이 있는 그 세상이 더 행복하니깐,"

"죽고 싶은게 아니야.... 도망치고 싶은거니깐....."

그녀는 비틀거리는 몸을 겨우 벽에 기대며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갔다.

"게이트가 열립니다."

"그래.... 이제 이 방법 밖엔....."

그녀가 우주복이 없는 상태로 시설 밖으로 나가려 한다.

"저 로봇.... 끝까지 날 보지도 않고 있어..... 저기서 뭘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딴건 필요 없어..."

그녀는 서서히 발을 내딛으며 달 표면으로 나섰다.

"자.... 우주야... 날 먹어라...!!!!"

-170도가 넘는, 달에서도 가장 추운 시기의 칼바람이, 아니, 사람을 죽이고 살을 찢는 총알과도 같은 바람과 산소 부족이 그녀를 덮쳤고...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야...... 춥지가 않아..... 숨을 못 쉬는데..... 왜 몸이 힘들지가 않아....?"

"대체 뭐야..... 어째서 이러는거지....?"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어.... 대체 왜....?"

"이제야 눈치챈건가?"

뒤에서 로봇이 걸어온다.

"당신..... 대체 뭔짓을 한거야.....?"

"대체.... 이 세상에 무슨 이상한 짓을 한거야....?"

"기다려, 난 어떤 일이 있든, 난 죽어버리겠어"

"아니 이 지옥에서 빠져나가겠어,"

"다 부질 없는 일이야, 그만 둬"

"몸에 칼집을 내서든, 몸의 관절을 꺾어버리든, 물 한방울 안 마시든, 당신이 아무리 날 막아도 하루 빨리 이 세상을 떠날거야,"

"어떻게든 여길 떠날 방법을 찾을거야"

어떻게든..... 어떻게...든......

그녀는 주저앉았고 끝내 울음이 터져버렸다.

"대체... 왜 이렇게 된거야.....?"

"대체 난 왜 이렇게 된거냐고....."

"행복하게 살다가 갑자기 희귀병에 걸려 눈을 떴더니 세상은 멸망했고,"

"내가 사랑하던 존재들과 세상이 사라졌어,"

"그리고.... 왜 난 이 세상에 혼자 남겨졌는데..... 대체 왜......"


"이 세상에 너가 남겨진 것도, 전부 이유가 있는법이야."

"그런건 없어.... 제발 나를 내버려둬....."


"너는 너가 여기까지 온 이유를 알고 있니...."

"그게.... 무슨 뜻이야....?"

로봇이 그녀의 목덜미를 잠시 쥐더니 그대로 물러났다.

"대체 뭔 짓을 하는거야....당장 놔...."

그녀의 시야가 흐릿해지더니 시야에 노이즈가 꼈다.

"으.... 대체 이게 뭔......"

그리고 그녀가 보는 시야에는,

수 많은 프로그램과 0,1로 나란히 이어진 수 많은 문자들이 배열되어 있었고,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사실을 한눈에 알게되었다.

.......

"그래..... 그런거였구나....."

"난..... 사람이 아니었던거지......?"

"그럼.... 설마 아버지랑 내가 함께 했던 그 추억도..... 다 가짜인거야......?"

"허구적으로 지어낸 이야기이자, 고작 내가 바라보는 형상들로 이루어진 존재들이었다는 거야...?"

"내가 로봇이란걸 알지 못했던 것도, 내 자신에게 인식을 못하게 막는 명령이라도 걸려 있던거였나...."

"난..... 처음부터 행복따위는 가질 수 없는, 허구의 행복만을 바라보며 여기까지 온거였던 거야..."


"그렇지 않아,"

"넌, 너가 여기 와야했던 이유가 있었어, 내가 너를 여기로 대려와야만 했던 이유도 있었고,"

"대체 그게 뭔데.... 그거 무엇이든 나에게는 중요하지 않아....."

"너가 잠들어 있을 때 3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고, 너희 아버지는 정부의 압박으로 동료 연구원들과 함께 끔찍한 무기를 개발했어,"

"그 무기 때문에.... 수 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 것을, 너희 아버지는 두 눈으로 목격했고 그분의 친한 동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는 것을 막을 수 없었어"

"너희 아버지도 그런 사람 중 한명이었어, 연구소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지, 잠들어 있던 너를 무책임하게 내팽개쳐놓고 말이야...."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분은 다시 깨어났어...."

"전신이 기계로 만들어진 새로운 몸으로.... 말이야....."

그녀가 무언가 깨달은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로봇을 바라본다.

"그리고 박사와 친했던 동료는, 박사에게 여린 딸을 남기고 어딜 가는거냐고 화를 냈어, 잠들어 있는 딸을 포기할 셈이냐며 울분을 터트렸지"

"그때 알았어, "

"아버지는, 딸과의 마지막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고,"

"그래야만 했기에,    약속을 지켜야만 했기에"

난 너와 함께 달에 왔어,"






"사랑해, 우리 딸"











그 순간....

그녀가 울음을 터트리며 아버지에게 안겼다.






"아빠...... 저 엄청 보고 싶었어요......"

저... (훌쩍)

"이거... 꿈 아니죠.....?"

"아빠.... 살아 있는거 맞죠.....?"

"맞아, 이렇게 서로 안고있잖니,"

"너가 병이 악화되어 더 이상 깨어날 수 없었어,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엄청나게 슬펐거든,"

"결국 나는 오랜 시간에 걸쳐, 너를 닮은 로봇에 너의 기억과 정신을 데이터화 해서 끝내 너를 옮기는데 성공했어"

"너가 원하던 너의 모습이 아니라, 너가 알던 아빠의 모습이 아니라 실망이지?"

"아니에요.... 덕분에 아빠랑 했던 약속도 지켰는걸요....."

그녀가 계속 눈물을 터트리며 자신의 아버지에게 마구 안겼다.

아버지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딸을 조심스레 안아줬다.

"우리 딸, 아빠가 많이 사랑해"

"나도.... 아빠 많이 사랑해....."


"딸, 이제 아빠는 떠나야할 시간이야, 아빠가 없어도 다른 사람들이랑 잘 살 수 있지...?"

"아빠....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는.... 지구에서 졌던 죗값을 치를 때가 왔어, 그것을 위해 여기에 온 이유도 있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난... 아빠랑 같이 있을거야... 그러니깐 뭐가 됐든 가지마...."

"대체 왜..... 대체 왜 다시 가려는거야..... 우리 겨우 만났잖아..."

"아무리 우리가 가족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있어야만 살 수 있어"

"이제... 달의 죽은 사람들을 되살려야해...."

"되살린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 그리고 떠난다는건 또 뭐야....?"

"여기 사람들은 바이러스가 퍼졌을 때, 자신들의 기억을 전부 서버에 백업해두었어, 자신들의 기억을 로봇에 넣어두기 위해서 말이야,"

"하지만 소체들이 완성되기 전에 너무 일찍 죽은거야... 결국 실패했어"

"하지만, 이제 아빠가 온 이상, 이제 할 수 있어, 이제 죽은 사람들을 되살릴 수 있어, 하지만 그렇게 되면 아빠는 돌아오지 못해"

"헛소리 하지마!!!!"




"아빠는 바보야..... 드디어 아빠를 만났는데.... 다시 헤어지라고....?"

"그런 소리 하지마..... 제발..."

"아무리 우리가 서로를 의지해도 사람들이 없으면 결국 이곳에서 살 수 없어, 모든게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모든게 우울해질거야"

"아빠도 견뎌냈잖아.... 몇년동안 지구에 혼자 남았잖아...."

"난 할 수 있어.... 몇십년이고 버틸 수 있으니깐.... 가지마...."

"딸, 아빠는 우리 딸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니깐, 이제 가야해, 시간이 얼마 없어"

"제발.... 제발 부탁이야....."

"딸, 우리 딸이 아빠한테 꼭 다시 한번 달에 오자고 했던거 기억나?"

그녀는 울먹거리는 표정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그 때 자신이 했던 말들을 떠올렸다.


(와! 저기 우리가 사는 지구야!)

(우와....!)

(아빠! 이거 완전 멋있다! 우리 나중에 또 오자!)

(그래! 아빠가 우리 딸이 크면 꼭 다시 데려올게!)

(달에 꼭 다시 오는거야! 이건 약속이야! 꼭 지켜야해!)


"응.... 기억 나....."

"아빠는....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여기까지 달려왔어,"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아....빠...."

"우리 딸,  사랑해,"

"아빠의 소중한 딸이 되어줘서 고마워,"

아버지는 울먹이는 그녀와의 포옹을 뒤로한 채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아빠.."



"우리 또 약속하자...."

"나중에.... 나중에 꼭.... 꼭 다시 만나자!!!!!!"

"그래.... 그때도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만나게 해줄게,"

"행복하게 살아야해,"


그녀는 완전히 주저앉은채로 사랑하는 아빠의 마지막 뒷모습을 잡을 수 없었다.



아버지는 발걸음을 옮기며 달 내부의 시설에 들어가 자신의 몸을 동력원으로 삼은채 기계를 가동시키며 영원히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울먹이는 그녀만이 남아있었다.


































"벌써 그때가 된지 1년이 지나버렸어,"

"맞아, 처음 정신을 차렸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단체로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저기 여자애가 우리한테 단체로 상황을 설명해 줬잖아"

"그때는 진짜 뭔가 했지, 정신을 차려보니 몸은 기계로 되어있었고, 주변에 나랑 비슷한 애들이 수백명이나 있었는데"

"그래도 우리가 바이러스 나오자 마자 한명씩 서버에 기억을 놔둔게 정말 다행이었어, 안 그랬으면 지금쯤 어땠으려나"

그렇게, 달로 간 인간들의 기억을 덮어쓴 로봇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던 도중,



"저기, 혹시 너가 켄토 박사의 따님이니..?"

"예, 맞아요."

그렇게 둘은 몇분간 여러가지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너희 아버지랑 너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나마 목숨을 건질 수 있던거야,"

"아녜요, 저는 옆에서 보기만 했고 아빠가 다 했는걸요."

"너 덕분에 아버지가 달에 오셨잖아, 그리고 모두를 구하고 영웅이 되셨지,"

"너희 아버지는 정말 좋은 분이셔, 나랑 같이 연구소에서 일했거든,"

"아,.. 그런가요..?"

"사실 너희 아버지가 사망하셨을 때, 내가 그걸 보고 급하게 옆에 있던 안드로이드 소체에 기억을 겨우 옮겨놨어,"

"예.....? 진짜인가요.....?"

"맞아, 그때는 깨어나서 정말 다행이었지,"

"그렇게 깨어난 후에는 나에게 고맙다는 한마디만 하고 딸을 찾으러 가겠다고 하셨어,"

"감사합니다. 덕분에 아빠랑 했던 약속을 겨우 지킬 수 있게 되었어요."

"약속...? 어떤 약속이길래 그러니?"

"아... 그건 아빠랑 저만의 비밀이에요... 헤헤"

그 시각, 달 시설 내부의 안내방송이 울린다.

"잠시 후, 켄토 박사의 사망 1주기 추모식이 있겠습니다. 인원들은 모두 강당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어서 가자, 너가 앞에 서거라"



그렇게 사람의 기억을 쓴 로봇들은 강당으로 모였고, 유일하게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그녀도 참석했다.
그리고 사회자의 연설문이 시작되었다.

"우리 인류는 희망을 잃었었습니다."

"끝 없는 전쟁과 바이러스의 출몰로 인해 지구는 완전히 황폐화 되었고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우리는 그 위기에 대비해 먼 달로 떠났습니다. 그렇게 인류의 대를 이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우리 달 인류에게도 바이러스가 퍼졌습니다. 최대한의 대비책을 세우고 이에 맞서려 했으나,"

"지구를 삼켜버린 바이러스를, 우리가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끝내 몰락했습니다. 최후의 인류가 멸종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켄토 박사와 그의 딸이 달에 방문했습니다."

"박사는 자신의 생명을 원동력으로 삼아 우리를 신 인류로 부활시키는데 성공하였고, 그의 딸은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그 순간 로봇들이 자리에 앉아있던 그녀를 바라본다.

"비록 차가운 몸을 얻었지만 항상 감사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지며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로봇들의 조용한 박수갈채가 이어진다.

"얘야,"

옆자리의 다른 로봇이 그녀를 부른다.

"너도 올라가서 말해보는거 어떻니?"

"아뇨, 저는 한게 없는데요, 아버지가 고생을 많이 하셨죠,"

"뭐?, 따님이 올라가서 말을 한다고...?"

그 순간, 주변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음이 들린다.

"저.... 안 나가면 안 될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결국 그녀는 무대로 나섰다.



"안녕하세요, 저는 켄토 박사의 딸입니다."

"우선, 이 자리에 시간을 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저희 아버지 덕분에, 저를 포함한 수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류를 구하기도 했고요."

"저도 여러분들의 노고에 항상 감사드리며, 저희 아버지로부터 받은 소중한 생명을 헛되히 다루지 않도록, 아버지가 제게 했던 말처럼 행복하게 살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녀의 연설을 들은 로봇들은 많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좋은 연설이었어, 이제 내려가게,"





그렇게 모든 일이 끝난 후, 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방 옆에는 아버지와 그녀만을 위한 방과 수 많은 로봇들이 선물한 물건들이 놓여있었다.

그녀가 방에서 조용히 자신이 아버지와 겪었던 추억들을 회상하며 웃고 있던 순간, 밖에서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계십니까?"

"예, 들어오세요,"

그녀는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했다.

"저기, 아버지의 시신에서, 이런 물건이 나왔습니다. 이 사진을, 손에 꼭 쥐고 계셨습니다."

이건....




그녀가 달로 떠난 5살때, 그때 아빠와 내가 함께 찍었던 사진이었다.

"어.....      감사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저도 항상 감사합니다."

그렇게 손님은 떠났고, 그녀는 사진을 바라보며 아버지와의 추억을 다시 짚고 있다.





아빠..... 나중에 꼭 만나러 갈게..... 이번에는 내가 그 약속을 이뤄줄게....

우리, 꼭 다시 만나자!








-- 끝 -- 아래 후기 있음






후기: 약속까지 남은 시간이 12분이 남아서 간단하게 요약함

1. 제목 뜻: 라틴어로 "역경을 거쳐 별을 향하다" 최근에 자주 하는 리듬게임 EZ2ON에 있는 (콜라보로 들어온)곡 이름인데 멸망한 세상에서 만난 로봇과 함께 달로 가는 스토리를 뭔 제목으로 쓸까 하다가 뜻이 좋아서 걍 씀

2. PAA바이러스, ARD병, 비밀번호는 뭐임
PAA바이러스는 그냥 제목 줄여서 PAAA할까 하다가 A 3개는 좀 많은거 같아서 하나 줄임
ARD병은 그냥 A RARE DISEASE(희귀한 병....)
비밀번호 2012는... 2명이서 영(0)원(ONE)히(2)인데, 걍 쓸게 없어서(1234같은걸 넣을 수는 없으니)옛날에 런닝맨에 비슷하게 나온건데 걍 넣었음, 딸과 영원히 있고 싶다는 아버지의 마음이 드러난 거라고 생각해도 됨

3. 스토리와 영감을 받은 것,
예전부터 인간 여성+로봇이 함께 멸망한 세상을 거쳐 달이나 우주로 떠나는 스토리를 그렸었음, 대략 스토리의 70% 이상은 이 때 나왔으나 그 때는 어떻게 결말을 지을지 의문이 남았었음
하지만 2023년에 나온 한 스팀게임의 스토리[강스포임]에서 약간의 영감을 얻고 그덕에 요소를 몇개 건져와 결말을 어느정도 지을 수 있게 되었음, 거기서 나온 결말 및 전개 약간은 비슷한데 다름

4. 아쉬운 점
맨 마지막에 줄 물건을 초반에 떡밥으로 남길걸 그랬음, 예를 들면 어린시절 달에 갔던 주인공이 아버지께 뭔가 의미있는 물건을 주거나 그랬었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싶음, 연장선으로 아무리 줄거리를 만들었다 해도, 결국에 쓰고 한편 올리고 쓰고 한편 올리고 하다보면, 결국에는 후회하는 부분이 생기더라, 진짜 완벽주의라면 전부 완벽하게 써놓고 하나씩 올리는게 맞는거 같음,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인내력이 딸려서 못할거 같음, 또한 아버지 죽고 난 후의 부분이 좀 아쉬웠음, 근데 여러가지 중에 너무 고민하다가 결국 열린결말 보다는 딱 선을 긋는게 나을거 같아서 이 선택지로 함,

-끝-
사실 자정 지나기 전에 완성했는데 검수는 무조건 해야되는 과정이라.... 5분 늦었다 미안해

나도 아쉬운점이 많은 스토리라 어떨지는 모르겠는데 당분간 쉬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