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이] "오케이!, 그러면 우선 셔츠부터 벗기자!"

[아키] "리프, 너는 창문으로 나가서 헌옷수거함에서 저 옷 가져와,"

[리프] "알겠어요!"

[나] "아니 애들아!!! 대체 뭔짓을 하려는거야??"

[밀리]  "이게.... 과연 맞는 방법인걸까....?"

[나] "애들 왜이리 힘이 센거야!!! 나좀 내버려둬!!!!"

그렇게, 나는 셔츠와 바지까지, 전부 아키와 사이에게 훌러덩 벗겨졌다.



[나] "으으으으으으............"

그렇게, 나는 여성의 모습을 한 네명의 안드로이드들 사이에서 팬티차림으로 있게 되었다.

[아키] "아저씨,"

[나] "....."

[아키] "몸도 엄청 좋아보이는데 왜이리 부끄러워해"

[나] "너희들 앞에서 옷이 훌러덩 벗겨졌는데 부끄러워 하는건 정상 아니야?"

[리프] "여기 가져왔어요"

[나] "저건....내복.....?"

누린 때에 쩔여지고 쭉쭉 늘어난, 냄새가 진동하는 내복과 짧은 바지였다.

[나] "우웩...."

[아키] "아저씨, 이거 입어"

[나] "이걸.... 입으라고....?"

[아키] "응, 입어야돼"

[나] "싫어.... 대체 왜 내가 너희들한테 이런....."



[아키] "싫어.....?"

그녀가 내 위에 올라탄채로 나에게 말했다.

[아키] "지하철에서 목숨을 구해준것도 잊어버린거야...?"

[나] "......"

[나] "알았어... 뭔지는 모르지만 일단 입을게,"

[리프] "이것도 추가로 가져왔어요!"

[밀리] "저건... 담배꽁초....?"

[사이] "좋아! 그것도 같이 쓰면 되겠다!"

[나] "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밀리] "저기...."

[나] "음...?"

[밀리] "아이들의 행동때문에 죄송합니다. 그동안 너무 힘들었어요. 꾹 참고 한번만 해주세요."

똑똑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리프] "흐익!"




[기자1] "이상하네..... 여기가 확실히 맞는데"

[기자2] "야, 팀장이 인터뷰 못잡으면 회사 오지도 말라 했어, 방금 안에서 소리 들었지? 분명히 있는데 모른척 하는거야,"


[밀리] "저 사람들.... 3일 전부터 계속 저러고 있어...."

[나] "저 사람들이 대체 뭔데?"

[밀리] "언론사 기자들이야, 우리를 취재하러 온거고,"

[나] "기자들? 대체 왜 기자들이 너희한테...."

아키가 나를 밀었고 나에게 행동요령을 건넸다.

[아키] "아저씨, 일단 문열고 대충 꺼지라고만 해줘. 이것도 물고,"

[나] "음.... 알겠어."

[밀리] "애들아, 일단 숨어"

이런 일을 대체 왜 해야하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명을 구해준 이들의 부탁이니 곱게 들어줬다.


저벅저벅,

[기자2] "야!! 이거 발소리 아니야? 가까워지는데?"

마침내, 나는 문을 열었다.

[기자1] "안녕하세요!, KBC 방송국에서 나왔....."

[나] "으에에에에......"

그들이 마주한 것은, 입에 담배꽁초를 문채 맹한 모습으로 상대를 바라보는 내복차림의 남성이었다.

[기자2] "어......"

[기자1] "우욱.... 이게 뭔 냄새야...."

[기자1] "야... 분명 여기랬잖아.... 대체 뭔일이야....?"





[아키] "아저씨, 잘하고 있는거 맞겠지?"

[사이] "납치 대상을 잘못 선정한거 아니야?"

[아키] "납치라니, 정당하게 부탁으로 해준건데"

[밀리] "강제로 창문으로 밀어 넣어서 넘어뜨리고 옷벗긴게 뭔 부탁으로 해준거야?"

[아키] "우리가 구해줬으니깐 그걸로 퉁치치 뭐,"

[밀리] "조용히해, 이러다 들리겠어,"





[기자1] "저기...."

[나] "예?"

초점잃은 눈빛으로, 멍하니 기자들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이들이 보기에 한심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보였다.

[기자1] "혹시 여기 거주중이신건가요....?"

[나] "예"

[기자1,2] "....."

[기자1]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들은 재빠르게 집을 나왔고 나는 문을 닫았다.




[나] "이제 나와도 돼,"

그녀들이 웃는 모습으로 나를 마중나왔다.

[밀리] "이제 저 지긋지긋한 기자들 없어도 되겠네,"

[리프] "감사합니다. 그동안 많이 무서웠어요."

[나] "그나저나, 내 옷은 어디있니?"

아, 그건 저기......



아키가 내 옷을 입고 있었다.

[밀리] "아키!!!!!!"

[밀리] "대체 뭐하는거야!!"

[아키] "옷이 되게 커보여서 한번 입어봤어,"

[밀리] "하..... 역시 정신이 없어,"

[리프] "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이걸로 한숨은 돌렸어...."

[나] "맞다, 아까 문 앞에 뭐가 있던것 같았는데"

[리프] "뭐에요....? 설마 뭐가 온건가요...?"

[나] "잠깐 기다려, 내가 보고올게,"

그렇게, 나는 문을 열었다.

[나] "어라?"

애들아, 문 앞에 이런게 놓여있었어

그들 앞에 놓인 것은..... 파란색 꽃다발과 편지였다.

[리프] "흐에에에엑!!!!!"

[리프] "이제... 일반인에게도 들킨거네요... 헤헤..."

[밀리] "그거..... 편지 한번만.... 읽어줄 수 있어....? 아닐거야.... 잘못 온거겠지...."

[나] "크흠,"

[나] "나를 구해준 아이들에게"

[나] "안녕, 애들아, 나는 저번에 A7번 고속도로에서 큰 사고가 났을 때, 차를 운전하던 사람이었어"

[나] "갑작스러운 사고에 나는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뜬 순간 너희들이 나를 반겨줬어,"

[나] "웃는 모습으로 나를 업어줬고 그상태로 병원까지 데려다줬지,"

[나] "당시 정신이 안들어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너희들 덕분에 금방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편지를 읽는동안 아이들의 표정이 점점 두려움에 휩쌓여간다.

[나] "아무튼, 건강을 되찾은 후에도 나는 너희들에게 보답을 해주고 싶었어"

[나] "그래서 인터넷을 수소문한 결과, 여기에 너희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어"

[나] "최근에도 지하철이 전복됐을 때 너희들이 사람들을 전부 구조했다며?"

[나] "사람들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 정말....."

[밀리] "스톱!!!!!!"


[밀리] "여기까지만 읽자"

[리프] "하아....."

[리프] "결국 들킨거네요..."

[아키] "사실 어느정도 알고는 있었어"

[아키] "지나가다가 쪽지를 받은 적도 있었고, 고맙다는 말도 몇번 들었거든"

[아키] "편의점 알바를 할때 선물도 많이 받았었고"

[리프] "사실.... 저도 가끔 나갈때 사람들이 저를 계속 알아봤어요...."

[리프] "역시... 결국에는 이렇게 되는건가...."

[나] "저기, 이름이 사이라고 했니?"

[사이] "응? 나는 왜?"

[나]"아니, 기사에 너 얼굴이 떡하니 있길래"

[사이] ".....????"

나는 사이에게 휴대폰 속 기사를 보여줬다.

"지난 7월, X3지역에서 기나긴 장마로 인해 일부 지역이 침수되었다."

"수많은 구조 인력들이 동원된 상황에서 4월 메가타워 건물 붕괴 사태에 무려 9명의 소중한 시민을 구조한 안드로이드들이 다시 한번 목격되었다."

[사이] "뭐야..... 이거 나잖아...!!!"

기사에는 그녀의 얼굴이 떳떳하게 올라와 있었다.

[사이] "으에......."

그녀가 털썩 주저앉았다.

[사이] "흐에에에에.... 대체 남의 얼굴을 강제로 찍어서 기사에 올리는게 어딨냐고.., 난 틀렸어...."

[사이] "초상권침해로 고소할거야....."

[아키] "우리는 초상권도 없는걸, 여기저기 얼굴이 팔려도 뭐라 할 수도 없어"

사이가 서럽게 울고있다.

[밀리]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당장은 돌려 보냈지만 금방 또 찾아올거 같은데"

[아키] "하아... 겨우 구한 집인데 이사를 가야된다고? 집 주인에게 사정사정하느라 엄청 힘들었잖아"

[나] "그렇게까지 사람들한테 보여지는게 싫은거야?"

[밀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아마 여러가지 불편한 일에 말리게되니깐"

[나] "어떤 일들 말이야?"

[밀리] "아까처럼 무턱대고 기자들이 찾아올 수도 있고 사람들한테 금품을 받을 수도 있고"

[밀리]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누군가를 도울 때는 댓가를 바라면 안되는거야,"

[나] "아까 나를 구해준 댓가로 나를 기자들 내보내는 방패로 썼잖아,"

[밀리] "....."

[리프] "저기...."

[리프] "아마 저희 신원이 발각된거 같은데.... 뭔가 방법이 없을까요?"

[나] "방법이라....."

[나] "우리 집에서 잠깐 있을래?"

말을 꺼낸 순간, 다른 아이들이 전부 나를 쳐다봤다.

[리프] "정말 그래도 되는건가요?"

[밀리] "그건 안돼"

[밀리]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인간의 집에 얹혀 산다는건 피해만 될거야,"

[밀리] "사람은 사회생활이 필요한 동물이야, 남의 집에 산다는건 그만큼 불편할거고,"

[리프] "....."

[아키] "괜찮아 보이는데"

[아키] "어차피 우리는 정보 얻어낼 컴퓨터 랑 간단한 물품정도만 있으면 되잖아, 그냥 방 하나를 넷이서 쓰면 괜찮지 않을까"

[나] "너는 일단 그 옷부터 좀 주고 이야기할래?"

[사이] "너가 괜찮다면 나도 좋아!, 이 집이 질리던 참이었거든,"

[아키] "그래, 그러면 일단 짐부터 챙기자"

[밀리] "잠깐 애들아,"

[밀리] "아무리 그래도 남의 집에서 사는건 안돼, 사람들이 와도 최대한 감내해야지"

[리프] "저기...."

[나] "음? 왜그래?"

[리프] "혹시 집 주소가 어떻게 되나요?"

밀리가 자신의 이마를 치고는 한숨을 쉰다.

[밀리] "하아...."

밀리가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밀리] "싫다면 지금 말해야돼, 당신 집은 이제 난장판이 될 수 있으니깐,"

[나] "아냐 괜찮아, 너희가 나를 구해줬는데 이정도는 할 수 있지"

"괜찮은거.... 맞을까....?"

[사이] "좋아! 그러면 이제부터 이사 시작이다!"

그렇게, 그들의 이사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