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집에서 각자 물건들을 챙겼다.

본인들이 정보 탐색에 사용하던 컴퓨터, 간단한 옷들, 구조에 사용하는 장비들까지

[사이] 좋아, 다 챙겼으니 가볼까?

[나] 그정도면 되는거야? 남은 짐들은 어쩌고?

[밀리] 어차피 나중에 다시 정리할거야, 우선 주소만 좀 알려줄 수 있어?

나는 밀리에게 내 휴대폰에 적힌 상세주소를 보여줬다.

[나] 여기, 우리집이야

[사이] 그래, 그러면 짐을 하나씩 나르자,

[나] 그런데, 이 짐을 어떻게 옮길거야?

[밀리] 조심히 걸어서 갈거야, 이렇게 많은 짐을 들고 대중교통을 탈 수도 없고, 타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어서 그래

[나] 힘들겠네, 조금 들어줄까?

[밀리] 아니야, 짐이 별로 없어서 충분히 들 수 있어,



그 시각, 아키가 열심히 짐을 들고있다.

[밀리] 아키, 너무 무리하지마, 안될것 같으면 셋이서 두번 나르면 돼

[아키] 아니야, 이정도는 할 수 있어,

[밀리] 아니,

밀리가 아키의 다리를 만진다.

[밀리] 상태가 많이 안좋아보여, 그냥 저 남자랑 같이 집에 가 있어

[아키] 알겠어...

아키가 구석에서 파란 상자를 들어올린다.

[아키] 그러면 이거 하나만 들고 갈게



[리프] 저기... 혹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나] 내 이름? 아란이라고 불러,

[아란] 그나저나, 너희들 정말 쓰는 물건이 없구나, 이불 한짝에 꼴랑 컴퓨터 한대랑 작업용 도구 몇개가 끝이네

[리프] 안드로이드는 생활용품이 별로 필요하지 않아요. 이거랑 추가로 예비 옷이랑 충전기 정도면 전부 해결되니깐요.

[아키] 아란, 우선 나랑 같이 가자, 데려다줄게

[아란] 내 집인데 데려다준다니?

[아키] 뒷일 부탁할게,

[밀리] 우리가 마저 정리하고 바로 갈테니 조금만 기다려줘,

[사이] 아란, 당분간 신세좀 질게

그렇게, 나는 아키와 함께 길을 걸었다.



[아키] 이름이 아란인거야?

[아란] 응, 그게 내 이름이야

[아키] 멋진 이름이네

[아란] 아키,

[아키] 왜?

[아란] 아키는 왜 사람들을 돕는거야?

[아키] 생명은 소중하니깐, 생명이 사라지면 그건 슬프잖아

[아란] 아키는 감정이 다양하구나,

[아키] 많은 생활을 하다보니 점점 더 많은 감정들을 배우는 것 같아,

[아키] 평소에 알지 못하던 감정들도 여러 상황을 겪게되면 배우게 되고 그러면서 이게 이런 감정이라는 느낌이 들어

[아키] 더 많은 감정들을 알아가고 싶지만, 슬프거나 허망한 감정같이 느끼고 싶지 않은 감정들을 알아버릴까 한편으로는 무서워, 그런 감정들은 알고 싶지 않거든,

[아란] 그래서, 슬픈 상황을 겪기 싫으니깐 사람들을 구하는구나?

[아키] 맞아, 사람이 사라지면 그건 슬프니깐

[아란] 근데 이 상자는 뭐야?

[아키] 이건.... 아주 소중한거야 나한테는 없어선 안되는 것들,

[아란] 그래, 잘 간직해야겠네, 이제 다 왔어, 여기가 우리 집이야,

[아키] 우리집? 같이 산다고 벌써 우리집이 된거야?, 아란의 집이 아니고?

[아란] 아키는 내집을 우리집이라고도 부르는걸 모르는구나?

[아키] 응, 그냥 단어의 뜻만 보면 우리 모두가 같이 사는 집이라는 뜻이잖아

[아란] 그렇구나, 근데 앞으로 당분간은 우리 집에서 살아도돼, 그리고 아키,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

[아키] 지하철에서 있었던 일 말이야?

[아란] 맞아, 자칫하면 고막이 나갈 뻔 하긴 했지만 그래도 구해줬으니 고마워

[아키] 아니야, 나는 해야할 일을 했는데 뭐,

[아란] 이제 들어가자, 생각했던 것 만큼 엄청 크진 않지? 게다가 청소도 별로 안해서 좀 더러울거야,

[아키] 우리가 살던 반지하보다는 훨씬 좋은데 뭐, 그리고 우리는 조그만 방 하나만 있으면 돼

[아란] 그렇게 나와 아키는 집에 들어갔다.

[아키] 실례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넓은데?

[아란] 그런가? 나는 혼자 살아서 방이 크고 작은건 못느끼겠어

[아란] 그나저나, 난 아키가 멋진거 같아,

[아키] 갑자기 왜?

[아란] 위기에 빠진 수 많은 사람들을 구하잖아, 게다가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도망가고

[아란] 뭔가 어렸을 때 봤던 만화에 나오는 히어로같아,

[아란] 시민들이 위기에 빠지면 영웅같이 나타나 구해주는 사람, 아, 사람이 아니구나

[아키] 사람을 구하는게 그렇게 멋있는거였어?

[아란] 그럼, 구해지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명의 은인인데, 너와 내가 그런 관계기도 하고

[아키] 그렇구나, 그런데..... 앞으로 활동은 못 할것 같아

[아란] 왜?????

아키가 침울한 표정으로 자신의 바지를 올렸다.

[아란] ....?

아키의 왼쪽 다리에는 무수히 많은 붕대가 있었다.

그리고 붕대들을 하나씩 풀고나니,

강철로 덮여진 기계다리가 보였고 초록색 덕트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아란] 아키.....?

[아키] 작년 2월, 화재사고가 났을 당시, 나는 나를 만들어준 내 박사를 구하기 위해 불길속으로 뛰어들었어,

[아키] 그때 난 다리를 잃었고, 박사도 구하지도 못했어....

[아란] .......

[아키] 그 후로, 나는 또 다시 사람의 생명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팀을 모았어,

[아란] 그 결과, 사이와 밀리, 리프가 내게 와줬어,

[아키] 그렇게 우리 넷은 여기저기서 구호활동을 이어갔지

[아키] 하지만 내 다리는 완전히 고칠 수 없었어,

[아키] 점점 활동을 이어오면서 몸이 망가지고 앞으로 활동을 더 하다간 나는 더 이상 걷지 못할 수도 있어....

[아키] 나도 활동을 더 하고는 싶지만.... 위험한걸 알기에 팀원들이 계속 말리고 있어,

[아란] 그러면..... 고칠수는 없는거야...?

[아키] 고치는거......?

[아키] 아마 지금은 불가능할거야......

나는 침울한 표정의 아키를 쓰다듬어줬다.

그 순간, 각자 짐을 챙긴 아이들이 집에 찾아왔다.

[리프] 실례하겠습니다.

[밀리] 집이 되게 넓네,

[아란] 누가보면 넓은줄 알겠어, 고작 거실에 침실 하나인데,

[사이] 우리가 살던 반지하보다는 훨씬 넓고 좋은데?

[밀리] 애들아, 여기 남의 집이야,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돼

[밀리] 하아.....

[밀리] 아무튼 고마워, 앞으로 실례할게

[아란] 그래, 이제 이사는 전부 끝난건가?

[밀리] 어, 그냥 짐이 이게 거의 다라서, 컴퓨터만 설치하면 될 것 같아 어디에 설치할까?

[아란] 음.... 거실이 넓으니깐 너희가 거실을 쓰는건 어때?

[밀리] 정말 그래도 돼는거야? 침실 혼자 써도 되겠어?

[아란] 상관 없어, 내가 거실을 못 쓰는것도 아닌데 뭐,

[밀리] 그래, 그러면 당분간 실례좀 할게,

[밀리] 간단히 이불만 깔고 컴퓨터 설치만 하자,

그들은 거실에 넓은 이불을 깔고 조그마한 책상을 가져와 컴퓨터를 설치했다.

그렇게 넷은 이불 위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었다.

[사이] 벌써 이사가 완벽히 끝났네

[아란] 수고 많았어, 근데 그렇게 아무것도 없이 앉아도 되는거야?

[사이] 사실 우리도 이렇게 있으면 심심해,

[리프] 여기 집이 좀 어질러진 것 같은데 청소라도 하는건 어떨까요? 아무리 그래도 저희가 얹혀사는건데....

[사이] 여긴 청소 도구도 없는데?

[리프] 그렇다면.... 제가 밖에 나가서 사올....

[밀리] 아니 이게 대체 뭐야????

[아란] 음? 왜 그래?

나와 아이들은 밀리가 있는 부엌으로 다가갔다.

찬장 안에 온갖 배달음식과 쓰레기들이 가득 차있었다.

[리프] 어어.... 이게 뭔가요....? 이렇게 두면 벌레가 많이 끌텐데.....

[아키] 아란, 이걸 버릴 생각은 못한거야?

[아란] 그.... 그건......

[아키] 아란은 분리수거, 청소, 정리라는 단어가 뇌에서 삭제된거야?

[아란] .....

[밀리] 내가 버리고 올게, 나머지는 여기 주변을 청소좀.....

[밀리] 으악!!!!!


[사이] 밀리, 뭔일이야?

[밀리] 저.... 저기.....

밀리는 찬장 안쪽을 가리켰고 그곳에는,

다리가 6개 달린 생명체가 존재했다.

[모두] 흐익!!!!!

[리프] 저걸 어떻게하죠.....?

[사이] 아..... 저건 어떻게할 방법이.....


모두가 겁에 질려하는 중에 아키가 아무말 없이 벌레에게 다가갔다.

[사이] 아키.... 괜찮아....?

아키는 한참동안 벌레를 살펴보더니 능숙하게 손으로 벌레를 잡았다.

[모두] !!!!!

[아키] 대체 왜 이런거를 무서워하는거야?

[밀리] 그래, 그거 밖에다 던져버....

[아키] 이렇게 귀엽게 생겼는데,

아키가 사이의 얼굴에 벌레를 갖다 댔다.

[사이] 흐악!!!!!!

그러자 찬장 이곳저곳에서 바퀴벌레들이 쏟아져나왔다.

[모두] 으악!!!!!

아키를 제외한 모두가 놀란 나머지 벌떡 일어섰다.

[아키] 이게 그렇게 무서운거야?

[밀리] 아키....

[아키] 왜 그래?

[밀리] 부탁이야..... 예전 집에 가있을테니깐, 너가 여기있는 바퀴들 다 없애버려,

[아키] 전부 없애고 청소까지 해줄게

[밀리] 그래.... 잘부탁해.....



그렇게, 아키를 제외한 모두가 집을 떠났다.

[리프] 아키 선배.... 혼자 일하면 좀 죄송한데 제가 가서 청소만 좀 도와줄까요?

[밀리] 그래, 너도 고생이 많다....

[리프] 아란, 저와 아키선배가 집을 깨끗히 청소해놓을게요.

[아란] 그래, 부탁할게

[밀리] 아란, 대체 어떻게 살면 그렇게까지 벌레가 꼬이는거야?

[아란] 그냥.... 평소에 회사가 아니면 밖을 안 나가다 보니깐...

[밀리] 밖을 안 나가면 오히려 집을 더 깔끔히 신경써야 하는거 아니야?

[아란] .....

[밀리] 앞으로 우리가 집안일이랑 청소는 다 해줄게, 그냥 잘 살기만 해줘

[아란] 정말 그래도 되는거야?

[사이] 정말이지! 덕분에 우리한테 새로운 집이 생겼는데,

[밀리] 새로운 집이라니, 집 주인한테 얹혀사는건데

[사이] 그게 새로운 집에서 같이 사는거지!

[아란] 그럼 우리는 일이 다 끝날 때까지 아까 그집에 가있자.






그날 밤,

[아란] 이제 들어가도 되는거니? 벌레는 더이상 없겠지?

[아키] 응, 이제 벌레는 아무것도 없어,

[사이] 우와.......

[사이] 집이 엄청 깨끗해졌잖아.....?

[아란] 아키랑 리프가 고생 많이했네........ 리프.....?

[아란] 리프, 왜 그렇게 힘들게 누워있어....?

[아키] 아까 청소할때, 온갖 벌레와 해충들이 리프를 잡아먹으려 했었어,

[아란] .....

[아키] 차마 독자들이 괴로워 할까봐 작가가 그때 있던 일들을 기록한 거를 전부 폐기처분해서 다행이지,

[리프](회상) 으악!!! 아키.... 선배.... 여기 20센치가 넘는 거미가.......!!!!

[아란] 리프...... 힘든일이 많았던거 같네, 내가 침실로 나서 눕혀놓을게

[아키] 아니, 그냥 이불에다 눕히고 등에 충전기만 꽂아놔

[아란] 그나저나 너희들 정말 대단한거 같아, 쉽지 않았을텐데,

[아키] 리프가 벌레들을 한곳에 모아준 덕분에 수월하게 처리할 수 있었어

[아란] 그런.... 거야.....?

[아키] 아 맞다, 밤에 편의점 알바가 있어, 이제 곧 가야해

[아란] 아키, 아까 편의점 알바하다 도망간거는.... 괜찮아....?

[아키] 점장한테 혼날것 같아

[아란] .....

[아키] 그러면 아란이 나랑 같이 알바할래?

[아란] 응? 같이 서도 되는거야?

[아키] 둘이서 알바한다고 하면 몇시간 빼먹은 것도 혼이 좀 덜나지 않을까 해서

[아란] ......

[아란] 아키는 발상이 신기하구나

[아키] 그러면 같이 가는거야?

[아란] 그래, 남은 시간동안 할 일도 없으니깐 같이 가자,




뭔가 #3이 스토리상 진전이 크게 없는 파트라 곧 #4랑 같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