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미래의 어느 국가, 이곳에서는 최근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괴물들의 출현.

사정은 알 수 없으나 무조건적으로 인간을 적대하는 그들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나 수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그런 괴물들을 사람들은 두려워하고,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화친을 주장하고, 때로는 숭배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피해는 지속적으로 누적되어갔다.

결국, 정부는 대량의 예산을 들여, 괴물을 처치할 수 있는 병기를 만들어냈다.

통칭 'GDN’

지킴이라는 의미에서 지어진 그 이름을 가진 병기들은, 괴물들을 처치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장치가 내장된 로봇들이었다.

이것은, 어느 한 GDN 개체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다.

 

 

 

"차렷, 경례.“

 

"그래, 오늘 소식은 다른 거 없고, 모두 공부 열심히 해라.“

 

""네~."“

 

학급 회장이 선생님께 모두를 대표하여 인사하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도 학급 회장에게는, 선망의 시선이 가득히 모여들고 있다.

 

정미윤.

OO고등학교 2학년 1반의 학급 회장.

옛날에는 반장이라고도 불렸던 직위에 있는 그녀는, 팔방미인이라는 말에 딱 들어맞는 인재였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성격이면 성격 모두 빠지는 곳 하나 없는 재녀.

공부는 항상 전교권 성적을 놓치지 않고, 운동에서는 웬만한 분야에서 큰 덩치의 남자도 압도하는 신체능력, 모두와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원만한 성격.

그뿐만 아니라, 그녀의 외모도 그런 재녀로서의 자격에 들어간다.

두꺼운 옷 위에서도 알 수 있게 부푼 풍만한 유방은, 잘 익은 수박에도 비견될 만한 엄청난 크기.

S자 라인을 그리는 몸매 라인은, 얇은 허리와 그에 대비되는 풍만한 골반을 강조한다.

길게 뻗은 다리와 팔은 각자의 위치에 어울리는 적당한 두께에 뽀얀 피부색으로 아름다움이라는 개념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세미 롱 헤어는 연예인 뺨칠 정도의 미모를 감싸, 그 얼굴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런 재녀 정미윤은, 유독 체육시간을 싫어했다.

신체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질 리 없는 미윤이지만, 체육이라는 시간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괴물들이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하면서, 야외 수업이나 견학 수업 등은 크게 줄어들었다.

야외 운동장에서 하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체육 수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체육 수업은 이론수업으로 크게 축소되었고, 어쩌다 한 번 있는 실기 수업도 생존훈련으로 크게 치중된 커리큘럼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런 커리큘럼을 좋아할 수도 있지만, 미윤이 체육시간을 싫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아...내 배.“

 

"미윤이 배 아프니? 그거야?“

 

미윤만큼은 아니지만, 학교의 미녀로 소문난 체육 선생이 배를 부여잡고 고개를 숙인 채로 앉아있는 미윤에게 다가왔다.

미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보건실 가 있으렴. 혹여나 밖으로 나가지는 말고. 위험하잖아?“

 

"알아요...“

 

미윤은 한 손으로 배를 부여잡고, 커다랗고 튼튼한 체육관을 떠나 보건실로 향했다.

 

 

 

그러나 미윤의 진로는, 보건실과는 달랐다.

 

"하아...또 오나. 정말 학생의 신세라고는 생각해주지 않는 놈들이라니까.“

 

미윤은 현재, 학교 한구석의 담장을 체육복 차림으로 태연하게 넘고 있었다.

그러고는, 빠르게 달려나갔다.

정미윤의 입장에서는, 지금 처리해야 할 '일'을 체육수업이 끝나기 전에 끝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이다.

정미윤은 한숨을 쉬면서, 한층 더 가속했다.

도저히 인간이라고는 볼 수 없는 속력으로, 그녀는 사람들이 없는 어딘가로 달렸다.

 

 

 

"꺄아아악!“

 

직장인 차림의 여자가 보행로에 쓰러져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

그녀 앞에는, 이형(異形)의 괴물이 입으로 보이는 신체부위를 열고, 침을 흘리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주변인들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사방팔방으로 달아나고 있다.

상당히 큰 괴물의 덩치에, 그 자리에 있는 경찰도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그 때, 한 사람의 형체가 괴물의 뒤에서 천천히 다가왔다.

 

"그르르...?“

 

온 몸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여성의 형체.

얼굴까지 검은색으로 칠해져 누군지 도저히 알아볼 수 없었다.

그 형체는, 다리에서 칼날을 꺼내 휘둘렀다.

괴물의 '꼬리'부분이 그 칼날에 순식간에 잘려나갔다.

 

"그르르아아아!“

 

괴물은 즉시 뒤로 돌아, 입을 벌리고 침을 튀겨대며 형체를 향해 포효했다.

검은 인간 형체는, 곧바로 물구나무를 서고는, 다리를 180도로 찢었다.

그리고는, 허리에서 작게 철컹 소리가 나더니, 그대로 돌기 시작했다.

마치 헬리콥터 로터같이 돌아가는 그것은, 두 다리에서 난 칼날에 의해 살육병기로 변모했다.

괴물은 그 살육병기를 보고, 경계심이 생긴 것인지 입 속에서 촉수를 꺼내 우선 탐색전을 벌였다.

당연히 그 촉수는 회전 칼날에 베이고, 땅에 떨어져 꿈틀대다가 곧 움직임이 멎었다.

괴물은 고통스러운 기색도 없이, 회전하는 칼날이 다가오는 만큼 거리를 벌렸다.

어느새 쓰러져 있던 직장인 차림의 여성은 도망치고 없었다.

이제 주변에는 완벽히, 사람이 없어진 것이다.

'머리'가 돌아가면서 주변을 확인한 인간 형체는, 마치 안심한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리고, 검은 형체의 색깔이 점점 살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싱그러운, 그러나 징그러운 형태를 한 살구색의 인형(人形)이 점차 드러나기 시작했다.

얼굴 부분까지 살굿빛이 침범했을 때, 그 정체가 드러났다.

바로, 정미윤이었다.

 

정미윤은 인간이 아니다.

그녀는 인간을 괴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인간들 사이에 투입된 병기, GDN이다.

GDN은, 특이하게도 전원 여성형, 그것도 절세미녀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인간에게의 혐오감을 없애야 한다, 는 것이 설계자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GDN이 괴물을 없애기 위한 형태로 가동하면, 분명히 징그럽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래서, GDN은 인공피부를 여러 가지 색으로 물들이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위장 기능도 겸하는 이 기능은, 출동한 GDN이 인간 형태임을 숨기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정미윤은 이것이 불만이었다.

정확히는, 그녀에게 주입된 성격 때문이었다.

그녀는 겉으로는 완벽한 재녀를 연기하고 있지만, 그 꺼풀을 벗기면 굉장한 치녀이다.

도대체 왜 설계자가 그녀에게 그런 성격을 부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성격은 그녀가 전투를 할 때마다 위장 기능을 꺼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처음에 투입될 때에만 위장을 켜고 시간이 지나 주변에 사람이 없어지면 위장을 꺼서 자신의 살결을 드러내는, 치녀 전투로봇이 탄생한 것이다.

지금도 그녀는 물구나무를 선 채로, 탐스러운 유방을 아래로 늘어뜨리면서 허리를 모터처럼 돌려 다리에 난 칼날을 회전시키고 있다.

다리와 칼날이 선풍기의 날개 역할을 하고 있는 그 모습은, 그야말로 거대한 톱날이었다.

그런 톱날을 앞에 두고도, 괴물은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괴물은 자세를 숙이고, 재빠르게 그녀의 상체로 다가갔다.

상체와 하체가 뒤집혔으니, 어디를 상체라 불러야 할까 싶지만.

그러나, 이런 사태에 대처하지 못하면 대 괴물 전투병기라 이름을 댈 수 없다.

그녀는 입을 벌리고, 특수한 음파를 방출했다.

음파가 방출된 순간, 괴물의 움직임이 정지했다.

그녀의 스피커에서 낼 수 있는 특수한 음파는, 괴물에게 경직을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녀는 재빠르게 팔을 움직여, 움직이는 칼날을 괴물의 몸에 갖다댔다.

검은 액체가 튀면서, 괴물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괴물은 역시 괴물이었다. 괴물은 자신의 반신을 포기하고 나머지 반을 재빠르게 움직여 칼날의 유효 범위로부터 벗어났다.

괴물이 자신에게서 떨어진 것을 본 정미윤은 곧바로 자세를 바로 해서 서더니, 손가락을 모아 원뿔 형태를 만들고는, 손목을 회전시켜 일종의 드릴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드릴로 떨어져서 아직 꿈틀거리는 괴물의 반신을 짓이겼다.

검은 체액이 튀면서, 괴물의 반신이 꿈틀거리는 것이 심해졌지만, 곧 잠잠해졌다.

괴물은 자신의 반신이 몸이었던 것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작게 으르렁거렸다.

괴물의 반신을 분쇄하는 작업을 마친 정미윤은, 자세를 잡고 괴물의 나머지 부분을 처리할 준비를 했다.

서로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튀어나갔다.

 

상체와 얼굴만 남은 괴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돌진하며 그 큰 입을 벌려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미윤은 다시 빠르게 물구나무를 서고, 다리에서 칼날을 꺼내 허리를 회전시켰다.

불길하게 회전하는 칼날을, 괴물은 두 다리로 높이 뛰어 피했다.

미윤은 다시 똑바로 서서, 칼날을 다리에 수납했다.

괴물은 이번에는 다리를 길게 뻗어, 촉수처럼 휘두르기 시작했다.

미윤은 다리를 유연하게 휘두르며 수납된 칼날을 다시 꺼내 이리저리 베었다.

여러 토막으로 나뉜 촉수는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침내 다리마저 잃어버린 괴물.

이제 괴물에게는 큰 입밖에 남지 않았다.

괴물은 낮게 그르렁거리더니, 남은 힘을 쥐어짜내 곧바로 미윤에게 달려들었다.

미윤은, 몸을 웅크렸다가 뛰어서 괴물의 머리 위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런 그녀는, 양 팔을 발사해서 괴물을 바닥에 꿰었다.

팔에 달린 와이어가 그녀를 공중에 고정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녀는 발끝을 모으고 허리를 회전시켜 거대한 드릴이 되었다.

그대로 와이어를 수축시켜 끌어당기면서, 바닥으로 '쏘아졌다'.

거대 드릴에 직격하게 된 괴물은 그녀의 발 끝에 완전히 갈려나가 이번에야말로 시체가 되었다.

사방팔방에 튄 검은 체액.

자신의 동체에 묻은 그것을 닦아 내면서 그녀는 이번에도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한 것에 대한 감상에 젖지...않았다.

체내 시계로 체육시간 종료가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은 그녀는, 잽싸게 현장에서 벗어나 학교로 향했다.

그렇게, 괴물의 습격 현장에는 괴물의 터져나간 시체만이 남게 되었다.

 

학교에 돌아온 그녀.

교내는 어느새 괴물의 습격 사건으로 살짝 떠들썩해져 있었다.

미윤은 은근슬쩍 체육관으로 돌아와, 탈의실에서 샤워까지 마치고 자신이 싸웠다는 증거를 인멸했다.

그녀의 활약으로 오늘도 퇴치된 괴물.

그것을 학생들이 가십으로 소비하고 있다.

그런 교내의 가십에 그녀는 전자두뇌 어딘가에서 살짝 뿌듯함을 느끼며, 오늘도 위장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