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와 인간이 함께하는 세상이 되며 안드로이드들은 빠르게 인간들 사이에 섞이기 시작했다.


당장 집 앞의 카페나 편의점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흔해졌다.


안드로이드를 친구로 여기며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기계 따위가 인간을 따라한다며 거부감을 들어내다 못해 혐오감을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수많은 안드로이드들 가운데엔 인간들 사이에서 AI가 얼마나 잘 적응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내지는 안드로이드들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 미루 사립학원 A반에는 아주 특별한 전학생이 도착했다. 


안드로이드가 전학생으로 도착한것이다.


“이 친구는 오늘부터 우리반에서 함께하게 될 레아라고 한다.”


보석을 가루내어 뿌린듯 반짝 거리는 은발과 바다처럼 푸른 청안을 가진 레아의 모습은 무척이나 이국적이었다.


“안드로이드인 레아입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자 남자들은 우워우어 하는 소리를 내거나 휘파람을 불며 환호했고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보며 혀를 차면서도 레아를 향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멈추지 않았다.


“자 그만! 다들 조용히 하고 테스트를 위해 우리와 함께 할거니까 로봇이라고 이상한걸 시키거나 하지 말고 친하게 지내도록 해라”


그녀에게 호의적인듯 했지만 왠지 모를 적대적인 시선도 섞여있었다.


“하! 인간 모습을 따라한 기계 따위가 뭐가 좋다고!”


“그러게 말이야”


구석에선 한무리의 여자들이 레아를 보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레아가 빈 자리에 앉은후 수업이 진행되었다.


지루한 수업시간이 끝나기 무섭게 레아의 주변은 시장통처럼 씨끌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한심하다는듯 바라보는 그룹도 있었다.


서린을 중심으로 뭉친 넷은 인간을 따라하는 기계 즉 안드로이드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었다.


누군가는 인간보다 완벽한 안드로이드를 질투하고, 또 다른 이들은 기계가 인간을 모방한다며 혐오감을 느꼈다.


그런 이유로 뭉친 이들은 레아를 어떻게 괴롭힐지를 의논 하는중이었다.


레아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레아에게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지금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날은 별탈 없이 넘어가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큰 잡음 없이 지내던 중 사건은 다른쪽에서 터지게 됐다.


사건은 체육시간에 발생했다.


우연히도 전날 정전으로 인해 레아가 배터리를 제대로 충전하지 못한 상태로 등교하게 되었고, 체육시간에 교실에 남아 배터리를 충전하던 중이었다.

“몸이 좀 이상해…어지럽고”


서린은 그날따라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함께 다니던 친구 중 한명인 지은과 함께 교실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실 한구석엔 다소곳하게 앉아서 충전중인 레아와 거기에 있어선 안됄 불청객 한명이 보였다.


“…야 씹…너 지금 뭐하는거야?”


평소에 레아에게 로봇도 가슴에서 뭐가 나오냐는 둥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면 진작 잡혀갔을 말을 내뱉던 남학생이 레아의 블라우스 손을 대고 있었다.


이미 단추를 반쯤 풀어내다 벗겨내려고 했는지 내려간 블라우스 사이로 레아의 하얀 어깨와 브래지어의 끈이 보였다.


“아…아니 원래 이랬어 지금 내가 입혀주던 중이야!”


“이 미친 변태 새끼야!!!!”


서린이 소리를 지르자


그 소리에 반응한듯 닫혀있던 레아의 눈꺼플이 들어올려졌다.


레아의 블라우스를 잡은채 어쩔줄 몰라하던 그는 레아의 청안과 마주친 순간, 잡고있던 옷을 놓고 서린을 향해 달려들어 밀치고 문을 통해 도망쳤다.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서린은 피하지 못하고 넘어지며 책상에 머리를 부딪혔다.


“괜찮아? 안다쳤어? 병원 가야 하는거 아니야?”


“괜찮아 지은아 가서 선생님들을 불러와줄래?


지은의 도움을 받고 일어난 서린의 말에 지은이 곧장 교무실로 향했다.


직후 서린은 레아를 향해 걸어갔다. 레아는 여전히 옷이 반쯤 벗겨진채 서린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가까이서 본 레아의 허벅지 측면엔 전선이 나와 콘센트로 이어져 있어 그녀가 인간이 아니란걸  다시 한번 증명하는듯 했다.


“뭘 봐? 옷이나 정리할것이지”

레아가 여전히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자 서린은 그녀의 옷을 여며주기 시작했다.


“서린, A반 소속 평소 같이 다니는 그룹이 있으며 리더 역할을 맡고 있다. 특이사항 로봇과 안드로이드에 대한 혐오감을 표출하곤 합니다.”


“그래서 뭐? 불만이라도?”


“아니요 하지만 당신은 저를 혐오하지 않나요?”


“응 맞아 난 네가 싫어”


“당신께는 저를 도와주실 이유가 없습니다.”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이해했어?”


레아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듯 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물고 서린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도망친 남학생은 교문밖으로 도주하려다 땡땡이 치려는것으로 오인한 경비원에게 붙잡혔고 곧장 퇴학 처분을 받게 되었다.


레아와 서린 그리고 지은은 사건의 증언을 위해 정신없이 선생님들과 면담을 진행해야 했다.


다음날 A반엔 세명이 보이질 않았다.


퇴학조치가 실행되기전까지 출입금지를 받은 남학생 그리고 제대로 충전을 못한 레아와 몸이 안좋다던 서린까지 결석한 탓이었다.


그 다음날엔 다행스럽게도 둘다 등교를 해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달라진 점을 꼽자면 레아가 서린에게 꽤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단 것이다.


서린의 반응은 냉랭했지만 그날의 기억 때문이었을까? 레아를 적극적으로 밀어내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얼마 뒤부턴 둘이 함께 붙어 다닐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그런 사건이 일어날거라곤 생각치 못했다.


“너 진짜 할꺼야? 요즘 친하게 지냈잖아?”


“누구? 내가? 기계 따위랑?”


서린의 서슬퍼런 대답에 지은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너무 심해 난 이번일에서 빠질래…”


“그럼 나도 빠질거야”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다른 두 친구는 포기를 선언했고 지은만이 갈팡질팡 하고 있었다.


“미안해 나도 그만둘래...”


“하 그래 나 혼자 할테니까 너희들 다 빠져”


셋은 화가 난듯 씩씩 거리며 가는 서린의 뒷모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아는 갑작스러운 서린의 연락에 체육관 뒷편에 위치한 낡은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


“서린? 여기에 있나요?”


창고 안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듯 바닥은 먼지가 자욱하고 걸음을 옮길때마다 끼익거리며 비명을 질러댔다.


레아가 안으로 몇 걸음을 옮기자


쾅 소리를 내며 문이 닫혔다.


레아가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문을 걸어잠그고 있는 서린이 보였다.


“서린?”


“응 서린이야 안드로이드를 혐오하고 증오하는 서린”


서린은 마치 어딘가 고장난 기계처럼 부자연스러운 삐걱거리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당신 지금 이상해요”


“아니 정상이야 나는 인간이고 너는 로봇이야 로봇은 감히 인간에게 지적하면 안돼”


 서린은 옆에 놓여져 있는 야구배트를 집어들고 레아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서린이 야구배트를 질질 끌며 레아의 바로 앞에 도착할때까지 레아는 도망치거나 하지 않았다.


다만 계속 서린에게 어떤 사실을 일깨우려는 듯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린 친구에요 당신을 믿어요”


그 말과 함께 양팔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는듯 자세를 취했다.


“인간과 기계는 친구가 될수 없어”


서린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목재로 된 야구배트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나무배트는 그대로 레아의 머리를 가격하며 콰직 하는 소리를 내곤 부러져나갔다.


동시에 레아의 몸이 옆으로 날아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바닥에 있던 뿌연 먼지가 레아를 덮었다. 반짝이던 은발은 제 빛을 잃었고 깔끔한 블라우스와 치마도 회색으로 물들어 엉망이 되어있었다.


무엇보다 야구배트가 작렬했던 머리 부분은 인공두피가 찢어져 티타늄으로 이뤄진 내골격이 들여다 보였다.


“고작 기계가 인간…가르치…들어?”


“중요부분 파손…수리 필요...에러…서...린 친구…믿어요”


서린은 웃고 있었다 찢어질듯 환하게 그리고 그녀의 눈에선 눈물이 한 방울 흘러내렸다.


서린은 레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레아의 복부는 내골격으로 보호받지 못한듯 빠직거리며 내부 부품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아파…”

[본 기기에 대한 파괴 행위를 중지해주시기 바랍니다] 


레아의 목소리가 아닌 스피커에서 나오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싫어…”


서린의 입은 웃고 있었지만 두눈은 눈물을 흘리며 손에 쥐고 있던 부러진 야구배트를 역수를 쥐곤 레아의 허벅지에 꽂아넣었다.


“키아아악…아아아아…에러…서린…파손 경고…제발 그만해요”

[우측 다리 기동률이 90% 이상 저하되었습니다. 윤활액 유출이 진행중입니다.]


서린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공업용 커터칼을 꺼내들었다.


한손으로 레아의 배를 누르고 다른 손은 커터칼을 움직여 레아의 복부 인공피부를 잘라나가기 시작했다.


뱃속의 각종 전선들이 끊어지며 그녀의 안과 밖에 스파크를 뿌려대고 레아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갔다.


“…린…”


서린이 계속 커터칼을 그어서 그녀의 배를 난도질 하던 중 어딘가에 걸린듯 커터칼이 멈춰섰다.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서린은 다른 팔을 더 가까이 대서 누르고 커터칼에 힘을 더 주기 시작했다.


찌이익 인공피부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서린이 만족스럽게 제 칼이 향한곳을 보았을때의 모습은 그녀가 생각한것관 달랐다.

칼은 레아의 복부가 아닌 그녀의 다른 팔을 향해 있었고


깊게 잘려나간 그녀의 팔에선 피와 혈관 대신 끊어져서 불꽃을 튀기는 전선들과 그녀가 힘을 줄때마다 움직이는 엑츄에이터가 들여다 보였다.


“아? 아아? 나...난 인간이야? 에러…로봇이 아니야 기계 따위가 아냐!”


“응 이 팔이 내 팔일리가 없잖아? 에러…레아의 팔이야! 에러…그렇지 레아?”


계속 되는 서린의 파괴 행위로 인한 데미지로 이미 거의 모든 기능이 망가진채 파들거리고 있는 레아는 그녀에게 답해주지 못했다.


“인격회로 과부하…아니야 나는 인간이야 로봇이 아니야 난 기계가 아냐!”


“나…나 어렸을때 기억도 있고 어릴때 학교도 다녔…어디에 다녔지? 에러…”


“에러…나 인간…”


서린은 커터칼을 스스로의 복부에 가져가 대고 세로로 갈랐다.


“…에러 봐바…에러…나 이렇게 장기도 있어…”


서린의 손에는 유압장치가 딸려나와 키잉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하하하…에러 나 난 로봇이 아냐…나 인간…”

[중대 손상 발생 인공두뇌 과부하 중 즉각 기기를 정지하시기 바랍니다]


서린의 손은 제 몸 안을 마구 헤집기 시작했고 곧 전원장치를 스스로 망가트리며 그녀의 내부에서 폭발을 일으켰다.


잠시 후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와 작업복을 입은 남자 몇명이 창고 문을 부수고 들어왔다.


그들의 앞에는 몸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주저 앉아 눈물을 흘리며 정지한 서린과 복부에서 여전히 스파크를 튀기며 파들파들 떨고 있는 레아가 보였다.


“다행스럽게도 화재로 이어지진 않은 모양이군 10~14호는 저것들 회수하고 15~18호는 모든 흔적을 지운다.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깨끗하게 치워”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명령하자 작업복을 입은 남자들이 재빠르게 움직여 망가진 그녀들을 옮기고 흔적을 지우기 시작했다.


“이번 프로젝트 뭐라고 보고하죠?”


뒤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남자는 돌아보지도 않은채 대답했다.


“뭐라고 하긴 망했다고 시말서 써야해, 고작 발정난 변태새끼 한놈 때문에 개체명 서린의 인공두뇌에 충격이 가해져서 수년을 준비한 프로젝트가 날아갔다고 말이야”


“그래도 인공두뇌의 충격으로 발생할수 있는 문제와 그에 대한 데이터 수집은 됐으니 그걸로 위안 삼으시죠? 저 같은 고급 안드로이드에게도 생길수 있는 문제를 미리 잡아낸거니 꽤 큰 수확이에요”


“하 지랄같구만”


안드로이드를 혐오하는 일부의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안드로이드를 그들 사이에 침투시키고 그들을 전향시킨다. 


그들이 진행하던 시험 프로젝트였다.


수년전에 미리 인간들 사이에 투입시킨 서린을 중심으로 안드로이드 혐오자들을 모으고 그들을 서서히 안드로이드 옹호쪽으로 마음을 돌리게 하는 수년의 결실을 수확하려던 참이었는데 단 몇일만에 잿더미가 되어버린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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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하는 안드로이드 라는 소재를 추천해주셔서 그걸 소재삼아 써봤습니다!


모쪼록 마음에 드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