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엔 온갖 직업을 가지고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안드로이드들이 존재한다.


누군가에겐 비서였고 또 누군가에겐 불만없이 충실한 부하이기도 했다.


물론 이런 기술발전이 항상 그렇듯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만 하진 않았다.


안드로이드에게 직장을 빼앗기고 잘못된 길로 흘러가는 이들조차 생겨났고 나 이시현이 살고 있는 이 N-31 섹터도 그런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나도 피할수 없는 흐름에 휩쓸린 수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고 말이다.


난 나름대로 알아주는 대학에서 안드로이드 기술학부를 전공하며 부전공으로 프로그래밍을 하며 학과 차석으로 졸업장을 따냈다 대학 졸업전, 내가 생각한 인생은 미녀 비서 안드로이드가 타주는 커피를 마시며 코드 한줄을 짜내는 엘리트의 삶을 살거라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는데..


지금의 내 삶은 밑바닥 중의 밑바닥이다 학자금 대출이 없는걸 다행으로 여기며 알바 자리를 찾아 헤매야 했다.


그나마 구인공고를 보고 갔던 편의점의 사장은 안드로이드를 쓰기로 했다며 미안하다고 하며 사과해왔다.


며칠후 칼로리바를 사러 편의점에 가자 갈색 머리카락의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유니폼을 입고 나를 맞이 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결국 내가 먹고 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해킹툴을 만들어서 파는것, 그건 프로그래밍과 안드로이드에 대해 글로 배운 지식만 가지고 졸업한 대학생 따위가 쉽게 할수 있는게 아니었다.


책으로 배우던 고급 부품들을 쓰는 범생이 방식은 감히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고 버려진 애들 장난감이나 리모컨 같은걸 보이는 족족 주워모았다.


그 안에서 전선을 분해하고 볼트 한조각까지 풀어내 보관하고 다시 조립하며 납땜했다. 나중에 가선 납땜기가 내 손의 일부인줄 알았다.


그렇게 만들어낸 첫 해킹툴은 조잡하다 못해 쓰레기였다. 전원을 켜는순간 파삭 소리를 내며 내부에서 불꽃이 튀었다. 그렇게 첫 실패를 겪으며 내 입에선 시발 소리가 절로 흘러 나왔다. 


대학에 다닐때 안드로이드가 일자리를 뺏는다며 화염병을 만들어 안드로이드 판매점에 던져대는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서 한심하다고 혀를 차곤 했는데, 지금은 내가 옆에 앉아 불 정도는 붙여줄수 있을것 같았다.


내게 가장 힘든 시간이기도 했다. 하루에 먹을수 있는 음식은 칼로리바 한개와 수돗물이 전부였다.


몇개나 실패를 했을까 간신히 쓸만한걸 만들어냈을때의 기쁨이란, 난 드디어 작동하는 내 첫 시제품을 시험해야했다 정말 안드로이드에게 이게 먹히는지 말이다.


첫 대상은 나를 채용하지 않았던 그 편의점의 안드로이드였다.


이 사장은 안드로이드를 꽤 신뢰하는지 안드로이드에게 가게를 맡겨둔채 외출을 할 정도였다.


칼로리 바를 계산대에 올려두며 주머니에 있던 에어컨 리모콘을 기반으로 해서 만든 해킹툴의 버튼을 조심스레 눌렀다.


혹시라도 역추적을 당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목이 타 말이 잘 나오질 않았다.


“…큼 계산해주세요”


안드로이드는 내 말에도 반응하지 않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안구에 박혀있는 카메라 렌즈가 초점을 잡지 못하고 계속 움직이는게 보였다. 성공적이다. 해킹툴의 전원을 끄고 그녀를 다시 불렀다.


“저기요?”


“어서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그녀는 나를 처음 본다는듯 가게에 들어섰을때 이미 했던 인사를 하며 내게 응대해왔다.


“계산대에 칼로리바요. 계산해주세요”


띡 소리가 나며 칼로리바의 가격이 찍혔다.


나는 해킹툴을 넣어둔 반대 주머니에서 동전들을 꺼내어 세어보고 딱 맞춰 건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드로이드의 배웅을 받으며 나올때 내 기분은 걱정반과 흥분반이었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혹시라도 내가 했다는 증거가 남았을지 모른다는 두려움과 드디어 성공했다는 성취감과 흥분에 내 마음은 하늘을 날았다가 다시 땅에 쳐박히기를 반복했다.


그런 두려움은 점점 옅어져 집에 도착해선, 내 첫 성공을 자축하는 작은 파티를 했다.


방금 사온 칼로바 대신 아껴두었던 그것을 꺼냈다. 무려 초코를 겉에 입힌 초코바, 조심스레 한입 베어물자 입안에 얼얼한 단맛이 퍼졌다. 승리의 단맛이다. 성취 맛이다. 이게 삶이고 섹스다.


그렇게 초코바를 먹고 긴장이 풀려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들었던 나는 새벽에 화들짝 놀라며 깼다, 오늘 실수는 없었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 보던 중, 만약 안드로이드의 이상을 눈치챈 사장이 CCTV를 확인하진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자 당장이라도 사장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내 방안으로 쳐들어와 날 끌고 나갈것 같았다. 벽에 걸린 시계는 5시를 가르키고 있었고 나는 떡진 머리 그대로 모자를 눌러쓴채 편의점으로 향했다.


편의점은 닫혀있었다. 명백한 내 실수였다 이곳은 야간 늦은시간부터 새벽까지 문을 닫곤했는데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그리고 타이밍이 좋질 못했다 내 뒤에 사장과 안드로이드가 뒤이어 도착했으니까.


“안녕하세요 뭐 사러 나오셨습니까?”


사장이 내게 인사를 했다 사장의 반응을 보면 내가 해킹했단 사실을 아예 전혀 모르는듯 했다 괜히 안드로이드가 어제 반응이 어쩌고 하며 긁어서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아 네, 칼로리 바를 좀 사가려고요”


사장과 안드로이드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며 내가 깨달은건 내가 가진 돈이 칼로리바 하나를 살 돈 조차 되지 못한단 사실이었다.


내 주머니엔 동전이 두개 남짓 남아있었다.


내가 주머니를 확인하며 난감한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을때, 갑작스레 그 여성형 안드로이드가 내게 다가와서 따끈한 김이 올라오는 봉지 하나를 내 손에 쥐어주었다. 잠깐 닿은 그녀의 손은 마치 인간처럼 따스했다. 


“사장님께서 손님께 드리는거에요”


놀라서 카운터에 자리잡은 사장을 바라보자 그가 미소 지었다.


“제가 도시락을 너무 많이 주문했거든요 이거 다 안팔릴것 같아서요 새벽에 배송된 겁니다. 가져가서 드셔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남으면 폐기해야하는데 아깝잖아요”


그의 배려에 눈물이 날것 같았다.


난 이런 착한 사람 가게에서 무슨짓을 한걸까 다행히 안드로이드에게 미친 영향은 미미했던것 같지만.


만약 그녀가 손쓸수도 없게 망가졌다면? 감사하단 말을 할때 미안함에 목이 메어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사장은 내 등을 두들겨 주며 힘내라고 말하면서 날 보내줬다. 사람 좋은 그는 알고 있을까? 내가 저지른 짓을 그리고 그걸 확인하게 다시 왔던것을?


그는 내게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은 있고 좋은 날은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지원했을때 갑자기 안드로이드를 쓰기로 통보했던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그는 날 기억하고 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봉지를 열어보니 따뜻하게 데워진 도시락과 음료 그리고 사탕도 한봉지가 들어있었다.


얼마만에 먹는 제대로된 음식인지 밥알이 내 입안에서 춤추는게 느껴질 정도였다. 고작 밥의 단맛과 볶음김치의 맛이 어울어지는게 이런 행복감을 줄수 있을줄 누가 알았을까?


오랜만의 포만감에 잠이 올것만 같았지만 이대로 잠에 들순 없었다. 내 해킹툴에 대대적인 수정이 필요했다.


물론 만들지 않는게 도덕적으로 옳은것은 나 역시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 외엔 먹고 살길이 없는것을 어떻게 하겠는가?


내 해킹툴은 안드로이드의 하드웨어나 중요 소프트웨어를 손상시키거나 과부하 시키지 않으면서 그들 교란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내가 사용한 기존 방식으론 안드로이드들에게 과부하를 줘서 위협적일수 있었으니까. 


적어도 내가 만든 해킹툴로 사장과 그녀를 위협하는 일이 없었으면 했으니까. 참으로 알량하고 부질없는 도덕심인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 외엔 내가 먹고 살 방법이 없는걸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 만든게 시제품 2호라고 붙인 TV 리모컨이었다.


크기는 조금 더 커질수 밖에 없었다. 나는 이 시제품 2호를 시작으로 나는 뒷골목의 해킹툴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내 해킹툴은 작은 드론이나 민간 안드로이드들을 무력화 시키는데 아주 유용했다.


다른 해킹툴들은 안드로이드의 내부에 과부하를 걸어서 흔적이 꽤 남기는 편이었다. 과부하로 인해 회로가 타버린 시간과 CCTV를 대조하면 용의자를 좁힐수 있었으니까.


내 해킹툴은 그들의 인공신호를 교란시키는 방법을 취했다 쉽게 말해서 기계들의 신경을 차단하는거다.


다만 민간용이라 한들 고가의 경호용 안드로이드들의 경우 내가 파악하지 못한 별도의 방호 장치가 되어있는지 통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 해킹툴만한게 없다며 모두들 내 해킹툴을 사가곤 했다. 


어디에 부딪히지 않는 한 충분한 내구성과 성능이 보장되었으니까.


내 사업이 진행되며 내 삶은 큰 변화를 가지게 됐다 첫번째로 나는 더 이상 칼로리바와 수돗물로 버티지 않아도 됐다. 매 끼니 도시락 하나를 먹는 사치를 부릴수 있게 되었고 내가 원하는 부품을 구해다 주는 단골 전파상이 생겨 더 이상 리모콘이나 버려진 장난감을 줍지 않아도 됐다.


더 좋은 부품은 더 좋은 해킹툴을 만드는것으로 이어지게 됐다 결국 나는 경찰의 안드로이드를 일부 무력화시키는것 까지 성공시켰다.


경찰의 안드로이드는 두 종류로 나뉘어진다.


경범죄를 처리하는 PLA 타입의 안드로이드와 중범죄에 대응하는 SIA 타입 안드로이드들 둘은 태생부터가 달랐다.

PLA 타입은 민간 스팩을 개조했다면 SIA 타입은 군용 스팩을 기초로 만들어졌지만 일부 능력을 제한했다. 


그럼에도 둘은 훈련받은 민간인과 전문특수부대 수준의 질적 차이가 있었다. 

내가 무력화에 성공한건 PLA타입 안드로이드들이었다.


도로 순찰중인 PLA 한기를 무력화 시켜 그녀가 주저앉는걸 보고 지나치던 순간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참느라 힘들었다.


물론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엘리트를 꿈꾸던 나는 어느새 뒷골목의 해킹툴 판매업자가 되어 범죄자가 되어있었다. 나는 중범죄에 엮이지 않고 얇고 길게 사는 인생을 목표로 했다.


옆에서 커피 따라주는 미녀 비서 안드로이드는 없어도, 매일 세끼 도시락이 함께하는 삶, 아주 가끔 핫캣다줘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사치를 부리는것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어느 머저리 강도들이 분명히 민간용 안드로이드에게 쓰라는 내 경고를 무시한채, 내 해킹툴을 들고 가 은행을 털려고 하는 세상 멍청한 짓을 저지르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이런 삶이 계속 될거라고 믿었다.


몇몇은 경비 안드로이드에게 해킹툴이 통한걸 보고 자신감이 붙었는지, 출동한 SIA 앞에서 까불다 벌집이 됐다고 한다.


지금 난 살아남은 머저리들이 도망치며 어딘가에 떨어트린 중범죄의 증거물이 된 내 해킹툴을 찾으러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새로운 주문품을 만드느라 며칠 밤낮을 새며, 피곤함에 쓰러지기 직전이었던 내 몸은 그 소식을 듣는 순간 긴장 상태에 들어가 잠이 깔끔하게 달아났다. 


여기서 걸리는 순간 나는 은행강도의 배후 쯤 되서 수십년형을 선고 받을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고작 해킹툴이나 만드는 내가 받기엔 너무 과분한 처분이다. 


다행히도 분실할 경우를 대비해 일정 거리에서 해킹툴의 신호를 잡아낼 수 있는 수제 추적기가 있었다.


GPS 같은 고급품을 비싸 대신 선택한 차선책이었는데 지금은 내 구명줄이 될줄이야.


그리고 내가 신호를 따라서 간 곳에서 본 풍경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장면이었다.


강제로 찢겨진 듯 땅에 던져진 경찰 뱃지가 붙은 천 조각과 제복이었을 누더기를 걸친채, 속옷차림이 된 여성 안드로이드가 바닥에 누워있고 그 주변을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몇몇 남자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리고 내 해킹툴의 신호가 가장 강하게 오는곳도 같은곳이었다.


상황을 정리하자면, 강도들이 떨어트린 해킹툴을 저 애들이 주워 사용법을 파악한 후, 경찰 안드로이드를 유인해서 덮친 것이다.


이미 은행강도 같은 중범죄에 얽힌것도 곤란한데 또 다른 중범죄에 얽힐 판이었다.


다른건 모르겠고 한놈이 손에 쥐고 있는 내 해킹툴 무조건 뺏어서 완전히 가루를 내든, 가지고 도망을 치든 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누워있는 안드로이드에게 모든 관심이 몰려서 인지 내가 뒤에 온걸 눈치채지 못한듯 했다.


재빠르게 그들의 뒤로 붙은 나는 한 녀석의 손에 들려있는 내 해킹툴을 멋지게 뺏어드는데 성공했고 이제 도망치기만 하면 끝이었다.


라는것은 내 상상속의 이야기였다.


달려들어 해킹툴을 뺏어들려고 한 나는 벽돌에 발이 걸려 넘어진 탓에 내가 목표로 했던 놈과 부딪혔고, 그놈이 놓쳐버린 내 해킹툴은 하늘을 날았다. 그건 옛날 슬랩스틱 코미디 같았다.


우리 둘다 넘어졌는데, 나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그 경찰 안드로이드의 몸 위를 덮치는 자세로 넘어지게 되었다. 뭉클거리는 안드로이드의 가슴이 내 몸에 닿았고 그녀 덕분에 충격을 좀 덜받을수 있었다. 나와 다르게 나랑 부딪힌쪽은 바닥을 구르면서 꽤 아파보였다.


안아프니까 행운이었나? 했지만 불행이었던것 같다. 놈들의 한가운데에 떨어져 얻어맞기 딱 좋은 자세가 됐으니까.


“아 씹..존나 아프네, 이 새낀 뭐야?” “시발 뭐야, 옷 보면 경찰은 아닌데?”


여기서 내가 선택할수 있는 선택지는 많지 않았다.


플랜 1 아 실례합니다 아참 이건 제것이네요 하고 해킹툴을 주워들고 빠져나간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등에 충격이 느껴지고 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 시발 일단 그냥 조져 시발!”


그 소리와 함께 무차별적인 폭력이 나를 향했고 그렇게 내 모습은 안드로이드를 감싼 상태로 얻어맞는 모양새가 되었다.


내 옆구리며 허벅지 등 온몸을 안가리고 폭력이 가해지는게 느껴졌다.


“…절 감싸지마세요 위험해요 지금 즉시 피난하세요.”


내 귀에 속삭이듯 작은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통증에 감고 있던 눈을 살짝 떠보니 내 밑에 깔려있던, 안드로이드의 흑요석같이 빛나는 검은 눈동자가 보였다. 안드로이드 특유의 약간의 렌즈 느낌이 있었지만 초점을 맞출때의 소음도 없고 이렇게까지 안드로이드가 발전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피하세요 지금 바로요”


그녀가 내가 못들었다고 여겼는지 피하라는 한번 더 반복했다.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 피하긴 어디로 피하냔 말이다 괜히 움직여서 복부나 얼굴을 얻어 맞는것보단 등을 내주는게 낫지 아마 이 안드로이드는 해킹툴 때문에 조금 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듯했다.


“저는 인간을 위한 도구입니다. 저를 감싸고 지키려고 하지 않으셔도 되요”


“…윽 시끄럽고 조용히 있어 지금 아파죽을것 같으니까.”


“그렇다면. 제가 당신을 감싸 안고 제가 위로 가도록 할께요”


그 말과 동시의 그녀의 팔이 내 등을 감싸는게 느껴졌다. 아니 그것만은 절대로 안돼 라는 소리가 나오려는걸 간신히 삼켰다.


조금전까지 해킹되고 있었던 그녀의 몸이 정상 작동할리가 없고, 내가 깔려서 그녀의 무게까지 감당하는 상황이 벌어질거다.


“아니…움직이지마 넌 그대로 있어, 내가 맞을테니까.”


내 밑의 안드로이드가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는 찰나 누군가 내 머리를 눌렀다.


읍..우리 둘의 입술이 겹쳐졌다. 사실 겹쳐졌다기보단 부딪힌 쪽이 더 맞는것 같지만 말이다.


내 첫키스를 안드로이드한테 뺏기다니…혼란스러운 내 마음과 달리 그녀의 분홍빛 입술은 뭘로 만들어졌는지 무척이나 폭신했다. 


마주친 그녀의 눈은 놀란 토끼처럼 되어 있었다. 내 머리속에 휘슬 소리가 울리는듯 했다. 


삐이이이익!


“경찰이다 시발 튀어!!” 아니 정말 들리는거였다.


그들이 도망치는 소리가 들리자 긴장이 풀렸는지 온몸의 욱씬거림이 더 심하게 느껴지고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았다.


옆으로 굴러 그녀의 몸 위에서 비키려고 했지만 등에서 전해지는 그녀의 온기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어흑 아파 죽겠네…저기 미안한데, 나 좀 풀어줄래?”


내 말에 안드로이드는 꽤 당황한것 같았다.


“죄..죄송해요 갑자기 제 팔의 동작이 안되어서…”


말 끝을 흐리는 그녀를 보며 내 예상이 맞았단 생각이 들었다. 저 어딘가에 떨어져있을 해킹툴을 회수해야 하는데..하는 걱정이 잠깐 들었지만 지금껏 신경 쓰지 못했던 내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감각, 뭉클한 감촉이 나를 자극했다


나도 남자였다. 안드로이드라고 하더라도 여성의 모습을 한 존재가 내 밑에 깔려있고 옷도 많이 찢어져있다.


아래쪽이 반응해서 그녀의 허벅지에 닿는 꽤 민망한 상황이 되었고 그녀의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나를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걱정마세요 곧 연구소 회수반이 저를 데리러 올거에요. 일반 치료기기도 보유하고 있으니 치료받으실수 있을거에요”


“아 그거 참 다행이네…연구소?”


“네 저를 제조한 김리아 박사님의 연구소에요”


경찰 안드로이드들은 경찰서 소속의 정비소로 갈텐데 경찰복은 코스프레 같은거였나?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경찰서에서 나온다면 이 주변을 조사해서 내 해킹툴이 발견될지 모르지지만 민간 안드로이드라면 그럴 가능성이 급격히 낮아진다.


거기에 치료 시설도 있다니, 제법 큰 연구소가 틀림없을거다. 보상으로 무료 치료를 요구하면 치료비도 안들테고 나중에 돌아와서 해킹툴을 회수하면 그만이다.


슬쩍 본 그녀는 여전히 계속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바닥에 닿아있는 그녀의 머리가 왠지 불편해 보였다.


나는 팔을 그녀의 머리 밑으로 넣어 팔배게를 해줬다.


남들이 보기엔 좀 이상해보이겠지만 당장 그녀가 양팔로  날 안고 있는것만으로도 이상한데 내가 팔 하나 더한다고 큰 문제는 없겠지


“히약”


날 바라보던 그녀는 내 손이 움직이는것도 눈치 못챘는지 살짝 놀란듯 했다.


“저기…시민님? 이건?” 


“그냥 네가 바닥에 머리 대고 있는게 불편해 보여서, 그리고 내 이름은 시민이 아니라 시현이야 이시현, 시현이라고 불러”


“네 시현님…감사합니다”


그녀가 나를 향해 미소 지었다. 안드로이드 주제에 왜 이렇게 예쁜게 만들어진거야.


우리는 회수반이 우리를 연구소로 데려갈때까지 그렇게 서로를 서로 감싸 안으며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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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순찰 안드로이드 이야기를 리메이크? 라고 해야 할까요? 수정해봤습니다


미숙한 글입니다만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원랜 좀 나중에 올리려고 했지만 리메이크를 내놔! 아무튼 많이 내놔 라고 해주신 분들이 많아서 용기를 내어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