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기술을 전공을 했고 학과 차석이란거죠?”


“네…대학원 진학은 사정으로 못했습니다”


이시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리아는 안드로이드 기술학부 출신이라는 말에 눈을 빛냈다.


많은 예산이 배정되는 국립연구소나 대학원생들이 보충되는 교수들의 연구실과 달리 이곳은 예산도 인력도 없었고, 지원금을 위해 정부의 요구에 자식같은 안드로이드를 보내야 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


만약 알았다면 진작 계약서를 한장 더 추가했을텐데 입맛이 쓰네…하지만 괜찮아 아직 기회는 많아 저쪽도 내 딸을 좋아하는것 같기도 하고 말이야…한참 이시현을 심문하듯 질문하던 김리아는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진땀을 빼던 이시현은 한숨 돌릴수 있었다. 


취미나 좋아하는 음식같은걸 물어보던 가벼운 질문들은 어느 순간부터, 그의 신상조사로 변질되어 그의 대학교 전공까지 이어졌고 흐름을 따라서 직장이나 수입원은 뭐냐고 물어볼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리아가 그녀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와 그에게 다른것들을 물어보려던 차에 03호가 불청객이 온 것을 알렸고, 김리아가 자리를 비우며 작은 회의실엔 이시현과 03호만 남게 되었다.


“저희 박사님이 많이 무례하셨지만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갑작스레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03호의 모습에 이시현이 손사레쳤다. 


“괜찮습니다 그보다 혹시 그녀는…EFA-07호가 어떤지 어떤지 들을수 있을까요? 아까전에 갑자기 쓰러져서…”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03호가 입을 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EFA-07가 당신에게 그런 영향을 미치는 이유에 대해 들을수 있습니까?”


“…사실 잘 모르겠는데, 각인효과라는 걸까요? 아니면 너무 맞아서 제 뇌가 이상해진걸까요? 그녀만 보면 왠지 가슴이 뛰고 답답해지는게…” 


그렇게 말하는 이시현의 얼굴은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처럼 보였다.


이시현의 모습에 고개를 작게 흔든 03호가 큰 문제는 아닐거라고 했는데, 그게 이시현을 말하는지 EFA-07를 말하는진 아마 그녀만 알것이다.


그 시간 김리아는 털을 바짝 세운 고양이처럼 싸우고 있었고 그녀의 앞엔 정부에서 나온 중년 남성이 서있었다.


“지금 당장 투입하라고요? 그게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

“수리는 끝났다고 들었습니다 어차피 로봇인데 수리 끝났으면 하루 빨리 치안공백을 메워야 할것 아닙니까?”


“이런 무식…읍”


김리아의 옆에 서있던 조수 안드로이드 EFA-01가 예상한 듯, 재빠르게 그녀의 입을 막고 째려보는 시선을 무시한채 말을 이어갔다.


“저희 박사님 말씀은 빠른 시일내로 투입을 하도록 할테지만 아직 불안정한 부분이 있단 말입니다”


“험험 아무튼 정부 예산을 계속 받고 싶으면 처신 잘하십시오”


“으으읍…파하! 대신 순찰 경로를 좀 바꾸고 싶은데요?”


“음 그 정도는 특별히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려? 고려하는걸론 안돼요 무조건이에요 들어주지 않는다면 예산이고 뭐고 배째라고 할꺼에요”


“아…그것이 허…한번 위에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리아가 강하게 나오자 남성은 당황한듯한 모습을 보이며 다음 일정이 있다며 급히 연구소를 나섰다.


“어딜 예산가지고 협박질이야!”


“박사님 그러다 지원이 끊긴다면 연구소 존립이 위험할수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 그놈이 갑질 하려고 하잖아! 고작 빨리 보내달란 소식 전하러 온 주제에 말이야”


나름 지위가 있는 공무원인 그를 소식 전하러 온 심부름꾼으로 격하시킨 김리아는 아직 화가 풀리지 않는지 씩씩 거렸다.


“03호 에게 연락해줄래? 나는 07호를 점검 가야해서 이야기는 더 못할것 같다고 미안하다고도 전해주라고 아참 그리고 이번엔 절대 보안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화장실까지 따라 들어가라고해!”


마침 화장실에 가려고 했던 이시현은 기어이 화장실까지 쫒아들어와 그의 뒤에 서 있는 03호 탓에 볼일을 보질 못하고 있었다.


*****


“그래서 찾아온 것, 이 애새끼들이란거지?”


시끄러운 공장 그 한켠의 사무실에선 교복을 입은 양아치 둘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중 한명은 입안에 과일을 통째로 물고 있는듯 한쪽 볼이 퉁퉁 부어있었다.


“네 보스, 들어보니 이 새끼들이 팼다고 하는 사람 생김새가 거의 맞는것 같습니다.”


“누님, 공구리 준비 준비함까?”


두식의 대답과 공구리를 준비하면 되냐는 덕구의 말에 둘을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아이지비, 녁시 회로 치는게 좋지?” 한구석에서 칼을 만지작 거리던 사철까지 가세하자, 둘은 곧장 기절할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들의 행동을 손을 들어 단숨에 제지한 강채윤이 양아치들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그 남자 패고 나서 어떻게 했어?”


강채윤이 얼굴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가서 묻자 얼굴을 붉히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저희도 몰라요 저흰 경찰한테 쫒기고 도망쳐서…”


친구가 맞는걸 보고 재빨리 입을 열었던 현수의 입은 이번에도 가볍게 열렸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볍지 않았다.


짝! 소리가 나며 눈 앞이 번쩍이고 뺨이 얼얼함을 느끼는 현수 앞에 강채윤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해볼래? 어떻게 됐다고?”


“…죄송해요 모르겠어요 어허헝”


이번엔 반대편 뺨이었다 고개가 반쯤 돌아간 상태로 쓰러져 현수는 바닥에 부딪혔다.


“이 새끼들 당장 내다 버리고 시현이 찾아와!”


강채윤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동시에 남자들은 재빠르게 둘을 주워들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제 어쩜까? 이것들 공구리 침까?”


“되겠니? 보라 아새끼들 지금부터 파묻히지 싫음 아조씨 말 잘 기억하라, 니들끼리 피터지게 싸운기야 알겠지비? 헛소리 나오는 순간 이 칼로 니들 모가지를 따는기라 니들 주소도 다 알고 있는거 알지비?”


“네...네! 죄송합니다”


“어허 씁 뭐가 죄송하니? 니들은 우릴 못보고 니들끼리 싸운기야 알겠지비?”


“저희끼리 싸워서 이렇게 다친거에요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그거지비! 그거지비! 우리 아새끼들은 우릴 본적 없는기야 잘 기억하라”


양아치 둘은 복잡한 공장 골목을 지나 원래 있던 골목 근처에 버려졌고 남자들은 다시 시현을 찾아 흩어졌다.


그들은 고생하면서 찾고 있는 시현이 지금 화장실에서 안드로이드에게 제발 좀 나가달라고 애원하고 있단 사실을 절대 알지 못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