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기 우리가 사는 지구야!

우와....!

아빠! 이거 완전 멋있다! 우리 나중에 또 오자!

그래! 아빠가 우리 딸이 크면 꼭 다시 데려올게!

달에 꼭 다시 오는거야! 이건 약속이야! 꼭 지켜야해!









그 때는 몰랐다.

그 약속이 지킬 수 없게 될 줄은,














"으음.....?"

기지개를 펴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렇게 눈을 비비며 창밖을 바라본 풍경은,

난생 처음보는 페허였다.

건물들은 죄다 무너졌거나 형체를 알 수 없었고, 곳곳에 썩어버린 시체들이 있었다.

어디를 보더라도 똑같은 풍경이었다.

놀라서 아무런 말이 안 나왔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ㅁ... 뭐야.... 대체.."

나라가 망한건가....?, 내가 자고있던 사이에 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난건지 도저히 예측이 불가능했다.

확실한건, 이 도시는 막장을 향해 달려간다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떠올렸다. 잠들기 전 상황에 대해서,

"맞아... 나, 희귀병 때문에 맨날 누워 있었잖아..."

12살 때, 나는 급성 희귀병인 ARD에 걸렸었다.

재수가 없었다. 나 때문에 아빠는 돈이 많이 필요했고 더 많은 일을 해야했다.

또한 이 병이 언제 치료될지도 알 수 없었다.

전 세계적으로 완벽하게 나은 사례는 발병자의 20%도 되지 않았고 증세가 나아지더라도 일주일만에 급사할 위험도 존재했다.

게다가 인도에서는 15년째 수면상태에 빠진 사례도 있었다.

그렇게, 나는 어린 나이에 하루하루 불안에 빠진 상태로 지내야했고, 단 하나뿐인 가족인 아빠는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며 살아가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나 때문에 더 힘든 일을 해야했고, 나 때문에 마음 고생도 심했을거다.

나는 아빠가 없었다면.... 진작 죽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과거가 기억이 났어도, 이제 이 세상은 정상적으로 돌아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모든것이 불안하고 무서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대체 뭔 일이 일어난걸까.... 수면상태에서 얼마나 오래 있었던거야....?"

낡아버린 병원의 복도를 걸어다니자 벽과 바닥 곳곳에 핏자국들이 있었다.

분위기는 섬뜩했고 무언의 압박에 주위를 둘러보며 조심히 걸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히기로 했다.

또한 내 모습을 보니 확실히 키가 많이 자란 것 같다고 느꼈다.

"수면상태에서도 키가 자라는구나, 몇년은 넘게 지난건가...?"

"아빠는..... 살아있겠지...?"

"아냐, 우리아빠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 분명 살아 있을거야"

그렇게 복도에서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던 찰나,

"위이이잉...."

갑자기 4층에 있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음...? ㅁ.. 뭐야...?"

엘리베이터는 1층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설마... 사람이 있는거야...?"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몸이 얼어버렸다.

"설마.... 아니겠지....?"

여기서는 나를 지켜줄 경찰도, 군대도, 다른 사람들도 없다.

모든게 무너진 사회에서는 약육강식이 가장 큰 사회의 섭리가 된다.

"아.... 아닐거야...."

엘리베이터는 다시 올라가고 있다. 그 순간, 그녀는 급하게 도망쳤다.

"어디든.... 어디든 도망가야해...!"

그녀는 황급히 자신이 있던 병실의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띵동!

"(어떡해.... 여긴가봐......)"

그녀는 겁을 먹은채로 몸이 굳어서 움직이질 않았다. 그리고 복도에서는 또각또각 발소리가 울렸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그녀는 점점 심장이 뛰었다.

마침내 누군가의 발이 보였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침입자는 내가 누워있던 침대를 뒤적이고 있었다. 내가 손만 뻗으면 다리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발...... 제발....!)"

그녀는 울상에 가까운 표정으로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거기 있는거 다 알고있다, 해칠 생각은 없으니 나와라"

내 앞에있는 자는 날 해칠 생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 마음에는 불신이 강하게 남아있었고 손과 발이 꽁꽁얼어 움직이지 않았다.

"어서 나와, 내가 널 잡아먹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어차피 들켰다는 생각에 조금씩 손과 발을 뻗어내며 침대에서 나왔다.

"당신 나쁜사람 아니에요....?"

"생김새를 봐라, 난 애초에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나쁜사람은 더더욱,"

자세히 보니 상대는 전신이 기계로 된 후드를 쓴 로봇이었다.

"대체 뭔 생각으로 이런 곳에 있었나?"

"그게..... 눈을 떠보니 온 동네가 페허가 되어있어서.... 대체 어떻게 된건가요...?"

"설마 그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른다는건가?"

"네.... 진짜 눈을 떠보니깐 이런 일이 생겨서...."

"이런 곳에서 살아가려면 최소한의 정보는 알아야지, 내가 알려주겠다."

로봇은 그녀에게 지금까지 어떤 일들이 일어났는지 알려줬다.

"혹시, 지금 몇 년도인가요?"

"지금? 2055년이다. 정말 기초적인 지식도 모르는군,"

그녀는 그 말을 듣자마자 순간 얼어버렸다.

"10년....이 지났다고..?"

"설마... 10년간 자고 있었던거냐...?"

"제가.... 희귀병이 있거든요, 그래서 수면상태에 빠졌었는데.... 일어나보니깐 이 모양이네요."

"이런 사회에서 10년간 잠들었는데 살아남은 것 자체가 기적이군, 거짓말이라 해도 믿겠어, 아마 10년간 누군가가 널 옆에서 지켜줬을거다."

"그나저나... 도시가 페허로 변했는데...뭔 일이 일어난건가요?"

"5년전, 전쟁이 발발했었다."

"전쟁이라고요..?"

"맞아, 그것도 현존하는 거의 모든 국가가 참여했어"

"대체 왜 그런게 일어난거죠...?"

"원인은 다양하지만, 다 자신들의 욕구를 위해서지"

"그리고... 인류의 멸망에 쐐기를 박은 일이 있었어"

"인류의 멸....  망이라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지구 인류의 멸망이라 보면 맞겠군, 1년 전, 공식적으로 지구에 남은 인간은 없다고 발표됬어"

"그거 정말이에요....?????"

"맞아, 전쟁이 진행중이던 2051년, 러시아의 한 극비기관에서 개발된 PAA 바이러스,"

"오로지 인간들을 살상하기 위한 전쟁용으로 만들어진 바이러스가 공기중으로 퍼졌어,"

"전쟁의 참혹함도 잠시, 이 바이러스는 가챠없이 사람들을 죽여버렸어,"

"전쟁중이던 국가들이 급하게 휴전을 하고, 각국의 전문가들이 힘겹게 모여 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

"하지만 러시아에서 개발했던 면역제마저 효력이 없었고, 각국에서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대비와 예방을 했지만, 결국 멸망을 막을 수는 없었어"

"그럼 우리 아빠도....."

"아버지가 있었나....?"

그녀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과거 자신만을 바라봐주던 아버지를 생각했고 동시에 그런 아버지가 죽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유감이군..."

잠시 후, 그녀는 일어서서 복도를 걸었다.

"어디로 가려는 건가"

"아빠랑 같이 살던 집,"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 이미 늦었다."

"나도 알아.... 아빠가... 죽었다는거를..."

그녀가 결국 참고 참던 눈물을 터트렸다.

"하지만....."

"난 집에 가야겠어"

로봇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런데 집에 가는 길은 아는건가?"

?!

"주변은 대부분 페허이고 너가 살던 시대보다 10년이 흘렀다. 길은 아는건가?"

그녀는 길을 어떻게 찾아야할지 고민에 빠졌다.

"몰라.... 아빠가 옛날에 가르쳐준 집 주소는 아는데.... 길을 모르겠어"

"주소가 무엇인가?"

"도쿄도 미나토구 시바코엔4초메 2-8"

"그쪽 지역이면 내가 길을 알고있다."

"정말이야....?"

"그쪽 지역은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남아있다. 내가 안내해주지"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건물의 인간 시체들을 전부 치운 결과, 여기서 가져갈만한 물건은 없다."

"이 건물에도 시체가 있었나요....?"

"수백개 이상은 있었다."

"히익..."

"안내해주마, 집으로 가자"

이미 가능성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빠와 함께 살았던, 어린 시절의 행복을 나눴던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제발.... 집이 무너지지 않고 잘 있었으면 좋겠네요...."

"걱정마라, 아마 무사할거다."

그렇게 그들은 병원의 정문을 나왔고, 그녀와 로봇의 동행이 시작된다.

--------------------------------

결말과 줄거리는 다 정해놨고 후기는 자세하게 마지막화 혹은 추후에 풀게
아마 3~4편 정도 분량으로 나올 것 같아

+ 이것저것 만지다 실수로 지워서 다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