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녀는 처음 만난 로봇과의 동행을 시작하였다.

"주변이 온통 다 페허네요....."

"망할 쓰레기들이 벌인 일 때문에 지구가 이렇게 변해버렸어"

"전쟁을 싫어하시나요..?"

"수 많은 생명이 죽어나가는 전쟁을 좋아할 이유가 있나?"

"제가 생각해도 전혀 없어요. 그리고 길을 잘 아시는군요."

"여기 주변에 나를 만들어준 박사가 살고 있었다. 비록 연구소 밖을 나간 적은 없지만, 알고있다."

"그렇군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아, 혹시.... 정말 지구에 인간들이 한명도 없는건가요?"

"너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생존한 인간은 없다."

"그렇군요...."

"(그래.... 이미 만날 수 없는건 알고 있었잖아.....)"

"하지만,"

"?"

"지구의 인간은 멸종했지만, 지구 밖의 인간은 남아있다."

"ㅇ....예?"

"달에, 인간들이 있다."

"ㅈ... 정말요?"

"그래, 아직 달에는 소수의 인간들이 남아있어"

"대체 어떻게.... 달에는 사람들이 무사한거죠...?"

"이것도 이야기를 해줘야겠군,"

"2052년, 세계 3차 대전 발발 2년 후, PAA바이러스 사태 1년 4개월 후,"

"이미 전 세계 인구의 60%가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10억명이 바이러스에 의해 사망했을 때,"

"그때 사람들은, 지구를 떠나 달에 인류를 보존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어,"

"각 국가의 고위층, 기술자 및 전문가, 그리고 일부 기업인들만이 달로 가는 우주선을 타기로 선정되었지,"

"당시 약 3000명 정도의 인구가 달로 이사를 갔어, 그 중에는 나의 박사도 포함되어 있었지,"

"그 후로 꾸준히 지구와 정보를 주고 받으며 백신 개발을 위한 노력을 해왔건만, 지구측 인간이 멸망하면서, 달에서의 인간들의 근황도 알 수 없게되었어"

"바이러스가 점점 더 지구를 삼켜버리자, 수 많은 사람들이 달로 가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리 달로 갔던 사람들은 다른 이들을 받아주지 않았어"

"PAA바이러스는 아주 조금이라도 퍼지는 순간 모든게 끝이거든,"

"그럼 달에 남겨진 이들은요?"

"시설에 들어가지 못하고 달에 남겨진 사람들은 전부 굶어 죽거나 행방불명 됐을 확률이 높아, 아마 죽었을 확률이 높지,"

"여기 근처였던 것 같은데.... 여기네요."

곳곳에 균열이간 아파트, 군데군데 시체가 깔려있고 엉망이 된 주변을 보니 오싹함이 들끓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나와 가족들이 함께 행복을 나누었던 소중한 집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저희 집은 다행히 무사하네요."

그들은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계단을 올라갔다.

"삐,삐,삐,삐, 삐리리~"

문이 열리고 둘은 집으로 들어왔다.

"그... 집에 들어와도 된다고 말은 안했는데....."

로봇이 갑자기 후드의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이게 공기중에 바이러스가 얼마나 퍼져 있는지 농도를 측정하는 도구다."

"한번이라도 바이러스에 걸리면 끝이라는거 명심해, 나는 지구에 더 있는지 조차 모르는 인간을 지키기 위해서 옆에 있는거다."

"알겠어요. 그러면 따라오세요."

"그녀는 자신과 아버지가 살던 집에 들어가자 왠지 모를 울컥함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고 애써 억지로 눈물을 참아냈다.

10년 전의 자신이 살던 집의 거실과 방을 둘러보며 추억을 회상하는 동시에 자신과 행복을 나눈 가족이 없다는 슬픔에 잠긴다.

그리고는 아버지의 방 문을 조심스레 열고 서랍장 위의 사진을 보게된다.

7살이던 시절에 아빠와 함께 달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사진속의 둘은 너무나도 행복해보였다.

"아빠....."

"무엇을 보고있나?"

"이 사람이 우리 아빠에요, 지금은 없으시지만..."

그녀는 로봇에게 자신의 아버지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 사람, 나의 박사다."

















"방금.... 뭐라고 했어요....?"

"틀림 없다. 이 사람은 나의 박사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이 사람에 대해 말해봐요."

"2015년생 도쿄도 미나토구 출생, 도쿄 공업대학 기계공학부 박사학위, 나가이 켄토 박사"

"말도 안돼는 소리..... 하지마세요..."

"그런다고 사람이 돌아오지는 않아요..."

"박사가 너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사랑하던 딸이 희귀병에 걸려서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나는 박사가 달로 떠나는 과정을 끝까지 보았다. 박사는 살아있다."

"아니, 너희 아버지는 달에 있다."

그녀는 충격에 휩쌓인듯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면..... 우리 아빠는... 달에 있는거에요...?"

"달 내부의 시설에 큰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살아있을 것이다."

"정말... 정말이에요.....?"

"너가 내게 100번을 물어봐도 난 전부 맞다고 대답 할거다."

그녀는 아빠를 만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심장이 마구 뛰었다.

"그럼..... 달로 갈 수 있나요....?"

"과거에는 달의 시설에서 인간의 출입을 방지했지만, 너가 감염자가 아니라는 것만 확인되면 지금은 들여보내줄거다."

"그렇다면..... 달로 갈 수 있나요....?"

"확신은 못 하겠지만, 가능할거다."

"너희 아버지와 연구소에서 배운 자료들과 주변의 재료들을 이용하면 미니 로켓을 만들 수 있다."

"정말.... 정말로 아빠를 만날 수 있는거죠....?"

"너희 아버지가 살아있고 로켓을 만드는데 큰 차질이 없다면 가능하다."

"그럼....어서 가요...! 그런데... 우선 어디로 가야하죠...?"

"너희 아버지가 일하던 연구소에 가면 된다. 건물은 잘 보존되어 있으니 안심하고 따라와라"

"그 전에, 이 집에 다시 오지 않을 수 있으니, 가져갈 물건이 있다면 천천히 기다려 줄테니 가져가라"

"알겠어요, 중요한 것들은 다 챙길게요."

그녀는 아버지의 물건들과 자신이 소중히 여기던 물건들, 그리고 그녀가 아빠와 함께 달에서 찍은 사진들과 아빠의 방에 놓여진 작은 사진기를 가져갔다. 그녀의 백팩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그럼 다 챙긴건가?"

"예, 이제 가도 되요."

그녀는 자신이 가족과 함께 추억을 나눴던 집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내고 밖으로 향했다.

"저... 아저씨는 물건 안 챙기세요?"

"나?, 나는 박사에게 개인적인 감정은 없다. 그리고 내가 언제부터 아저씨가 된건가?"

"어... 그냥 뭔가 아저씨라 부르는게 친근해 보여서요."

"그럼 날 아무렇게나 부르든 상관 없다."

"혹시, 아빠가 저를 달에 데려오기 위해서 아저씨한테 부탁을 한거에요?"

"부탁....? 난 애초에 박사가 달로 떠난 후 접점이 없다."

"그렇다면.... 대체 왜 저를 도와주는 거에요?"

"지구는 이제 더 이상 가망이 없다. 달로 가면 다른 인간들과의 생활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전혀 없고, 조금만 방심해도 바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사망하고, 인간이 느끼는 우울감과 고독감만이 존재할 뿐이다."

"지구에 몇 없는 인간을, 이런 저주받은 땅에 살게 하고 싶지는 않다."

"그렇군요.... 그런데, 저는 10년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그동안 다른 일은 없었나요?"

"무슨 다른 일을 말하는 거냐?"

"전쟁이 발발하고, 바이러스가 퍼져서 모든 인간들이 사망한 상황인데, 제가 10년간 의식을 잃었다가 되찾은게 말이 안되잖아요."

"박사는.... 너를 지키고 싶어한다. 그런 소망을 내가 실현시켜 주려는 것이다."

"나는 너가 잠든 때부터 지금까지 너의 옆을 지켰다."

"너가 깨어나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갈 수 있게끔 말이다."

"그렇게나..... 저를 위해 힘 써주신거에요.....?"

"그러지 않았으면 너는 진작 막장에 치닺은 세상과 함께 이곳에 없었을거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만약 아빠를 만나면, 아저씨에 대한 이야기도 같이 드릴게요. 그리고 원하시면 저랑 같이 달로 가요."

"나도 너와 함께 달로 떠날 생각이다. 이제 더 이상 지구에는 지킬 인간이 없으니, 달에 있는 인간을 지킬 때가 온 것 같다.

"이제 연구소에 다 왔다. 조심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네, 같이 들어가요."

둘은 상태가 좋지 않아보이는 으스스한 연구소에 발을 내딛었다.

"여기가.... 저희 아버지가 일을 했던 곳이라 하셨죠...?"

"맞다. 나의 박사와 내가 일을 했던 곳이다."

"지금은 관리하는 이가 없어 내가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고 있다."

"약간 분위기가 으스스하네요...."

"우선 전기가 없으니 발전기와 예비 전력을 가동시켜야 한다. 지하실에 가면 둘다 있으니 어서 구동시키자"

"여기 시설이 노후화가 많이 된것 같은데.... 계획대로 잘될 수 있을까요?"

"내가 꾸준히 관리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계획이 많이 늦어질 수도 있어, 늦으면 1달 이상은 각오 해야 될지도 몰라."

로봇은 렌치를 이용해 굳게 닫힌 지하실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자, 들어가자"

"너무 어두워서 좀 무서운데요..."

로봇이 문 옆에 있는 스위치를 눌러 불을 켰다.

"설마 요즘같은 시대에 불이 없을거라 생각했나?"

"아... 그건 몰랐네요."

둘은 거대한 발전기를 포함해 복잡한 구조의 기계들이 모인 지하실에 들어갔다.

"이거다, 이거면 예비 전력을 가동시킬 수 있어"

"이거 엄청 크네요."

"임시 발전기라 해도 전기 용량에는 한계가 있어, 옆에 있는 예비 전력과 함께 사용하면 오래 가겠지만 아마 3일 내로 모든 전력이 바닥날거야,"

"3일이면.... 그 내에 모든 작업을 다 할 수 있나요....?"

"모든 일이 막힘 없이 풀리면 그 정도가 되겠군, 근데 꼭 그런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러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우리가 사용할 공간만 한정해서 전류를 공급할거다. 그렇게 하면 약 3주 정도는 충분히 사용 가능 하겠어"

"그러다 전력이 부족해지면, 다른 곳에 가서 전기를 끌어오든, 어떻게든 방법을 마련해야지"

"그러면 제가 도와드릴 것은 없나요?"

"너가 도와줄건 특별히 없다. 관련 지식이 없으면 하기 힘든 일이니 내가 다 처리하지,"

"감사합니다. 필요한게 있으면 말해주세요."

그렇게, 로봇은 발전기와 예비 전력을 가동시켰고 하나 둘씩 재료들과 자료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시간 후,




"그렇다면, 나는 자료를 수집할테니, 너는 여기 있는 것들을 전부 실험실로 옮겨줄 수 있겠나?"

"ㅇ.... 이거를 다요...?"

"힘들면 내가 하지, 다만 최대한 빠르고 안전하게 작업을 끝낼 생각이다."

"아뇨...., 제가 할게요"

"(생명의 은인인데.... 이정도는 해야지)"

그녀는 온갖 짐들을 전부 2층 창고에서 4층 실험실로 옮기고 있다.

"여러가지 부품이 담긴 상자부터 무거운 철판까지"

나약한 그녀에게는 엄청난 강도의 노동이나 다름 없었다.

"대체 왜 다른건 멀쩡히 돌아가는데 엘리베이터만 고장인거야..... 아저씨 엘리베이터는 못 고치나....?"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죽을 힘을 다해 계단을 오르며 겨우 한번 짐을 배달하는데 성공했다."

"아저씨...... 저 왔어요..."

"몰골이 그게 뭐냐, 앞으로 20번은 족히 더 와야할텐데"

"최대한..... 해볼게요..."

"아니, 내가 잘못 생각했다. 그냥 내가 전부 들지"

"감사...합니다....."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듯이 축 늘어졌다.

"바닥에 누우면 감기 든다. 누울거면 옆방에 쇼파가 있으니 거기서 누워라"

"감사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불러주세요."

그렇게 로봇은 로켓을 만들 재료들을 가지러 2층으로 내려갔다.

그 시각, 그녀는 다리에 완전히 힘이 풀린 채 옆방의 쇼파에 쓰러졌다.

"으으으 피곤하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직후 여러가지 힘든 일을 경험했기 때문인지 그녀는 현재 매우 피곤했다."

"나중에 달에 가면 아빠한테 저 아저씨가 나를 얼마나 도와줬는지 말해줘야겠다."

"그나저나.... 아빠는 왜 날 두고 달에 갔을까......"

"전쟁은 대체 왜 일어난거고 바이러스는 대체 왜 만들고 또 퍼진거지....."

"여러가지 수 많은 궁금증에 빠진 그녀는 멀리서 사는 독한 냄새를 맡았다.

"음... 뭔가 멀리서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멀리서 이상한 냄새가 나자 그녀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복도를 건너 다른 방으로가 악취로 점령당한 방으로 들어갔다.

"이게 뭔 냄새야 대체....."

코를 막고 냄새의 원인을 찾은 결과, 천에 둘러쌓인 상자에서 냄새가 나고 있었다.

"빨리 아저씨한테 말해야.... 아, 아저씨는 냄새 못 맡으려나....?"

"이거 갖다 버려야겠어, 그나저나 대체 뭐길래 이런 냄새가 나는거지..?"

그렇게 그녀가 상자를 열자,

"히익.......? ㅇ이게... 뭐야.....?"

사람의 시체로 추정되는 것이 천에 꽁꽁 둘러쌓여 있었다.

충격적인 광경에 그녀는 몸이 꽁꽁 얼어버렸다.

"설마..... 바이러스 때문에 죽은 사람인가....?"

그러다 시체의 손에 놓여진 물건들이 눈에 띄었다.

"저게..... 뭐지....?"

그녀는 조심스레 다가가서 시체가 손에 쥔 물건들을 살펴보았다.

"연구원증"

"2015년생"

"나가이..... 켄...토.."

















몸이 굳었다.

천에 둘러쌓인 시체가 손에 쥐고 있던건 아빠의 사진이 붙여진 연구원증이었다.

"이거..... 거짓말이지.....?"

"살아있댔잖아..... 달로 갔다고 했잖아....."

"아냐.... 이 시체는.... 동료분의 것이....."

그녀는 그 순간, 시체의 손에 있던 또 다른 물건을 보았다.

사진이었다.

사진에는 아빠와 내가 있었다.



















그녀는 털썩 주저 앉았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말도..... 안.... 돼......"

"아....빠......"

.












"휴, 우선 토대는 이정도면 충분 한 것 같ㄱ"

"아저씨!!!!!!!"

그녀가 독기를 가득 품은 표정으로 로봇에게 소리쳤다.

"왜 그러나?"

"아저씨.... 설명해봐요.... 우리 아빠는 달에 없는건가요....."

"아니... 대체 뭔 소리를 하는거야? 너희 아빠가 달에 없다니..."

"저기 상자에....... 저희 ..... 아빠가......"

결국 그녀는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제발..... 설명좀 해봐요....."

"아니라고 해줘요..... 저희 아빠가 아니라고요......."

그녀가 로봇의 앞에서 주저 앉으며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제발 부탁이에요..... 한번만 눈 딱감고 아빠가 아니라고 해주시면 안돼요....?"

"그건...."

"아저씨가 말 했잖아요.... 우리 아빠는 달로 갔다고, 당신 박사는 달로 갔다고요...."

"하아......"

그녀는 로봇에게 매달린채 눈물을 쏟아냈고 로봇은 한숨을 쉬었다.

"(다 너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는데...)"

로봇이 그녀의 목덜미를 붙잡더니, 그녀가 순식간에 기절해버렸다.

"컥....."

기절한 그녀가 바닥으로 넘어지려는 찰나, 로봇은 쓰러지는 그녀를 붙잡았다.

"미안해.... 그러니 조금만 기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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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편은 마지막편입니다.

검토 및 수정 작업 때문에 조금 늦어졌음 양해좀, 생각보다 분위기가 좀 무거운데 괜찮으련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