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민요를 통해 전해지던 유적 속에서 소녀의 운명이 소리없이 바뀌었다.



속전속결 - 4턴 내 클리어

단련의 뜻 - 전투 시 애쉬엔 생명 30% 이상 유지






익숙하고 밝은 실내



고위 사제 : 토이바르에서 가장 광활하고 풍요로운 땅에 자리 잡은 세브릭인은 천 년 동안 비할 수 없는 평화를 누려왔습니다. 이 오랜 영광의 근원이 무엇입니까?



고위 사제 : 전하. 애쉬엔 전하... 애쉬엔!



애쉬엔 : ...예, 고위 사제님. 독실한 세브릭인은 여신의 총애를 받는 자식이기 때문입니다.



애쉬엔 : 신께서는 인간을 만드시고, 인간을 돌보십니다. 신께서는 사랑으로써 황금빛 비를 내려주시었고, 세브릭인에게 신과 버금 될 힘까지 아낌없이 내려주셨습니다.



애쉬엔 : 하지만 사람들은 신을 모욕하는 어리석은 행위를 저질렀기에 그 힘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로서는...



고위 사제 : 어째서 멈춘 겁니까, 전하?



애쉬엔 : ...고위 사제님,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애쉬엔 : 어린 시절부터 저는 스승님의 가르침을 따르며 교의와 교회에서 계승한 역사를 배워왔습니다.



애쉬엔 : 왕국은 그 무엇보다 강대하건만, 어째서 제가 제안한 외교 방문은 번번이 의회에서 기각되는 것입니까? 그리고 세브릭인이 시종일관 독실하다면, '신을 모욕하는 행위'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입니까?



고위 사제 : --!



고위 사제 : 이교도다, 광언을 일삼는 이교도가 있다! 끌고 가라, 그녀를 데려가서 처리해라, 어서--!



애쉬엔 : ...아, 안 돼!








낯설고 어두운 실내



애쉬엔 : ...으... 으음?



제이스 : 이야이야, 귀여운 공주님, 드디어 깨어났구나!



제이스 : 네 상처를 낫게 하느라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이렇게 복잡한 치료술은 백 년 동안 사용된 적 없을걸!



애쉬엔 : ...으음, 오래된 돌기둥과 사방에 깔린 수도, 그리고 흐릿한 메아리... 여기는...



제이스 : 쉿, 여기는 고대의 무덤이라구!



애쉬엔 : 무, 무덤!?



제이스 : 아하하! 거짓말이었어! 여기는 '용이 잠든 땅'이야!



제이스 : 제대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신사인 나는 자기소개를 해야겠지. 나는 제이스! 어때, 내 멋진 미소를 보니 치유되는 거 같지 않아?



애쉬엔 : '뭇산의 기슭 아래 수로가 통해있으니, 안개가 짙은 깊은 곳은 용이 잠든 곳이라'...



애쉬엔 : 말도 안 돼! 용이 잠든 땅이라니... 그건 민요나 고서로 전해지는 전설 속 유적이잖아!



애쉬엔 : 저리 비켜, 이 거짓말쟁이! 어서 여길 나가야겠어, 돌아가야 해... 그 도시로, 레아와 다른 사람들 곁으로 돌아갈 거야!



애쉬엔 : 그 폭발과 여자아이, 백성들... 그들에겐 내가 필요해! 콜록, 콜록, 콜록--!



제이스 : 필요하다고? 널? 푸하하하!



애쉬엔 : ...뭐가 그리 웃기지?



제이스 : '페가수스를 탄 애쉬엔', 세브릭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공주님...



제이스 : 며칠 전 천사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이교도를 물리쳤지만, 한순간의 측은지심으로 상대의 술법이 발동하는 것을 내버려둬서 무수한 사상자를 발생시켰지...



애쉬엔 : 무, 무슨 소리를...



제이스 : 찰나의 희망과 끝없는 절망... 지금 그 변경 도시를 뒤덮은 안개는 모두 너 때문이야. 그리고 지금은 헛되이 목숨마저 버리려고?



제이스 : 그래, 용감하게 진군하는 이교도들에게는 네가 필요하겠네. 정말 필요할 거야, 하하하!



애쉬엔 : 닥쳐! 정신 나간 놈... 네 거짓말은 절대 믿지 않아!



제이스 : 우와앗! 화난 야옹이가 냥냥펀치를 날리네!



??? : 붕--붕--



애쉬엔 : 사방의 벽이 진동하고 있어... 비열한 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제이스 : 히히, 사나운 야옹이를 달래는 일 같은 건, 당연히 '그 녀석들'이 해야 할 일이라구.









애쉬엔 : ...골렘이잖아. 아무래도 여기는 고대 유적이 확실한 것 같네.



애쉬엔 : 제길, 그 제이스라는 사기꾼,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잖아.




애쉬엔 : 이 충성스러운 모습은... 그 녀석과 무슨 계약이라도 맺은 걸까?



애쉬엔 : 아무튼 힘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겠어.






유적 골렘 : 우웅, 그그그그극--!



애쉬엔 : 제이스, 정면으로 싸울 요기도 없는 겁쟁이 녀석! 지금쯤이면 분명 어딘가에 숨어 훔쳐보고 있겠지?



애쉬엔 : 그러면 나는 이 검으로... 네 녀석의 착각을 베어버리겠어!



애쉬엔 : 후우... 봤어, 제이스!? 네 하인들은 별거 아니야!




애쉬엔 : 으윽... 끝도 없이 밀려들잖아...!



??? : ...'고르만나 축제를 맞아 선포하겠다, 이후 새벽의 검은 장자 엘비스에게 주겠노라.'



애쉬엔 : 말도 안 돼... 이건... 그날 대전에서 부왕께서 하신 말씀이잖아!?



애쉬엔 : 누구냐... 골렘을 통해 말하는 자가 누구냐!?



??? : '내년 봄이 되면 장녀 애쉬엔은 먼 동방에 가서 성주의 아들과 혼인을 맺어라.'



??? : 시세와 신의 뜻을 빌어 결혼이라는 운명에서 도망친 겁쟁이가 누구인지... 내게 말해주겠어, 공주님?



애쉬엔 : 닥쳐! 닥치란 말이야--!








용이 잠든 땅



애쉬엔 : 후우, 후우, 너... 콜록, 콜록--!!



제이스 : 아, 미안, 미안~ 근접전은 내 특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그래서 말 잘 듣는 녀석들에게 몽땅 맡기고 있거든.



제이스 : 그런데... 지금 네 모습이 마치 내가 처음 너를 이곳에 데려왔을 때 같거든, 공주님?



??? : 그만해, 제이스.



제이스 : 윽! 여전히 등 뒤에서 나타나길 좋아하는구나, 이졸데.



제이스 : 네가 이렇게 빨리 돌아왔다는 건, 둘 중 하나라는 건데... 어디 보자... 비가 그친 뒤 하늘이 맑게 개어 걱정이 없는 걸까, 아니면 이미 폭풍이 몰려와서 모두 휩쓸려나간 걸까?



제이스 : 이 나라가 최근 군대와 정부가 모두 어수선하고, 각 도시가 알아서 살 길을 찾고 있다는 상황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후자겠네! 하하하!



이졸데 : 따분한 소리를.



애쉬엔 : 뭐라고...? 전부... 휩쓸려!?



애쉬엔 : 아니야, 여신의 빛 아래서 천 년 동안 굳건했던 세브릭 왕국이 그렇게 쉽게 무너질 리 없어...



애쉬엔 : 너희는 대체 누구야... 어째서 나를 이런 곳에 데려온 건데!? 그리고 왜 나를 이곳에 붙잡아두는 거야--!



이졸데 : 소란 피울 자격, 네겐 없어.



애쉬엔 : ...윽, 아, 안돼... 콜록, 콜록, 으음...



제이스 : 아, 그대로 기절시켜서 결계에 넣어버렸구나.



제이스 : 직접 손을 쓰다니, 넌 여전히 시원시원하구나.



이졸데 : 그녀는 여기 있어선 안 돼.



제이스 : 네 비관적인 말투에는 익숙해졌긴 한데, 그래도 다친 야옹이를 죽게 내버려 두는 건, 역시 양심이 좀 그렇지?



제이스 : 게다가 그녀는 당시 그들의...



이졸데 : 조용히 지켜볼 거야. 지금은.



제이스 : 쯧, 그래, 그래. 네가 말과 마음이 다른 녀석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어. 기왕 이렇게 된 거, 눈 비비고 똑똑히 지켜보자고.



제이스 : 네가 설치한 '용이 잠드는 결계'가 내리는 답과... 그녀의 선택을 말이야.






왕도의 감옥



왕실 전령관 : 공주 전하와 함께 변경으로 출동해놓고는, 공주 전하가 실종된 것으로도 모자라 그 사실을 수일 동안 감추었다.



왕실 전령관 : 이상의 죄목에 대해 해명할 것이 있는가, 호위장 레아!?



레아 : 예, 전하께서는 부재 시 군을 지휘할 전권을 제게 위임하셨습니다. 이건 저처럼 전하를 생각하는 전령관님도 잘 아시는 사항일 겁니다.



왕실 전령관 : --! 그래... 확실히 전하께서는 그대에게 지나친 권한을 주셨지...



왕실 전령관 : 그래서 지금 전하로 분장하고 축제에 참석하라는 왕실의 명령을 거역하겠다는 건가!?



왕실 전령관 : 잊지 마라, 당시 너를 구해준 건, 전하시지만... 네 목숨은 왕실의 것이라는 것을!



레아 : 예, 저는 분명 왕실에 충성하겠노라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애쉬엔 전하의 행사가 불분명하고, 도처에서 일어나는 이교도의 분란 때문에 백성이 불안해하는 지금...



레아 : 그 늙은이들은 아직도 평화를 가장한 축제에 매달려 사람들을 기만할 뿐, 모반을 제압하고 수색할 인원은 늘리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레아 : 이런 명령 따위, 설사 영원히 해를 볼 수 없는 감옥에 갇히게 될지라도 절대 따를 수 없습니다!



왕실 전령관 :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레아!



왕실 전령관 : 셀 수 없는 사상자와 이교도가 준동하는 지금, 만에 하나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페가수스 공주님께서 온 세상이 주목하는 축제에 모습을 보이지 않으신다면, 민심이 요동치는 세브릭은...



레아 :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닙니다, 전령관님!



레아 : 전하께선 분명 지금 어딘가에서 우리처럼 희망을 품고 노력하고 계실 겁니다!



레아 : 열흘, 아니, 일주일! 제게 일주일의 시간만 더 주십시오! 설사 그 어떤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제가 반드시 전하를 모셔오겠습니다!



레아 : 그러니 부디 저를, 애쉬엔 전하를 믿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