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2장 전화의 잿불





레겐부르크 대전



클로테르 : 오랜만입니다, '왕국의 수호자'.



수수께끼의 기사 : 에미리라 부르셔도 됩니다.



수수께끼의 기사 : 지난번 대전에 왔을 때는 이렇게 적막하지 않았는데... 설마하니 제가 세월의 흐름을 느끼는 날이 올 줄은 몰랐군요.



클로테르 : 엘사리아의 방문객들이 온 후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요.



클로테르 : 수백 년 간의 원한과 두 나라 사이의 싸움이 화산처럼 폭발했으니 말입니다.



클로테르 : 하지만 모든 것이 마무리된 지금, 이 전화가 휩쓸고 간 잿불 위에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수수께끼의 기사 : 그게 바로 제가 이곳에 온 이유입니다.



위병 : 보고 드립니다, 클로테르 님!



위병 :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클로테르 : 이쪽으로 모셔라.



수수께끼의 기사 : 사적인 대화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클로테르.



화이트 시시 :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어요, 에미리 씨.



화이트 시시 : 전쟁의 시간은 지나갔고, 레겐부르크와 카콘시스 모두 계속 싸울 힘을 잃은 지금... 여러분 모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나요.



수수께끼의 기사 : 이제 당신 같은 중개인과 상인의 시간이라는 말입니까? 흥.



수수께끼의 기사 : 거래를 함에 있어 만족할만한 혜택이 없다면 저는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클로테르 : 여기 먼 곳에서 오신 손님께서는 지금 우리 두 나라에 절실한 물자와 인력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클로테르 : 이제 황도를 순찰하러 나간 헬레나가 돌아오면 바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죠.



위병 : 보고 드립니다, 클로테르 님!



위병 :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수수께끼의 기사 : 또 다른...?



클로테르 : 응? 또 누구지? 헬레나라면 바로 대전에 들어오면 될 텐데...



클로테르 : 이쪽으로 모셔라.



위병 : 옛!









헬레나 : 휴우, 전쟁을 겪어 황폐해진 황성을 보니 정말 마음이 아프군. 전쟁은 정말 많은 사람을 떠나게 했어...



헬레나 : 마치 과거의 우리... 달의 백성들이 겪었던 것처럼.



헬레나 : 하지만 사람들은 전화를 피할 수 있었으니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마을 사람 : 사, 살려줘!



헬레나 : 무슨!



헬레나 : 골목에서 사람 목소리가... 기습이라도 당한 건가?



헬레나 :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곧 갈 테니!






헬레나 : 마족!? 이게 무슨 일이지! 기자로프가 죽은 지금, 대륙에 어떻게 저 녀석들이!




헬레나 : 이유가 어쨌든 간에, 두 번 다시 레겐부르크의 땅을 밟을 생각 따윈 하지 말아라.



헬레나 : 받아라!






헬레나 : 어째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 거지... 마족의 이상한 움직임 때문인가? 아니면 달의 백성으로서 동요하는 것인가?



헬레나 : 안돼! 지금은 고민할 때가 아니야! 황도의 백성을 위해 싸워야 할 때다!






마물 : 으윽...



헬레나 : 흥, 각오해라!



헬레나 : 역시 마족이군, 숫자로 밀어붙이겠다는 건가. 하지만 날 포위할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을 거다.



헬레나 : 너, 너는... 성검 군단의 그 소년? 매튜?



??? : ...



??? : 이 녀석들을 모조리 정리해버리겠다.



헬레나 : 좋아! 매튜, 나와 함께 싸우자!



헬레나 : 레겐부르크인의 피와 바꾼 평화를 마족들이 짓밟게 둘 수는 없어!






헬레나 : 이게 전부인 모양이군.



헬레나 : 그리 강한 마족은 아니었지만, 황성 내에 마족이 나타난 전대미문의 사건이니만큼 클로테르와 상의해야겠어.



헬레나 : 후우... 도와줘서 고마워, 도와주지 않았다면 꽤 고생했을 거야.



헬레나 : 수정 역병에서 구해준 것부터 기자로프를 쓰러뜨린 것까지... 우리 레겐부르크인들은 네게 정말 많은 빚을 졌구나. 너는 진정한 예레스의 영웅이야.



??? : 기자로프 그 주제도 모르는 자식, 멍청하게도 자신의 힘만으로 신의 영역에 다다를 수 있다고 믿었지.



??? : 성검 군단은 그저 녀석의 파멸을 당겨왔을 뿐이다.



??? : 이 혼돈의 힘은 본래 녀석의 것이 아니지. 녀석이 죽어 다시 자유로워졌으니, 이제 내가 이 파편들을 다시 하나로 합치겠다!



헬레나 : 혼돈의 잔해가... 사라졌어? 네가 한 건가, 매튜?



??? :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헬레나 : 아, 그건...



헬레나 : 그래서 이번엔 어째서 혼자 레겐부르크에 온 거지?



헬레나 : 네가 혼자 움직이는 건 드문 일인데... 네 동료도 그렇고, 그 얼굴에 붉은 칠을 한 붉은 달의 왕이라는 녀석은...



??? : 왜 그러지? 그 실패자 녀석이 신경쓰이기라도 하나?



헬레나 : 아니, 신경쓰인다기보다는... 크림조인으로서 언제 한 번 기회가 된다면 대화라도 해보고 싶어서...



헬레나 : 잠깐... 너는 정말 매튜인가?



??? : 훗, 재미없는 여자 같으니. 자신의 눈도 믿지 못하는 건가?



??? : 너희 달의 백성들의 사명은 이미 끝났다.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세상에 너희의 자리 따윈 없어.



헬레나 : 어라!? 잠깐 기다... 이미 멀리 가버렸군.



헬레나 : 이상한걸, 매튜 녀석의 성격이 원래 저렇게 나빴던가? 외모는 똑같은데 하는 행동은 그야말로 딴사람 같군.



헬레나 : 이런, 마족들에게 발이 묶인 탓에 클로테르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 지나버렸잖아! 서둘러 가야겠다!






레겐부르크 대전



화이트 시시 : 매튜? 이미 엘사리아로 떠난 줄 알았는데?



매튜 : 안녕, 총수, 클로테르 씨. 에미리 씨까지 여기에 있을 줄은 몰랐는걸.



뮤 : 실례할게.



클로테르 : 그대들이 보여준 활약에 감사한다. 지금 우리는 최선을 다해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 하고 있지. 두 사람은 오늘 작별인사라도 하기 위해 온 건가?



매튜 : 확실히 성검 군단은 엘사리아로 떠날 계획이긴 한데, 떠나기 전에 신경 쓰이는 물건을 발견해서 말이야.



매튜 : 이게 뭔지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알고 싶거든.



뮤 : 바로 이거야.



클로테르 : 이건... 수정? 아니, 달라... 레겐부르크에서 흔히 보이는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군.



클로테르 : 한 눈에도 그 안에 강대한 힘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화이트 시시 : 음... 그러니까 이것에 대한 실마리가 없어서 가져왔다는 거지? 적당한 가격에 내게 넘긴다면 내가 엘사리아로 가져가서 연구해볼텐데.



수수께끼의 기사 : 이, 이것은...!



매튜 : 에미리 씨, 이게 뭔지 알고 있어?



수수께끼의 기사 : 아니, 사실 나도 정확히 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 힘은... 마리의 힘이라니, 그럴 리가!



수수께끼의 기사 : 하지만 마리는 이미 실종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그녀의 오빠인 마크렌마저 그녀를 찾지 못한 마당에 어떻게 그녀의 흔적이 남은 물건이 예레스 대륙에 남아있는 거지!



매튜 : 자, 잠깐만. 방금 말한 이름이... '마리'라고?



수수께끼의 기사 : 마리안델... 이 대륙을 구한 영웅 중 한 명이다. 성검의 기억 속에는 아마 람다라는 이름으로 남아있겠지.



매튜 : 라, 람다 씨라고!? 이 힘이 과거 예레스 대륙을 구한 람다 씨한테서 나온 거란 말이야?



뮤 : 과연 초대의 힘이야... 어쩐지.



수수께끼의 기사 : 틀림없다. 함께한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개조인간의 수명은 평범한 사람을 아득히 초월하니... 과거 우리의 전우이기도 했고.



수수께끼의 기사 : 기자로프가 처음 쓰러진 후, 예레스 대륙은 마나 병기의 존재로 인해 요동치고 있었다.



수수께끼의 기사 : 너희가 시그마로 알고 있는 베르너와 마리 두 사람은 함께 고대 문명이 남긴 마나 병기를 예레스 대륙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지.



수수께끼의 기사 : 그 후 마리는 예레스 대륙에서 실종됐다. 나도 수십 년 동안 그녀를 보지 못했어.



수수께끼의 기사 : 하지만 이 힘의 운용 방식과 기운은 그녀의 것이 틀림없다.



매튜 : 그, 그 말은?



뮤 : 람다 씨의 마나가 아직 고갈되지 않았다는 건, 그녀 본인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야.



수수께끼의 기사 : 하지만 사실 나 역시 기억에 의존하는 것뿐이니... 만약 마나 에너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과거 비슷한 경험을 한 그 남자를 찾아가는게 나을 거다.



수수께끼의 기사 : 당시 그는 예레스 대륙에서 그들 종족을 유지할 만큼 대량의 마나를 가져갔었지.



뮤 : 그 사람은...



매튜 : 레인폴스?



매튜 : 확실히 크림조니아라면... 마나를 운용하는 것으로 다른 행성에 문명을 세울 정도니 이 파편에 대해 우리보다 잘 알고 있을 거야.



수수께끼의 기사 : 레인폴스라면 아직 기자로프의 유물을 처리하고 있겠지, 바로 마도 연구소의 폐허에 있을 거다.



뮤 : 기자로프의... 폐허...



매튜 : 역시 기자로프라는 이름에서 벗어날 수는 없는 건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얻어야 해.



매튜 : 그러면 나와 뮤는 바로 출발할게, 서둘러 이 마나 파편의 내력에 대해 알아봐야겠어.



클로테르 : 마나의 파편이라... 그것이 또 다른 파멸의 서곡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



클로테르 : 그나저나 헬레나 녀석은 대체...



헬레나 : 미안, 클로테르! 내가 많이 늦었지!



클로테르 : 어떻게 된 거냐, 헬레나! 이렇게나 늦다니, 장군으로서의 자각이 있는 거냐!



헬레나 : 성 안에서 마족을 만나는 바람에... 다행히 한 소년이 도와줘 몸을 뺄 수 있었어.



클로테르 : 소년?



헬레나 : 아, 성검 군단의 매튜였어. 하지만 무슨 급한 일이 있는지 금방 자리를 떠나던데...



헬레나 : 떠나는 걸 본 후 나도 이곳으로 바로 온 거야, 늦어서 미안해.



화이트 시시 : 어, 저기... 그럴 리가요, 뭔가 착각하신 거 아닌가요?



헬레나 : 그래서... 어떻게 된 일이지? 이 미묘한 분위기는... 내가 뭔가 잘못 말했나?



클로테르 : 성검 군단의 매튜라면... 방금까지 대전에서 우리와 함께 다른 일을 상의했다만.



헬레나 : 어...? 그럴 리가... 나와 함께 마족을 쓰러뜨렸는걸? 수도 제법 많아서 따로 몸을 빼서 이곳에 올 수는 없었을 텐데!



수수께끼의 기사 : 저도 헬레나 장군의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당신이 이곳에 도착하기 전까지 매튜는 우리와 함께 있었습니다.



헬레나 : 매튜의 그 이상한 태도와 맞지 않는 시간은...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