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3장 배반의 반향






늪지에 인접한 캠프



빈센트 : 이곳에도 없군... 여기가 사신이 숨을만한 마지막 장소일 텐데.



빈센트 : 전쟁이 끝나고 겐드라실과 크루거는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마치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단순히 시체가 사라졌다 수준이 아니라 존재했던 흔적마저 깨끗이 사라졌어.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너보다 사신을 증오하는 자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만.



빈센트 : 만약 내가 악당이라면 다들 승리의 기쁨에 취해있는 지금을 노려 권토중래를 꾀하지 않을까 생각했을 뿐이야.



빈센트 : 후후, 그렇게 생각하니 마치 예레스 대륙은 저주라도 걸린 것 같군. 어째서 바람 잘 날 세월이 없는 거지?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나는 지금 마도 연구소에서 기자로프가 남긴 것들을 조사하고 있는데, 실험 보고서를 보니 기자로프가 부활할 다음 기회는 없는 것 같군. 기자로프는 철저히 파멸했다.



빈센트 : 흥, 그 주도면밀한 기자로프가 자기 패를 다 쓸 날이 올 줄이야. '초월자'답지 않군그래.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계획에 따르면 기자로프는 이미 자신의 목표를 완벽히 실현한 셈이니까. 단지 인간을 초월했다는 것이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몰랐을 뿐이지.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개조 인간을 도구로 보고,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디딜 것이라는 오만과 성검 군단의 실력을 우습게 본 어리석음이 그의 패인이다.



빈센트 : 기자로프는 둘째치고, 요즘 마족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지?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그 점에 대해선 나도 최근 알아본 바가 있다.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마족들의 실력과 숫자는 열세하다고 할 만하더군. 마치 거대한 힘의 잔재 같다고 해야 할까.



빈센트 : 잔재?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그래, 마족의 출현은 아마 기자로프의 죽음과 연관이 있을 거다.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그 마족들은 기자로프가 초월자가 되었을 때, 마검에서 흡수한 혼돈의 힘의 파편이라 할 수 있겠지. 보다 고차원적이고 순수한 혼돈.



빈센트 : 이봐, 그 말을 들으니 살짝 눈살이 찌푸려지는걸?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하지만 그 힘은 철저하게 부서져 아무런 주인 없는 찌꺼기가 되었지.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해.



우아한 남자의 목소리 : 마치 너희 행성에서 여름철이면 울어대는 매미라는 곤충이 남긴 허물과 같은 것이다.



빈센트 : 훗... 그런 표현은 대체 누가 가르쳐준 거야? 네가 예레스에서 맺게 된 짧은 인연이 가르쳐 준 건가, 왕자 전하?



빈센트 :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해. 만약 너의 집에서 바퀴벌레 한 마리가 보였다면, 그건 너의 집 어딘가에 그 역겨운 벌레의 둥지가 있다는 뜻이지.



다소 불쾌한 남자의 목소리 : 표현이 다소 짜증 나는군, 빈센트.



다소 불쾌한 남자의 목소리 : 그런데 듣다 보니 마치 너는 겐드라실이 아직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 같군. 겐드라실이 살아있어야 복수할 대상이 있을 수 있기에 그런 건가?



빈센트 : 쯧.



빈센트 : 너무 예민한 남자는 기생오라비로 오해받을 수도 있어.



다소 불쾌한 남자의 목소리 : 만약 아직도 과거의 잘못에 얽매여 자신을 학대하는 거라면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좋을 거다.



다소 불쾌한 남자의 목소리 : 복수에 대한 집착이 네게 진정한 구원을 주지 않을 테니까. 인제 그만 자신의 족쇄는 벗어두도록 해.



빈센트 : 때로는 족쇄가 세상을 살아가는 유일한 이유가 되기도 하지.



빈센트 : 이 점에 대해서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 텐데, 안 그래?



빈센트 : 과거의 너 역시 죽음보다 평온했던 너의 잠을 깨운 우리를 증오했던 복수귀가 아니었던가?



빈센트 : 레인폴스 전하.



크림조의 왕 : 흥, 그만하지. 네가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저 네가 나를 구해준 몫만큼 충고해줄 뿐.



크림조의 왕 : 음? 누군가 이쪽으로 오고 있다.



빈센트 : 오호? 지금 마도 연구소의 폐허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 곳에 갈 사람이 누가 있다고?



크림조의 왕 : 아무... 여신... 것...



크림조의 왕 : '치익... 치익...'



빈센트 : 통신 방해?



빈센트 : 어떻게 된 일이야, 레인?



마물 : 크르르--



빈센트 : 훗... 방해받을 법도 하군. 녀석 쪽에 문제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 설마 이쪽이 원인일 줄이야...



빈센트 : 그나저나 참 이상하단 말이지. 어째서 나는 그런 기생오라비에게 신경을 쓰는 걸까, 특히 녀석의 말이 그리 고깝게 들리지 않는 게.



마물 : 크르르--



빈센트 : 흥, 죽음을 재촉하는 녀석들... 마검 안에서 쫓겨난 찌꺼기라면, 다소 잔인하게 대해도 아무 문제 없겠지!









빈센트 : 예전이라면 더 많은 녀석이라도 공중에서 모조리 거꾸러뜨렸을 텐데... 하지만 지금은...



빈센트 : 흠, 홀로 분전해야 하는 건가. 이런 상황은 정말 오랜만이군.



??? : ...



빈센트 : 너는? 매튜라는 녀석이었나?



빈센트 : 헛, 정의의 동료를 자처하는 분들답게 과거의 죄인인 나를 단죄하러 온 모양이지?



??? : 싸움.



??? : 눈앞의 적을 없애는 건 너의 특기가 아니었나?



빈센트 : 훗, 설마 성검 군단의 영웅들께서 나 같은 악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싸우겠다는 건 아니겠지?



빈센트 : 그렇게 먼저 제안해주신다면야, 함께 이 벌레들을 쓸어버리도록 하자고!






빈센트 : 방해나 되지 마라, 애송이!



??? : ...






빈센트 : 이걸로 전멸인 것 같군.



빈센트 : 그런데... 저 녀석의 전투 방식은 언제 저렇게 바뀐 거지?









빈센트 : 넌 매튜가 아니군.



빈센트 : ...네 녀석, 대체 누구냐. 모습을 바꾸는데 능한 마족이라도 되는 거냐?



??? : ...



빈센트 : 혼돈의 힘이 사라지고 있다... 정화하는 건가? 아니, 이건... 흡수?



??? : 오랜만이다.



빈센트 : 네 녀석은...



빈센트 : 네가 이 혼돈의 힘을 흡수한 거냐!



??? : 꺼져라.



??? : 망가진 인형 따위에겐 흥미 없다.



빈센트 : 멈춰라!



빈센트 : 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는 거냐. 겐드라실? 아니면 기자로프의 동료라도 되는 건가!



??? : 하나는 자신의 주제를 모르는 어릿광대고, 다른 하나는 감히 넘볼 수 없는 곳을 넘본 오만한 자로군. 두 녀석 모두 역사의 먼지로 사라졌지.



??? : 그러면 작별이다, 인간.



빈센트 : 기다려!



빈센트 : 제길! 만약 기자로프가 다른 꿍꿍이를 꾸미는 거라면... 분명 레인폴스가 있는 연구소와 관련이 있을 터... 서둘러야겠다!






폐허가 된 마도 연구소



매튜 : 여기가 바로 기자로프의 예전 마도 연구소야.



뮤 : 우리 개조 인간이 태어난 곳... 뮤와 알파, 입실론까지...



뮤 : 차가운 배양 용기 속에서... 소체의 선택을 받아 개조당하고...



뮤 : 흑...



매튜 : 네게 있어서는 정말 고통스러운 과거겠지...



뮤 : 즐거움을 모른다면 무엇이 고통인지도 몰라.



뮤 : 내게 있어 그 시간은 그런 거였어.



매튜 : 나는 가능하다면 네가 어두운 기억을 벗어던졌으면 좋겠어. 넌 더이상 기자로프의 피조물 따위가 아닌, 살아있는 인간이니까.



뮤 : 우리가... 인간과... 정말 가능할까?



제시카 : 마지막 순간에 올바른 선택을 내린 당신이라면, 여신께서도 자신의 아이로 받아주실 거로 생각합니다.



매튜 : 제시카 선생님!? 어떻게 여기에.



제시카 : 매튜, 저는 당신들이 여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이 대륙에서 싸운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제시카 : 하지만 기자로프의 마굴을 철저하게 정리하기 전에, 저는 예레스 대륙을 떠날 수 없어요.



제시카 : 게다가 최근 누군가 이곳의 설비를 조사하고 이용하는 것 같더군요... 두 번째 기자로프가 탄생하는 것을 결코 용인할 수 없습니다.



매튜 : 엇, 선생님께서 말씀하는 사람은 아마...



크림조의 왕 : 두려운 것은 힘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힘의 주인인 법이지.



크림조의 왕 : 기자로프는 확실히 신의 영역에 발을 내디뎠다. 너희가 그의 적이라곤 하나 그 점은 인정해야 할 터.



매튜 : 레인폴스 씨!



제시카 : 당신이군요. 알하자드를 가져간 것으로도 모자라 기자로프의 유산마저 조사하고 있다니...



크림조의 왕 : 그런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 나는 우리 종족을 회복시킬 방법을 찾고 있고, 기자로프에겐 아마 적지 않은 유효한 방법이 있을 거다.



크림조의 왕 : 기자로프는 상당한 양의 마나 에너지와 수정의 운용 방식을 남겨놓았지. 어쩌면 그 안에 크림조를 부활시킬 희망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야.



크림조의 왕 : 그리고 파사의 검은 본래 나의 작품, 하지만 이미 마검이 되었으니 내가 크림조로 가져가 계속 봉인시켜 놓겠다.



제시카 : 기자로프의 유산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제시카 : 이 힘이 세상에 남아있다면 끊임없이 사람을 유혹해 신을 모욕하는 절차를 답습하게 할 거예요, 그러면 예레스 대륙에 진정한 평화는 찾아오지 않을 겁니다!



크림조의 왕 : 만약 신이라는 존재가 그저 이 행성, 이 대륙의 사람들을 영원히 자신의 무대에서 춤추게 할 뿐인 교만한 존재라면...



크림조의 왕 : 그래서 신이라는 자들이 모독할 가치도 없는 존재라면 어찌할 거지?



제시카 : 그만 하세요! 말이 지나치군요!



매튜 : 두, 두 사람 다 진정하세요!



매튜 : 기자로프의 유산은 예레스 사람들이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없애든 이용하든 말이죠. 그들에겐 그럴 자격이 있어요.



매튜 : 그리고 오늘 저와 뮤가 이곳에 온 건, 레인폴스 씨에게 이걸 보여주기 위해서예요.



크림조의 왕 : 이건?



크림조의 왕 : 마나의 파편? 예전에 람다가 내게 건네준 마나 에너지와 흡사한데... 그녀가 아직 살아 있는 건가?



뮤 : 잘 모르겠어... 이미 수십 년 동안이나 행적이 묘연한 상태인걸.



뮤 : 이건 우리가 서리 세계수의 잔해 속에서 발견한 거야. 그리고 괜찮다면 뮤가 이곳의 설비를 이용해 이걸 분석해보고 싶어.



크림조의 왕 : 기자로프의 실험실 말이지... 기자로프가 만든 개조인간이라면 아마 가능할지도.



뮤 : 제시카... 당신이 굳이 이곳을 파괴해야겠다면, 뮤에게 조금 시간을 줄 수 있을까? 이 마나의 파편에는 아마 무언가 정보가 들어있다고 생각해.



뮤 : 이 대륙에 전해주려 한 정보가.



제시카 : 좋습니다. 하지만 기자로프가 남겨놓은 힘이 잘못 쓰이지 않는지 제가 당신을 감시하겠어요.



뮤 : 고마워.



뮤 : 그러면 바로 시작할게.



뮤 : ...



크림조의 왕 : 람다... 그녀와 시그마는 기자로프의 개조 인간 배양 용기를 통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한 것인가? 그리고 두 사람은 예레스 대륙 어딘가에 살아있는 거고?



매튜 : 아니, 난 람다 씨가 이 대륙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매튜 : 성검의 기억을 통해 본 람다 씨라면, 분명 기자로프의 만행을 좌시하지 않았을 테니까.



크림조의 왕 : 네 말이 맞다... 이제 곧 모든 것이 밝혀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