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7장 어둠의 습격






중앙 탑 안쪽



마크렌 : 그래... 비라쥬, 그리 말한다 한들 네가 배은망덕한 녀석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마크렌 : 마리는 너희 크림조랜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는데, 지금 너는 그런 허울 좋은 소리나 하고 있는 거냐?



비라쥬 : 미안하네... 마크렌, 자네한테 자세히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리고 나 역시 마리의 행방을 모르는 상태야.



비라쥬 : 지금의 나로선 자네를 도와줄 수 없으니 부디 떠나주게.



마크렌 : 너...!



매튜 : 마크렌씨, 진정해!



매튜 : 비라쥬... 아니, 집정관님. 우리가 떠나길 원하신다면 적어도 마리안델과 베르너 두 사람에 대해, 여기에서 어떤 일이 있던 건지는 말해주세요!



비라쥬 : ...



아멜다 : 무, 무슨 일이지!



웨탐 : 오랜만이다, 또 다른 나.



매튜 : 너냐!?



비라쥬 : 란디우스의 자손과 똑같이 생겼군. 쌍둥이인가? 아니, 저건... 파사의 검...? 혹시... 알하자드!?



비라쥬 : 알하자드를 지키지 못한 건가, 레인폴스!



크림조의 왕 :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런 식으로 우리의 연대를 끊어선 안 돼! 비라쥬, 적이 눈앞에 있으니 우선 우리와 함께 움직이자!



웨탐 : 혼돈의 왕께서 그의 파편을 회수하고자 하신다. 방해할 셈인가, 필멸자?



비라쥬 : 파편...?



사신 크루거 : 이 힘은... 순수한 혼돈과 어둠이로군. 카오스...? 카오스가 이 세상에 강림한 거냐!?



웨탐 : 아아... 건방진 녀석, 겐드라실의 힘을 흡수한 게 바로 너였군. 아주 잘 됐어.



웨탐 : 이제 기쁜 마음으로 그 힘을 만마의 주인, 카오스님께 바치도록 해라.









사신 크루거 : 으윽... 으아아아... 이, 이... 카오스의... 개가!



사신 크루거 : 안돼... 난 이렇게... 끝날 수 없다!



웨탐 : 하찮은 광대야, 네 역할은 진작에 끝났다.



웨탐 : 네가 신을 참칭한 자에게서 빼앗은 힘을 너의 주인에게 돌려 드리는 거다. 바쳐라! 모든 혼돈의 통합을 위해!



사신 크루거 : 아, 안돼... 카오스... 네, 네 녀석은 절대... 성... 공...



사신 크루거 : 으아아아악!









크림조의 왕 : 녀석을 삼킨 건가!? 흔적조차 남지 않고 삼켜버렸군...



마크렌 : ...역시 마족다운 방법이라 해야 하나?



웨탐 : ...



웨탐 : 이전에는 신세를 졌었지, 개조인간.



웨탐 : 하지만 지금은 많이 다를 거다.



마크렌 : 이번에도 지난번과 마찬가지일 거다, 마족!



마크렌 : 윽...!



집정관 : 마크렌!



집정관 : 기계 개조를 거친 신체와 풍부한 전투 경험을 지닌 마크렌도 당해내지 못하다니... 적과 아군의 차이가 그토록 크단 말인가?



웨탐 : 이걸로 예레스 대륙에서 받은 치욕은 정리됐군.



웨탐 : 또 다른 나, 지금도 여전히 분명히 다가올 미래를 보고도 못 본 척 할 셈이냐?



웨탐 : 이걸로 너도 운명의 무대에 올라선 셈이다.



매튜 : 아니! 그럴 수 없어! 네가 어떤 힘을 갖고 있다 한들 너는 나의 그림자, 나의 부산물일 뿐이야. 나는 너의 야심을 분쇄하기 위해 너를 쫓아 여기까지 온 거야!




웨탐 : 우리가 가진 힘의 격차가 이렇게 현저하거늘, 아직도 잘난 체를 할 셈이냐?



그레니어 : 매튜, 포기하지 마!



아멜다 : 하지만 연이은 전투로 우리의 체력은 바닥나 버렸어.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지...



로스탐 : 네 녀석, 우리를 잊어선 안되지.



아즈사 : '또 다른 신'... 존자의 적입니다.



아즈사 : 당신을 섬멸하는 것이 영종의 사명이고 우리 '존자의 눈'의 사명!



그룬힌드 : 그늘 속에 숨은 이단, 다른 세계의 사자! 선조의 이름으로 우리 노람 성교국이 너를 저지하겠다!



로스탐 : 다들 오랜만에 같은 의견이구먼... 그래서 너는 어떻지, 리오벡?



리오벡 : 쯧, 나는 원래부터 민주적이고 현명한 군왕이었어.



리오벡 : 모두의 의견이 이렇군. 거기 칙칙한 녀석, 순순히 우리 말을 듣는 게 어때?



로스탐 : 이봐, 거기 웨탐이라는 녀석! 가엘파이스의 이름으로 명한다, 투항해라!



웨탐 : 흥, 온통 멍청한 놈들 뿐인 게 어느 대륙이든 마찬가지군.



웨탐 : 필멸자가 가진 힘의 한계를 패배로서 느껴보도록 해라!









리오벡 : 뭐, 전투 같은 건 내 특기가 아니라서 말이야. 란차에서 전장에 나서는 건 시체나 천민뿐이라고.



로스탐 : 온실 속의 화초처럼 나약한 녀석...



로스탐 : 아즈사, 우리를 엄호해줘.



아즈사 : 예, 정면 대결은 당신과 그룬힐드씨에게 맡기겠어요.



그룬힐드 : 교국은 이단의 존재를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선조의 이름으로 저자를 쓰러뜨리겠어요!



아즈사 : 존자의 은혜가 함께하길...









그룬힐드 : 후우... 정말 강하군요...



로스탐 : 역시 전투기술은 아직 미숙하군.



로스탐 : 하지만 나 역시 버거울 줄이야... 녀석이 들고 있는 검에 정말 상상 이상의 힘이 깃들어있다.



그룬힐드 : 어떤 적이라도 상관없습니다. 여기서 노람 성교국의 수치가 될 수는 없어요.



로스탐 : 무리하지 마! 전장은 너 자신을 증명하는 곳 따위가 아니다! 아즈사, 치료가 필요해!



로스탐 : 그리고 너, 리오벡! 거기서 강 건너 불구경할 셈이냐.



리오벡 : 뭐어? 난 그저 시체 노예로 녀석의 실력을 살펴보고 싶을 뿐인데.



리오벡 : 그리고 로스탐, 어린아이보고 전선에 나가 싸우라니,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



로스탐 : 드넓은 사막에서는 누구든 간에 쉬지 않고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후후, 하긴 온실 속에서 자란 란차인이 이런 사실을 알 리가 있나.



그룬힌드 : 여신님 맙소사, 지금 그런 무의미한 논쟁을 할 때가 아니지 않나요? 정말 보는 사람이 부끄럽군요!



리오벡 : 알았어, 알았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나도 나서야겠지.



리오벡 : 하지만 조심해, 시체 녀석들은 때때로 피아 구분을 하지 못하니까. 아차 하면 녀석들 손에 죽고 말 거야.



로스탐 : 흥, 그렇게 한다면 시체들을 네 녀석의 썩어빠진 제국하고 같이 묻어버리겠다.



아즈사 : 그룬힌드씨, 다쳤으니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그룬힌드 : 별것 아닙니다, 전투에는 지장 없어요.



아즈사 : 당신 노람인들은 홀로 떨어져 살아서 그런지 종종 사람과 사람 사이의 유대와 신뢰를 잊곤 하더군요.



아즈사 : 여기는 우선 제게 맡겨주세요.



그룬힌드 : 유대요? 우리 노람인에게 필요한 건 선조의 인도와 여신의 은혜뿐입니다.



아즈사 : 당신에게도 동생이 있지 않나요? 당신이 다친다면 동생이 슬퍼할걸요.



그룬힌드 : 사그니...



그룬힌드 :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우선 상처를 보러 갈게요.






웨탐 : 차륜전인가? 그런 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리오벡 : 난 저렇게 입이 살은 녀석이 좋더라! 저런 녀석이 죽을 때면 믿기 힘들다는 표정을 지으며 울어대는 게... 하하, 정말 최고거든!



아즈사 : 영종의 은혜가 만고에 이어지니, 존자의 이름으로 다른 신을 없애겠습니다!









아즈사 : 이겼군요... 하지만 어찌 이리 강할 수 있는지...



리오벡 : 흥, 나약한 츠루야인하고 손을 잡으면 결국 이렇다니까!



리오벡 : 로스탐, 그룬힌드! 대체 언제까지 죽은 척 박혀있을 거야!









웨탐 : 아직도 그 우스운 짓거리를 계속할 생각이냐?



웨탐 : 너희는 나를 쓰러뜨리기는커녕, 간섭조차 할 수 없다.



리오벡 :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이 얼간아! 너 역시 우리 네 사람의 포위망을 뚫을 수 없어. 소모전으로 간다면 내가 부리는 시체가 더 나을걸!



웨탐 : 흥, 네 녀석의 힘만으로 따진다면 네가 시체가 되어도 내 상대가 될 수 없다.



리오벡 : 제길... 가라! 모두 돌격해!



시체 : 크으으...



웨탐 : 희망 따윈 없다, 인간!




웨탐 : 시체의 독기인가? 흥, 이런 게 통할 성싶으냐!



로스탐 : 아즈사! 지금이다!



아즈사 : 예!




웨탐 : 독기로 눈을 가리고 원거리에서 기습한 건가... 정말 비겁하군.



웨탐 : 하압!



웨탐 : 이제 알겠나? 마검 알하자드 앞에서 네 녀석들의 공격 따윈 헛수고에 불과하다는 것을!



웨탐 : 무슨!? 진짜로 노리는 건 이거였나?



그룬힌드 : 마족... 이게 너의 최후다!



웨탐 : ...!



로스탐 : 뭐야... 사라졌어?



로스탐 : 이봐, 집정관!



로스탐 : 당신네의 그 잘난 기술로 녀석의 흔적을 찾아봐!



비라쥬 : ...



비라쥬 : 죄송합니다, 녀석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즈사 : 예에!?



리오벡 : 젠장! 놀아난 건가... 그 검은 가지 녀석! 감히 가엘파이스 4개국의 지도자인 우리를 장난감 취급해!?



리오벡 : 제길! 제길제길제길! 감히 우리를 우습게 봤겠다!



시체 : 크으...



리오벡 : 쓸모없는 놈들, 저리 꺼져버려!



리오벡 : 흥, 당신네들 크림조랜더로 만든 시체 노예는 너무 약해. 우리 란차의 '영생자'를 썼었다면 지금쯤 그 녀석은 내 앞에서 무릎 꿇고 빌고 있을 텐데.



비라쥬 : ...!



그룬힌드 : 정말 너무해...



로스탐 : 마침 다들 한자리에 모였군. 우리는 당신의 부름에 답해 이 자리에 모였어.



로스탐 : 집정관, 그러면 소란 때문에 미뤄진 '정상 회담'을 진행하는 게 어때.






중앙 탑 정상



비라쥬 : 우선...



비라쥬 : 여러분께서 이 일에 휘말린 것에 대해 성간함 도시와 크림조랜더를 대표해 사과드리겠습니다.



비라쥬 : 저희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며, 이방인 때문에 발생한 이 문제에 관해 책임을 인정하겠습니다.



마크렌 : '이방인'이라고!? 처음에 목숨을 걸고 너희를 데리고 예레스 대륙을 떠난 사람은 누구였지!? 너희를 위해 마나 병기를 가져오고, 너희가 자립할 수 있게 도와준 사람은 누구고!?



마크렌 : 지금 그게 너희를 도와줬던 사람에게 할 소리야!?



비라쥬 : 그만!



비라쥬 : 경비는 이 자들을 탑 밖으로 데려가도록!



마크렌 : 제길! 비라쥬, 이 배신자 녀석!



비라쥬 : ...마크렌. 자네 여동생에 관련된 일은 내 평생 후회로 남을 것이네. 그녀는... 어쩌면 자네 곁으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몰라.



비라쥬 : 자네가 여기서 그녀를 찾는 건 아무 소용 없는 일이야...



비라쥬 : 현실을 받아들이게.



마크렌 : 그게 무슨 말이야!? 비라쥬, 그러니까 네 말은 마리가...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크림조의 왕 : 마리안델과 베르너, 두 사람의 힘을 생각한다면 대체 누가 그들을 위협할 수 있다는 거지? 이 대륙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비라쥬 : 훗날 기회가 된다면 내가 자세히 설명해주겠네. 하지만 지금은 적합한 시기가 아니야.



비라쥬 : 경비, 저들을 데리고 가도록!



마크렌 : 이것 놔! 제길! 비라쥬! 비라쥬!



로스탐 : 당신은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그렇다고 당신과 저 이방인들 사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생각을 씻어버릴 수 있는 건 아니야, 집정관.



아즈사 : 저 사람들 사이에 있던 한 소년은 아까 그 다른 신의 사자와 매우 닮았더군요.



아즈사 : 그 사실이 정말 신경 쓰여요.



그룬힐드 : 그는 반마족입니다. 선조께선 재앙의 징조라 인정하신.



그룬힌드 : 절대 그를 신성 국가로 들여보내지 않겠어요.



리오벡 : 이것 봐, 온건파인 두 사람조차 의문을 품고 있잖아. 비라쥬 집정관, 아무래도 당신네 성간함 도시는 이번 사태에 관해 책임을 지어야할거야.



리오벡 : 어쨌든 우리 네 사람이 여기에서 위기를 겪고 고전한 건 사실이니까.



비라쥬 : ...



비라쥬 : 이번 침입을 막기 위해 성간함 도시의 백성도 목숨을 바쳤지 않습니까!?



리오벡 : 그건 정말 유감이야. 당신의 그 비통한 표정이 정말 볼만한 걸, 비좁은 땅의 무능한 국왕 나으리.



비라쥬 : 당신...



비라쥬 : 오늘 일정은 여기까지 하기로 하죠. 추후 다시 회의를 열겠습니다.



비라쥬 : 오늘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드리겠습니다.



리오벡 : 다시 논의할 가치도 없어, 비라쥬!



리오벡 : 란차인은 당신들과 협력하지 않겠어. 과거 원한이 있던 다른 세 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리오벡 : 그러면 이만! 다음번에 만나는 건 전장에서겠지! 그때는 반드시 당신의 그 짜증 나는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어!



아즈사 : 란차인은... 어찌 저리 포학한지.



로스탐 : 우리 페랄인 역시 이번 회의가 굉장히 불만족스럽다!



로스탐 : 시간 낭비만 했잖아! 이런 데에 들일 노력으로 차라리 어떻게 엘리시온을 상대할지 생각하는 게 낫지!



로스탐 : 난 가보겠어!



그룬힌드 : 그러면 저 역시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즈사 : ...



아즈사 : 하는 수 없죠, 한 손으로는 손뼉을 칠 수 없는 법이니.



아즈사 : 비라쥬씨, 나중에 다시 만나요.



비라쥬 : 안녕히 가십시오, 아즈사.



비라쥬 : ...



비라쥬 : 으음, 제길... 마리, 도저히 네 오빠를 대할 면목이 없어...



비라쥬 : 마크렌, 어쩌면 나도 이것에 대해 진작부터 생각해뒀어야 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직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네.



비라쥬 : 게다가 위기가 코 앞이라 다시 생각할 시간이 없었고.



비라쥬 : 브렌다, 네 생각은 틀렸어... 그리고 네게 크림조랜더는 이런 모습으로도 계속 존속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