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12장 동방의 땅 츠루야







집정관 거처



비라쥬 : 그 소녀는 어찌 되었나.



부관 : 상처는 이미 치료했습니다만, 화살에 강력한 독이 묻어 있었습니다. 아직 독에 대한 분석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부관 : 현재로서는 마비 상태입니다. 예후는... 지금으로선 뭐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비라쥬 : 독화살이라니, 플로렌티아가 사전에 자신을 호위하기 위해 암살자를 매복시켜뒀었나 보군. 원래라면 매튜 일행에게 사용하려 했을 테지.



매튜 : 플로렌티아 씨의 그 집념은...



매튜 : 확실히 검의 기억에서 아레스가 보여준 엘리시움 계획에 대한 단호함과 흡사해.



마크렌 : 아무튼 그 여자는 베르너와 마리의 실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반드시 쫓아가야 해!



비라쥬 : 쫓아간다고...?



비라쥬 : 엘리시움이라면 이미 그들의 근거지인 가엘파이스 중심부에 있는 황량한 섬으로 돌아갔을 거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갈 수 없는 곳이야.



그레니어 : 그들이 대륙의 중심부에 머문다면, 이곳에서 가는 건 쉽지 않겠네. 게다가 상대는 하나의 국가와 다름없는 세력이잖아, 우리 몇 사람이 어떻게 해야 플로렌티아를 만나러 갈 수 있을까?



비라쥬 : 만약 엘리시움의 계획이 가엘파이스 대륙 전체의 마나를 통제하는 것이라면... 아마 그 계획을 뒤집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비라쥬 : 플로렌티아 그 미치광이의 계획을 뒤집을 수 있는 건... 바로 그대들이 가져온 이것이라네.



마크렌 : 마리가 남긴 조각이잖아. 그게 무슨 말이야, 비라쥬?



비라쥬 : 엘리시움의 의도가 가엘파이스의 마나를 끊어내는 것이라면...



비라쥬 : 우리는 마리의 힘이 남아있는 이 조각을 사용해 엘리시움이 억제하는 마나 포인트를 깨우는 거지.



매튜 : 그 포인트라는 게 대체 뭐야? 그건 또 어디에 있고?



아즈사 : 그건... 대륙에 있는 네 국가에 흩어져있는 네 개의 '신전'입니다.



그레니어 : 당신은 아까 리자를 구해준 츠루야의 대표... 이름이... 어, 그게... 뭐더라?



아즈사 : 영종의 아즈사라고 합니다.



아즈사 : 당시 저는 그 광인이 침입한 것을 알고는, 비라쥬 씨의 상황이 신경이 쓰여 돌아왔었어요. 하지만 이런 일이 발생할 줄은...



매튜 :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아즈사 씨.



매튜 : 그런데 당신이 말한 그 '신전'이러는 건, 대체 어떤 곳이야?



아즈사 : 여러분은 이곳의 역사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비라쥬 : 크흠... 이 대륙 사람 대부분이 루시리스 여신을 믿는다는 사실은 그대들도 들어봤을 걸세.



비라쥬 : 하지만 그 믿음이 발생한 곳의 문화와 민족이 다른 탓에, 그 믿음의 방식 또한 지역마다 다르지.



비라쥬 : 때문에 네 국가 모두, 루시리스 신앙이 기원한 곳에 거대한 루시리스 신전을 지었는데...



비라쥬 : 그 지역이 바로 마나가 가장 모이기 쉬운 장소, 즉 '마나 포인트'라네.



아멜다 : 그래서 가엘파이스 사람들이 마나를 떠받드는 게 그래서였군요. 그들에게 있어 마나란 신이 내려주신 것일 테니까요!



아즈사 : 그래서 우리가 엘리시움의 광인이 보여주는 행보를 용납할 수 없는 겁니다.



매튜 : 그런 거였구나...



부관 : 큰일입니다! 리자 씨의 상태가 악화하고 있습니다!



리자 : 으윽... 아아...



아즈사 : 상처에 독이 스며들었어요... 위험한 상황입니다.



비라쥬 : 독에 대한 분석은 아직 인가!



부관 : 지금으로서는 진척이...



그레니어 : 이럴 수가... 그러면 리자의 목숨은!



아즈사 : 후우... 하압!




리자 : 하아... 하아...



비라쥬 : 츠루야인의 의술은 몇 번을 봐도 신비하군요, 아즈사 씨.



아즈사 : 응급처치일 뿐입니다.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무래도 영종 비전의 약으로 독을 제거해야 할 거예요. 그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구요.



그레니어 : 우리 좀 도와줘, 아즈사 씨!



아즈사 : 죄송합니다만 그 청에는 답해 드릴 수 없어요.



비라쥬 : 역시 영종의 내란이 아직 진정되지 않았기 때문입니까?



아즈사 : 예. 지금 이방인과 함께 츠루야에 가기에는 좋은 시기가 아니니까요.



매튜 : '내란'?



아즈사 : 수십 년 전 엘리시움이 처음 영종을 침략한 후, 막대한 피해를 입은 츠루야는 지도자가 없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처하게 됐어요. 그리고 츠루야의 산천은 메말라가고 인심은 흉흉해졌지요.



아즈사 : 그러자 여러 세력이 영종의 지위를 빼앗기 위해 들고 일어났어요.



매튜 : 그렇다면 우리가 당신의 고향인 츠루야를 도울 수 있을 거야. 마나 파편의 힘을 빌린다면, 츠루야를 원래 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매튜 : 게다가 지금 내 손에 들린 검 또한 나를 같은 방향으로 인도하고 있어.



아즈사 : 여러분이 존자와 소통할 수 있고, 마나의 힘을 깨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더욱 위험한 처지에 몰릴 수도 있어요.



비라쥬 : 매튜... 그 말은 검의 의지가 다시 한 번, 당시 베르너가 걸어갔던 길로 그대를 인도하고 있다는 말인가?



비라쥬 : 그 길은 과거 베르너가 끝까지 갈 수 없었던 길일세.



매튜 : 맞아, 그리고 난 이미 결정했어.



매튜 : 좋건 싫건 간에, 이 검이 인도하는 길을 다시 걸어가겠다고.



매튜 : 그러니 우리를 츠루야로 데려가 줘, 아즈사 씨!



아즈사 : 알겠습니다. 그러면 서둘러 출발하도록 하죠. 리자 씨의 상태를 보니 시간을 끌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비라쥬 : 몸조심하게, 매튜, 마크렌...



마크렌 : 베르너와 마리 역시 과거에 갔던 곳인가?



비라쥬 : 그래. 나와 브렌다는 두 사람과 함께 가엘파이스를 돌아다녔지. 엘리시움이 그 일을 저지르기 전까지, 츠루야는 확실히 아름다운 곳이었어.



마크렌 : 마리... 과거에 오빠는 언제나 널 찾아다녔지만...



마크렌 : 찾을수록 곤혹스러운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단다...



마크렌 : 너의 마음과 결단, 그리고 바램까지... 오빠인 나는 이 모든 것을 진정 이해하지 못했구나.



마크렌 : 매번 너의 방을 정리하고 네가 남긴 노트와 다른 물건을 모아보았지만, 오빠로서 나는 너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비라쥬 : 마크렌... 나는 사실 자네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다네.



마크렌 : 이제 나도 한 걸음 한 걸음씩... 과거 마리가 갔던 길을 되짚어가며 마리를 찾아봐야겠어. 진정한 마리를 말이야.



마크렌 : 기다려다오, 마리.



매튜 : 마나와 엘리시움... 그리고 웨탐...



매튜 : 이 모든 것이 츠루야에서, 그 동방의 나라에서 시작된 거야!









아즈사 : 여기가 바로 영종이 있는 곳, 대륙 동방의 보석인 츠루야입니다.



아즈사 : 영종은 이곳에서 세워졌습니다. 그리고 대륙의 시작 때부터 존자의 빛을 따르도록 사람들을 인도하고, 이 땅을 주관하는 가장 큰 조직으로 성장했죠.




그레니어 : '보석'이라고? 하지만 어째...



마크렌 : 시야에는 황량한 땅뿐이로군, 그리고 오염된 하천까지... 이런 곳을 보석이라 할 수 있나?



아즈사 : ...



아멜다 : 마크렌 씨, 말이 심하잖아요.



매튜 : 하지만 이곳은 아름답기는커녕,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라고도 할 수 없겠는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악화된 거야!?




아즈사 : 마나... 때문입니다.



아즈사 : 마나가 고갈되고 있으니까요.



아즈사 : 츠루야에서 페랄까지... 존자의 은혜가 모두 사라지고 있습니다. 땅과 하천 모두 슬픈 울음소리를 내며 말라가고 있어요!



매튜 : 그럴 수가... 마나의 고갈이 이렇게까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이런 건 엘사리아나 예레스에서 듣도 보도 못한 일인데!



마크렌 : 이것 또한 이 대륙과 마나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증거 중 하나겠지.



아즈사 :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곳 역시 과거에는 푸른 대나무 숲이 울창하게 퍼져있던 곳이었습니다.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한 대나무 숲은 츠루야와 영종에게 있어 천연의 장벽이 되어주었지요.



아즈사 : 하지만 오늘날 이곳은... 땅은 황폐해지고 하천은 말라버렸으며, 죽림은 썩은 대나무 늪이 되어 영종에서 파문당한 자들이나 사는 곳이 되었습니다. 정말 가슴 아픈 일이지요.



아즈사 : 그래도 이 길을 지나가야 제때 영종에 도착해 리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어요. 다들 조심하세요!






파문 제자 지도자 : 오오! 년초부터 손님이 있을 줄은 몰랐는데!



아즈사 : 조심하세요! 저들은 영종을 저버린 파문 제자입니다!



파문 제자 지도자 : 아무래도 영종의 귀하신 분인가 본데... 너희 같은 녀석들은 그저 신전 안에 틀어박힌 채, 츠루야가 썩어가는 모습이나 지켜보는 족속인 줄 알았건만...



파문 제자 지도자 : 외부인과 결탁을 하고 있었군!



매튜 : 잠깐, 우리는 엘리시움인이 아니야! 우리는 츠루야의 마나의 힘을 회복시키기 위해 온 거야, 너희의 동료라고!



파문 제자 지도자 : 퉷!



파문 제자 지도자 : 그런 핑계로 온 망할 녀석들이 너희가 처음은 아니다! 영종에서 잘난척하는 놈들이나 속아 넘어갈 소리군!



매튜 : 우리가 처음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이지!?



아즈사 : 닥치세요! 파문당한 당신들에게 영종의 결정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 따윈 없습니다!



파문 제자 지도자 : 흥, 뭐가 '파문'이라는 거냐! 우리 형제들이 어째서 영종을 저버렸는지는, 웃대가리인 너희가 가장 잘 알 텐데!



파문 제자 지도자 : 애초에 영종이 우리를 파문시킨 것이 아니다, 우리가 영종의 거짓말을 거부한 거지!



아즈사 : 정신 나간 비적이 될 정도로 타락한 겁니까!



파문 제자 지도자 : 하하! 네 녀석... 설마하니 너희가 입에 달고 사는 '존자'가 우리를 포함한,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허황된 소리를 믿는 건 아니겠지!



아즈사 : ...!



파문 제자 지도자 : 흥, 순진한 녀석 같으니. 함정에 빠졌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구나.



파문 제자 지도자 : 쳐라! 우리를 속이고 핍박하는 녀석들의 머리를 가져와라!





아즈사 : 동족상잔이라니... 이 무슨 비극이!



아즈사 : ...최근 2년 동안 썩은 늪의 독기가 더욱 퍼졌군요. 이곳이 제가 아는 츠루야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입니다.



파문 제자 지도자 : 온종일 영봉 꼭대기에 박혀있는 너희가.. 어떻게 츠루야 백성들의 고통을 알 수 있겠어!



파문 제자 지도자 : 이제 현자眞知者의 이름으로 외부인과 결탁한 네 녀석을 몰아내고, 진짜 츠루야를 다시 일으키겠다!



아즈사 : '전지자'라니... 당신들 배후에 대체 누가 있는 거죠!



파문 제자 지도자 : 넌 알 것 없이 그냥 이 썩은 늪 아래에 묻히기만 하면 된다!






마크렌 : 좋아! 이걸로 적 대부분을 정리했다!



파문 제자 지도자 : 제길... 서둘러 후퇴해라!






마크렌 : 어딜 도망가려고! 그리 쉽게 놓아줄 수 없지... 하압!



아즈사 : 봐주세요, 마크렌 씨.



아즈사 : 파문당한 자이긴 하나, 그의 죄는 영종의 율법대로 판단해야 합니다.




마크렌 : 크흠, 그래, 그래. 알았어.




파문 제자 지도자 : 퉷...! 네가 바로 이번에 새로 영종의 우두머리가 되었다는 아즈사인가... 후후, 그러면 나를 쓰러뜨린 것도 당연한 일이겠군.



파문 제자 지도자 : 그래, 이제 나를 영봉에 데려가 조리돌림이라고 할 건가? 모두에게 영종이 이 땅을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모두에게 보여주기라도 할 셈이냐!




마크렌 : 이 자식, 주먹 맛 좀 보고 싶어? 주둥이 간수 잘하지 못해!



아즈사 : ...당신의 목숨은 존자의 율법에 따라 결정될 겁니다. 저는 그런 월권행위를 할 수 없어요.



파문 제자 지도자 : 흥... 너와 너의 존자 모두, 날 심판할 수 없다!



파문 제자 지도자 : 외부인과 결탁한 쓰레기들!






매튜 : 이런, 도망친다!



파문 제자 지도자 : 날뛰는 것도 지금뿐이다... 언젠가 네 녀석에게 수십년간 츠루야에서 벌어진 일의 대가를 치르게 해 줄 테다!



마크렌 : 제길... 이럴 줄 알았으면 바로 제압해두는 건데!



아즈사 : ...괜찮습니다. 어쩌면 제가 너무 우유부단한 걸지도 모르죠. 죄송합니다, 마크렌 씨. 당신의 판단을 믿었어야 했는데.



마크렌 : 자, 자신에 대해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 없어, 아즈사 씨.



그레니어 : 요거요거, 얼굴이 빨간 게... 이래서야 제시카 선생님에 대한 마음이 의심스러운걸.



마크렌 : 이 꼬맹이가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매튜 : 그나저나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데...



아즈사 :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선 이곳을 빠져나간 후 이야기하도록 하죠.







영봉 산기슭



아즈사 : 저 앞이 바로 영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영봉입니다. 저곳이라면 리자 씨를 돌봐줄 의사들이 있을 거예요.



아멜다 : 산봉우리에 가까워질수록 경치가 아름다워지고 있어. 맑은 물과 산봉우리, 대나무 숲... 이런 모습이야말로 츠루야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그레니어 : 아름다운 것도 좋고 다 좋은데... 너무 힘들다. 사방이 언덕이니 너무 힘들어... 더는 얼마 버티지 못할 것 같아.



마크렌 : 이게 무슨 한심한 모습이냐, 꼬맹아! 다들 아즈사 씨와 함께 걷고 있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있잖아!



아즈사 : 후후, 저야 어릴 때부터 츠루야의 산봉우리를 누벼왔으니까요. 이 정도는 일상다반사라 할 수 있습니다.



매튜 : 저게 바로 영종인가? 바로 이 산의 정상이?



매튜 : 아, 강습 칼날이... 울리고 있어!



아즈사 : 그 검의 빛은...! 그건... 베르너 씨의 검인가요?



매튜 : 어라? 아즈사 씨가 어떻게 그걸?



아즈사 : 베르너 씨... 몇 년 만에 다시... 이 인연은 대체...








올리면서 생각해보니 파문 제자가 아니라 그냥 추방자라고 할 걸... 다음부터는 추방자로 정정하겠습니다. 지금 너무 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