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신을 믿지 않는 대행자이자 거짓으로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선교사이다.



마지막 승부 - 출전 인원 2인 이하

생존자 - 아군이 홍수 구역에 들어가지 않음









냉정한 여자의 목소리 : 당신이 진짜 성직자가 아니라는 것도, 당신이 하는 모든 행위가 자신의 욕망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제국 지휘실



마이야 : 하지만 당신이 제 계획을 가장 먼저 받아들인 것은 반가운 점이군요. 귀족들을 속일 수 있다면 엘리시움은 순조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겁니다.



루그너 : 도움? 아니죠... 제가 당신을 돕기로 한 것은 당신들이 제게 협력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제게 있어 저의 승리를 선포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루그너 : 유리안은 그의 예지몽을 제게 말해주었고, 저는 그를 믿기로 했습니다. 방주에 오르는 것 역시 이 세계에 남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일인데, 제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요?



루그너 : 저와 유리안 그 아이가 충돌하는 마음은 서로 다릅니다. 제게 있어 계속해서 꼬리를 자르며 살아남아야 하는 엘리시움은 당신들의 실패에 대한 증명이자--



루그너 : 자신이 신의 선택을 받은 백성이라 생각하는 당신들에게 보내는 저의 조소와 풍자가 될 테니까요.



마이야 : 저로서는 그 실패라는 말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실패는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최선의 답안이었어요.



마이야 : 지금 제시카님은 마물의 첫 번째 충돌을 막아내느라 모든 힘을 사용해 깊은 잠에 빠지셨고, 여신과의 연결은 게이트가 닫히면서 끊어졌습니다.



마이야 : 엘마 주교와 리코리스님은 방주에 올라 이 세계를 떠나야 할 몸... 이곳의 사람들에게 아직 모든 것이 끝나지 않았다고 말해 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루그너, 당신은 그 역할을 맡을 준비가 되었나요?



루그너 : 예. 여신의 충실한 대행자이자 루시리스 교회의 신임 대주교, 루그너 몬테르가 여러분께 인사 올립니다.



마리엘 : 마이야씨,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걸까요? 신앙심이 없는 대주교이자 거짓된 여신의 집행자라니...



마리엘 :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모두의 신앙이 무너질 거예요!



루그너 : 외람되지만 루시리스교의 신앙은 사람들이 엘리시움 계획을 받아들이는 그 순간부터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루그너 : 사람들이 정말로 여신의 힘이 이 대륙을 지켜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 어째서 엘리시움 계획을 추진한 겁니까?



루그너 : 한 편으로는 여신의 은혜를 바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여신의 의지를 따르길 거부하는군요. 그런 모습이야말로 저보다 더욱 거짓된 모습 아닙니까?



수제트 : 이제 볼 장 다 봤으니 더는 예의 차리지 않는 거야? 슬슬 당신의 위선적인 모습이 그리워지는데.



마이야 : 지금 그보다 더 이번 일에 적합한 사람은 없습니다. 루그너, 우리가 당신을 믿어도 될까요?



루그너 : 당신이 말한 대로 저는 나약한 거짓 신자입니다. 그래서 그 질문에 대한 확답은 드릴 수 없군요.



루그너 : 하지만 신으로부터 버림받은 세계의 새로운 신이 된다는 이야기는 꽤나 매력적으로 들리는 군요.






[엘리시움이 출발했고, 게이트 역시 서서히 닫혀갔다... 하지만 홍수와 끝없이 밀려오는 마물, 그리고 절망스러운 혼돈이 이 세계에 남아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방주에 오르지 못한 귀족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미친 듯이 방주의 모조품을 조종해 게이트를 향해 뛰어들었다...]



[날 수 있는 마법사들과 내키지 않아 하는 기술자들, 심지어 마물들까지... 마치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태양을 쫓는 것처럼, 모두가 조악한 기술을 사용해 방주의 모습을 쫓아갔다.]



[하늘에서 검은 점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그리고 방주를 쫓는 배처럼, 사람들의 기도 역시 게이트 너머에 다다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떨어져 내렸다.]



[마치 불길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처럼.]



떨리는 목소리 : 루그너님! 보호소의 사람들이 더는 견디지 못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있습니다!








광분하는 노동자 : 이것 놔!!! 이것 때문에... 이걸 만들었기 때문에 방주에 오르지 못했어...



광분하는 노동자 : 천신만고 끝에 만든 보호소였는데, 이게 무슨 소용이야! 물살이 저렇게 빨리 불어나잖아... 그리고 메뚜기 떼처럼 셀 수도 없는 마물이 미쳐 날뛰고 있어... 여기에 있다간 모두 죽을 거라고!



넋나간 마을 주민 : ...방주가... 방주가 거주민 구역을 분리했어... 황제 폐하가... 엘리시움을 기동시키려고... 우리가 만든 방주를 기동시키기 위해...



넋나간 마을 주민 : 엘리시움에서 가장 큰 거주민 구역을 분리한거야...



미친 귀족 : 으하하하! 바보들, 이 멍청이들아!!! 너희가 믿던 녀석을 보아라, 여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황제를... 로비나 대제라고 부르던 그자를 보란 말이다!



미친 귀족 : 그는 자신의 백성을 버리고 우리가 만든 배에 올라 유일한 희망을 향해 도망쳤다!



당황한 병사 : 아니, 그럴 리가 없어! 누가 말해줘, 저건 진짜가 아니라고!!!



당황한 병사 : 분명 마물의 계략이다, 마물이 만든 환영이야... 난 믿지 않아, 난 믿지 않아!!!




루그너 : 모두 진정하십시오.



미친 귀족 : 여신은 우리를 버렸고, 우리의 황제 또한 우리를 버렸다... 우린 이곳에 버림받아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 발악해도 소용없어...



미친 귀족 : 소용없다... 다 소용없단 말이다... 우린 평범한 사람일 뿐... 선택받은 자들은 이미 방주에 올랐어...



루그너 : 눈을 똑바로 뜨고 보호소 밖을 보십시오!!!



루그너 : 병사들을 이끌고 홍수 속에서 물자를 나르는 건 베르너 장군과 크리스티안느 장군이고, 전사들을 이끌고 미쳐 날뛰는 마족을 막는 건 과거 우리가 적이라 여겼던 서큐버스입니다!



루그너 : 그리고 이미 희생된 마이야님과 마리엘 수녀, 노에미 씨까지...



놀란 고함 소리 : 수위가 경계선을 넘었다! 누가 좀 도와줘--!



루그너 : 평범한 사람은, 특별한 혈통이 없는 사람은 이 세상에 살 자격도 없는 겁니까?



루그너 : 겁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나약함을 핑계 삼지 마십시오!



루그너 : 만약... 차라리 죽고 싶을 만큼 두렵다면 적어도 쓸모있는 죽음을 맞이하길 바랍니다.



루그너 : 우리를 포기하는 건 우리 자신뿐...



루그너 : 많은 사람들이 이 세계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놓았습니다. 더는 잃을 것도 없고, 우리의 가족과 아이들은 배에 올라탔습니다. 우리에게 퇴로는 없습니다, 절대 가만히 앉아 죽음을 맞이할 수는 없어요.



루그너 : 여긴 우리의 전장입니다. 저는 특별하게 태어난 행운아들에게 다시 지지 않을겁니다, 절대로.




베르너 : 안 되겠어, 물이 너무 빨리 불어나고 있다. 이곳의 보호소는 포기해야 해!



크리스티안느 : 이곳 사람들은 어쩌고요? 사람들을 이동시킬 시간이 없어요. 다른 보호소 사람들 역시 자기들만으로도 벅찬 상태라 모험을 하려 하지 않을 텐데...



크리스티안느 : 게다가 정신 나간 마물들이 방어 설비를 공격하고 있잖아요.



베르너 : 팟시르와 수제트가 그쪽의 마물을 처리하러 갔다, 그들을 위해 시간을 끌어야 해!



미셸 : 사람이 부족해요... 포기해야 하는 걸까요?



크리스티안느 : 제길!!! 마이야 씨들만 있었더라도...



루그너 : 당신으로서는 굉장히 보기 힘든 표정을 하고 있군요, 크리스티안느 씨.



크리스티안느 : 사이비!?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크리스티안느 : 가서 보호소 사람들을 위로해주세요.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어요. 당신들까지 무의미한 희생을 할 필요 없잖아요!




보호소의 백성들 : 주교님 말씀이 맞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대륙은, 이 세상은 버림받은 게 아니에요!



보호소의 백성들 : 엘리시움이 알 수 없는 운명을 향해 갔다면, 여기가 바로 우리의 전장인 겁니다!



의지를 굳힌 병사 : 맞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의지를 굳힌 병사 : 포기할 수 없어... 우리는 사람들의 희소식을 기다려야 해, 가족들이 우리를 데리고 새로운 세계로 갈 때까지 견뎌야 하잖아!



베르너 : 모두들...



베르너 : 그렇다면 함께 시간을 끌어봅시다! 사람들이 이동하기 전까지 방어 시설을 지키는 겁니다!



베르너 : 용사들이여, 함께 거센 파도에 맞서 싸우자!






보호소의 백성들 : 서, 성공이다...



보호소의 백성들 : 우리가 해냈어, 우리가 정말 해냈다고!!!



의지를 굳힌 병사 : 주교님, 주교님 말이 맞습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린 쓰러지지 않을 겁니다!



보호소의 백성들 : 여신은... 정말 우리를 버리지 않았던 거야... 정말 다행이다!



루그너 : ...



루그너 : 그리 생각하신다니, 여신께서도 기뻐하실 겁니다.







출발 전 저녁



재촉하는 목소리 : 주교님, 베르너님. 마지막 부대가 출발할 시간이 됐습니다.



루그너 : ...알겠습니다.



베르너 : 됐어, 너무 걱정하지 마. 이전에 마물들의 습격이 몇 차례 있었다지만 전체로서는 큰 손실이 아니야. 마물들도 이미 힘이 빠진 것 같고.



베르너 : 이번에는 충분한 사람들을 동원하니까 분명 순조롭게 고립된 사람들을 데려올 수 있을거야.



루그너 : 그래도 너무 급히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앞선 부대가 확실한 소식을 전해올 때까지는--



베르너 : 이미 저지대는 홍수에 모두 잠겨버렸어. 지금 연락 가능한 곳은 높은 지역에 자리 잡은 몇몇 보호소에 불과해.



베르너 :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아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로서는 이 보호소가 마지막 희망이야. 루그너, 희망이 있는 한 나는 쉽게 사람들을 포기할 수 없어.



루그너 : 베르너, 당신도 알다시피 저는 진짜 신도가 아닙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제가 살아남는 선택을 할 겁니다.



베르너 : 하하, 당신의 그런 솔직한 화법이 마음에 든다니까.



베르너 : 가자, 루그너 대주교. 이제 사람들 앞에서 나와 부대에 여신의 축복을 내려줘야지!



베르너 : ...걱정 마, 난 살아 돌아올 테니.





*루그너 이름의 영문 표기를 찾아보니 Lugner Menteur 라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성인  Menteur 가 프랑스어로 거짓말쟁이라는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 프랑스어라고 판단해 몬테르라 표기했습니다. 혹시나 프랑스어를 잘 아시는 분이 있다면 대체 가능한 발음 피드백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