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사람들이여, 증언자인 제가 여러분을 축복하겠습니다.



속전속결 - 5턴 내 클리어

최후의 동료 - 출전 인원 3인 이하












루그너 : 베르너 장군 부대와 연락이 끊긴 곳이 여기입니까?



보호소 경비 : 아마 이곳이 맞을 겁니다.



보호소 경비 : 운 좋게 살아남은 생존자의 소식을 들은 베르너 장군은 결국 조사를 결심했습니다. ...만약 보호소가 무사한 것이었다면, 하는 심정에서였죠.



보호소 경비 : 하지만 이미 마물 천지로 변한 것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베르너 장군은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뛰어들었습니다...



보호소 경비 : 앞선 지원 부대도 그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습니다. 식량과 에너지 보급 없이 이미 일주일 이상이 흘렀으니 아마...



보호소 경비 : 모두 저희가 무능한 탓에!



루그너 : 너무 자책하지 마십시오, 이게 그가 할 일이었습니다.




보호소 경비 : 주교님! 주교님이 가셔선 안 됩니다, 거대한 파도가 곧 닥칠 겁니다!



루그너 : 당신들은 인근에 빠져나온 백성과 병사가 있는지 살펴보시고, 발견한다면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세요.




확고한 결심 : 어떻게 해서든... 베르너 장군을 데려와야 한다.







루그너 : 이곳의 마물은 끝이 없는 것 같군...



루그너 : 상식적으로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건만... 어째서 인간의 신호가 느껴지는 것인가...



루그너 : 마물의 수작인가, 아니면 정말 누군가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있는 건...?



지친 목소리 : 루그... 너...?



루그너 : 베르너...!?



루그너 : 어디입니까,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지친 목소리 : 정말 다행이군... 당신이 여기에 있다는 건... 보호소의 사람들이... 이미 안전한 곳으로 빠져나갔다는 거겠지...?



지친 목소리 : 으윽--!



루그너 : 베르너...! 빌어먹을! 이 추악한 것들, 썩 꺼져라!!!




루그너 : 끝난 건가...









루그너 : 제길, 어째서 이렇게나 많은 마물이... 베르너, 조금만 더 버티십시오!



루그너 : 이 마물들... 당신의 에너지에 끌려 온 겁니까? 당신 대체... 대체 뭘 하는 겁니까, 어서 에너지 방출을 멈추세요!



루그너 : 당신 혼자서 모든 마물을 끌어오려 한 겁니까... 죽으려고 작정한 건가요!? 제가 지금 가서 지원 부대를 데려올 테니...



베르너 : 루그너... 이제 됐어.



베르너 : 내 부하들도 내게 식량과 에너지를 넘기고 모두 전사했어... 내가 미끼가 되어 날뛰는 마물을 불러모아야 다른 사람들이 빠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을 테니까...



루그너 : 베르너!!!



베르너 : 이제 한계야... 더는 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희생시킬 필요 없어.






루그너 : 어째서 당신에게 에너지가 모이는 겁니까... 대체 무슨 짓을!?!?!?



텔레포트





베르너 : ...나는 지금까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툴렀지. 언제나 시간은 충분하다 생각했었는데...



베르너 : 이제는.... 조금 후회되는군... 로잘리아... 미안...












허약한 남자 : 주교님... 저는 이제 틀린 것 같습니다... 부디 솔직히 말씀해 주십시오... 여신께선... 정말 우리를 버리지 않은 겁니까?



허약한 남자 : 우리의 희생과 발악은 모두 의미 있는 것... 맞습니까? 이 모든 것이... 가치 있는 것인 게... 맞습니까?






회상



크리스티안느 : 말리지 마세요! 여긴 마지막까지 연락이 가능한 몇 남지 않은 보호소입니다. 이게 보호소를 지킬 유일한 방법이에요!



크리스티안느 : 제가 부대를 이끌고 허점을 뚫어볼게요. 누군가 해야 한다면 저밖에 적임자가 없습니다!




크리스티안느 : 저는 크리스티안느 폰 프린츠 프렌달 포에티아니까요!



미셸 : 안심하세요, 루그너 씨! 아버지께서도 이 모습을 보신다면 분명 저를 자랑스러워하셨을 거예요!














수제트 : 루그너... 제길, 나... 떨어진 팔다리를... 붙이는 법은 배운 적 없는데...




수제트 : 음... 술도... 다 마셔버렸네. 됐어... 한 숨 잘게... 그러면... 더는 아프지 않겠지.






팟시르 : 아아, 정말! 몸이 곧 사라지겠네. ...여기까진가봐... 리코리스님께서 섭섭해하시겠어...



팟시르 : 후우... 아차, 완벽하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리코리스님이 돌아오는 걸 기다린다고 약속했는데... 이래선 약속을 지킬 수 없잖아!



팟시르 : 잘생긴 사제님, 마지막까지 살아남는다면 리코리스님에게 내가 미안하다 했다고 전해줘.



팟시르 : ...그러면, 안녕.














마리엘 : 고탑의 사람들에겐 희망이 필요해요... 마이야 씨가 없는 지금, 대주교인 당신은 반드시 돌아가야 합니다!



마리엘 : 보호소를 위협하는 마지막 위험은 제가 처리할게요.



마리엘 : 여신이시여... 부디 모두를 지켜... 윽!













허약한 남자 : 주교님... 사실 저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그저... 상처 때문에 제가 약해진 거겠죠? 후후... 윽!



허약한 남자 : ...전 아무래도... 방주의 사람들을 기다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주교님... 이제부터는... 제가 도와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루그너 : 당신과 우리 모두 잘해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어요.



루그너 : 그러니 제게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이 모든 것이... 여신의 인도와 시험입니다.




작은 목소리 : 주교님... 엘리시움은... 희망을 찾아내겠지요?



루그너 : 물론입니다.



루그너 : 엘리시움을 이끄는 군왕은 모두의 기대를 받으며 신에게 선택된 사람... 그를 그 자리에 세우기 위해, 그로 하여금 그 길을 걷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루그너 : 그러니 분명 이전에 치렀던 무수한 싸움과 마찬가지로, 그는 엘리시움을... 우리의 희망으로 이끌고... 마지막 승리를 차지할 겁니다.



꺼져가는 목소리 : 그거 정말... 다... 행...



루그너 : ...여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파도가 닥쳐오기 전날 밤



켈티스 : 아직 살아있던 건가요...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게 인간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정말 뜻밖이군요.



켈티스 : 당신은 그 순진한 기갑 기사와 함께 정신 나간 마물에게 삼켜질 거라 생각했는데...



루그너 : 베르너가... 마지막 에너지로... 저를 탈출시켰습니다.



켈티스 : 그 제국의 장군이? 절망적인 상황인 줄 알면서도 거짓된 희망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백성들을 위해, 가짜 성직자를 탈출시키고자... 마물들과 동귀어진하는 걸 택했다고요?



켈티스 : 저로서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의지군요... 정말 흥미롭습니다.



켈티스 :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째서 당신들은 절망스러운 결말이 정해진 상황 속에서 그렇게나 발악하고 고통스러워 하는 겁니까?



루그너 : 마지막 파도가 곧 들이닥칠 겁니다. 이번 홍수는 마지막 남은 탑마저 수몰시키겠지요. 당신이 무슨 계획을 하고 있든 이제 아무 의미 없는 일입니다.



켈티스 : 하하하! 안심하세요, 저는 당신들의 물거품 같은 헛된 탑에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니까. 그저 이 세상의 종말을 감상하기에 좋은 위치를 찾아온 것뿐입니다.



단말마 : 어째서 이런 곳에서 미적거리는 게냐!? 함께 수장되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 어서 방법을 생각해 내라, 나는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다!



켈티스 : 진정하세요, 친우여. 당신이 기생하던 초상화는 진작에 없애버렸습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억지로 함께할 필요 없이 자유롭게 떠나면 돼요.



켈티스 : 보세요, 주교님. 인간이건 악마건 상관없이 이런 순간까지도 그들의 비열하고 나약한 본성을 바꿀 수 없지 않습니까.



루그너 : ...당신은 진정 노동자들이 자재를 나르고 보호소를 건설할 때, 모든 사람을 지킬 수 없다는 걸 몰랐다고 생각합니까?



루그너 : 당신은 진정 그들이 수많은 거짓말 속에서 제가 여신의 인도를 받아 신의 보호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을 믿었다고 생각합니까?



루그너 : 그들이 믿은 건 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이 대륙의 후대와 미래의 방주를, 그리고 그들 자신의 선택을 짊어졌던 겁니다.



루그너 : 만약 그들이 '그렇다, 당신의 노력은 가치 있는 것이고, 당신들의 믿음은 의미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듣길 원한 것이었다면...



루그너 : 그렇다면 저는 종말의 증언자로서, 그 거짓된 기대와 가련한 순진함을 지키겠습니다.



켈티스 : 오오... 아무래도 이 세상에 남기로 한 것은 제 생애 가장 정확한 결정이었나 봅니다. 정말 흥미로운 일을 자주 볼 수 있었어요.



켈티스 : 아, 주교님. 당신의 초상화를 그려도 될까요?



루그너 : 호의는 감사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화가 선생.



켈티스 : 그거 정말 안타깝군요. 이제야 당신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켈티스 : 그렇다면 이만 작별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나는 마물보다 광기 어린 인간 화가가 요동치는 파도를 맞이하러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위대한 작품을 완성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그가 원하던 것을 얻었으리라고 생각한다. 거대한 파도에 삼켜지기 전 들려온 웃음소리는 너무나 기뻐하는 것 같았기에.]






종말



[나는 이 세상이 세찬 폭풍과 혼돈의 소용돌이에 삼켜지고, 인간과 마물은 분열된 채 고통스러운 종말을 맞이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그날이 오자 폭풍이 멈추고 먹구름도 사라졌다. 태양도 달도 없이, 탑 밖의 풍경은 너무나 아름답고 고요했다. 마치 비현실적인 유화처럼.]



[홍수는 우리가 예상했던 대로 이 세상에 마지막 밀물을 일으켰다. 이윽고 내가 있는 탑은 바다에 홀로 떠 있는 외로운 섬과 같이, 잊힌 등대가 되었다.]



[아레스 로비나, 처음 봤을 때부터 네가 정말 싫었다. 내 모든 생명과 시간을 써서라도 갖고 싶어하는 것을 너는 너무나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너를 이기는 모습을 얼마나 많이 상상했던가. 네가 쓰러지고 먼지로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모두에게 여신의 선택을 받은 녀석이 그런 힘을 갖고도 결국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정말 그런 순간이 닥치자, 나는 평범한 사람이 지녀야 할 자긍심을 버릴 수 없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얼마나 많은 실패를 했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나약하고 비열하며 평범한 사람이다. 마리엘, 엘마처럼 온전히 빛의 여신을 믿을 용기가 없었다...]



[그리고 켈티스처럼 자신의 미래를 혼돈의 악마에게 넘길 수도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기적인 행동을 하려 한다...]



[젊은 군왕이여, 이 질식할 것만 같은 무거운 책임을 네게 떠넘기겠다. 그만한 힘이 있으니 아마 자신이 짊어져야 할 사명과 직책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을 테지.]



[너의 사명을 잘 이행해라, 빛의 후예여. 만약에 훗날 우리가 다시 만날 날이 온다면... 그땐 부디 내가 너를 비웃을 기회가... 오지 않기를 바라마...]






[...예상보다 빨리... 탑을 사다리로 삼은 듯, 수면은 탑을 타고 올라와 조용히 신발을 적시고, 발을 담갔다.]



[처음 나를 거둔 나이 든 사제의 말처럼, 모든 생명이 최후를 맞이하는 순간에 여신은 가장 부드럽지만 가장 확실한 방식으로 신자를 죽음 속에 밀어 넣는다.]



[베르너, 크리스티안느, 마이야... 이 세상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사람들이여,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품고 있던 사람들이여...]



[그리고 어딘가에서 발버둥치고 있을 방주의 방랑자들이여--]



[거짓을 일삼는 장의사인 내가 그대들에게 마지막 축복을 내리노라.]










*혹시나 스토리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면 제 실력이 부족한 탓입니다.